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9)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9화(9/101)
제9화
“현지원 연습생, 대단한 실력이네요.”
“특히 무대 퍼포먼스가 아주 좋았습니다. 본인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것 같아요.”
“현지원 연습생은 만약 팀 멤버들과 센터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면 어떻게 행동하실 건가요?”
가운데에 앉은 분야를 모르는 멘토가 현지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경쟁이니만큼, 실력으로 증명하여 다른 멤버들이 저를 지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습니다.”
모든 질문이 끝나자 99번 현지원도 가장 높은 등급인 호박 목걸이를 걸고 연습생석으로 들어왔다.
“이제 99명 연습생의 자기소개 및 등급평가를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부터는 나누어진 등급에 따라 그룹 레슨과 개인 연습이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오늘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주신 숨겨진 멘토분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국내 인성평가 협회의 회장님이신 나인성 교수님입니다!”
연습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웬 인성평가 협회 교수님?
멘토 5명 중 유일하게 분야가 소개되지 않았던 중년의 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한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맡고 있는 나인성입니다. 약소하지만 국내 인성평가 및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젊은 청년 여러분.”
“저희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에서는 대중들의 선망을 받는 아이돌이 되려면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인성 협회장님을 모셔 앞으로의 미션 평가에 인성 점수를 도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숙소, 대기실, 그리고 무대에서의 모습까지. 협회장님과 멘토 선생님들께서 지켜보시고 채점하신 인성 점수는 변환되어 투표수에 반영됩니다.”
인성평가라는 말에 연습생들이 웅성거렸다. 인성평가가 뭐야? 나도 몰라, 인성을 어떻게 평가해? 와 씨, 망작이라고 소속사에서 나가지 말랬는데 들을 걸 그랬나.
연습생들의 당황이 섞인 수군거림을 들었지만 청우는 떳떳했다. 일단 여기 와서 아무도 때리지 않았고 돈을 뺏지도 않았으며 폐를 끼치지 않았다. 득점의 기준은 몰라도 최소한 감점은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인성평가 항목으로는 협업, 나눔과 배려, 도덕성, 성실성, 소통 능력입니다. 앞으로 모든 미션 수행 시 다섯 가지 영역에 대한 종합 점수가 평가되어 가점이나 감점이 진행될 예정이니 미리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어 오늘 특별 가점을 얻은 연습생들입니다.”
“유진환 연습생, 오는 길에 다른 연습생이 쏟은 짐을 주워서 같이 옮겨 주었습니다. 가점 2점. 이진성 연습생, 스태프가 놓고 간 물건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가점 1점…….”
그래서 다른 멘토들과 평가 방향이나 질문의 결이 달랐던 것이군. 이 부분은 아마도 ‘이청우’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소심하고 걱정이 많으며 사교성은 떨어지지만 중원에서 온 청우보단 ‘이청우’ 쪽이 알맞은 선택지를 잘 고를 수 있겠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음, 그런 거. 그런 말을 내가 남들한테 할 수 있게 알려주면 좋겠어.’
[맡겨달라고 이청우가 말합니다.]좋아, 인성평가 쪽은 일단 ‘이청우’에게 맡기면 되겠군.
이어 MC가 등급에 대한 규칙까지 발표하였다.
“우리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에서는 연습생들의 인성 고양을 위해 봉사 활동을 진행합니다. 하위 등급인 다이아몬드와 루비부터, 에메랄드, 사파이어, 진주, 호박 차례로 봉사 활동이 있을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MC의 안내에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목에 건 연습생들이 난색을 표했다. 조금이라도 연습할 시간을 늘리기도 모자랐는데, 봉사 활동을 할 새가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청우는 일단 상위 등급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름 등급별로 차이를 두겠다는 듯 제작진들은 연습생들을 재정렬시켰다. 높은 등급일수록 카메라에 가까운 앞쪽에, 낮은 등급일수록 뒤쪽에 세운 것이다.
“이제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의 메인 테마곡을 발표하겠습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마땅히 메인 테마곡이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들은 이 테마곡을 연습하고 센터 자리를 두고 경쟁하며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석을 따라가는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도 당연히 메인 테마곡을 가지고 있었다.
“메인 테마곡은 〈난 준비됐어〉 입니다.”
어디선가 소곤소곤 웩, 구려, 와 같은 단어가 들린 것 같다. 그리고 청우는 바깥의 오디오 팀에서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한 연습생의 이름을 적는 것을 보았다. 말을 잘못해도 감점이로군.
“K-POP 시대에 걸맞게 한글로 지은 멋진 이 곡은 수많은 메가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빅대디가 직접 만들어주신 곡입니다. 이 자리에서 공개한 후 등급별로 멘토 선생님들께서 지도해 주실 예정입니다.
7일 후 재등급평가가 있으며 호박 그룹은 가장 센터의 자리에, 그리고 전체 투표를 통해 그중 가장 메인이 될 센터 자리에 설 연습생을 선발합니다.”
스태프들이 가사가 적힌 종이와 숙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SNS가 깔리지 않은 개별 태블릿을 나눠주었다. 개인 스마트폰은 숙소 안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 세공사 여러분, 자신만의 멋진 보석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관심과 투표 부탁드립니다. 투표는 인터넷과 문자 투표로 가능하며 인증된 아이디로 하루 1회 참여 가능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첫 촬영이 모두 종료되었다. 장시간 계속된 촬영에 청우가 첫 방송분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와 함께 숙소로 향하던 정이원은 한 회차가 아니라 아마 2주에 나누어서 방영될 거라고 일러주었다.
“야, 나 진짜 깜짝 놀랐어. 청우 너 실력이 미쳤던데. 나도 춤이라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데 너 잘하더라. 그 곡 빡센데. 소속사가 어디랬지? 엄청 열심히 준비해 주나 봐. 우리 소속사는 그 프로그램 잘 안 될 거라고 별로 신경 안 써줬거든. 난 나오려고 실장님이랑 싸울 뻔했다니까.”
싸울 뻔하기만 했구나, 난 그냥 싸웠다.
그러고 보니 내기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청우는 마음속으로 앞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도움을 줄 처지가 된 김선복 사장을 떠올려 보았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2주에 한 번 외출할 수 있다고 했던가? 사장님의 얼굴은 그때나 돼야 볼 수 있겠네. 아쉬워라.’
청우가 아쉬워하고 있으려니 혼원천의 알림이 들려왔다.
[두 번째 업적 달성! 첫 등급평가에서 상위 2등급을 얻어냈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혼원천이 작동됩니다. 혼원을 엽니다. 계약자에게 필요할 보상이 지급됩니다.]두구두구-
저번과 똑같이 청우의 눈앞에 나타난 혼원천의 가운데에 동그란 문양이 빛을 발하더니 안에서 작은 물건이 밖으로 솟아오르듯 나와 커졌다.
손바닥보다 좀 큰 크기의 천으로 만든 주머니였다.
[선계의 손주머니효과 –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음. (단, 무게는 그대로이다. 약 30근 수납 가능.)]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다고?”
주머니의 뒷면에는 스승님의 옥패와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청우는 주머니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숙소로 돌아와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담아보았다.
‘30근이면 부피를 얼마나 담을 수 있는 거지?’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쉬는 시간 동안 청우는 다른 연습생들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손주머니에 물건들을 담아보았다. 무게만 제한이 있는 것을 보니 부피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정말 그렇다면 앞으로 다른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기도 꽤 편리해질 듯했다.
‘오~’
슬쩍 넣어본 필기구나 작은 크림 종류의 병들은 모두 쏙쏙 잘 들어갔다.
내공심법을 1성 완성했으니 30근 정도 매일 들고 다니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단련에 도움이 될지도. 청우는 주위를 둘러보다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이불 밑에 가려진 베개를 손주머니에 넣어보았다.
‘심 봤다!’
[이런 때는 헐, 미친, 이라고 외친다고 이청우가 알려줍니다.]카메라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손주머니보다 부피가 훨씬 큰 베개도 무리 없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꺼낼 때는 생각만 하면 물건이 저절로 손에 잡혔다. 신선들의 물건은 신기(神技)를 지니고 있다더니 과연 듣던 대로였다. 무림에서도 이런 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슬금슬금 손주머니에 넣었던 쓸데없는 물건들을 꺼낸 청우는 선계향 병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하루에 한 번, 빠지지 않고 뿌려야 하는 이 병이 지금의 청우의 목숨줄이나 다름없었다.
업적을 달성하면 청우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나온다고 하였으니 선계향이 부족해지면 또 주긴 할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계속해서 성공적으로 업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청우야, 밥 먹으러 가자.”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물건에 손주머니를 소중히 품고 있으려니 다른 방 순회가 끝난 듯 정이원이 밥 먹으러 가자며 청우를 불렀다.
청우는 아직 같은 방을 쓰는 나머지 4명과도 겨우 통성명만을 마쳤을 뿐인데 정이원은 벌써 같은 층의 모든 방에 아는 사람을 만들고 온 듯했다. 저렇게 성격이 좋고 노래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춤 실력이 괜찮은데 왜 데뷔하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앞으로 6개월은 여기서 보낼 텐데 밥은 중요하지. 우리 회사는 식당이 맛있어서 좋았는데 여기도 맛있었으면 좋겠다.”
청우는 고개를 끄덕여 크게 공감하며 정이원을 따라나섰다. 무엇보다 이 세계로 넘어온 뒤 먹어본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있었기에 숙소의 식당도 기대가 되었다.
식당에는 벌써 많은 연습생이 내려와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내일부터 진행될 일정표를 나눠준다고 했기에 청우도 얼른 저녁을 먹고 남은 시간 동안 손주머니를 더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정이원이 청우에게 식판을 건네 주었다. 식판도 이 시대에 와서 청우가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 중 하나였다. 접시 하나에 다양한 음식을 담아서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니.
오늘의 반찬은 양념한 돼지고기와 김치, 계란과 햄이 있군. 제법 만족스러운 반찬에 희희낙락 음식을 받고 있는 청우에게 정이원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야, 근데 쟤네들이 자꾸 너 쳐다보는데 아는 애들이야?”
정이원이 눈짓한 곳에는 처음 보는 연습생들이 있었는데 척 봐도 호의로 그를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청우가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젓는데 그들이 현지원과 눈빛을 주고받는 것이 보였다.
‘저쪽 라인이군.’
“그래? 모르는 애들인데 왜 자꾸 저렇게 기분 나쁘게 쳐다보냐? 난 너랑 아는 사이인 줄.”
그때 다른 쪽에서 김해월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아, 저쪽은 확실히 아는 애야.”
“오, 김해월이네. 쟤 작곡 잘하기로 유명하잖아. 괜찮은 애 알고 있는데?”
물론 정이원이 식판을 들고나오는 순간부터 여기저기 아는 척하는 녀석들 천지였다.
“너, 진짜 아는 애들 많구나.”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밥을 먹으려는데 정이원이 군중 유세를 하듯 손을 여기저기 들어 보이며 아는 척하는 것을 본 청우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야, 어차피 이 바닥이 다 거기서 거긴데. 데뷔를 못 하면 모를까 데뷔라도 하면 여기 있는 애들 중 태반은 계속 얼굴 보게 될 텐데 너도 적당히 아는 사람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거야.”
청우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반찬을 집어 들었다. 아까부터 먹고 싶었던 고기반찬이었다.
“어중이떠중이 알면 뭐하겠어. 난 그 정도 사교성은 없어서. 너랑 친하면 됐지, 뭐.”
오, 맛있는걸.
혼자서 먹방을 찍는 청우를 보며 정이원이 씩 웃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친화력이 좋은 정이원은 친구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모두에게 무심하게 굴면서 자신만은 예외라는 듯 말하는 청우를 보니 꽤 기분이 좋았다.
특히 등급평가 때 보여준 무대를 봤을 때 실력도 나쁘지 않은 듯하고. 가까이에 마음을 나눌 만한 인물이 있어 기꺼웠다.
조금 더 잘해줘 볼까.
정이원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던 순간이었다.
청우가 입에 젓가락을 물고 말했다.
“그거 안 먹을 거면 나 먹어도 되냐?”
“다시 갖다 먹어, 이 돼지야.”
그래도 제육볶음은 양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