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91)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91화(91/101)
제91화
“정리가 다 되었으면 이제 뭘 해야 하죠?”
정이원이 정리를 마치고 모인 멤버들에게 물었다. 이제 슬슬 배고픈데.
“밥 먹고 싶은데.”
“맞습니다! 밥을 먹어야죠. 여기 옥상에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 같이 고기를 구우며 블레시스 단합대회!”
“고기! 고기! 고기!”
정이원의 말에 한창때인 멤버들이 일제히 고기를 연호했다. 주지호마저 눈이 반짝였다.
“그럼 사올 거 적어서 장 보러 가자.”
정이원이 거실 테이블에 종이를 한 장 꺼내서 고기라고 적었다.
“형, 소고기요, 소고기.”
“오케이, 소고기. 씁……. 난 삼겹살도 먹고 싶은데.”
〈블링돌〉을 찍는 동안은 숙소에 갇혀서 모든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지만, 체중 유지를 위해 양이 많지는 않은 균형 잡힌 식단만을 먹어왔던 멤버들이라 일제히 고기를 외치며 눈이 빛나고 있었다.
게다가 옥상에서 구워 먹는 숯불구이라니 최고였다.
“음료수랑 쌈 야채랑 쌈장이랑, 아 숯도 사와야 돼. 또 뭐 필요하지?”
“아,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요?”
“어, 되나? 일단 적자.”
멤버들은 살짝 저 멀리 숨어 있는 강 실장과 막내 매니저 김규빈의 눈치를 보았지만 지금은 자체 콘텐츠 예능을 찍는 중이다. 당연히 먹는 것도 일하는 것이니 마음껏 먹어도 되겠지.
그들이 맛있게 먹어야 영상을 볼 팬들도 좋아할 거다. 남자애 여섯이 모였는데 식단 한다고 적게 먹고 있으면 그것도 우습다. 정이원은 속으로 이참에 적정선에서 제작진 카드를 뽑아 먹어야겠다 생각하며 콜라, 사이다, 소세지, 아이스크림까지 평소 식단 하고 있을 땐 못 먹던 걸 쭉 리스트에 넣었다.
반면 청우는 지금 일하는 중이고 당연히 먹는 것도 일의 연장이니 마음껏 먹을 생각뿐이었다.
“그래도 최후의 양심상 밥은 먹지 말까? 한 끼여도 이거 다 먹으면 살찔 거 같은데.”
아쉽지만 그렇게 하자며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이덕진이 조용히 말했다.
“살짝 매콤하게 된장찌개 끓이려고 했는데.”
“즉석밥 추가요.”
다섯 명의 목울대가 동시에 꿀렁였다. 김해월은 고기에 된장찌개면 밥은 무조건이라고 즉석밥을 리스트에 적었다. 그러고 보니 김해월이 아까 냉장고에 맛있는 거 있다고 했는데?
목록을 미친 듯이 추가하는 멤버들 뒤로 청우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닭가슴살 큐브, 냉동 닭 안심, 두부, 요거트, 풀떼기, 풀떼기, 풀떼기. 그리고 홍삼, 홍삼, 홍삼. 김해월 이 자식, 뭐가 맛있는 게 있다는 거지?’
드레싱도 종류별로 다 있었다. 샐러드라도 드레싱과 토핑 종류가 다양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김해월과는 달리 청우가 보기에 닭과 풀떼기뿐이었다.
무릇 힘은 건강한 육체에서부터 나오거늘… 이러다간 피죽도 못 끓여 먹은 얼굴 되겠다.
“고기 많이 사자.”
청우가 쪼르르 달려와 10인분이라고 써 있는 목록을 16인분으로 고쳤다.
“헐, 이거 다 못 먹어! 아니, 다 먹으면 돼지 돼!”
정이원이 말렸지만 청우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성장기인 얘네들이 어떻게 1.5인분씩 먹고 배가 차겠냐? 최소 2인분씩은 먹어야지. 그리고 우리는 나이가 많으니까 3인분은 먹어야 돼. 아, 삼겹살도 10인분 사자.”
살 때 조절하면 되겠지. 정이원이 에라 모르겠다, 하며 목록에 고기 수를 늘렸다. 고기 파티라며 신이 난 멤버들이 차에 타고 마트로 향했다. 김규빈 매니저가 셀프캠을 쥐여 주었다.
숙소 근처의 대형마트는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 와중에 키가 큰 장신의 젊은 남자 6명이 우르르 들어오니 시선이 쏠렸다. 카메라를 든 사람도 한 명 붙어 있고.
이 세계 마트에서 처음 장을 보는 청우도 신기한 것들에 눈이 돌아가 구경하느라 바빴다. 입구에 있는 각양각색의 야채가 먼저 눈에 띄었다.
“얘들아, 상추랑 깻잎이랑 파채랑 버섯 담아라!”
“넵!”
이덕진이 야무지게 청우를 끌고 상추를 찾으러 나섰다.
“하하, 형 뭐가 그렇게 신기해요? 아니 누가 보면 마트 처음 와본 줄 알겠어요.”
“덕진아 여기 진짜 넓다. 헐, 야채 싱싱한 것 봐.”
애호박을 든 채 상처 하나 없다며 감탄하는 청우를 이끌고 이덕진은 숙련된 솜씨로 신선하고 양이 많은 야채를 골라 쑥쑥 챙겼다.
“덕진아, 이거 싼 거 아냐? 좀 더 사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 근데 버섯은 종류가 많진 않네. 헐 과일 봐. 엄청 많아.”
청우가 과일 코너로 달려가자 마침 시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던 직원 아주머니가 싱글싱글 웃으며 작게 자른 바나나와 파인애플, 한 알씩 따놓은 청포도가 든 컵을 건네주었다.
“어이구, 총각이 잘생겼네. 이거 한 번 먹어봐. 이 샤인머스캣이 오늘 진짜 단 게 들어왔어.”
샤인머스캣. 이름도 특이하다. 그냥 포도랑은 다른 건가. 옆에 있는 바나나도 엄청 싼 거 같은데. 이쪽 세계에서 놀라웠던 점은 비싼 과일들을 급식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지방 지주나 돼야 먹을 수 있는 바나나도 막 한 쪽씩 그냥 주고, 딸기에 사과에 배에. 아주 천국이 따로 없었다.
청우가 익숙한 바나나를 먹고 엄청 비싼 과일인 파인애플을 먹었다. 새콤달콤한 과일 맛에 절로 침이 돌았다.
“!”
그리고 샤인머스캣을 먹은 순간 청우는 그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포도가 왜 이렇게 달아요?”
“응? 샤인머스캣이라니까. 우리 마트는 당도를 다 확인하기 때문에 어디 시장에서 파는 가짜 청포도랑은 다르지. 알도 크고 탱탱한 것 봐.”
아주머니의 마법 같은 목소리에 홀린 청우가 저도 모르게 샤인머스캣 한 박스를 들고 카트로 돌아왔다.
“야채 사는 데 왜 이렇게 오래… 뭐냐.”
“샤인머스캣.”
“알아.”
정이원이 어쩌라는 거냐는 얼굴로 청우를 바라보았다.
“…먹고 싶어.”
청우가 간절한 눈빛으로 정이원을 바라보았다. 법인 카드인데 이래도 되나, 고민하던 정이원이 그 눈빛에 결국 담으라고 호쾌하게 말했다.
김해월과 미카엘은 언제 갔는지 과자 칸에서 등장했다.
“형, 이거 신제품이래요. 먹어 보고 싶어요!”
“사주세요!”
막내들의 애교 공격에는 당할 수 없지. 게다가 이미 청우의 샤인머스캣을 허락했으니 과자 정도는 괜찮겠지.
정이원은 졸부가 된 마음으로 카트를 신나게 채웠다.
“고기! 고기!”
다음은 정육 코너였다. 이덕진이 다시 매의 눈으로 고기의 질을 살폈다.
“일 인분이 어느 정도지?”
정이원도 옆에서 거들었지만 사실 그도 일 인분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직원들은 카메라가 부담스러운지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냥 먹을 만큼 담으면 되지 일 인분이 뭐가 중요해.”
그리고 청우가 미카엘과 마음에 드는 고기를 쏙쏙 집어내기 시작했다.
“형, 그렇게 아무거나 고르면 질이…! 좋네요.”
청우를 말리려던 이덕진이 기가 막히게 선도가 높고 지방이 고르게 퍼져 있는 고기를 잘 골라내는 청우를 보며 말을 삼켰다. 아까 야채를 고를 때도 느꼈는데 청우는 놀랍게도 신선하고 질이 좋은 물건들을 고르는 능력이 있었다.
그건 청우가 눈 깜빡할 사이 오감을 이용하여 고기나 야채의 상태를 파악하고 고르는 거였지만 다른 멤버들이 보기엔 막 담는데 운이 좋게 신선한 것들을 집는 거로 보였다.
“…너무 많은가?”
강 실장과 매니저 눈치를 보지 않던 청우라도 카트가 가득 차니 약간 부담스러워진 듯 몇 개를 빼서 다시 돌려놓았다.
“우리 아직 음료수 안 샀는데.”
“밥은 아까 제가 담았어요.”
이미 가득 차버린 카트를 보며 정이원은 다시 이래도 되나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청우가 자기가 들고 가겠다며 음료수 페트병을 두 개씩 한 팔에 끼고 4병을 집어 들자 다시 될 대로 돼라 모드가 되어 계산대로 향했다.
“이, 이제 더 늘리지 말자. 진짜야.”
“앗,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만요!”
동생들과 자신을 데리고 마트에 갔을 때 어머니의 기분이 이랬겠구나. 정이원이 새삼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는 동안 김해월이 아이스크림을 집어 카트 사이사이에 꽂아 넣었다.
“어서 오세요.”
계산대의 점원이 산처럼 쌓인 카트를 보고 멈칫했지만 친절하게 웃으며 빠른 속도로 물건을 찍어나갔다. 표정을 보니 어서 이 팀의 계산을 끝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보였다.
삑-
빽-
삑-
영원처럼 이어지는 삑삑 소리에 신나 있던 멤버들이 다시 주눅 들었다. 계산대의 목록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우, 우리 이렇게 사도 되는 거 맞죠?”
“너무 많은데.”
큰돈은 써 본 적이 없는 미카엘과 김해월, 이청우가 계속 올라가는 계산대의 숫자를 불안한 눈으로 응시했다.
“근데 물건 가짓수치고는 별로 안 비싸다.”
주지호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기 전까진.
아까 정이원이 뭐라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튼 주지호 대박 부자라는 것을 기억해낸 청우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쟤네 아버지가 다 갚아주겠지!
“괜찮아, 괜찮아. 지호가 별로 안 비싸대.”
“그, 그래요?”
청우가 상관도 없는 말로 미카엘과 김해월을 안심시키는 걸 보며 정이원이 속으로 괜히 알려줬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계산이 거의 끝난 뒤였다. 정이원은 그렇게 긴 영수증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맛있겠다며 희희낙락이었다.
오늘 이후로 아마 풀떼기 식단일 테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기자.
정이원이 속으로 걱정하는 사이 멤버들은 짐을 다시 카트에 차곡차곡 담았다.
“근데 어떻게 다 들고 가지?”
“박스 포장하면 돼.”
블레시스 내 생활의 달인 이덕진이 능숙하게 카트를 포장 박스가 있는 곳으로 가져가더니 박스를 만들어 척척 담기 시작했다.
“와, 덕진이 마트에 오니까 아주 날아다니네.”
“저렇게 하면 들기 편하겠네. 무거운 건 한쪽에 몰아 담아. 내가 들게.”
커다란 박스 두 개를 실은 카트를 끌고 매니저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근데 생각보다 아무도 못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김해월이 주차장으로 향하며 시무룩하게 말했다. 막 소리 지르고 이런 걸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사람도 거의 없는 데다 젊은 사람은 더더욱 없어 못 알아보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건 충격이었다.
“팬분들이 여기 안 계시니까. 게다가 촬영 중이어서 뵈어도 뭐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으니. 다음에 기회 있을 때 잘해드리자.”
내색은 안 했지만 다들 살짝 아쉬운 눈치였다.
“쯧쯧, 그럼 홍보를 해야지.”
“무슨 홍보?”
“기다리면 기회가 오나? 기회는 만드는 거다. 짜식들아.”
청우가 갑자기 카트를 옆으로 끌고 갔다. 미리 차를 빼놓고 기다리던 강 실장과 매니저, 촬영 스태프가 당황하며 따라 나왔다.
“어, 야 어디가!”
다른 멤버들이 뒤돌아보자 청우가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하더니 주차장 아래 마트의 1층 입구로 향했다. 멤버들이 어리둥절해 따라왔다. 큰 박스 두 개가 실린 카트를 옆에 세워두고 배에 힘을 딱 주었다. 유동인구가 그나마 있어 보이는 마트 출입구에 옆에 선 청우가 큰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새로 데뷔하는 아이돌 블레시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신곡 홍보는 자고로 길거리에서부터 해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