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92)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92화(92/101)
제92화
항상 길거리와 요리점, 주막 같은 곳에서 시작했던 청우는 길거리 공연이 일상이었기에 전혀 어색하거나 부끄러움이 없었다.
애초에 무림 예인들은 전부 길바닥에서 노래하니까.
-우린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
지금 여기 이 순간
세상에 반짝이는 수많은 빛들
그 속에 내가 있어, 나를 봐, 느껴봐!
〈블링돌〉의 메인 테마곡인 〈난 준비됐어〉를 열창하고 춤을 추는 청우의 모습에 주변을 바쁘게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청우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서 노래를 부르는데 녹음실이나 스튜디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 노래는 이렇게 들어야 진짜지.
탁 트인 공간에서 많은 사람에게 복잡한 기계음 반주 따위 없이 부르는 것이 노래로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청우는 믿어왔다.
“아! 이청우, 진짜!”
머리를 부여잡고 왜 저래, 하며 부끄러워하던 정이원이 제일 먼저 합류했다.
-나를 봐, 나를 찾아줘!
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나머지 멤버들도 우르르 뛰어들었다. 일제히 동작을 맞추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처음엔 혼자 모든 소절을 다 부르던 청우도 멤버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의 파트가 아닌 부분에선 화음을 깔았다. 답답한 연습실이 아닌 밖에서 마음껏 춤을 추니 생각보다 더 속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찍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다음은 〈wild〉 갑니다!”
파이널 무대 1등 공약으로 부산 뮤직 어워드에서 추기로 했기에 미리 안무 시안을 받은 곡을 꺼냈다. 이런 데선 힘이 들어간 춤을 춰줘야 흥이 나지. 아직 이 멤버로 제대로 합도 안 맞춰본 곡이지만 주지호와 김해월은 분명 시안 보고 얼추 외워뒀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청우가 자리를 잡자 멤버들이 척척 자기 자리를 찾아 나섰다.
낮은 저음으로 도입을 시작하고 춤과 함께 최대한 성량을 키웠다. 연습실을 제외하곤 이렇게 해본 적 없는 멤버들이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진지한 표정으로 힘이 잔뜩 들어간 춤을 추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고 환호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맞춰 강 실장이나 매니저가 바로 옆에 있는 매장에서 반주를 틀어주었는지 두 박자 밀렸지만, 더 풍성한 소리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다.
카메라맨은 청우의 돌발 행동에 두고 보자는 눈빛을 하다가도 멤버들이 열심히 노래하며 춤추고 사람들 반응도 좋으니 아예 자리를 잡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저만큼이나 잡을 수 있다면 성공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찾아보면 그러게 점점 화제가 되는 거지.
다음은 신청곡으로 옛날 아이돌 선배의 곡이자 모든 사람이 다 알 것 같은 ‘초코’란 곡을 골랐다. 워낙 유명한 곡이라 다들 춤도 어느 정도 알았고 청우가 아는 많지 않은 곡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실 오늘 너와의 이별을 정리하고 싶어
널 만난 거야, 그런 날 이해해.
경쾌하고 즐거운 곡에 박자를 맞추는 박수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표정에도 웃음이 번졌다. 신나게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쳤지만 이제는 가야 할 시간이었다. 매니저가 뒤에서 정말 안 된다며 손목에 찬 시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띠링-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였습니다. 선업 점수 200점이 추가됩니다.]아하, 요괴 잡은 것보다 선업 점수가 더 많이 오른다. 관객의 수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길바닥 즉석 공연이었는데도. 본업을 열심히 하면 선업 점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뜻이라 청우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륵.
카트 쪽에서 말랑말랑한 것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곧 데뷔할 블레시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때맞춰 정이원이 눈치 빠르게 자리를 정리했다. 청우도 서둘러 인사하고 곧바로 카트를 향해 뛰었다. 직전에 들은 소리는 분명 아이스크림 녹는 소리였다.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어느새 무대를 한껏 즐긴 멤버들은 청우가 서두르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걸었다가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다고 말해주자 부리나케 달려들었다. 다들 카트를 밀며 차까지 한달음에 뛰어갔다.
“으악! 내 아이스크림!”
“뛰어, 뛰어!”
“같이 가요!”
난데없는 공연을 흐뭇하게 찍고 있던 카메라맨도 헐레벌떡 뛰어왔다. 자체 콘텐츠 예능이라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대로 된 카메라는 딱 한 대만 붙은 터라 자신이 못 찍으면 저 흔들리는 셀프캠 영상밖에 쓸 것이 없다.
멤버들이 눈치를 보더니 속도를 줄여 빠른 걸음으로 차로 달려갔다.
“형, 얼른 가요! 아이스크림 녹는대요!”
“너네 때문에 못 산다. 진짜. 아니 그리고 뭘 이렇게 많이 샀어? 동네잔치라도 해?”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강 실장이 카트에 실린 박스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지만 청우는 웃으며 둘이 들기도 무거운 박스를 순식간에 트렁크에 실었다.
“출발하시죠. 아이스크림이 녹고 있습니다.”
“이제 고기 파티 하러 가요!”
***
“고기 파티, 고기 파티~”
김해월이 고기 파티에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가락을 붙여 부르고 있다.
“고기, 고기, 소고기, 삼겹살, 목사아알~”
“둠칫, 고기~ 둠칫 고기~”
거기에 청우와 이덕진이 가락을 붙였더니 즉석 아카펠라가 완성되었다. 신이 난 정이원과 미카엘까지 합류했다. 주지호는 눈치를 보다가 박자만 맞췄다.
“오른손으로 소고기, 왼손으로 삼겹살. 두 그릇이 뚝딱이네~”
멤버들이 신난 모습을 보며 강 실장이 혀를 찼다.
“누가 보면 너네 굶긴 줄 알겠다.”
하긴 기획사들이 클수록 애들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하기 때문에 몸무게까지 확인하면서 식단 관리를 한다고 들었다. 청우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터라 괜찮았지만 다른 멤버들 체질은 또 모르지. 운전자석에 달린 거울로 고기 노래를 부르는 멤버들을 훑는 강 실장과 눈이 마주쳤다. 저건 분명 밥 먹고 체중 확인하겠단 눈인데. 이 세계 어른들은 참 팍팍하구먼.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 숙소에 금방 도착했다. 트렁크를 열던 막내 매니저인 김규빈이 다시 봐도 어이가 없는 박스의 사이즈를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어떻게 들고 가려고? 나눠서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에요, 청우 형이 들기 편하게 나눠놨다고 했어요.”
김해월이 말하더니 좀 더 크고 무거운 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청우 형이 든다고 했고 나머지 박스는 둘이 나눠서 들으래요.”
“이걸 혼자 든다고?”
〈블링돌〉에서 힘쓰는 걸 보긴 했지만 프로그램상 과장이 섞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청우가 정말 그렇게 힘이 세다고? 예전엔 안 그랬는데?
자신의 과거 모습인 ‘이청우’를 제대로 알고 있는 강 실장이 더 이상 의심하기 전에 청우가 이제 알아서 하겠다며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매니저 김규빈을 꾹꾹 밀어내고 박스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빠르게 걸어갔다. 엄청 무거운 박스를 가볍게 드는 모습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 힘이 약해졌나?’하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강 실장을 뒤로한 채 블레시스 멤버들은 장 본 것들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위에 옥상 세팅 팀이랑 숙소에서 씻어서 가져갈 팀 나누자.”
정이원의 말에 불 피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청우가 위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래? 그럼 나도 위로 갈게. 덕진이가 애들이랑 준비해서 올려보내 줘.”
“네.”
이덕진은 어디서 났는지 앞치마까지 매고 주부 같은 모습으로 척척 가져온 것을 냉장고에 정리해서 넣고 파채를 씻어서 양념하고 있었다.
옥상으로 올라와 보니 여긴 또 신세계였다. 쭉 펼쳐진 광경은 도심인데 얇은 초록색 매트가 깔린 옥상은 촬영을 위해서인지 예쁜 줄 조명까지 달려 있었고 그늘막에 캠핑용 숯불 그릴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우와, 벤치도 있네.”
그네 형식의 나무 벤치 한쪽에는 나무까지 심어 있어 보기에도 예쁘게 잘 조경된 옥상 정원이었다.
탁 트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역시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좁은 땅에 이렇게 많은 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선계에서 보기에 개미와 다름없겠지. 인간에 불과한 그가 과연 선계에 계신 스승님의 업보를 나눠서 청산할 수는 있는 건지. 새삼 회의감이 들었다.
“청우야, 숯불 붙이자.”
“응.”
하지만 고기는 무상하지 않지. 게다가 중원의 고기는 신선해도 거칠고 냄새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의 고기는 부들부들하고 고소한 것이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같이 먹는 밑반찬은 또 어떤가.
“아, 우리 엄마가 백김치 싸주셨는데. 거기에 고기 싸 먹으면 끝나. 완전 둘이 먹고 둘이 죽는 맛. 덕진이한테 까톡 날려놔야겠다.”
“맛있겠다.”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 것 같다. 김치랑만 먹어도 맛있는데 새콤한 백김치라니.
고기 먹을 생각에 다시 신이 난 청우가 그릴에 숯을 채운 후 토치를 들었다.
“야, 이거 어떻게 써?”
“잠시만. 나 TV에서 봤는데.”
정이원도 캠핑을 자주 다닌 것은 아니라 둘은 어찌어찌 가스통을 넣고 토치에 불을 켰다.
화륵-
“오오. 켜졌다. 해봐 봐.”
“좀 약한데.”
가정용이라 그런지 불꽃이 세지 않았다. 이러면 이각(刻, 일각은 15분)은 걸리겠네. 청우가 스륵 정이원의 눈치를 보고 카메라가 안 보이는 사각지대에서 부채를 꺼내 살살 부쳤다.
염라선은 원래 이런 데 쓰는 건 아니지만 상관없겠지.
토치로 불을 붙이며 신나게 부채질을 하고 내력으로 공기를 순환시키자 일각이 되기도 전에 숯이 모두 빨갛게 달아오르며 불이 붙었다.
“야채 먼저 씻어 왔어요! 어, 벌써 불 다 붙였네. 숯불은 오래 걸린다고 덕진이 형이 찌개 준비하고 있던데.”
“내가 불을 좀 잘 붙여.”
들판에서 나무때기 주워다가 부싯돌만 가지고도 불을 붙여봤다.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청우가 으스댔다. 미리 세팅한 테이블에 음식들이 차려졌다. 이덕진과 주지호도 남은 음식들을 챙겨서 올라왔다.
“고기 파티, 가 아니고 숙소 입주 기념 제1회 블레시스 단합회를 시작합니다!”
“와아!”
정이원이 선언하며 콜라 잔을 들어 올리자 멤버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자 다들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 듯했다.
“고기 제가 구울까요?”
“아니, 내가 집도한다!”
고기를 굽겠다는 이덕진을 밀어내고 청우가 집게를 들었다. 토끼 고기는 구워줄 수 없겠지만 이건 구울 수 있지. 신중한 눈으로 고기를 올리고 지켜보는 청우를 보며 정이원이 환호했다.
“야 태우면 안 된다. 소고기는 한 번만 뒤집는 거야. 혹시 레어 먹는 분?”
스테이크 한번 썰어보자며 정이원이 묻자 대부분이 고개를 저었는데 주지호가 혼자 손을 올렸다가 조용히 다시 끌어내렸다.
“오케이, 지호는 살짝만 익혀서.”
“아니, 난 괜찮……!”
괜히 성가시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에 손을 내렸던 주지호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정이원이 청우에게 주문을 전달했다.
“형, 너무 구웠어요.”
“응?”
이덕진이 청우에게서 집게를 뺏어가서 소고기를 뒤집었다. 모든 것이 깨끗하고 잘 손질된 이곳에서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이덕진에게 밀려난 뒤였다.
“야, 고기 태울 뻔했잖아. 너 나와, 인마.”
그리고 정이원도 청우를 밀어내고 자기가 그릴 옆에 붙어 소시지와 삼겹살을 올렸다.
“형, 이리 와서 음료수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