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106)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106화(10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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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Ⅳ
신노아
이후로도 ‘공략’은 진행되었다.
그것은 반상 위에서 어지럽게 벌어지는 체스 싸움과도 같았다.
흑(黑)이 괴이. 백(白)이 인간.
그렇지만 체스말 숫자가 정해진 보통의 대국과 달리, 이누나키 터널이 보유한 말은 무수하게 많았다.
녀석은 일본 전역의 터널들을 집어삼켰다. 그 모든 장소에 얽힌 공포와 괴담을 모조리 독식했다는 뜻이었다. 괴담의 숫자만큼이나 반상에 올려 둘 수 있는 체스말은 차고 넘쳤다.
반면, 인간 측인 우리에겐 고작 72개의 졸병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조급하게 굴지 않았다.
어차피 내 체스말은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보충되었다.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컨티뉴’ 버튼을 눌러 게임을 지속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더 많아진 지식, 더 풍부해진 공략법을 가지고서.
[탐색대원이 사망했습니다.] [이상 무.] [전진.]141회차, 142회차, 143회차, 144회차, 145회차.
도합 다섯 번의 회차에 걸쳐서 나는 이누나키 터널을 공략했다. 그렇다고 이누나키 터널에만 모든 시간을 투자한 것도 아니었다.
느긋하게. 다른 괴이들도 토벌해 가면서, 어디까지나 72명의 사형수들을 소모할 뿐이었다.
회차가 쌓일수록 수싸움은 점점 더 나에게 유리해졌다. 더는 터널 입구에서 사망하는 사형수도 없어졌다. 그래피티에 홀리는 사형수도 적어졌다.
괴이와 내가 벌이는 수싸움의 기록, 체스의 기보(棋譜)가 고스란히 공략법으로 남았다.
그리하여.
[출구를 육안으로 확인.] [장의사 씨. 66번 사형수가 출구를 약 20미터 앞에 두고 사망했습니다. 사망 직전, 해당 사형수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나는 무전기를 쥐었다.
“뒤를 돌아봤을 뿐이고 다른 특이 행동은 일절 없었습니까?”
[예.]“그렇다면 오르페우스 신화가 뒤섞인 것 같군요. 동굴의 출구가 보이는 시점에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연인이 끌려가서 죽었다……. 신화가 이상하게 변용되어서 괴이한테 적용되는 건 자주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공략법에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면 절대로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는 문구를 추가해야겠습니다. 성녀님, 방금 사형수가 마지막 탐사대원이었지요?”
[네. 더 이상 가용할 수 있는 사형수는 없습니다. 다음 회차로 미루실 건가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고작 20미터밖에 안 남았다면 이번에 끝내 버리겠습니다. 마지막은 그래도 이번 작전의 담당자들이 다녀오는 편이 맞고요. 우리의 공략법을 검증하기 위해서…….”
힐끗.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협의체의 체면을 위해서 말입니다.”
유지원, 만엽묘, 허수검, 세 사람의 각성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지원아. 너는 여기 남아서 계속 지도를 관찰하고 있어라. 그냥 지도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상관없어.”
“예, 각하.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작전 지도만을 주시하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진 없고. 아무튼…….”
나는 두 명의 마법소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들의 눈빛엔 여러 감정이 담겨 있었다.
초조함. 한반도 측의 각성자들에게 토벌을 거의 맡겨 버린 것 아닌가 하는.
흥분. 지금까지 일본열도를 지겹도록 괴롭혀 온 괴이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일 찬스가 드디어 도래했을지도 모른다는.
슬픔과 미안함.
이 감정은 굳이 해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에 대한 감정도,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감정도 아니므로.
“가자. 만엽묘, 허수검.”
“…….”
“너희 동료들의 원수를 갚으러.”
두 사람의 눈이 서늘해졌다.
곧, 마지막 탐사대가 출발했다.
8
“1차 토벌작전에선 여러모로 방심했다냐.”
뚜벅. 또벅.
인간의 발소리가 터널의 시커먼 벽면을 타고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마법소녀들의 신발에 흙탕물이 튀었다.
“그야, 가만히 내버려 둬도 괴이를 뱉어 낸다거나 그런 일 없이 얌전하니까 말이다냐. 마을이랑 도시를 난장판으로 부서트리는 다른 괴이들에 비하면 아무래도 약해 보이지 않냥?”
[나고야와 교토 주변의 신사들 중 5곳이 연합해서 1차 토벌대를 꾸렸다오. 뭐, 그때야 그것이 ‘1차’가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소만.]“그 토벌대에 내 소꿉친구가 있었다냥.”
[소인의 친우이기도 했지.]뚜벅.
바깥에선 멀리 야산에서 흔들려 오는 쓰르라미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건만 터널 안쪽은 삿된 무음(無音)이었다.
발소리가 벽면을 타고 울릴 때마다 기기묘묘한 그래피티들이 야광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문양에 시선을 던지지 않았다.
“별은-새벽을-인도한다냐.”
어둠이 더 깊어지자 만엽묘가 가볍게 우산을 흔들었다. 그러자 우산 바깥이 어렴풋한 푸른색으로 빛났다.
마법이었다. 불세출의 마녀 당서린이 혼자서 주가영창(呪歌詠唱)을 개발하기 전까진, 이 세계에 유일한 마법 발동의 방식으로 알려져 있던 어절마법(語節魔法).
단어를 조립하여 시전자의 심상을 구현하는 마법으로써, 얼마나 많은 어절을 한꺼번에 엮어 내느냐에 따라 마법사의 격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후로 2차, 3차, 4차 토벌대까지 조직됐지만 결말은 비슷했다냐. 아. 이거 봐라냥.”
만엽묘가 우산 끄트머리로 바닥을 가리켰다.
비교적 흙탕물이 침범하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에 일본어가 새겨져 있었다. 대부분이 손상되었지만 해독할 만한 글자들도 더러 있었다.
-죽어.
-싫어. 더 이상 여기에 있기 싫어.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왜 나만 내버려 두고, 죽어. LCNA. 1199.
-후일 이곳에 오게 될 탐색자 혹은 협의체의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둡니다. 우선 절대로 중앙으로 걷지 마십시오. 중앙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도 말고 만약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살려 주세요.
만엽묘가 우산을 들어 올리자 바닥의 글자들도 다시금 영원한 어둠에 파묻혔다.
“전부 이전 토벌대의 흔적이다냐.”
[이곳이 감마 포인트였지, 아마도?]“우냐. 이누나키 터널의 침식에서 그나마 안전한 구역마다 이렇게 표식들을 남겨 두기로 했다냥.”
이들도 공략법을 만들려고 시도했다. 나처럼.
“그치만 ‘그나마 안전한 지역’이 ‘완전히 안전한 지역’은 아니다냥. 이 지침들을 믿고 따라가던 4차 토벌대는 괴멸했다냐.”
“…문서 오염이 이루어졌군.”
“정확하다냐. 이 씹어먹을 새끼가, 3차 토벌대에선 아무 짓도 안 하다가 4차 토벌대가 왔을 때부터 장난질을 치지 뭐냥.”
공허에서 괴이들이 인간의 언어를 흉내 내는 것은 희귀한 일이 아니었다. 언어뿐만 아니라 목소리, 행태, 외관까지 곧잘 따라 했다.
지금처럼.
-만엽묘!
-허수검? 허수검, 맞지?
-역시 우리를 구하러 와줬구나!
-우리 제자, 장하구나. 언제나 믿고 있었단다.
허수검이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벙어리인 그녀의 입에서 비웃음은 흘러나오지 않았으나, 그렇기에 미소의 온도는 더 선명했다.
[지랄하고 자빠지는구려.]“아는 사람들인가?”
[아아, 동료이자 스승님이지. 방금 만엽묘가 말한 4차 토벌대의 대장이었소. 감마 포인트에 하반신이 떨어져 있었다던데 다행히도 목소리는 멀쩡하시군.]뚜벅.
마법소녀들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걸었다.
문득, 일행들의 발소리가 음소거된 비명으로 느껴졌다.
괴이는 갖가지 함정패를 꺼내 들었으나 우리가 속아 넘는 일 따윈 벌어지지 않았다. 1번에서 77번까지 기록된 ‘이누나키 터널 공략법’은 우리를 출구까지 인도했다.
멀리서 출구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만엽묘오오오.
불쑥! 우리들의 등 뒤에서 팔뚝이 튀어나왔다. 마치 우리를 껴안으려는 것처럼.
손목에는 아기자기한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옷소매도 프릴이 달렸다.
-왜 그래? 어서 손을 잡아줘.
-우리를 구해주러 온 거 아니었어? 협의체는? 본부가 우리를 버린 거야?
-같이 돌아가자, 만엽묘. 아니, 리카.
시종일관 냉정했던 마법소녀들의 얼굴에 살짝 금이 갔다.
-우리 올해에 첫눈이 내리면 같이 또 모이자고 약속했잖니. 야히코산에서.
“…….”
-나 아직, 리카랑 한 약속 기억하고 있으니까.
만엽묘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린다는 사실을 나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정보를 구태여 상기시키는 대신 가만히 침묵을 유지했다. 허수검 역시 전음마법을 쓰지 않았다.
“…진짜, 개 같다냥.”
터널에 중얼거림이 흘렀다.
“그건 벌써 7년 전에 했던 약속 아니냥. 그런데 빌어먹을, 첫눈이 내리는 기준이 정확히 뭔지 정해 놓지도 않고 네가 토벌대로 떠났다냥. 홋카이도에 내린 눈이 첫눈이냥? 아니면 우리가 그때 있었던 마을에 눈이 내려야 첫눈이냥? 그딴, 진짜 쓰레기 같은 약속도 따로 없었다냐.”
-…….
“그래서 홋카이도에 눈이 내렸을 때, 마을에 눈이 내렸을 때, 네 고향이 눈이 내렸을 때, 다 합쳐서 3번이나 야히코산에 올라갔다냥. 개처럼 고생했다냐. 그리고 그때마다 넌 없었다냐. 추워서, 추워 뒈지는 줄 알았다냥.”
-…….
“요우. 대체 어디서 어떻게 뒈졌길래 시체 쪼가리 하나 발견할 수 없었나 궁금했는데- 이딴, 좆 같은 터널에서 무해한 인간들이나 꼬시고 있었냥? 신을 모시고 사람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또 어디로 간 거냥? 개 같은 새끼다냐. 진짜로…….”
그때 내가 본 광경을 아직 잊지 못했다.
우리의 등 뒤에서 튀어나와 그저 허공을 휘젓기만 했을 뿐인 ‘손’이, 가만히 만엽묘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손깍지를 끼면서.
-미안. 같이 돌아가자.
“…….”
-리카.
인간의 소리가 터널의 시커먼 벽면을 타고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비는 한참 내렸다.
뚜벅.
우리는 걸었다.
빛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의 코를 괴롭히던 이끼 냄새와 시체 냄새는 점점 더 풀잎의 향내에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리하여 음소거된 비명이 쓰르라미 소리로 바뀌었을 무렵.
[도착했습니다. 장의사 씨.]우리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별다른 말을 주고받지 않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다. 터널의 출구. ‘이누나키’라고 새겨졌던 현판에는 어느새 다른 이름이 조각되어 있었다.
소로지다니 터널(曽路地谷隧道).
괴이에게 사로잡혀 파먹히기 전, 이곳의 터널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이름이었다.
그 이름 아래, 수백, 수천 구의 시체들이 터널 너머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
[…….]시체의 대다수는 마법소녀의 화려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시독(屍毒)의 새까만 진흙물과 시간의 풍파에 드레스들은 썩어 가고 있었다.
그중 한쪽 팔이 없는 시체를 앞에 두고 만엽묘가 무릎을 꿇었다.
본래 만엽묘도 1차 토벌대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터널 바깥에서 대기하는 역할을 배정받은 바람에 생존했었다는 이야기를, 나는 나중에 가서 알게 되었다.
괴이 이누나키 터널.
이명: 삼도천, 지옥 갤러리, 오르페우스의 저승길
위험등급: Lv.3 대륙급(Continent)
토벌 완료.
9
후일담, 첫 번째.
일본열도에선 모든 터널이 차례차례 정상으로 되돌아왔으나, 어째선지 대한해협을 가로지르는 해저터널만큼은 멀쩡히 존재했다.
물론 ‘멀쩡히’라고 해 봤자 공략법을 철저하게 지켜서 걸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원래 이누나키 터널이란 괴이가 지녔던 위험들은 전부 다 해저터널에 남았다.
노도하가 눈썹을 찌푸렸다.
“기이하군요. 애당초 해저터널은 가상의 구조물이었으니 사라지는 게 옳지 않습니까아……?”
“글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제가 괴이 전문가라 해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라서요.”
“흐으음…….”
부산 앞바다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해저터널을 바라보며 노도하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어, 여차하면 저쪽이랑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하면 나쁘진 않겠습니다…….”
이 해저터널과 관련된 이야기는 바로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하겠다.
10
후일담, 두 번째.
145회차 이후부터 나는 되도록 일찍 일본열도에 한 번씩 방문하기로 했다.
목적은 단순했다. 협의체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기 전에, 미리 이누나키 터널을 토벌해 두기 위해서.
물론 내 소중한 심령 사진기를 파밍하기 위함이라는 목적도 있었고.
그리하여 146회차. 사진기를 얻은 다음 이누나키 터널에 도착하자, 멀리서 익숙한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 아니겠는가.
“후냥? 선객이 있었다냐?”
만엽묘였다.
이전 회차보다 조금 더 어리고 조금 더 미숙한 얼굴.
그래서 만엽묘의 손에는 우산 대신 다른 것이 이어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냥, 요우? 대무녀님은 우리보고 터널 입구를 봉쇄해 놓으라고 명령했다냐.”
“일단 물러나라고 주의를 주면 되지 않을까?”
“우냐, 그치만 딱 봐도 아우라가 굉장한 사람이다냐……. 아. 저쪽도 이쪽을 눈치챈 거 같다냐.”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 리카.”
나는 두 손을 들어 적대 의사가 없음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갔다.
황금색 머리카락의 만엽묘와 대비되는, 새까만 머리카락을 지닌 마법소녀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 처음 보는 얼굴인데. 마을 사람은 아니지? 여긴 오늘부터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야. 실종신고가 들어왔어.”
“한국에서 온 각성자다.”
“한국……? 한국에서 여길 왜?”
흐음.
상대방의 눈엔 불신과 경계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나 장의사, 이래 봬도 사람들이랑 사귀는 데엔 도가 튼 회귀자였다.
우리들 사이에서 약 4분의 대화와 4봉지의 과자가 오갔다.
“맛있다냐아아!”
“수십 일 만에 먹어 보는 초콜릿……. 거짓된 초콜릿이 아니라 카카오의 진한 풍미에서 느껴지는 진품만의 품격…….”
“흐아, 녹아내린다냐앙…….”
“그럼 이제 우린 친구인 건가?”
“이예이! 토모다치다냐!”
마법소녀들은 터널 입구에 열심히 금줄을 둘러쳤다. 그리고 나한테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며 수차례 강조한 뒤, 유유자적 떠나갔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멀어지는 광경을 나는 제법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찍어 둘까.”
찰칵.
그때 내가 심령 사진기를 들어 이누나키 터널을 촬영해 본 것은 순전히 기분 탓이었다.
이 순간을 기념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고나 할까?
지지이잉- 소리와 함께 사진이 인화됐다. 아직은 이누나키 터널이 일본의 온갖 터널들을 집어삼키지는 못한 시점이라서 그런지, 사진은 예전에 비해 한참 얌전했다.
마법소녀들의 시체도 없었거니와 팔다리나 머리들이 불쾌하게 전시되지도 않았다.
다만 터널 입구를 가로막은 돌벽.
그곳에 새빨간 글씨가 적혀 있었다.
-어서 돌아와. 벌써 7번째네?
나는 카메라를 들어 올린 채 잠시간 몸이 굳어 버렸다.
삼나무숲에서 쓰르라미가 울고 있었다.
…단지 내가 회귀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치 저 괴이가 알고 있다는 냥 시늉했기 때문에 섬찟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시늉이야 단순히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사태’를 환영으로 보여 주는 능력만 있어도 성립했다. 이누나키 터널처럼 고도의 환술 능력을 가진 괴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내가 최초로 이누나키 터널을 맞닥뜨린 것이 141회차였다. 142회차, 143회차, 144회차, 145회차……. 마침내 146회차 때 다시금 터널과 마주하러 이곳에 왔다.
다 합쳐서 ‘6번’.
하지만 이누나키 터널은 나와 마주친 것이 벌써 ‘7번째’라며 나를 환영했다.
과연 나머지 1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보행자. 結.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