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114)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114화(1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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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가 아닌 자 Ⅱ
신노아
4
기왕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소설 ‘독을 마시는 새’의 저자(766회차엔 정말로 집필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설의 설정은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방대하고 탄탄할 필요는 있지만 드러내어 밝히면 나무는 말라 죽게 된다.
이는 비단 세계관 설정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도 적용된다.
주인공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든 ‘하얀 안개’와 같은 여백이 저 시야의 가장자리에 어른거려야 한다.
주인공의 무지로 남겨져 있는 백색 황무지야말로 사실은 문장과 묘사에 계속해서 풍족한 양분을 주입해 주는 꿀땅.
당연히 캐릭터들… 인물들의 정보도 항상, 어느 정도는 안개에 가려져야만 한다. 이 사람의 지력이 어느 정도인지, 스킬이 무엇인지 어찌 단번에 알아낸단 말인가?
고로 상태창은 해악이다.
비유컨대 상태창이란 대지의 미네랄과 공기의 질소를 무차별적으로 삭제하는 만행이나 다름없다.
결코 내가 심아련 때문에 빡쳤기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 아주 논리적이고도 정당한 명분이 있다 이 말씀이다.
설령 내가 서브컬처 전반에 취미를 붙인 건 555회차부터고 지금은 133회차여서, 실제로는 상태창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지 않았냐, 지금 씨불이는 소리는 다 후대에 의한 역사왜곡 아니냐, 하는 반론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다.
이건 모순이 아니라 오히려 133회차의 내가 예언적 직관을 보유했음을 증명한다. 서브컬처에 무지한 시절의 나조차도 상태창을 마주했을 때 저것이 ‘해로운’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상태창 따위에 의존하면 사람이 나약해진다.”
나는 즉시 행동에 나섰다.
SG넷에서 여론전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각성자랑 마주칠 때마다 상태창이 얼마나 나쁜지 일일이 강조했다.
“예? 형님?”
“나 때는 자신의 근력이 어느 정도인지 헤아리기 위하여 괴이들과 싸워 가며 조금씩 역량을 가늠했다. 바로 그렇게 탐구해 가는 과정, 생사를 건너면서 적을 시험하고 동시에 나를 시험하는 경험이야말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그런데 요즘 것들은 내 근력이 B이니 슬라임 정도는 간단히 물리칠 수 있다 호언장담하는 것이다.”
“어…….”
“이 얼마나 무지한 발언이란 말인가? 슬라임은 근력만으로 물리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거니와, 늪지대에서 상대하는가, 아니면 좁다란 미궁에서 상대하여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천장에서 떨어지는가에 따라 위험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공허. 그곳은 애당초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공간이기에 공허다.”
“…….”
“어찌 상태창에서 표시해 놓은 알파벳 나부랭이만을 믿고 자신의 기량을, 상대의 역량을, 더 나아가 공허의 심도를 가늠하겠는가? 상태창은 그 자체로 오히려 하나의 괴이요, 각성자들의 의식을 오물로 더럽히고, 인류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바보 상자’임에 틀림없다! 상태창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자기 단련을 소홀히 한 각성자들을 차근차근 멸망시키려는 괴이의 악독한 수작을 왜 몰라보는가!”
“저기…….”
서규가 손을 들어 올렸다.
“한 가지만 여쭤도 될까요, 형님?”
“뭐냐.”
“왜 말투가 그러십니까?”
“각성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기 위한 기고문 초고다. 이렇게 써서 SG넷에 올릴까 싶은데 어떻니? 서규야. 막 가슴이 웅장해지고 각성자의 본분이 새삼 새롭게 느껴지고 그러지 않냐?”
“아, 음…….”
“설마 서규 너도 상태창을 외친 건 아니겠지? 부산역 대합실에서부터 너를 끌고 일대일 교육을 얼마나 시켰는데 그런 추잡한 괴이에 자신의 판단력을 맡겨 버리진 않았으리라 믿는다.”
서규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관상학에 의거하자면 ‘이 형님 또 왜 이러실까’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안면근육 상태였다.
그 옆에서 심아련이(아직도 있었다) 서규한테 소곤거렸다.
“사, 상태창 떴는데 스스스끕 능력 없으셨나 봐요. 가챠 폭망…….”
“아, 그래서 저러시는 거구나.”
“네, 네에……. 아앗? 바, 방금 어디선가 어마어마한 어그로의 기운이? 헉!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제 심장에 어그로가 마구마구 쌓이고 있어요! 느, 능력이 실시간으로 강화되고 있는 게 느껴져요! 마, 맛있어! 너무 맛있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맛보지 못한 진미……! 도, 도대체 누가 저에게 이만한 원망을……!”
“너희들 앞으로 6달 동안 커피 없다.”
서규와 심아련이 비명을 끼야아악 질렀지만 사뿐히 무시했다. 이 녀석들은 불편함의 소중함에 대해 좀 더 절실히 깨달아야만 했다.
-ZERO_SUGAR: [장문] 현재 한반도에 출현하고 있는 하나의 유령 ‘상태창’에 관한 기고문 ~만국의 각성자들이여, 각성하라!~
나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이미 괴이의 거짓된 편리함에 찌들 대로 찌들어 버린 각성자들은 전혀 호응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었다.
-익명: ? 뭐임, 이거?
-익명: 개그임?
-익명: 아니, 씨발 레전드네ㅋㅋㅋ
-[백화]고등학교10학년: >_<);;;;;
-익명: 나 이거 초등학교 때 봤어! 옛날에 노비들이 땅굴 편하다고 그러니까 어디서 감히 상놈들이 겨울바람을 피하려 드냐고 깨부숴 버린 윾교 틀딱 얘기지?
└[國道]사관: 고려 시절 이규보라는 문인의 일화입니다. 원문을 보면 ‘夏熱冬寒, 四時之常數也. 苟反是則爲恠異’. 즉,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것은, 사계절의 상수다. 이에 반대되면 괴이하다’. 공교롭게도 원문에서도 괴이(恠異)라는 말을 썼습니다.
└익명: 너 뭔데 똑똑하냐?
└문학소녀: 오.
-dolLHoUse: 오빠…….
-고려장: ㅋㅋㅋㅋㅋ
-고려장: ㅋ
-고려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려장: 이 새끼 상태창에서 근력 지력 스킬 F급 뜸 내가 봄ㅋㅋㅋㅋ
└익명: 아하!
└익명: 우린 그런 줄도 모르고ㅠㅠㅠ
“…….”
SG넷 어디에도 나를 옹호하는 여론은 없었다.
이것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두 눈 멀쩡한 선각자의 고통인가.
…아니, 엄밀히 말해서 옹호론이 딱 하나 있긴 했다.
-[율도국]검후: 아, 이 아해의 말이 실로 옳다! 자신의 눈에만 무언가가 보임은 환각이요, 예부터 환각에 사로잡힘을 광기의 징후로 진단하는바, 무림의 동도들이 일제히 환각에 사로잡힘은 다름 아니라 집단광기라 할 수 있으렷다. 오호통재라! 피치 못할 광기는 비극이라 하겠으되 자기들이 원해서 미치는 소행이야 뭐라 말하겠는가?
└익명: 틀딱듀오 어서 오고
└익명: 삼국지틀딱 vs 무협틀딱……. 가슴이 웅장해진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옹호였다.
SG넷에서는 종종 나와 검후를 둘로 묶어서 싸잡아 취급하는 못된 놈들이 존재했는데 검후의 엄호 사격이 이런 선입견에 기름을 끼얹었지 뭔가.
“…좋다.”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괴이, 네놈의 승리다.”
이건 혼잣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상태창’은 정신착란계열 괴이인 게 확실했으므로, 어디에도 있었으며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네놈의 승리가 확정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나는 다시 나타나서 결국에 네놈을 거꾸러트릴 것이다.”
[…….]“성녀님. 아무 말씀 안 하셔도 저 지켜보고 계실 때는 숨소리 들립니다.”
[아. 네. 조심하겠습니다.]그리하여 우리는 조금 더 높은 스테이지로――.
까놓고 말해서 134회차로 넘어갔다.
“히이익? 어, 어째서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만한 어그로가 저절로 생성되는 거죠……? 마, 맛있긴 한데. 무서워! 기, 길드장님! 정체를 모르는 누군가가 저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증오하고 있어요! 실시간으로! 매일매일! 도, 도와주세요오!”
“…….”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134회차의 심아련은 역대급으로 스킬을 강력하게 각성했다.
물론 이런 사소한 해프닝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성녀에게 신신당부했다.
“성녀님. 앞으로 3일 뒤부터 상태창이란 괴이가 전국적으로 관찰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 네.”
“상태창이 어떤 괴이였는가는 지난번에 설명 드렸으니 기억하시지요?”
“예. 무척이나. 노도하 씨와 제 앞에서 3시간 동안 열변을 토하셨는걸요.”
“좋습니다. 이제 타이밍을 노려서 성녀님이 상태창을 하이재킹 해 주십시오.”
성녀가 눈을 깜빡거렸다.
“…예?”
“상태창을 띄워 주는 것이 마치 성좌의 권능인 것처럼 꾸미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럼 상태창을 외칠 때마다 각성자들이 감사해하는 마음이, 아무튼 감정이, 전부 성좌들한테로 쏠리겠지요. 사람들은 성좌의 위대함을 노래할 것이고 그게 사실 괴이였다는 사실을 절대 모를 것입니다.”
“…죄송해요. 제가 장의사 씨의 제안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그러니까. 음……. 괴이의 공적을 빼앗아서 저희 것으로 만들어 버리란 말씀, 일까요?”
“표현이 조금 과격하지만, 예. 그렇습니다.”
“아…….”
성녀가 신음을 흘렸다.
신조차 모독하는 사상 최대의 괴이 사냥꾼 나 장의사의 책략에 감탄해 버리고 만 것이리라.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노도하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대단합니다. 이젠 하다 하다 사람도 아니고 괴이의 실적까지 강탈하는군요. 심지어 지난번엔 댁, 상태창이란 편리함에 중독되면 나태해지네 어쩌고저쩌고 틀딱 토크를 지껄이지 않으셨는지? 왜 이제 와서 하이재킹하라고 그럽니까? 설마 이게 회귀자의 격이라는 것일까요…….”
“흠.”
“칭찬 아닙니다, 병신아…….”
나의 작전은 완벽했다.
정확히 SG넷에 최초로 상태창 인증글이 올라오는 순간을, 나는 당연하게도 [완전 기억 능력] 덕택에 초 단위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작전에는 일말의 실패도 용납되지 않았기에 아예 용산으로 올라와 성녀의 자택에서 지휘를 진행했다. 성녀와 나는 나란히 게이밍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스탠바이.”
“…….”
“스탠바이, 스탠바이. 3초, 2초, 1초―― 지금입니다! 성녀님! 지금!”
성녀가 두 손을 모았다.
그 순간.
-익명: 오늘도 눈 뜨자마자 스테이터스 오픈 외쳤다 상태창 떴냐? (191일 차)
-익명: 떴으니까 올리지ㅋㅋㅋㅋ (191일 차)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SG넷에도 인증글이 올라왔다.
비단 최초 목격자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역의 각성자들에게 동시에 성좌톡이 발송되었다. SG넷에선 ‘뭐냐?’ ‘헉 님들 방금 성좌 메시지 받음’ 따위의 글들이 올라왔고, 뒤따라서 ‘진짜로 상태창 뜨는데?’ ‘이게 왜 진짜임?’ 같은 인증글로 도배되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성공입니다! 성녀님! 성공했어요! 정말로 잘하셨습니다!”
“…네.”
이 한순간의 타이밍. 괴이를 엿 먹일 수 있는 최적의 기습을 위해, 성녀는 잠시 시간에다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놓고 한반도의 모든 각성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어찌 통쾌하지 않을쏘냐. 도시락 시켰더니 배달원이 다 빼먹은 찬합을 본 순욱도 이것보단 덜 놀랐을 거다.
-익명: 구국의 성녀 << 역대 성좌들 중 GOAT면 개추ㅋㅋㅋ
-익명: ㄹㅇ그냥 이 새끼가 정답임ㅋㅋ
└익명: 새끼?
└익명: 님이라고 불러라 어디서 감히
-문학소녀: 스킬이 뭔지도 알려 줘 개발법도 뭔지 알려 줘 이젠 상태창까지 선물해 줘 도대체 어디까지 아낌없이 퍼주시는 겁니까 GOAT시여…….
당연하지만 본래라면 괴이에게로 향했을 신앙심도 전부 성좌로. 즉, 성녀한테로 모여들었다.
재주는 괴이가 부리고 돈은 인간이 번다. 이것이 회귀자만의 지극한 도(道)다.
“어떠냐. 이걸로 장군, 외통수다.”
“…….”
상태창 괴이는 무력화되었다.
이때의 내가 미처 짐작하지 못한 사실은, ‘상태창’이 어디까지나 소외신 무간이 토벌됨으로 인해 생겨난 빈틈의 여파였다는 것이다.
지진의 여진들이 그러하듯 공허의 여파들도 여러 차례 발생한다.
쿠웅!
내가 상태창을 압도했노라 희희낙락하고서 며칠 지나지도 않아, 심아련이 내 문을 박차고 굴러 들어왔다.
“기, 길드장니이이임!”
“…아련아. 누누이 말하지만 에스급이든 뭐든 그런 말류적인 것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스스스끕이에요. 두 번 다시 틀리지 말아 주세요.”
“아.”
“앗! 아,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 그것도 중요하지만! 크, 큰일이에요! 어, 얼른 바깥으로 나와 보세요!”
심아련이 내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순간적으로 ‘근력 E급따리가 끌어당기는 힘이라서 그런지 몸이 안 움직이네’라는 명제가 내 목구멍을 치받고 입주름까지 건드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참아냈다.
나는 아직 거기까지 영락하진 않았다.
어쨌거나 길드 바깥의 공터(아직 이 시기엔 해저터널을 아지트로 삼자는 발상에 도달하지 못했다)으로 나와 보니, 슬라임 한 마리가 반 시체 상태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아아아앗! 벌써 도망간다! 잇! 잇! 멈춰어! 어디서 슬라임 따위가……!”
아마도 이 슬라임을 패 놓은 장본인이 심아련이었는지, 슬라임은 명백하게 이쪽을 경계하며 꿈틀꿈틀거렸다.
심아련이 몽둥이를 집어 들었다.
“이, 이거 보세요! 길드장님! 두 눈 콰앗 뜨고 보셔야 해요……!”
콰앗 뜬다는 게 무슨 뜻일까.
크립티트 생명체의 언어는 날이 갈수록 난해해진다는 감상을 품고 있자니, 심아련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나는 두 눈을 콰앗- 떠 버렸다.
“…헛?”
“보, 보세요. 헤헤. 잘 보셨죠……?”
내가 놀란 까닭은 심아련의 몽둥이질에 너무나도 심오한 묘리가 담겨 있어서도, 슬라임에게서 이전에 본 적 없었던 화학적 반응이 발생해서도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슬라임의 몸통 위쪽의 ‘허공’에서, 여백의 미로 남겨져 있어야 했을 그 부분에서 반응이 목격되었다.
[DAMAGE!] [91!]떠 있었다.
슬라임의 몸통 위에, 영문자로 ‘데미지’가. 그리고 그 데미지의 ‘수치’가.
과장스러운 볼드체로 빨간색 글자가 떠다니더니… 잠시 후에, 사라졌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직후 벌어졌다.
뾰로로롱♪
우스꽝스러운 효과음이 한차례 울렸다. 그러더니 심아련이 앗, 하고 허공의 상태창을 조작하듯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겨, 경험치 들어와서 레벨업 됐다…….”
“경험치? 레벨?”
“앗, 네. 매일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슬라임 치기를 하는데 갑자기 데, 데미지라거나 그런 게 뜨더라구요. 상태창에도 경험치랑 레벨이 새로 추가됐고…….”
“…….”
“저, 저는 레벨 13이래요! 아. 방금 올라서 14……. 길드장님은 몇으로 떠요? 네? 에헤헤. 막막 혼자서 99레벨 뜨는 거 아니에요?”
심아련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거렸지만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어디선가 괴이의 환청이 들려오는 듯했다.
-외통수? 아니, 멍군이요.
-어딜 보십니까? 그건 제 잔상입니다.
상태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경험치. 레벨업 시스템.
이 모든 요소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괴이의 정체는 다름 아니라 RPG… ‘롤플레잉 게임’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