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126)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126화(12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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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자 Ⅲ
신노아
5.
새삼스럽지만 노도하는 실용주의자였다.
흑묘백묘를 뛰어넘어서 검은 쥐든 하얀 쥐든 아무튼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는 극단주의자이기까지 했다(실제로 쥐는 아포칼립스에 좋은 영양분이었다).
요컨대 노도하는 상대가 사이비든 뭐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극한의 효율을 쥐어짜내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이용하자고요? 부활교를?”
“예에. 일단 장의사 각성자의 예의 ‘회귀자 위키’에 여쭙고 싶습니다만……. 부활교 저거, 오래가지 못하지요……?”
“물론입니다. 부활교는 늦어도 3년 뒤에 망합니다.”
그렇다.
부활교가 제아무리 미친 확장세를 보여 준다 해도, 북한 지역뿐만 아니라 만주 일대까지 넘본다 해도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얼마 안 가서 패망할 예정이거든.
우담바라의 신불교와는 달랐다.
우담바라는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실제로 ‘혜택’을 보장했다. 신불교도들은 팔이 잘려도, 머리가 반파되어도, 내장이 갈려 나가도 끊임없이 재생할 수 있었다. 심지어 밥을 안 먹고 광합성만 해도 잘 살았다. 체납 만기일이 도래할 시 세계수에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사소한 단점만 없었더라면 나도 신불교로 개종했을 거다.
반면 부활교는?
“모광서라는 괴이에겐 아무런 능력이 없습니다. 부활할 때마다 반짝이는 걸 제외하면 정말 아무 능력이 없어요.”
“흐음…….”
이미 여러 차례 검증이 이루어졌다.
어떤 회차에선 아예 모광서를 납치해서 생체실험까지 진행했다. 오러로도 지져 보고 볶아 보고 태워 보고 별의별 난리를 다 쳐 봤더랬지.
‘이래도 안 죽어? 이래도?’
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조졌으나 결과는 시원찮았다. 모광서는 매번 부활했다.
어느 날엔 유성우가 낙하하는 지점에다 모광서를 묶어 놓았다. 주변 일대를 모조리 잿빛 영역으로 초토화시키는 유성우조차 모광서를 죽이진 못했다.
UFO에 모광서 살해를 의뢰한 적도 있었다. 동해에 외계인들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서 어선에다 모광서를 태워 보냈다.
-캬아아아아악!
-키야악! 캬아아악!
우주 최강의 전투 종족이 모광서에게 달려들었다.
번쩍! 번쩍! 모광서는 1초에도 수십 번 죽어가며 사방으로 눈갱을 터트렸다. 동해는 삽시간에 세계에서 제일 핫한 클럽으로 변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키야아악…….
-캬악, 캬아아아…….
우주라는 환경은 버틸 수 있어도 어째선지 H₂O에는 소금처럼 녹아 버리도록 설계된 기적의 UFO가 침몰했다.
클럽 파티에 온 힘을 쏟아부은 외계인들 역시 액상이 되어 흘러내렸다. 이 새끼들은 그냥 제한 시간이 3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 울트라맨이었다.
빵긋-
외계인들이 미끈미끈한 슬라임으로 진화해 버린 가운데 오직 모광서만이 어선 위에서 멀쩡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생명력.
하지만… 그뿐이었다.
모광서가 뿜어내는 빛엔 성스러운 축복은커녕 박카스만 한 피로회복 효과조차 없었다. 그냥 눈이 부셨다.
좀 많이 부셨다.
인간의 각막에 타격을 입히는 것 말고는 정말로, 아무런, 어떠한 의미도 없었다.
-오오! 지상을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돌아오신 모광서 예수 그리스도이시여!
-믿습니다아아아악!
그런데 어째선지 사람들은 모광서에 뻑 가 버렸다. 반짝이는 거 말고는 전혀 효용이 없는 존재를 신으로 받들어 숭배했다.
도대체 왜?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았으면 나도 평양으로 달려가서 모광서 아멘 외쳤지.
세상사란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뭐어, 왜 그러는지 이유를 분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거야 심리학자나 사회학자한테 맡기십쇼. 저희한테 중요한 사실은 부활교에 동원력과 행동력이 있다는 것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노도하가 말했다.
“저희야 어차피 몇몇 거점들만 사수하면 됩니다. 흐. 그런 와중에 부활교가 북쪽에서 조금이라도 괴이들의 어그로를 끌어 준다면 이득 아니겠는지…….”
“아. 혹시 부활교를 인의 장막으로 만들 작정입니까?”
“예에…….”
깡.
노도하가 발목 고정 보장구를 가볍게 망치로 두들겼다. 노도하는 국도관리대장이 되고 나서도 딱히 긴급한 현안이 없으면 손수 보장구를 제작하거나 수리했다.
언제나 있는 일상. 노도하가 보장구에 붙여 놓은 메모에는 신수빈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녀를 ‘국도관리대장 각하’가 아니라 여전히 ‘보장구기사 선생님’으로 대하는 노인들 중 하나였다.
“장의사 각성자.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부활교는 북진 말고는 딱히 우리한테 민폐 끼치는 게 없습니다. 죽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한테 몸빵 역할을 맡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생명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 아닐련지요……?”
“음.”
나는 턱을 짚었다.
이전 회차들에선 부활교에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부활교가 대한민국의 잔재가 느릿하게 자살하는 장례식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기독교. 한국에 가장 넓게 뿌리를 드리운 종교. 부활교는 그 종교의 언어와 문법을 겉으로만 흉내 냈다.
북진. 한국에 가장 오래도록 뿌리 박혔던 이념. 부활교는 이 이념의 색깔과 냄새를 또한 차용했다.
사이비 중의 사이비.
기생충 중의 기생충.
그렇지만 숙주가 사망하면 기생충도 살아남을 수 없다. 문명은 멸망했다. 대한민국은 죽었다.
이미 예전에 숨이 끊어진 시체 위에서 단지 기생충들만이 남아 마지막 계절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존경하진 않았으되 그들의 죽음은 존중했다. 사람에겐 자신의 죽음을 고를 권리가 있어야지 않겠는가. ‘동방신성국’과 ‘평양신성시’는 그들 스스로 드러누운 무덤이요 관짝이었다.
“저희가 부활교의 뇌를 파먹읍시다…….”
그리고 노도하는 필요하다면 시체도 이용하려는 사람이었다.
노도하의 눈동자에 음울하게 진 그늘 앞에서 나는 잠시간 개인적인 감상을 접어두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존경하지 않는 삶들을 위해 내게 소중한 삶의 의견을 무시할 필요 따윈 없었으므로.
“우리 쪽에서 동방신성국의 수뇌부를 장악해서 흑막 놀이를 해 보자는 말씀이군요.”
“예에…….”
“쉽지만은 않습니다. 동방신성국은 국가가 아닙니다. 하나의 집단조차 아니지요. 모광서라는 상징 아래에서 이합집산하는 사이비 무리들에 불과합니다. 소위 ‘사도’라 불리는 열두 명의 간부들을 전부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거나, 그중 한 명을 챔피언으로 선택하여 ‘교황’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당연히 동방신성국이 계속 유지되도록 저희들의 지원이 물밑으로 흘러가야 할 거고요.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겠습니까?”
“없지요. 그만한 가치는 없습니다…….”
흐, 하고 노도하가 웃었다.
“하지만 모광서 한 놈만 조종할 수 있으면 남는 장사가 되지 않을지……?”
“예? 어떻게요? 참고로 천요화의 세뇌 능력을 사용하려는 거라면 예전에 이미 시도해 봤습니다. 모광서가 부활할 때마다 세뇌도 같이 리셋되는 바람에 안 됩니다. 요화가 무슨 주일마다 평양에 올라가서 전도사 노릇을 할 수도 없고요.”
“아니, 백화 길드장 말고. 댁 길드에 놈팽이 한 마리 있지 않습니까. 걔는 뒀다가 국 끓여 먹으시게……?”
나는 눈을 깜빡였다. 놈팽이?
“아.”
그 수가 있었구나.
6
“기, 길드장님? 왜 갑자기 저, 저를 보고 그, 그러시는 건가요……?”
“아니, 아련이 너 말고.”
“흐에?”
우리 길드에는 놈팽이가 두 명 살았다.
한 명은 장래희망이 퀴렐 교수의 혓바닥인 심아련. 나머지 한 명은 심아련의 품에 안겨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놈팽이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투명한 실에 의해 연결된 소파 뒤편의 가정부가 입을 열었다.
“왜?”
인형사 이하율.
하율이는 내 썰에서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았는데 이유야 간단했다. 이따금씩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훌쩍 떠나 버렸거든.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역마살 도진 한량이라 표현해도 무방했다. 하율이는 딱 전선(傳線)으로 써먹을 분량의 인형실만 뽑아내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어디론가 유랑을 떠났다.
이따금, 진짜 뜬금없이 가끔.
‘이번엔 인도 여행 가고 싶어. 오빠.’
‘우유니 호수. 우유니 호수에서 주먹밥 만들어서 먹자. 밥은 오빠가 만들어 줘.’
라며 나한테 졸라서 위험지역으로 여행 가는 경우마저 있었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던가. 해당 법칙은 세기말에도 유감없이 적용되었다. 이하율은 아포칼립스 생활 자체를 만끽하고 있었다.
만약 하율이가 스핀오프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면 작품 장르가 순식간에 생존물에서 로드무비 여행물로 바뀌겠지.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정상국 시장에 의해 자유를 억압당한 반동 아닐까―― 나는 그리 추측한다.
뭐, 심리적 원인이야 차치하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24시간 중에 25시간 59분을 노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 노도하 입장에서 이하율은 당연히 ‘놈팽이’.
그 놈팽이께선 현재 소파에 누워, 심아련을 무릎베개로 삼아서 감자칩을 오물오물 뽀샤먹고 있었다.
“하율아.”
나는 최대한 너그럽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참고로 나 역시 노도하만큼은 아니어도 20시간은 노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 인물이었다.
“왜?”
“하율이 인형 좋아하지, 인형? 내가 저기 북쪽에서 하율이가 가지고 놀기 좋은 인형 하나 알아 왔는데, 어때? 혹시 관심 있니?”
“…….”
깜빡깜빡. 이놈팽이하치하이커율꼬맹이의 황금색 눈동자가 무감정하게 율동했다.
“없는데. 관심.”
“음……. 어떻게 하면 우리 하율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하율이도 슬슬 일해야 될 시기 아닐까 싶거든.”
“일 안 해도 돼. 전선, 오직 나만이 만들어 낼 수 있음. 특허권. 다른 길드장들도 자기 아지트에 깔아 달라고 애걸복걸. 컨설팅 비용만으로도 평생 놀고먹기 쌉가능.”
이 금수저 능력자 새끼…….
“지난번에 오빠가 읽으래서 삼국지도 다 읽었어. 까방권 최소 3년 부탁.”
“야. 양심이 있으면 그게 제대로 읽은 거냐? 제대로 읽었으면 말이야, 어? 사람이 어떻게 위나라 편을 들 수가 있어?”
“오나라 존재감 제로 투명국가. 촉나라 무한노동 블랙국가. 본인이 서주 사람만 아니라면 위나라를 고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이번 건으로 안 도와주면 서규한테 말해서 너 SG넷 계정 삭제한다.”
“나 전생에 서주 사람이었구나. 어떻게 도와줄까? 오빠?”
서울에서 평양까지 인형실이 고속도로처럼 깔렸다.
약 250km짜리 인형실을 뽑아내느라 하율이가 2년 내내 거미줄 뽑는 기계가 되어야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인형실을 매설했을뿐더러 줄 자체가 투명했다. 오러를 동원하지 않는 이상에야 실을 끊어 내기도 어려웠다.
나는 평양신성시에 몰래 들어갔다.
“음? 방금…….”
“왜 그래?”
“아니, 뭔가 바람이 분 거 같아서. 착각인가?”
모광서의 주변에는 각성자 경호부대가 있었으나 그놈들 눈을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쟤들 중 30%는 아편중독자였다.
심지어 경호원 중 일부는 총기를 들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 총이라니.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아마추어들 아니겠는가.
나는 기척을 지운 채 ‘모광서 그리스도 대성당’에 잠입했다.
과거 금수산태양궁전이라 불렸던 이곳엔 건물 곳곳에 마구잡이로 첨탑과 십자가들이 개축됐는데, 그중 일부가 바람에 꺾여 붕괴해 버렸다.
그 심부. 성당으로 개조된 홀에 모광서는 홀로 있었다. 제단도 감실도 없이 오로지 교주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는 양 모광서가 황금옥좌에 앉아 있었다.
“…….”
미사 시간이 아니라 모광서밖에 없었으나 언제 신도가 출입할지 몰랐다. 나는 재빨리 인형실을 모광서의 몸 이곳저곳에 부착했다.
“성녀님. 다 설치했습니다.”
[네, 하율 씨한테 전달했어요. …하율 씨 말로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조종이 어렵다네요.]“안 되겠답니까?”
[아니요. 그래도 입을 움직이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업을 위해 지난 2년 동안 하율이한테 오러 특훈을 퍼부었다.
“한번 시험 삼아 아무 말이나 해 보라고 전해주십쇼.”
[예.]잠시 뒤.
“오-빠아.”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언제나 미소만 지었던 모광서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나- 훈련 쉬어도- 돼?”
“…그래. 하율아. 일주일에 한 번씩 미사가 있는 날에만 고생해 주렴.”
“느- 그 유비 익주- 지방정권- 유장 배신 때린 위선자- 새끼이. 장비 모가지 덜렁덜렁- 관우 모가지 덜컹덜컹- 형니임, 왜 안 오십니-까, 형-니임. 도원의 약속을 잊으신 겁니까- 어서 오십쇼, 형니- 임.”
툭.
모광서의 입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
심장에서 열불이 뻗쳤지만 참았다. 그래. 애가 2년 동안 주구장창 인형실 뽑아내면서 지옥의 훈련을 견뎌 냈으니 저 정도 스트레스쯤은 해소할 수 있겠지.
나는 마음속에서 이하율의 각성자 등급을 1,000m급에서 900m급으로 소폭 조정하고 빠져나갔다.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주일 미사에 동방신성국의 최면어플(백도어 설치 완료)은 자신의 성능을 뽐냈다.
“곧 머나먼 동토로부터 괴이들이 몰려오리라.”
한참 미사를 보던 신도들이 깜짝 놀랐다.
“회, 회장님이……?”
“모광서 그리스도께서 입을 열으셨다!”
웅성웅성.
부활한 이래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 교주의 발언에 사이비 신도들은 경악했다. 몇몇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두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모광서가 나직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믿음으로 왕국을 정토하였으니 이제 너희의 몸과 피로 성벽을 두를 차례로다. 이번 겨울이 다가올 적에 마귀들의 군세가 밀어닥칠 것이니, 길목마다 요새와 방벽을 쌓아 너희들의 믿음을 간증하여라.”
“서, 성벽이라 하옵시면……?”
“너희의 왕국이 오래도록 보존되어야 갈 길 잃은 양들이 늦게라도 도착할 수 있는바, 이곳을 보호하는 것이 곧 하늘로의 승천길을 수호하는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괴이와 마귀의 군세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거라. 다만 나의 백성을 핍박하진 말 것이요, 오로지 너희의 자발적인 믿음만으로 장벽을 이루라.”
“오오오오!”
모광서의 공식적인 첫 발언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일으켰다.
목숨 따윈 길바닥에 버려야 제맛이라는 듯 북진을 거듭하던 십자군들이 멈추어서 요새 건설에 돌입했다. 교주의 명령은 신성불가침이었다.
설령 요새가 건설된들 괴이들을 상대로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긴 어렵겠다만, 적어도 쓸데없는 교세 확장보다야 훨씬 좋았다. 당장 이북 지역에서 내려오던 괴이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어디 이뿐이랴.
[‘재림의 새벽별’이 충실스러운 교인들에게 명령을 하달합니다.]모광서를 흉내 내는 성좌까지 만들었다.
미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날에는 성녀가 모광서인 척 ‘성좌 메시지’를 발송하여 신도들을 조종했다.
다시 나타난 예수를 자칭하니까 재림. 모광서의 이름이 광서(曙光), 거꾸로 읽으면 ‘서광’이 되니까 새벽. 그래서 재림의 새벽별이었다.
당연하지만 해당 성좌는 부활교를 신봉하는 각성자들 전용으로 신설되었다.
[‘재림의 새벽별’이 곧 괴물들의 군세가 다가올 것임을 예언합니다.] [‘재림의 새벽별’이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합니다.] [‘재림의 새벽별’이 국도관리대는 신의 뜻을 이루는 도구이니 교인들에게 적대하지 말 것을 지시합니다.]이하율과 성녀가 부활교에 몰래 설치한 악성 소프트웨어는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이제 부활교 신도들은 우리 마음대로 조종되는 꼭두각시나 다름없었다.
“훌륭합니다…….”
이 원대한 해킹 프로젝트를 명령한 장본인, 노도하는 썩 만족한 눈치였다. 백도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국도관리대장은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필요할 때마다 슬쩍 사용하면 되겠군요.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장의사 각성자…….”
“뭘요.”
이때부터 우리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영역은 한강 이남뿐만 아니라 이북을 포함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회차들을 다 합치면 약 2,000년.
아마 모든 장르소설 및 대체역사소설을 통틀어서 가장 느릿느릿한 영토 확장 아닐까?
7
짧은 후일담이 있다.
아무리 서울에서 평양까지 인형줄로 직통 고속도로가 뚫렸다 해도 간간이 보수 작업은 필요한 법.
나는 반년에 한 번꼴로 평양신성시의 대성당에 잠입하여 인형줄을 손봤다.
그렇게 평소처럼 튜닝 작업을 끝마치고 뒤를 돌아봤을 때였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뒤를 돌아보았다.
모광서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거대하고 그 길이 드넓어서 통과하는 자가 많도다.”
“…….”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자그맣고 그 길이 비좁아서 찾아내는 자가 드물다. 서기관이여.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그러고서 모광서는 다시 침묵했다.
살짝 분위기가 묘했지만 별로 심각하게 여기진 않았다. 그냥 하율이가 또 나를 놀리는구나 싶었거든.
서울로 돌아와서 물었다.
“하율이 네가 성경도 읽었을 줄은 몰랐네.”
“응?”
“아까 평양에서 마태오 복음서 인용했잖아. 그런데 왜 나보고 하필 서기관이라고 부른 거냐?”
“……?”
이하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서 읽어 본 적 없는데.”
“…….”
“나 무교.”
…과연 이하율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여러분에게 판단을 맡겨 볼까 한다.
-불신자.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