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150)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150화(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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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자 Ⅱ
신노아
2
[우선 가장 빠른 루트를 타지요.]성녀의 ‘방송용’ 목소리가 울렸다.
참고로 성녀는 서울이 아니라 바로 근처에 잠복하고 있었다. 성녀와 동맹을 맺고 나서 곧바로 등에 업어 데리고 왔다.
[부산에서 제주도, 제주도에서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는 동선이 가장 효율적입니다.]성녀는 오독서의 시야로부터 숨어서, 내가 읊어 주는 대로 대본을 읽었다.
나는 오독서가 눈치채지 못하게 계속해서 입술을 움직였다.
이때 성녀는 [시간 정지]를 써서 한 땀 한 땀 내 입술의 움직임을 해독했다.
대본: 장의사. 음성: 성녀.
어떤 의미로는 인터넷 방송보다 조금 더 고전적인 방송. 즉, PD나 작가들이 짜준 스크립트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 형태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나는 성녀의 목소리를 통해, 성녀는 나의 대본을 통해 오독서에게 지시했다.
[여기서 첫 번째 난관은 부산에서 제주도로 넘어가는 배편을 구하는 것이지요. 이게 문제입니다.] [아직 심사국 괴이는 생성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고, 설령 생성되었더라도 제주도는 국내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러가 충분히 숙달되었다면 등평도수를 선보일 수 있겠지만, 아직 극초반부. 고난이도의 기예를 캐릭터한테 요구하긴 힘들지요.] [거기까지 육성하려면 한반도에서만 10년을 넘게 보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피드런에서 안전한 배편 따윈 사치입니다. 발상의 역전. 배를 타는 대신 제주도로 ‘표류’하면 간단합니다.]“뭐?”
오독서가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게임 속 캐릭터의 역할을 맡은 오독서에게 자유의지 따윈 없었다.
[자아. 이쪽 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영도에 도서관이 있습니다. 반파되어 있긴 합니다만, 영도도서자료관은 그럭저럭 멀쩡합니다.] [제가 지시하는 위치로 가 보면 <하멜 표류기>라는 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책을 배낭에 넣은 뒤 바다로 뛰어듭시다.]“뭣?”
오독서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내 모습을 찾을 순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제법 멀찍이 떨어져 폐허의 그림자에 숨은 채 오독서를 지켜보고 있었거든.
성녀(나)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뛰어듭시다. 바다로.]“…….”
[거기 대충 구명조끼에 나무판자 있습니다. 그걸 장비하고 뛰어줍시다.]“…아아아아악!”
첨- 벙.
부산 앞바다가 책 빙의자(자칭)를 삼켰다.
“흐아아앗! 차, 차가워! 존나 차가워!”
[캐릭터가 뭐라뭐라 시끄럽게 떠드는군요. 가볍게 무시해 줍시다.] [시청자 여러분 중에도 아는 분이 있겠지만, 하멜은 본래 네덜란드 사람으로서 원래 일본으로 가려다가 배가 난파당했습니다.] [그리고 바다의 조류에 따라 제주도로 표류되었지요. 저희의 최종 목적지도 ‘일본’인 만큼, 여러모로 하멜과 닮았습니다.]“히에에엑! 흐, 흔들린다! 흔들려! 아풉! 허푸우웁, 읍, 물! 물 들어온다아!”
[제가 이번 플레이에 하필 ‘책 빙의자’ 오독서를 선택한 것에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독서는 머리카락이 빨갛거든요.] [과거 조선에선 서양인들을 홍모귀(紅毛鬼)라고 불렀습니다. 머리카락이랑 수염이 새빨갛다는 뜻이었지요.]“아푸- 읍! 아풉! 파, 하! 사, 살려 줘! 나 죽는다! 아저씨이! 히엑! 나 죽어! 진짜로 죽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독서의 퍼스널 컬러는 그야말로 홍모귀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배낭에 <하멜 표류기>까지 챙긴 이상, 온 바다의 기운이 그녀를 제주도에 떨구기 위해 도와줄 것입니다.] [여태껏 수많은 플레이로 시험해 본 결과, 극초반부의 오독서가 무사히 제주도로 표류할 확률은 자그마치 81%에 달했습니다.]“뭣? 자, 잠깐! 그럼 나머지 19%는―― 흐악! 파, 파도가! 파도가! 히아아아아악?”
오독서가 절규했다.
나는 느긋하게 바다를 밟아가며 멀리서 오독서를 따라갔다. 여차하면 구해 줄 요량이었건만 저리도 겁이 많아서야. 쯔쯧.
잠시 뒤, 오독서는 파도에 밀려서 해변에 털푸덕 쓰러졌다.
제주도 상륙.
“욱, 우으윽……. 히익…….”
[아. 역시. 겨우 31분 14초 만에 제주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래 이 게임에선 육상보다 해상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아직도 공략법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심해의 괴이들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막 튜토리얼을 깼을 뿐인 초보자도 이렇게, 캐릭터 특성과 아이템을 이용하면 간단히 바다를 건널 수 있습니다. 참 쉽지요?]“쉽긴, 개뿔, 욱, 우웨에에에엑!”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휴식만 가지고 곧바로 다시 움직입시다.]“흐엥, 이제 싫어어…….”
오독서가 땅 멀미증에 시달리는 사이, 나는 재빨리 성산일출봉까지 뛰어가서 ‘원숭이 손’을 주어왔다.
쿠로를 병들게 만들고 나 장의사까지 한때 아슬아슬한 위험으로 몰아넣었던 괴이.
구체적으로는 내 모근을 위협했다.
심아련의 치유 능력으로도 탈모가 치료되지 않는 걸 봤을 땐 머리가 아찔했지.
여러모로 탈이 많은 괴이였으나, 이번 소외신 토벌에선 ‘행운총량제’야말로 공략의 핵심에 속하는 아이템.
여기서 챙겨 둬야만 했다.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제주도에 도착하여 조선에 붙잡힌 하멜은 결국 13년 만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조선을 벗어나서 도망친 곳은 다름 아니라 일본. 우리의 목적지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본래라면 자그마치 13년을 기다려야 <하멜 표류기>의 쿨타임이 찹니다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로그아웃 게임’은 버그 망겜이지요. 당연히 여기에도 편법이 존재합니다.]툭.
나는 오독서 몰래 목탄을 던져 주었다. 오독서는 아직도 멀미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라 정신이 없었다.
“어……? 연필심? 이걸로 뭘 하라고?”
[과거, 감옥에 갇힌 죄수는 자신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투옥되었는지 계산하기 위해 벽에다 획을 그렸습니다.] [지금 오독서는 ‘조선에 억류된 자’라는 포지션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무 방에다 들어갑시다.]오독서는 폐허가 된 주택에 들어갔다. 이 주택 또한 내가 미리 눈여겨본 장소였다.
창문이 없는 지하실로 내려가서, 지하실 출입문까지 걸어 잠근 뒤, 오독서는 목탄으로 벽에다가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正正正正正正正正正正 正正正正正正正正正正 正正正正正正正正正正 正正正正正正正正正正 正正正正正正正正正正
성녀의 목소리가 흘렀다.
[하멜이 억류당한 기간이 약 13년. 여기서 윤년은 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365일 곱하기 13. 4,745. 이것을 다시 5로 나누면 949입니다.] [이렇게 사방이 밀폐된 ‘감옥’의 공간에서 ‘바를 정(正)’ 자를 949번만 적으면―.]얼마 지나지 않아.
목탄이 뚝, 부러졌다. 오독서는 벽에다가 획을 다 그었다. 목탄을 쥐었던 독서의 손가락은 새까맣게 더럽혀져 있었다.
“다, 다 됐어…….”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제 <하멜 표류기>에선 오독서가 13년 동안 억류 생활을 보냈다고 판단합니다.]“와……. 뭐야. 어떻게 이런 공략법을 알아낸 거야?”
[제주도행과 일본행에만 먹히는 공략법입니다. 만일 오러의 경지가 충분하면 굳이 사용해야 될 이유가 없기도 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이게 제일 빠릅니다.]주택을 나와 걸어가니,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나룻배 한 척이 해변에 지친 몸을 뉘고 있었다.
“엑. 나 노 저을 줄 모르는데 괜찮아?”
[괜찮습니다. 이 쪽배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히 일본에 도착합니다.]“이 씨, 불안한데…….”
오독서는 나룻배를 타고 무사히 일본에 상륙했다.
물론 여기서 ‘무사히’란 아무튼 사지가 멀쩡하게 달린 채 도착했음을 뜻했다.
“우궤에에에엑…….”
[59분 만에 일본에 도착.]“나, 다시는……. 진짜로 다시는 배 같은 거 안 탈 거야…….”
[이제부터 ‘미움받는 약’을 파밍합니다.]성녀는 가볍게 오독서의 비탄을 씹었다.
참고로, 오독서만 모를 뿐이지 성녀는 내 등에 업혀서 편안하게 해협을 건넜다.
성녀의 [천리안]엔 반경 1,000km의 거리 제한이 있었다. 오독서에게 내비게이션 음성안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려거든 성녀도 어느 정도 이동해 줘야만 했다.
[‘미움받는 약’은 일본열도 곳곳에서 얻어 낼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지역은 나가사키현의 사세보(佐世保)시입니다.] [여기 도시의 해안가에는 군항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인간들의 군항이 아니라 괴이들의 군항으로, 이 일대 전체가 공허입니다.] [하지만 저의 안내를 따르면 안전하게 사령부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믿으십시오.]중간중간 오독서를 발견하고 섬멸하려는 괴이들이 나타났으나, 그런 잡졸들은 내가 조용히 처리했다.
오독서는 안전하게 사령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힌 순간.
“힉!”
오독서는 방 안의 풍경을 보고 기겁했다.
“이, 이게 뭐야……?”
나는, 그리고 성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피폐물 장르의 창작물들 속에서 자살해 버린 주인공 캐릭터들의 말로입니다.]사령실 안쪽에는 수십, 수백 명의 인형들이 천장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어떤 인형은 하얀 제독의 옷차림, 어떤 인형은 중세 기사의 갑옷, 또 어떤 인형은 예능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양복.
각종 게임에서 ‘사령관’ ‘기사’ ‘프로듀서’ ‘지휘관’ ‘사장’ ‘선생’ ‘트레이너’ 등등으로 불리던 존재들의 괴이였다.
이곳은 일찍이 590회차 때 마법소녀협의체를 통해 알아낸 장소이기도 했다.
대롱대롱-
마네킹과 비슷한 형상의 그 괴이들이 오독서의 코앞에서 흔들렸다.
“히에엑!”
[이들 모두 ‘미움받는 약’을 먹은 뒤 주변 인물들의 혐오를 견디다 못해 사망했습니다.]“무, 무서워……. 여기, 너무 무서워……!”
[아, 물론 진짜 인간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창작물과 패러디에서 파생된 괴이의 현상에 불과합니다.] [저들은 이미 죽은 것으로 취급되기에 살아있는 인간한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자, 이제 제일 가까운 인형한테 다가가서 입을 열어 봅시다.]“이, 입? 저거의 입을 열라고?”
[어서.]“으으으…….”
오독서가 울먹거리면서 인형의 입을 벌렸다. 나 또한 그림자에 숨은 채 다른 인형의 입구멍을 개봉했다.
마네킹 인형의 입안. 혓바닥 위에 새빨간 단약이 놓여 있었다.
‘미움받는 약’이었다.
나는 그 약을 2개 파밍했다. 그리고 하나는 내 손에, 나머지 하나는 성녀에게 건네주었다.
[이제 약을 섭취합니다.]꿀꺽.
오독서, 나, 성녀, 세 사람은 정확히 동일한 순간에 ‘미움받는 약’을 삼켰다.
그리고 나는 지체하지 않고 품 안에서 원숭이 손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이때를 위해 제주도에서 이 괴이를 챙겨 온 것이었다.
털북숭이의 손에 대고 나직하게 소곤거렸다.
“원숭이 손아, 원숭이 손아. 나의 소원을 들어다오.”
-…….
바르르. 원숭이 손이 떨었다.
내가 읊조린 소원은 이러했다.
――――――――――
1. 오독서, 나, 성녀(이하 ‘우리’라고 칭한다)에게 온갖 ‘불행’을 안겨다 줄 것. 구체적으로는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를 싫어하게 될 것.
2. 우리에게 끼치는 불행은 최대한 우리에게만 한정될 것. 즉,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휘말리진 않을 것.
3. 우리의 ‘불행’에 대한 반작용. 즉, ‘행운’은 오직 우리가 원하는 순간에만 발동할 것.
――――――――――
움찔!
원숭이 손이 뒤틀렸다.
-우, 끼긱, 긱.
원숭이 손의 반응이 기이했다. 마치 한낱 인간이 이런 소원을 빌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털들이 바싹 날을 세웠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갖가지 실험 끝에 도달한 ‘행운총량제의 올바른 활용법’.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원숭이 손에게는 로또 당첨 같은 행운을 빌어서는 안 됐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제부터 제가 구매하는 복권들은 모조리 꽝이 나오도록 해 주세요.
불행.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의 불행들을, 당연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불행들을, 하나하나 수집하여 적립해 둔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이 불행해지면 불행해질수록 ‘행운총량제’는 그에 걸맞는 무게의 행운을 나에게 안겨 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필요한 순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불행을 행운으로 역전시킨다.
만일 ‘원숭이 손’이 소원을 빈 사람에게 전력을 다해 부작용을 일으키고자 애쓴다면――.
아예 처음부터 그 부작용을 이용해서, 최종적으로 나중에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
-우끽, 끼기긱, 긱, 힉, 끼긱.
움찔움찔움찔!
원숭이 손은 나의 소원에 저항하려는 듯 발작했지만 소용없었다.
괴이는 자신의 본질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행운’이 아니라 ‘불행’을 소원하는 어느 미친 인간에게도 굴복해야만 했다.
본질을 잃어버린 괴이에게 남는 것은 존재의 사멸뿐이었으므로.
-끼기기힉이익…….
스르륵.
결국 원숭이 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것과 동시에.
[…아.]성녀가 잠깐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흘렀다. 이건 오독서가 아니라 오직 나에게만 들리는 일대일 대화였다.
[과연…….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감정을.]“어떻습니까, 성녀님. 제가 혐오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셨습니까?”
[…네. 미리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어요.]성녀가 숨을 가다듬었다.
아직 회차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 나에 대한 성녀의 호감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당연히, ‘미움받는 약’이 호감도를 반전시켜 봤자 그리 진폭이 크지 않았다. 원래부터 정신력이 강한 성녀라면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제부터 우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원인 모를 비호감을 느끼게 되겠지.
그 비호감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앞길을 막으려 들 테고, 음해하려 들 테며, 우리의 업적을 끊임없이 평가절하하려 들 터.
행복한 나날이 되진 않으리라.
시간이 흐를수록 오독서와 나에겐 ‘불행’들이 쌓여 갈 수밖에 없다.
[…자아. 방금 미움받는 약을 섭취함으로써 이 게임의 난이도가 단번에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난이도를 올린 대신, 단 한 순간, 우리에겐 절대적인 행운이 주어질 것입니다. 심지어 그 행운의 타이밍을 우리 스스로 정할 수 있지요.]그래.
지금부터 오독서와 나, 성녀는―― 게임의 캐릭터, 플레이어, 방송자는, 세 명의 페르소나인 동시에 한 명의 인격으로서 일심불란하게 움직인다.
함께 불행을 견뎌 나간다.
불행의 무게를 저장해 간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할 때, 저 가증스러운 [만상유희의 운영자]가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 순간.
[그때 저희의 모든 불행을 행운으로 치환시킵니다.]“…….”
오독서가 침을 삼켰다.
그녀의 시야가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성녀와 나 또한 조용히 시선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