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23)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23화(2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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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Ⅲ
신노아
“환경이 너무 좋다고?”
그게 무슨 문제지?
“하아. 아저씨가 작가란 직업에 뭔가 환상을 품고 있나 본데……. 작가는 노동자야. 그냥 노동자. 다 돈 벌고 관심받으려고 글 쓰는 거라고.”
자칭 웹소설 전문가 오독서가 말했다. 예전에 말했다시피, 이 오독서란 애가 어떤 인물인지에 관해선 나중에 따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오독서가 빨간색 단발머리에 캡모자를 쓰고 콧잔등엔 반창고를 붙이며 후드티를 즐겨 입는 너드 패션의 선두주자라는 사실만 알면 충분했다.
“참. 지금 독심술 켜 놓은 건 아니지?”
“꺼 뒀다.”
“그래. 아무튼 아저씨, 자아실현을 위해 공사판 뛰는 노가다꾼 본 적 있어? 난 까대기가 너무 좋아서 평생 까대기만 하고 살 거예요, 하고 말하는 애 본 적 있냐고.”
“그야… 드물겠지.”
“바로 그거야.”
오독서는 껌을 질겅질겅 씹다가 입으로 풍선을 불었다.
참고로 저거, 풍선껌용 제품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껌이었다. 당연히 풍선이 제대로 불어질 턱이 없었다. 피슈슉- 하는 쉰소리와 함께 껌이 터지면서 입술에 눌러 붙었다.
오독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입가를 닦았다. 얘가 얼마나 너드 컨셉에 진지한 패션 힙찔이 중2병인지 고스란히 증명되는 대목이었다.
“아저씨. 기억해. 창작이란… 결핍에서 나와.”
오독서의 표정은 진지했다.
더 정확히 서술하면, 존나게 진지했다.
웬만하면 이런 수식어는 쓰고 싶지 않다마는 어쩔 수 없었다. 만일 오독서의 얼굴을 보고도 ‘존나게’라는 부사를 쓰지 않는다면, 그건 이 단어가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 자체를 무시하는 짓이었다.
“왜 용돈을 줘? 오히려 뺏어.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 몬스터들한테 떠밀고 몬스터들한테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만들어. 아저씨 강하잖아. 할 수 있잖아. 왜 안 해?”
“음…….”
“죽이지만 마. 아, 손이랑 허리도 멀쩡해야겠다. 그치? 아무튼 병신만 아니면 돼. 원래 작가들은 착취하면 착취할수록 오히려 좋은 글을 쓰게 되어 있어.”
오독서는 선언했다. 자신이 진리에 봉사한다고 믿는 학자가 아니라 오직 진리가 자신에게 봉사할 뿐이라는 학회의 권위자처럼.
“어차피 아저씨 아니었으면 다 죽을 운명이었다매? 그럼 죽지 않게 목숨만 붙여 줘도 아저씨 할 일은 다 한 거 아닌가?”
그런가? 그런 것인가?
‘그럴싸한데?’
시험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560회차의 통조림 호텔은 실패했다손 치고, 다음 회차에선 오독서의 조언에 따라 작가들을 조련했다.
이번엔 천국이 아니라 지옥불 순한맛을 보여 준 것.
“꺄아아아아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작가들을 데리고 숙소 너머로 한 번 산책을 다녀왔다.
-빠아아아앙! 빵!
-빠앙! 빠앙! 빠아앙!
-빠아아아아아앙! 빵빵!
환생 트럭들은 1000대를 돌파했다.
주차장은 물론이거니와 숙소로 이어지는 도로가 빼곡하게 전부 11톤짜리 화물차로 가득 차서 추석 연휴의 고속도로를 재현하고 있었다. 트럭들이 서로 부딪치며 엎어지고 충돌하며 작가들을 뒤쫓는 풍경이란 과연 초현실적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으으, 추워…….”
“배고파……. 육개장 먹고 싶어…….”
“엄마아…….”
환경도 달라졌다.
이번엔 고급호텔이 아니라 허름한 난민촌을 만들어서 작가들을 입주시켰다. 고급 요리를 만들어 주는 셰프 요정? 카지노 딜러 요정? 그딴 건 없다.
작품 집필을 위해 준비해 놓은 것도 싸구려 컴퓨터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거나 엉엉 우는 작가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충격 요법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리라.
내가 말했다.
“아, 마이크 테스트. 작가님들. 여러분은 이제부터 이 마을에서 생활하게 되실 것입니다. 웬만한 위험은 본 독자가 막아 드릴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안전을 보장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글을 쓰시는 만큼, 재미있는 글을 쓰시는 만큼 물자들은 풍족해질 것입니다.”
“…….”
“사랑합니다, 작가님들. 건투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 극약 처방이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작가들은 귀신에 홀린 듯이 작품을 썼다. 335명 가운데 키보드를 두들기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저번 회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집필 속도!
나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옳게 된 작가고, 이게 옳게 된 분량이지.”
수북하게 쌓인 원고들을 보고 있다니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기대에 부풀어 원고를 넘긴 순간――.
“…음?”
무언가. 무언가, 이상했다.
마치 평소에 먹던 사료와 다른 먹이가 주어졌을 때 누렁이가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듯, 나 장의사 역시 원고를 쥔 채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이게……. 이게, 맛이 왜 상했냐?”
달랐다.
글의 맛이 달라졌다.
인간찬가를 노래하던 정통판타지 작가는 어째선지 마왕군에게 도륙당하는 피폐물을 쓰고 있었다. 꽁냥꽁냥거리는 캐릭터가 묘미이던 백합 작가의 세계엔 어째선지 몬스터들이 난입하여 커플들을 찢어발겼다. 무협에선 좀비가 튀어나와 무림이 망했다.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캐릭터들은 절망에 빠졌으며 세상은 멸망에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건… 장르소설이 아니잖아!”
순문학!
너무나도 익숙한 순문학의 그 맛!
특히나 그중에서도 ‘좆돼고 좃됐으니 만사가 좆되도다’로 요약할 수 있는 부류의 작품들!
내가 사랑하던 웹소설 작가들의 체취에서 낯선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연인의 외도를 목격한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잘 쓰긴 잘 썼다. 잘 썼는데, 잘 썼지만…….’
내가 원한 사료는 이런 맛이 아니었다!
피폐물은 그냥 내 회귀 인생을 돌이켜만 봐도 찍을 수 있었다. 왜 여가 시간에서조차 내가 피폐물을 봐야 한단 말인가? 마조히스트인가?
하물며 아무리 작가들이 용을 쓴다 해 봤자 몬스터들이 얼마나 괴랄하며 인간 세상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에 관하여 나보다 정통할 순 없었다. 디테일의 측면에선 오히려 독자인 나보다 수준이 낮았다.
‘내가……. 내 작가님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럴 순 없었다.
당장 오독서를 찾아가서 항의했다. 하지만 일단 회차가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오독서의 반응은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재미가 없다고? 그게 뭐 어때서?”
오독서가 심드렁하게 손톱을 깎았다.
“창작물이란 건 작가의 영혼만 담겨 있으면 된 거 아닌가? 아저씨 재밌으라고 영혼을 팔아야 돼?”
“…….”
“아저씨가 사랑하는 작가들이라매. 그럼 어떤 글을 써도 사랑해 주셔야지. 왜? 혹시 사랑이 변하셨어요? 와아. 아저씨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좀 야박하네.”
“…….”
“하긴. 어쩌면 인간이란 것에 또다시 기대를 품어 버린 나의 잘못일지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사람이 변이니? 아, 여기서 변은 똥 변이야. 라임 죽이지? 내가 원래 좀 쳐.”
이 힙찔이 코스프레 중2병이랑은 말이 안 통했다!
결국, 561회차의 통조림도 개같이 실패.
원점으로 되돌아와서 나는 고민에 잠겼다.
너무 안락해도 안 된다. 글을 써야 될 동기가 사라지므로.
너무 괴로워서도 안 된다. 동기가 글을 압도해 버리므로.
‘난제로다. 대체 어떻게 해야 입맛 좋은 웹소설이 탄생하는가? 정녕 소설 작가들이란 태생부터 구원이 글러먹은 존재들이란 말인가?’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으며.
마침내 결론에 이르렀다.
5
다음 회차.
커뮤니티 기능밖에 없었던 SG넷에 새로운 게시판이 개설되었다.
소설연재 게시판. 이른바 소연게.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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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재 게시판 이용안내]1. 모든 SG넷 정회원들은 매일 접속할 때마다 소설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2. 소설 포인트로는 자신이 원하는 소설의 연재편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게 포인트를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3. 독자 여러분이 사용한 포인트는 작가님들에게 전달됩니다. 작가님들은 이 포인트를 사용하여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상품 목록은 작가님들에게 따로 공지됩니다.
4. 매일 24:00시 정각을 기준으로 소설 연재 게시판의 상단에는 각 소설들의 랭킹이 표시됩니다. 랭킹의 기준은 오직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구매했느냐로 결정됩니다.
5. 비각성자여서 접속할 수 없는 작가님들을 대신하여 SG넷에선 매니저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비각성자 작가님들의 작품은 매니저가 대리하여 소연게에 업로드합니다. 만일 회원님 주변에 있는 어떤 비각성자가 소연게 연재를 희망할 경우, 회원님이 대신해서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6. 건전한 소연게 문화를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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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소설을 연재하는 플랫폼을 하나 만든 것.
공지를 본 회원들의 반응은 처음엔 심심했다.
-익명: 소설? 아무나 소설 올려도 되는 건가?
-[율도국]검후: 본좌의 심오한 구결을 세상에 드러낼 때가 되었구나.
-[삼천]마녀재판장: 커뮤질 말고 할 게 적어서 조금 심심했는데 잘됐네.
-익명: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뭔데?
-고려장: 존나 개노잼 글들만 올라올 듯. 혹시라도 연재할 마음 있는 작가 새끼들 있으면 조심해라. 내가 일일이 덧글 달아준다.
-dolLHoUse: 기대.
-[백화]고등학교6학년: 호엥……. >_<);
각성자들 중에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설령 작가라 해도 대부분 세계의 멸망을 헤쳐나가는 처지. 한가하게 연재하고 있을 여유 따윈 없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여유란 있는 자의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자의 것이었다. 틈틈이 짬을 내서 소설을 연재하는 각성자는 소수이지만 있었고――.
-고려장: ? 포인트 구매 목록 이거 정체가 뭐임?
어느 날 SG넷에 올라온 인증글이 파장을 일으켰다.
-숙식 제공 1달권(5성 호텔)
-요정 보디가드: 게이트 토벌 불가능,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만 가능. 해당 보디가드를 악용할 시 처벌됨.
-원하는 성좌와 실시간으로 대화 팬미팅: 성좌의 성향에 따라 팬미팅이 거부당할 수 있음. 거부당할 시 포인트 환불.
-자신의 각성 능력 테크트리 상담: 각성 능력이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는 방향성에 대해 성좌가 직접 지도해줌. 단, 가이드라인을 알려 줄 뿐 훈련까지 담당해 주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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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 아니, 보면 알겠지만 포인트 상품들 그냥 미쳤는데? 참고로 난 얼른 각성 능력 테크트리 구매했다. SG넷 병신들 아직까지 소설연재 안 하고 뭐함?ㅋ
댓글란이 폭발했다.
-익명: ?? 저게 진짜라고?
-익명: 누가 이 새끼 글 포인트 주고 샀냐? 병신들임?
-문학소녀: 아니, 고려장 얘 의외로 글 맛있게 잘 씀……. 본인 게이트 터지기 전에 웹소설 오타쿠였는데 얘만큼 쓰는 애 별로 없다고 자부할 수 있음…….
-익명: 저 싸이코패스 새끼 소설이 무슨 내용인데?
└문학소녀: 엄청 선한 주인공이 치유 능력을 사용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병자들과 약자들을 한 명씩 도와가며 결국은 작은 왕국을 구해 내는 인간찬가 스토리. 진짜 요즘 웹소설에서 보기 드문 주인공 유형이다. 마녀사냥에 당할 뻔하면서도 ‘의사는 환자를 가리지 않으니까요’라면서 이단심문관들을 치료해 주는 장면에선 눈물 쫌 흘림…….
└익명: ?
└[삼천]사관: ?
-익명: 씨발, 상품들 실화냐? 역시 SG넷. 성좌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답게 클라스가 다르다.
-dolLHoUse: 꿀잼.
-[율도국]검후: 왜 본좌의 구결은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더냐?
메시지도 충격일뿐더러 메신저까지 SG넷에서 유명한 어그로꾼. 회원들의 반응이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해당 인증글을 기점으로 SG넷에선 대연재시대를 맞이했다.
각성자들 중에서 직접 소설연재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더러 생겼으며, 솜씨 좋은 작가들을 길드에서 섭외하여 업로드를 대행하는 시스템도 자리 잡았다.
멸망한 세계에서 쓸모가 없어진 작가 직군이 일종의 서포트 멤버로 기능하게 된 것이었다.
-주인공이 화산에서 귀환을 안 함 (★9.9)
-그녀가 백작가 먼치킨이 되어야 했던 사정 (★9.9)
-만담 동아리[19금 완전판] (★9.9)
-아파트가 철근을 숨김 (★5.7)
아니나 다를까.
SG넷에서 연재되기 시작한 작품들은 560회차, 561회차 때와는 차원이 다른 퀄리티를 선보였다.
세계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그 나름대로 느낀 소회와 절망감이 섞여들면서 작품에 묘미가 더해졌을 뿐만 아니라, 웹소설로서 재미도 충분히 챙긴 명작들.
“도대체 차이가 뭘까?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해?”
560회차부터 내가 걸어온 여정에 대해 듣고 나서 오독서가 물었다.
나는 오독서한테 에스프레소를 타 줬다. 왜냐하면 얘는 블랙커피 아니면 에스프레소밖에 안 마시기 때문이었다.
“독자의 숫자. 그리고 경쟁.”
“응? 뭔 소리야?”
“작가들이란 대체로 관심종자다. 네 말대로 결핍된 존재지. 하지만 작가의 결핍은 경험을 통해 채워지지 않아. 오직 사람들의 시선과 애정, 열광으로 채워지지.”
왜냐하면 그들에게 부재되어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오히려 마음속에 자신이 너무 많아서 탈인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되도록 많은 타인이 작가들에겐 필요해. 마치 연예인처럼. 콜로세움에 올라선 로마의 투사처럼.”
“흐응.”
“하지만 그건 부차적일 뿐. 사실 더 중요한 건 다른 작가들과의 경쟁이다.”
나는 SG넷의 소연게에 접속해서 소설 랭킹을 보여 주었다.
1위부터 순서대로 나열된 랭킹란은 다른 어떤 페이지보다 먼저 표시되었다. 소연게에 접속한다면 누구나 가장 먼저 랭킹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다른 작가들과 벌이는 무한 경쟁. 여기서 경쟁의 기준은 오직 구매수뿐. 그러니 한없이 공정한 경쟁이지. ‘순전히 자기 글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라는 명제에, 뉴욕 마천루의 높은 불빛처럼 찬란한 그 신기루에 작가들은 달려들 수밖에 없어.”
생각해 보면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들도 그러했다.
대회를 열어 순위를 매긴다. 도시의 관중들이 모여들어 작가의 작품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며 열광한다. 당시 아테네는 지중해 세계의 패권을 쥔 세계 최고의 도시였기에, 이 도시에서 열광을 받는다 함은 곧 ‘세계 최고의 작가’임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쟁. 열광. 당신이 세계 최고라는 보증서.
그 시스템이 성립했기에 고전 비극은 짧지만 찬란한 불꽃놀이를 쏘아올린 것이었다.
괜히 니체가 그리스 민족의 본질은 ‘경쟁’이라고 분석한 게 아니었으리라.
“이곳이 나의……. 우리의, 인류의 마지막 디오니소스 극장이야.”
하지만.
나는 역대급 누렁이였다. 수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작품들 역시 잘 먹었지만, 소수의 독자들로 만족하면서도 자기 욕망을 풀어내는 마이너 장르의 작품들 또한 맛있게 먹었다.
세계가 멸망하기 이전에도 멸망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그런 작품들은 대체로 인기가 적었다.
나는 랭킹 순위를 한참 내려가서 어느 작품을 클릭했다.
-제목: 그녀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101가지 방법 (★7.7)
-필명: 배드엔딩애호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이너 일변도를 걷는 작가.
나는 최신화를 읽은 뒤 [작가에게 후원하기] 버튼을 눌렀다.
-2,000포인트를 기부하셨습니다.
-ZERO_SUGAR: 작가님, 언제나 글이 참… 좋습니다^^ 이번 편도 즐감했습니다. 항상 트럭 조심하세요~
음.
뭔가 까먹은 것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맞다. 이거 쓰는 걸 깜빡했구나.
-ZERO_SUGAR: 그런데 맞춤법 오류가 있네요. ‘사단이 났다’가 아니라 ‘사달이 났다’가 올바른 표기입니다ㅎ. 똑같은 오류를 이번 작품에서만 세 번째 저지르셨네요. 작가님 혹시 맞춤법 검사기 안 돌리시는 스타일~?ㅋㅋ 모쪼록 기체후일향만강하시길 바랍니다. 건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봐도 완벽한 후원 문구였다.
나중에 이 총체적 뻘짓이 의외로 도움이 되는 날도 오긴 했지만.
-빠아아아아앙!
그건 다음에 또 기회가 될 때 얘기하도록 하자.
일단은 지금 내 숙소 앞으로 찾아온 환생 트럭부터 처리하고 봐야 되니까.
– 독자. 結.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