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30)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30화(3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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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자 Ⅱ
신노아
“아련아. 잠깐 엘리베이터 문 안 닫히게 잡고 있어라.”
“네?”
“이 길드장은 확인해 볼 것이 있구나.”
나는 곧바로 엘리베이터의 벽면을 기어올랐다. 심아련이 “힉!” 하고 거대거미 쳐다보듯 식겁했지만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나는 손날에 오러를 실은 다음, 부드러운 두부를 썰 듯 천장을 갈랐다. 치지지익- 내 손에선 용접처럼 불티가 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 천장에는 예쁘게 빵꾸가 뚫렸다. 이게 바로 숙련된 오러 사용자의 힘이었다.
“기, 길드장님. 지금 뭘……?”
“쉿. 큰소리 내지 말고 기다려 봐.”
읏쌰아- 하고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상반신을 내밀어봤다. 미션 임파서블에 이런 장면이 있었던 거 같은데.
“흐음.”
바람이 살벌했다.
엘리베이터 바깥 풍경은 어두컴컴했다. 조명이 들어오지 않은 탓도 있었으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깜깜했다.
더 정확히 서술하자면 ‘조잡’했다.
엘리베이터의 카에 로프는 달려 있었으나 그뿐. 주로프 이외에 조속기 로프나 카도어 구동장치 등등 엘리베이터라면 달려 있어야 할 필수품들도 안 보였다.
다 떠나서, ‘사우론의 탑’에서 가동 중인 엘리베이터라고 치기엔 구조 자체가 너무 허접스러웠다. 이만한 고층 빌딩인데 엘리베이터의 캡슐에 유선형 곡선조차 구현되지 않았다?
‘빼박이군.’
해당 괴이의 모체가 된 심상(心想)은 전문가들한테서 탄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이 호텔에 대하여 막연하게 선입견과 이미지를 가진 일반인들……. 요컨대 평균적인 한국인들로부터 나온 괴이였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나는 작게 웃었다.
이럼 일이 쉬워지지.
“읏챠아.”
퉁, 하고 천장에서 내려왔다.
문 좀 잡아 두라고 시켰던 심아련은 그새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는지,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길드장님. 사, 사람들이 멀쩡히 살아 있어요……. 세상에, 옷들이 꾸겨지지도 않았어. 완전 깔끔해……. 으앗. 저희 신발 자국 때문에 카펫이 완전 어, 엉망이 됐는데…….”
그 순간, 호텔 로비에 모여 있던 ‘존재’들의 시선이 확 쏠렸다. 새까만 눈동자들이 일제히 심아련을 쳐다본 것이었다.
“힉.”
“조용.”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심아련의 입가를 내가 즉시 가로막았다. “읍” 하고 움찔거리는 심아련에게 빠르게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함부로 떠들지 마라. 되도록 눈도 마주치지 마. 저 직원들도, 다른 손님들도 전부 괴이들이다.”
“으브읍?”
“더 정확히는 괴이의 일부지. 일부랄까, 단말들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좋겠군. 아마 상당히 높은 확률로 이 호텔 전체가 통째로 하나의 괴이이자 공허일 거야. 저것들의 시선을 끌어 버리면 결국 ‘호텔 전체’가 너를 주목하게 된다.”
“흡. 후부읍, 읍읍……?”
“물론 아련이 네가 나처럼 오러를 숨 쉬듯이 쓸 줄 아는 각성자라면 다 좆 까고 깨부술 수 있지.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토벌 이전에 탐색이다. 이 공허의 작동법을 되도록 상세하게 알아내서 기록하는 일이야. 어쩌면 인류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알았냐?”
“…….”
끄덕, 심아련이 소심하게 턱 끝을 위아래로 들었다가 놨다. 손바닥에 침이 묻어 좀 더러웠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제부터 너에게 숙련된 각성자의 공허 탐색을 보여 주마. 아련이 넌 쟤들이 있는 동안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간에 말똥말똥한 눈으로 주위를 쳐다보고만 있으면 된다. 할 수 있지?”
끄덕.
“좋아.”
나는 심아련의 입을 놓아주고 함께 체크인 카운터로 걸어갔다.
또벅. 괴이들이 혹은 괴이의 단말들이 내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정확히 똑같은 보폭으로 눈동자를 움직여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마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요컨대 괴이를 상대하는 데 있어 경험이 적은 초보자라면 여기서부터 암담하겠지.
하지만 내가 누구? 괴이와 더불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부대낀 회귀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접근했다.
쩌저저억-
카운터 너머에 서 있는 직원이 입술을 열었다. 입구멍은 무저갱처럼 새까맸다. 이빨 너머로 혓바닥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사람의 흉내를 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저희 호텔에 예약해 주셨습니까? 그렇다면…….
“좋은 아침입니다.”
멈칫. 직원들이 일제히 정지했다.
그러건 말건 나는 유창하게 말했다.
“저는 이 호텔에 예약해 두었습니다. 여행 전문 유튜버인데요. 체크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어. 음?
직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선명했다. 그야 그러시겠지.
왜냐하면 나는 지금 독일어로 얘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급 호텔 카운터 직원들은 영어를 구사할 줄 알며 일본어나 중국어에도 비교적 쉽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은 미리 준비해 놓지 않은 이상에야 즉각적으로 응접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한반도 토종 괴이도 외국인을 대하는 데 있어선 평균적인 한국인과 똑같은 감수성을 지녔다. 즉, 한없이 약해지는 것이었다.
-아. 음, 죄송합니다. 손님. 영어로 혹시 대화 가능하실까요? 리서베이션? 리서베이션, 플리즈?
“어허.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영어 하나만 믿어서야 되겠나.”
-예?
“아 엠 쏘리. 아이 캔트 스피크 잉글리쉬. 도이치란트. 저머니. 오케이?”
-아, 저머니. …어떡하지? 이분 독일인 같은데. 아,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손님.
나의 완벽한 독일어 발음에 괴이들은 순식간에 쭈구리가 되어서 우왕좌왕했다.
심아련은 그런 내 모습을, 음. 마치 거대 햄스터가 물구나무 묘기를 부리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처럼 똥그래진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는 짓거리 같지만 이 ‘한국말 몰라요 오우 영어도 몰라요우’ 작전은 공허에서 꽤나 잘 먹히는 전법이었다. 특히 여기 사우론의 탑처럼 멀쩡한 건물 흉내를 내는 공허일수록 더욱더 잘 먹혀들었다.
괴이들이 수군거렸다.
-담당자분 연락 안 됩니까?
-안 돼요. 전화를 안 받아요.
-아니, 하필 이럴 때……. 일단 예약을 하셨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이게 말이 안 통하니까…….
-자아, 자아. 진정합시다. 일단 로비 소파로 안내해 드리세요. 손님을 계속 세워 둘 순 없잖습니까. 웰컴티도 내드리고요.
만일 이곳이 정말로 호텔이었다면 빠릿빠릿하게 대응이 이루어졌겠지.
하지만 장담컨대 이 괴이들은 창업 이래 처음으로 독일인의 방문을 맞이했을걸.
외국인 담당부서? 그런 것까지 괴이가 준비해 뒀을 리 없잖아. 당연히 전화를 돌려 봤자 아무도 안 받는다.
-저기, 손님? 플리즈? 이쪽으로 잠깐 와주시겠어요?
“음? 뭐라고요?”
-아, 잠깐만, 잠시만 여기 소파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면. 네. 지금, 폰. 연락이 안 되어서. 네. 죄송합니다.
직원은 온갖 보디랭귀지를 동원해 가며 어떻게든 우리를 납득시키려 애썼다. 물론 나는 심기가 살짝 상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굳이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다는 티를 내며 소파에 앉았다.
“세, 세상에.”
직원이 멀어지자마자 심아련이 바짝 붙어서 속닥거렸다.
“길드장님……. 방금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사람을 흉내 내려는 괴이들을 상대할 때 한반도 한정으로 거의 무적의 승률을 보이는 전법이지.”
물론 해당 작전은 한국에서만 유독 잘 먹히며 네덜란드에선 절대 쓰면 안 된다. 그 동네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외, 외국어도 하실 줄 알았어요?”
“그럼. 영어, 중국어, 인도어, 스페인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웬만한 외국어는 다 가능하다. 완전 기억 능력이 괜히 사기겠냐?”
“화아……. 맨날 사, 삼국지 같은 틀딱 콘텐츠나 좋아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람이 달라 보이네요…….”
“…….”
이 자식. 나 없었으면 아까 엘리베이터 타기도 전에 유리문 두들겨서 황천길 건너갔을 공허 뉴비 주제에…….
아무튼 아무리 위험한 던전이라도 대응하는 방법만 알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나는 여행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요컨대 찍자마자 사진이 나오는 즉석사진기다.
“웅? 갑자기 카메라는 왜……?”
“아아, 안심해라. 이거 이래 봬도 귀한 물건이거든. 지난번 일본에서 마법소녀들을 도와준 대가로 받은 보물 중 보물이지.”
“……?”
모델은 1977년에 출시되었던 폴라로이드 원스텝(Land Camera 1000).
원래라면 SX-70 전용 타임-제로 필름을 사용해야 하지만……. 이 카메라 자체가 일종의 괴이여서 다행히도 필름은 필요 없다.
찰칵.
나는 호텔 로비를 촬영했다. 모델 특유의 큼지막한 대가리에서 플래시가 번쩍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필름이 뽑혀 나왔다.
“너 가져라. 비명 지르진 말고.”
“네? 뭐길래……. 히익!”
아니나 다를까. 내 카메라로 찍은 로비 풍경은 지금 우리의 눈에 비추는 고급진 풍경과는 퍽 달랐다.
사방이 먼지로 뒤덮인 대리석 바닥. 여기저기 깨져서 널브러진 조명과 도자기들. 카운터 너머에서 목을 매단 채 흔들리고 있는 시체까지.
“헥, 히익……. 후윽…….”
심지어 직원한테 안내받아 우리가 앉은 소파 바로 근처에는 군인 복장을 한 시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심아련은 호흡곤란 증상을 겪었다.
“신기하지? 이게 진짜 귀한 카메라야. ‘심령현상 카메라’라고, 일본 쪽에선 제법 알아주는 괴이였거든. 내가 진짜 이거 얻으려고 오래전부터 눈독 들였는데 지난번에 이누나키 터널 토벌해 주고 나서야 겨우겨우 마법소녀들한테서 받아냈다. 걔들은 니콘 F시리즈로 비슷한 카메라를 두 대나 더 갖고 있으면서 뭘 그렇게 비싸게 구는지 모르겠어.”
“길드장님, 힉. 길드장니임…….”
“어휴. 그렇게 쫄지 마. 이것도 즐기다 보면 재밌어져요. 저 머저리들이 어디까지 인간 흉내를 낼 수 있나 테스트해 보는 묘미가 있다니까?”
“괴이를… 재밌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길드장님밖에 없어요……!”
그렇게 심아련을 놀리고 있자니 호텔 측에서 웰컴티까지 내다 주었다.
잠시 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영어와 보디랭귀지를 필사적으로 시전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손님. 현재 저희가 손님에게 응접해 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흠.”
내 턱의 각도는 20도 상승했으며 그에 반비례하여 직원의 각도는 20도 하강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신다면 저희가 어떻게든…….
“흐음.”
여기서 나는 해당 괴이를 토벌할 것인지 보류해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추를 슬그머니 후자 쪽으로 옮겼다.
보통 웬만한 괴이들은 이쯤 되어서 본색을 드러낸다.
그런데 돌아가는 낌새를 보아하니 얘네들은 호텔 영업에 진심인 것 같았다. 달리 말해, 우리가 ‘손님’ 코스프레를 먼저 관두지 않는 한에야 저쪽도 ‘호텔’ 코스프레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얘기지.
통과.
“괜찮습니다. 오케이, 오케이. 저는 그냥 이 주변 좀 둘러보면서 관광하다 올 테니까 그때 잘 부탁드립니다.”
-예?
“여기, 배낭 좀 맡아 주고 계셔 주십시오. 이건 마이 폰 넘버. 오케이?”
나는 배낭에서 중요한 물건들만 챙기고 직원한테 건네주었다. 그러자 직원도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아, 오케이! 땡큐 소 머치!’ 하고 방긋 웃었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우리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해 주었다. 우리는 편안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원래의 1층으로 향했다.
심령사진을 목격한 이래 계속 덜덜덜 떨고 있던 심아련이 말했다.
“어……. 길드장님, 저희 이, 이대로 나가도 되는 거예요?”
“아마도.”
“하, 하지만 아까는 문이 안 열렸잖아요?”
“아까랑 달리 이번엔 호텔 측에서도 우리가 나가는 걸 허락해 주었잖냐. 아예 나 나가 버리겠다고 하면 막았을지 모르겠다만,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라고 암시를 줬으니까.”
“아. 그래서 배낭을 일부러 맡기고……?”
“그래. 공허를 탐색할 땐 이렇게 이 공간만의 성격을 최대한 빨리 알아낸 다음 거기에 자신도 맞춰 줘야 한다. 아무리 위험한 공허여도 제대로 룰을 지키는 이상, 저쪽에서 먼저 나를 공격하는 경우는… 50% 정도밖에 없어.”
“절반이잖아요!”
그러니까 괴이가 언제 달려들어도 바로 싸다구를 날려 버릴 수 있는 무력을 키워 둬야지. 쯔쯧.
1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나는 시험 삼아서 1층도 카메라로 찰칵, 찍어 보았다.
“음.”
“뭐, 뭐가 나왔어요……?”
“조금 있다가 알려 주마.”
1층이 찍힌 사진 속. 그곳에는 시체들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머리가 반쯤 파먹힌 인간의 형상들이 20명씩이나 유리문 근처에 서 있었다. 그리고 100명쯤 되는 시체가 유리에 찰싹 들러붙어서 손바닥으로 유리를 긁어 댔다.
내 눈에는 예쁜 샹들리에처럼 보인 구조물도 사진 속에선 목 매달린 시체들의 향연이었을 뿐.
“일단 나가자.”
“네에에…….”
예상했던 대로 이번엔 유리문을 밀자 자연스럽게 열렸다. 훅, 하고 바깥의 거친 공기가 비강으로 밀려들었다.
심아련이 털썩 주저앉았다.
“무, 무서웠어요오오오……! 무서웠다고요! 길드장님, 제발! 이런 건 심장에 나쁘니까 절 끌어들이지 말아 주세요!”
“자, 여기 1층 사진. 기념품이란다.”
“기념품이요? 무슨… 꺄아아아아악!”
심아련이 꼴까닥 기절해 버렸다.
참고로 나는 만족스러웠다. 이래서 얘랑 같이 다니면 재밌다니까. 반응이 좋잖아.
물론 그다음 날 SG넷에 올라온 뻘글을 보고 나선 내 만족감도 반감되었지만.
-고려장: 서울 강남에 위치한 ‘그 탑’에다 발도장 찍고 왔다ㅋㅋㅋ.
-고려장: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던전이라면서? 가 보니까 조또 뭐 없더만. 각성자 새끼들 맨날 거들먹거리더니 이딴 조팝 던전에서 죽어 나가는 거였음?
(79층 로비 사진)
(1층 엘리베이터 사진)
-고려장: 나 영능력 아이템 있어서 인증샷도 찍고 왔다. 여기에 너희 애비 애미 얼굴 없는지 한번 잘 살펴보라고ㅋㅋ.
당연하지만 고려장 빌런이 올린 인증샷이란 다름 아니라 내가 심아련한테 건네준 즉석 사진들이었다.
열화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익명: 여기가 어딘데?
└문학소녀: 딱 봐도 사우론 탑이잖아.
└익명: ?? 이 새끼가 혼자서 사우론탑으로 레이드 뛰고 멀쩡히 돌아왔다고?
-[삼천]사관: 아니, 진짜 고려장 빌런 얘 뭐냐? 이 인격파탄자 어그로꾼이 진짜로 은둔고수임?
-[백화]고등학교6학년: 호에엥. >_<);;
-익명: 캬ㅋㅋㅋ 사스갓려장햄 씨다 씨ㅋㅋㅋ
-[만족]요리왕비: 무척 흥미롭네요.
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길드 휴게실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심아련을 쳐다봤다.
“헤, 헤헤에…….”
소파에 벌러덩 누운 심아련은 행복해 보였다. 무척이나.
어쩌면 진정한 괴이란 저런 것 아닐까?
4
후일담.
바로 다음 회차에서 나는 서규를 부산역에서 테이크아웃 한 뒤 ‘사우론의 탑’에 대해 인터넷으로 조사했다.
아직 문명이 멸망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호텔 숙박권의 이미지 파일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해당 이미지 파일로 숙박권을 조작했다.
왜. 뭐. 바코드는 엉망으로 찍혔지만, 어차피 괴이들이 진짜로 바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는가?
그리하여 이 숙박권(최상위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객실 크기 145m², 식사 포함, 1박 기준 정가 800만 원)을 들고 다시 한번 ‘사우론의 탑’에 혼자서 방문해 본 것이었다.
결과는?
“네, 예약 확인되셨습니다. 장의사 님.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오…….”
놀랍게도 예약이 통했다!
덕분에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창밖으로 아름다운 서울 야경을 내려다보며 목욕까지 즐겼다.
호텔 어디를 가도 직원들은 방긋방긋 친절하게 웃으면서 나를 대접해 준 건 물론이었다.
‘개꿀이로군.’
다음 날 아침, 조식으로 테이블에 올려놓은 식사를 시험 삼아서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찰칵-
나는 필름이 인화되길 기다리며 맛있게 미역국을 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뽑혀 나온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음…….”
해당 사진에 무엇이 찍혔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
다만 여기에 누구랑 같이 놀러 오려거든 반드시 비위가 매우매우 강한 사람을 골라야겠구나, 하고 다짐했다는 사실만 첨부해 두겠다.
아.
당연하지만 심아련이랑은 안 올 거다.
– 탐색자. 結.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