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5)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5화(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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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신노아
1
이 세계엔 내가 모르는 미지의 수수께끼가 많지만 그중엔 내가 의도적으로, 일부러 미제사건으로 남겨 둔 경우도 꽤 있다.
오늘은 그런 에피소드를 가볍게 다루어 볼까 하는데…….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더라도 먼저 이 질문부터 던지고 싶다.
혹시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시는가?
난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자고로 판타지 작품에 성녀가 등장한다면 ‘용사’라는 직업 또한 나오는 편이 맛도리라 생각한다.
두 직업군은 마치 초콜릿과 민트와 같다. 언제나 동시에, 동일한 위치에서 관측되어야만 비로소 요리로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두 재료의 배합이 어긋난다면 어떻게 될까?
초코와 민트의 비율이 1:1에서 무너져내려 1:3이 되어 버린다면? 심지어 붕괴가 가속되어서 1:81, 1:729에 이른다면?
그건 더 이상 민트초코 따위가 아니다. 단순한 민트일 뿐.
참고로 난 민트초코는 그럭저럭 좋아해도 민트는 질색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란 일종의 실패해 버린 요리라 할 수 있겠지.
무슨 말이냐면――.
이 세계에는 용사가 너무 많다.
2
“저기요? 저기요? 제 말 들립니까?”
“으으…….”
만일 당신이 길을 걷던 도중에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들을 목격한다면, 이게 웬 개꿀이냐며 사람들의 지갑을 따 버린 다음 겸사겸사 목젖까지 따 버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어서 정신을 차리라며 어깨를 톡톡 쳐 줄 정도로 당신에게 선한 마음씨가 아직 남아 있다면, 마지막으로 그 장소가 이미 게이트 사태가 터져 버린 지 어언 13년 이상이 흘러 버린 한반도의 어느 도시 한복판이라면.
그럼 당신은 대략 6%의 가챠 확률로 이런 반응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여기는……?”
“아, 정신 차리셨습니까? 어휴. 아저씨. 이렇게 날씨도 추운데 길바닥에 쓰러져 있으면 안 됩니다.”
“여긴……. 말도 안 돼. 설마, 지구?”
왜냐면 나는 목격했거든.
조금 전까지 맹하게 쓰러져 있던 행인이 돌연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는 지하철 종점의 기적… 아니, 광장의 기적을.
“예?”
“서, 선생님. 지금이 혹시 몇 년도인지 아십니까?”
물어봤길래 대답해 주었더니.
“말도 안 돼. 분명히 20년이 지났는데, 현실에선 고작 1년도 안 흘렀다고……?”
라며 얼탱이 다 떨어져 나간 면상으로다가 눈동자 초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 아니겠는가.
남자의 손엔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여기서 만일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당연히 뭔가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 도망칠 것이다. 설령 평생 미친놈을 만나 본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할지언정, 본래 미친놈이란 마치 소똥과 같아서 딱 보자마자 ‘저게 바로 소똥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회귀자로 살아온 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흘러 버린 내 감각은 조금 망가져 있었다.
그 감각은 내 뇌주름에다 ‘지금 당장 도망쳐라’를 입력하는 대신 그만 실수로 ‘호기심을 느껴라’를 타이핑해 버렸다.
“아니.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신트라 대륙이란 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마법과 오러가 실재하는 곳이었죠.”
그것들은 게이트 사태가 터진 이후의 지구 서버에도 새로이 도입된 서비스였으나 딱히 딴죽을 걸진 않았다.
“차원 이동을 경험하셨단 말입니까?”
“예, 바로 그렇습니다. 저는 그곳에 소환되어서 용사라는 직함을 받고 제 소중한… 정말로 소중한 동료들과 함께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원정을 떠났죠.”
한낱 구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진지하고 씁쓸한 아련미가 상대의 턱수염에 감돌았다.
무엇보다 내가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마왕? 마왕을 물리치셨습니까?”
“아, 예. 결국은… 저와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토벌했습니다.”
“허어.”
만일 상대가 정말로 다른 차원에 떨어져서 자그마치 20년 동안 전쟁터에서 굴러다녔고, 심지어 아군 파티원들과 함께 합을 맞춰 가며 강대한 적군을 물리쳤다면… 이는 완벽한 ‘베테랑’임을 뜻했다.
그리고 나 장의사에겐 그런 베테랑 각성자들이 필요했다. 몹시 절실히.
“그런데 죽음에 이르는 부상을 당한 저를 보고, 팀원 중의 사제랑 마법사가, 용사님은 여기서 죽으시면 안 된다고……. 크흑. 제가, 숨이 끊어지기 전에 본래 세상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면서…….”
남자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저는 죽어도 동료들과 함께 죽고 싶었는데. 이제, 너희들이 없는 세상에서 나 홀로 어떻게 살라는 얘기야…….”
동료들에 대한 애정까지 합격.
나는 희미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하게 우연히, 역대급 전사 후보를 주워 버린 것 아닐까?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오러든 마법이든 여기서 시연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네? 아, 아아. 예에. 물론이죠. 전 검사……. 윽?!”
남자가 돌연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때까지 왼손에 꾹 쥐고 있던 스마트폰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으으으윽……?”
“잠깐만요.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세요?”
“정신이……. 기, 기억이. 안 돼! 신트라 대륙에서 보낸 20년의 기억이, 동료들과 함께했던 여정이, 내, 사랑이… 사라지고 있어. 희미해져 가……. 안 돼, 아아아악!”
참고로 난 누군가한테 썰을 들려줄 때 과장이라곤 일절 섞지 않는 담백한 서술자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턱수염 남자가 갑자기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뭉크의 절규를 3D로 재현한 것도 전부 다 감동 실화 다큐멘터리였다.
이쯤 되어서야 내 머릿속엔 뒤늦게, 어쩌면 상대방이 단순히 미친 새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방문했다.
“어, 선생님?”
“…….”
“저기요?”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봤지만 남자는 한참이나 멍- 하게 서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고 가기에도 뭣해서 일단 바닥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웠다.
“음?”
스마트폰은 아직 전원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각성자들 전용 웹사이트 커뮤니티에 접속되어 있었다.
이 커뮤니티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남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져 있는 게시글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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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용사님.
당신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안전하게 고향으로 귀환했다는 것이겠지요.
당신은 저희들, 아니, 우리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하여 언젠가 고통스러운 기억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희생하셨습니다.
마왕과의 최종 전투에서 동료를 잃어버려 괴로워하는 당신의 모습을 본 우리들은.
당신의 기억을 소멸시켜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기적이라 욕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 안녕.
-추신: 죄송합니다. 용사님. 저희의 마법이 불완전했던 탓에 무언가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느낌만큼은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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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껴 둔 냉동 피자를 데워먹기 위해 심야의 냉장고 앞으로 갔는데 아까 낮에 실수로 냉장고 문을 열어 둔 채 내버려 뒀음을 눈치챈 대학교 자취생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내 옆에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어라?”
남자가…….
“어째서 눈물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은데도 통제할 수 없다는 양, 어떻게든 웃음으로 얼버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듯, 입술이 기묘하게 비틀어진 채… 오열하였다.
“대체 왜 눈물이 나는 거야……? 싫어. 마치 무언가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
꾸욱.
나는 남자의 손에 스마트폰을 들려 주고 얌전히 떠났다. 말없이. 발소리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숙련된 회귀자의 보법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무사히 정신병자로부터 멀어졌으나 안타깝게도 정신병자는 나로부터 멀어지길 원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해서 정신병자‘들’이 나로부터 멀어지길 원치 않으셨다.
“어라? 여기는……?”
“나는 안양의 김준영이 아니야! 나는 남궁세가의 일대제자, 남궁문청이다!”
“제발 나를 다시 그 세계로 다시… 어라, 어째서 눈물이?”
이런 시발.
위와 같은 현상을 최초로 목격한 것이 118회차였다.
이후로도 어느 회차에서든 종종 6%의 확률로 소위 ‘귀환자’들과 마주쳤으며, 그들은 항상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제각각 이세계로 떨어지게 된 경우도 다양했다. 누군가는 회귀를 겪었고, 누군가는 빙의했으며, 또 누군가는 환생했다. 이른바 ‘회빙환’이라 줄여 부르는 대지랄환장파티가 펼쳐진 것이었다.
나 장의사, 오래 살면서 온갖 볼 꼴 못 볼 꼴 다 겪어 봤으나 이건 또 각별한 맛이 있는 풍경.
“세상에.”
나는 수십 번의 회차가 지난 후. 즉,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이후에야 비로소 이것이 정신병자 한두 명의 몰래카메라 지랄트릭쑈가 아니라 무언가 심각한 사회적 현상임을 깨달았다.
이른바 ‘용사 증후군.’
정신 간섭 계열의 몬스터였다.
3
“몬스터요?”
그리하여 161회차.
나는 이번 회차에선 곧바로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용사 증후군’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언제나 내 상담역으로 활약해 온 성녀가 질문했다.
“몬스터가 물질적 실체를 갖지 않을 수도 있나요, 장의사 씨?”
“예. 가능하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물질적이지 않거나 물리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놈들이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사실 몬스터는 괴물(怪物)보단 괴이(怪異)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합합니다.”
“과연. 용사 증후군……. 정신적 질병의 형태로 존재하는 몬스터, 아니. 괴이라니.”
성녀의 무감정한 목소리에 희미하게 곤란한 기색이 향수처럼 깃들었다.
참고로 이 사람, 히키코모리 기질이 강해서 맨날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성녀집의 거실에선 어항의 물이 보글보글 기포를 터트리는 소리가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한동안 흘렀다.
“…그렇다면 이 괴이를 무슨 수로 토벌해야 할까요? 물질적인 본체가 없다면 죽일 수도 없잖아요.”
“뭐, 이런 경우엔 정도(定道)가 아니라 사도(邪道), 요컨대 편법을 쓸 수밖에 없죠.”
사실 토벌할 필요조차 없을지 몰랐다.
성녀가 고개를 기웃거렸다.
“편법이라면?”
나는 스마트폰을 켰다.
“이 글 보이십니까?”
“네? 예. 이 글을 클릭하면……. 등등이라고 적혀 있군요.”
“지금까지 발견된 용사 증후군 환자들은 모두 해당 글을 클릭한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괴이는 이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서 전염병을 전파하는 것일 테지요.”
“…랜선 감염이라는 말씀인가요? 세상에. 코로나 시절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되었군요.”
다시금 생각에 잠긴 성녀가 잠깐, 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럼 방금 저도 감염된 것인가요?”
“아니요. 이 글은 제가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린 뻘글… 그러니까, 진짜 게시글의 모방에 불과합니다. 안심하시지요.”
“아.”
안도하는 성녀를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하지만 바로 이 뻘글에 정신 계열 괴이를 물리치는 편법이 숨어 있습니다.”
“……?”
그날부터.
각성자 전용 커뮤니티 게시판엔 꾸준글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56)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17)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34)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11)
마치 작정한 것처럼 끊임없이, 쉬지 않고 똑같은 제목으로 올라오는 뻘글. 매크로의 위력이었다.
당연히 넷상의 회원들은 당황했다.
-익명: 뭐지?
-[삼천]사관: 무슨 일임?
-익명: 씨팔, 이건 또 무슨 컨셉이냐.
처음엔 이게 무슨 난리냐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회원들은 해당 게시글을 클릭했고, 그래서 조회수가 50을 넘는 경우마저 있었다.
하지만 내용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 그냥 파상공세만을 퍼붓는 꾸준글은 순식간에 기피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문학소녀: 아니, 진심 존나 노잼인데 누가 계속 저딴 글 싸지르는 거야?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백화]고등학교6학년: 호에에엥ㅠ_ㅠ)
-dolLHoUse: 유치.
-익명: 성좌들은 뭐함? 저딴 글 안 자르고.
└[삼천]마녀재판장: 성좌들 입장에서는 딱히 자를 만한 글이라고 판단되지 않은 거 아닐까? 자주 그러잖아.
└익명: 어휴…….
-ZERO_SUGAR: 그냥 여러분이 알아서 키워드 설정해서 차단 박으시는 건 어떨까요…? 전 차단하니까 아무것도 안 보이고 참 좋습니다^^
-익명: 차단했습니다.
조회수 10, 조회수 6, 조회수 3.
마침내 꾸준글들의 조회수는 0으로 떨어졌다.
아주 가끔 조회수가 1로 표시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13년 차가 넘어가도록 쉴 새 없이 계속해서 꾸준글이 올라가도록 매크로를 돌려놓으니, 마침내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모든 회원들이 《이세계》를 차단 단어로 설정했다.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0)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0)
아름다운 0의 행렬.
나와 나란히 커뮤니티를 관찰하던 성녀가 다소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과연. 굳이 괴이 자체를 박멸할 필요도 없이, 단순히 노출되는 사람을 없애 버리는 것만으로도 ‘토벌’과 똑같은 효과를 내게 되는군요.”
“예. 물리력을 가진 괴이는 우리한테 제멋대로 접근해 올 수 있지만, 신체가 없는 괴이는 단순히 ‘인식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힘을 잃어버리니 말입니다.”
“확실히. 유효한 방법이네요. 과연 회귀자답다고 해야 할지……. 간단하면서도 능숙한 처리법이에요.”
“감사합니다.”
본래 해당 커뮤니티엔 오직 각성자들만이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괴이가 뭔가 기기묘묘한 속임수를 써서 커뮤니티에 간섭하는 일 역시 염두에 둬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괴이가 무슨 수를 써서 글을 쓰든 간에 회원들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을 터.
글쎄, 잠깐 재미 삼아서 차단을 풀어 본 회원이 정말로 우연히 게시글을 클릭해 볼 순 있겠다만……. 괴이가 1개의 글을 올릴 때 메크로는 100개의 뻘글을 올린다.
어떤 회원이 우연히 차단을 풀고, 또 우연히 수백 개의 꾸준글 중 하나를 클릭했는데, 그것이 또 우연히 1/100의 확률을 뚫고 진짜로 ‘용사 증후군’에 감염된 ‘진짜’ 게시글일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만에 하나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그건 이제 여행 비행기를 탔다가 추락사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지. 한마디로 불행한 사고. 아무리 내가 회귀자라 해도 모든 확률을 통제할 순 없다.
애당초 감염되어 봤자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이로써 나 장의사는 경사스럽게도 또 하나의 괴이를 무사히 봉인한 것이었다.
“그런데……. 장의사 씨.”
“음?”
“만일 그게 정신병이 아니고 진짜라면 어떨까요? 정말로 해당 글을 목격한 사람들은 어딘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고, 무언가 생명의 위기를 겪었으며, 전부 동료들 덕분에 현실 세계로 귀환한 것이라면요?”
“아마도 그럴 확률은 낮을 겁니다.”
낮다고 할까.
한없이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째서지요?”
“간단한 경험담이죠. 그 사람들 전부 증언하는 게 딱 20년 정도만 여정을 보냈더니 마왕 잡고 세계 구하고 다 했다잖아요. 제가 겪어 봐서 잘 아는데 세상을 구하려면 20년 가지곤 턱도 없습니다.”
“아…….”
“무엇보다 진짜 만에 하나의 만에 하나로 다른 차원이 있다 한들 제가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저희는 저희의 세계를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힘껏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성녀는 납득했는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씀이에요.”
나는 카페오레를 홀짝이면서 다시금 게시판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익명: [SYSTEM] 이 글을 클릭하면 당신은 《이세계》로 이동합니다. (조회수: 0)
매크로를 돌리지 않았음에도 방금 저절로 생성된 게시글엔 조회수가 0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 용자. 結.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