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6)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6화(6/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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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Ⅰ
신노아
1
내가 특정 회차 동안에 몇 년까지 살아남느냐는 각양각색이다.
회귀한 지 하루 만에 죽는 하루살이 라이프를 만끽할 때도 있고, 20년이 넘도록 꾸역꾸역 버티다가 얼어죽을 때도 있으며, 9년 차에 외계인한테 촉수빵을 찔려 죽을 때도 있고, 7년 차 때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에 맞아 죽어 버림으로써 공룡의 심정을 체험해 보는 경우 또한 있다.
회귀자 특전을 받은 나조차 이러하다. 다른 사람들의 상황은 얼마나 더 열악하겠는가?
대부분의 각성자는 20년은커녕 10년, 5년, 2년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힘이 있으면 그 힘의 존재를 이유로 삼아 죽었고, 힘이 없으면 힘의 부재를 이유로 죽었다.
멸망하는 세계에서 죽음의 이유란 이름 붙이기 나름이었으며, 매일의 삶이 곧 사인(死因)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각성자보다도 빨리 죽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일명 SG남.
물론 ‘SG남’은 본명이 아니었다.
그저 ‘씨발 개소리남’을 짧게 부를 뿐으로, 내가 마음속에서 혼자서 붙인 별명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SG남의 진짜 이름을 알게 된 것은 50회차 때였다.
2
세상에서 제일 빨리 죽는 인간.
내가 SG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란 그러했다.
그의 일화를 소개하려거든 무엇보다 먼저 내가 회귀한 직후 보게 되는 풍경에 관해 묘사할 필요가 있으리라.
“뭐, 뭐야? 여기 어디야?”
“어? 부산역? 조금 전까지 공원에 있었는데…….”
“교주님? 교주님, 어디 계세요?”
회귀를 시작할 때마다 부산역 대합실에서 눈을 뜬다.
이곳엔 나를 제외하고도 398인의 일반인이 강제로 소환당했다. 참고로 소환엔 규칙이랄 게 없었다. 멀리 후쿠오카에서 끌려온 일본인조차 있었으니.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고 있자면 공중에서 뿅! 하고 뭔가가 나타난다.
“아아, 안녕하신 거예요! 여러분!”
이른바 튜토리얼의 요정이었다.
현실에서 혼자만 2D 세계에서 방금 막 뛰쳐나온 듯 데포르메 된 캐릭터.
“어라라? 숫자가 조금 적은데……. 아무튼, 갑자기 이런 곳에 소환당하시느라 많이들 놀라셨죠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제가 여러분을 처음부터 친절하게 안내해 드릴 가이드인 거예요!”
요정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말투가 병신 같았다. 모름지기 사람의 말투는 인격이란 이름의 인쇄기에서 찍혀 나오는 잉크와 같아서, 잉크가 엉망진창이라면 프린트기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편이 합당했다.
그보다 조금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요정이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류의 문명은 아직 아무런 장치도 없이 스스로 공중부양하는 외계생명체를 수용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합실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이 터졌다.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자아자아. 저는 여러분에게 이것저것을 설명 드릴 거예요! 여러분 다 기초교육은 받으셨죠? 제가 부산역 대합실이라는 반의 담임선생인 거예요! 여러분이 제 말을 열심히 따라 주시는 만큼 저 또한 여러분을 친절하게 대할 거예요. 그럼 이제부터…….”
“이 씨발 새끼야!”
모두가 멈칫했다.
웅장한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그게 뭔 개소리야!”
2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팔뚝에 문신 토시를 장착한 남자가 삼두 근육을 과시하며 요정에게 삿대질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가 바로 SG남, 씨발 개소리남(男) 되시겠다.
“호에에……. 넵?”
“이 씨발 새끼야! 사람들을 갑자기 끌고 왔으면 죄송하다는 소리부터 나와야지 어디서 아가리를 털어!”
SG남은 성량이 아주 우렁찼다. 그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무심결에 뒷걸음질을 칠 정도로.
너무나도 호쾌한 일갈에 요정조차 버벅거렸다.
“아니, 호에. 그게 이게 제가 한 일이 아니고 저는 그냥 일개 담당자에 불과해서…….”
“이 씨발 새끼야!”
요정이 움찔했다.
이쯤이면 슬슬 알아차렸겠지만 내가 SG남을 SG남이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든 서두에 씨발이란 단어를 장식하지 않고는 한마디도 못 하는 부류의 남자였다. 노가다판에서 일해 본 사람만이 터득할 수 있는 구수한 딕션.
“아무튼 네가 담당자란 소리잖아! 어? 사과 안 해?”
“아니이……. 요즘 이런 사람은 드물다고 선배들한테 들었는데. 인간들도 영악해져서 절대 도발이 안 먹힌다고 그랬는데에…….”
요정이 울상을 지었다.
녀석의 손안에서 별안간 수첩이 나타났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라고 그랬더라?” 하고 요정이 페이지를 휙휙 넘겼다.
“앗. 여기 있는 거예요.”
“이 씨발 새끼야! 사람 말이 우스워?”
“호이.”
요정이 가볍게 요술봉(역시 어느새 소환되었다)을 휘둘렀다. SG남의 머리통이 펑, 하고 폭발했다.
“이제 됐나? 자! 다들 저의 통솔을 따라 주시는 거예요!”
요정이 활짝 웃었다. 마치 자기 장난이 제대로 먹혔을 거라고 기대하는 어린애처럼.
요정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평균적인 감수성이었다. 다른 말로는 도덕 혹은 윤리라고도 불렀다.
“히에에에엑!”
이 재밌는 비명의 주인공은 심아련(난 부산역 대합실의 생존자들 이름을 전원 알고 있다). 운도 나쁘게 SG남의 바로 근처에 있었던지라 새빨간 핏물을 왕창 뒤집어쓴 장본인이었다.
“사, 사람이 뒈졌어……! 사람이! 히익, 뒈져 버렸어요! 히이이익! 사람이, 뒈졌어요오……!”
이 사람은 핏물에 뒤집히자마자 누구보다 빨리 남들과는 다르게 도망쳤다. 철퍽, 철푸덕! 사방으로 피와 내장을 튀기면서 말이다.
그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사람들한테 현실을 깨닫게 만들어 주었다.
“꺄아아아악!”
“사, 살인이다! 살인이야!”
“도망쳐어어어!”
사백 명에 가까운 인원이 심아련을 뒤따라서 우당탕탕 도망치기 시작했다.
요정은 “앗” “저기,” “거길 가면” “잠깐.” 하고 손을 뻗었지만 그 포즈가 오히려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대합실엔 나를 포함해 열 명 남짓한 인원밖에 남지 않았다.
“…….”
“어…….”
요정이 울상을 지었다.
“가이드라인이 엉터리였던 거예요! 본보기로 한 명만 없애면 다들 조용해진다고 적혀 있었단 말이에요!”
머리통이 삭제되어 버린 SG남의 몸뚱어리가 외로이 대합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럼 나는 외로이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내 전용 아이템인 은방울을 파밍하는 것이다.
자아, 이제 내가 왜 SG남의 본명을 몰랐는지 모두 이해하리라.
흔히 소설에 등장하는 ‘튜토리얼 요정에게 대들었다가 처형당하는 엑스트라’.
그것이 SG남의 정체였기에.
3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나는 SG남에게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않았다.
어느 회차에서건 SG남은 요정에게 급발진을 박았다.
회귀가 거듭될수록 내 인생의 루트는 천차만별로 다양해졌으나 ‘SG남이 요정에게 사망한다’라는 최초의 이벤트만큼은 언제나 발생했다.
‘…저 남자를 살리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 내가 문득 호기심을 느끼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 살려 보자.’
혹시 모르잖는가?
살려서 각성시켜 봤는데 까고 보니 쇼 노인이 그토록 오매불망 염원하던 순간이동 능력자일지.
참고로 나는 호기심이란 욕구에 굉장히 잘 따르는 편이었다. 원래부터 이러진 않았는데 회귀를 거듭하다 보니 저절로 성격이 바뀌더라고.
바야흐로 50회차 때, 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로 결심했다.
“아아, 안녕하신 거예요! 여러분! 어라라? 숫자가 조금 적은데……. 아무튼, 갑자기 이런 곳에 소환당하시느라 많이들 놀라셨죠오?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많이 놀란 쪽은 요정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바닥을 밟고 뛰어올라 순식간에 요정의 코앞까지 접근했기 때문이다.
“호에?”
요정의 얼빵한 얼굴에 내 그림자가 드리웠다.
딱히 미안하진 않았다.
요정이 차마 눈꺼풀을 다 감기도 전에 내 우악스러운 손바닥이 녀석의 머리를 붙잡았다.
손에서 강기(罡氣)를 한 바퀴 회전시켰다.
펑- 하는 소리가 장난처럼 울렸다. 요정의 작은 머리가 터진 소리. 언제나 다른 인간의 머리통을 폭발시켜 온 요정에겐 제법 역설적인 최후 아닐까.
“응?”
“방금 무슨 일이…….”
탓, 하고 바닥에 착지한 나를 쳐다보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말 그대로 찰나의 교전에 불과했다.
아직 회귀한 지 얼마 안 된 초창기 시점이니 요정과 나 사이의 싸움을 눈으로 제대로 좇아온 목격자는 없겠지.
아, 참고로 머리뿐만 아니라 나머지 몸뚱어리도 전부 갈아 버렸다. 아마도 사람들은 ‘공중에서 쪼마한 생명체가 나타났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정도밖에 인식하지 못했을 거다.
“어?”
막 사자후를 터트리려고 입을 벌렸던 SG남 역시 그 벌어진 입으로 얼빵한 소리나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처음으로 SG남의 첫마디로 ‘야 이 씨발 새끼야’ 이외의 말을 들었다.
그 나름대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4
과연 SG남은 상남자다웠다.
“그쪽은 누구 되십니까?”
‘그쪽’이라는 호칭.
존댓말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자존심과 깡을 붙잡으려는 각오가 느껴졌다.
하지만 부산역에 등장한 몬스터를 내가 한칼에 썰어 버리는 장면을 목격하자 ‘그쪽’은 ‘당신’으로 변했고, 썰어 버린 몬스터의 모가지가 50개가 넘어갈 즈음부턴 ‘……’로 뒤바뀌었다.
마침내 게이트를 클리어했을 때는 조금 더 극적인 형태로 호칭이 변화했다.
“저기……. 형님?”
“예.”
SG남이 쭈뼛쭈뼛 내 안색을 살폈다.
“그, 괴물들 처리하시는 모습 보니까 대단하신 분 같던데 왜 저 같은 놈을 굳이 데리고 나오셨는지…….”
“두 가지 대답이 있습니다. 진실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대답과 거짓이지만 납득할 수 있는 대답. 어느 쪽을 듣겠습니까?”
“네? 어……. 그야, 진실이죠?”
“저는 회귀자이고 현재 50번째 세상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당신은 대합실에서 죽었고요.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이번엔 살려 보고 한동안 함께 움직일 생각입니다.”
“예에……?”
나를 존경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던 SG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게 뭔데 씹덕아’라는 문장을 안면 근육으로 표현하면 저렇게 되겠지.
나는 다소 의기소침해졌다. 성녀와 만난 35회차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였고, 그 이후부터 나 자신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가끔씩 털어놓기도 해 봤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성녀를 제외하면 내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어째서일까?
“사실 저는 국정원에서 이런 사태를 대비하여 예전부터 준비해 온 특무 5팀의 팀원입니다. 협조를 요청 드립니다.”
“아, 그렇군요.”
“통성명이 늦었군요. 저는 코드명 장의사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서규입니다. 형님. 저, 편하게 불러주십쇼.”
“그래?”
서규. 그것이 SG남의 본명이었다.
나는 세계 멸망을 막아 가는 여정에서 ‘동료’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후일 A급 각성자로 성장할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규합했다.
50회차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규와 동행하면서 점점 더 많은 파티 멤버들을 등용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능력을 써먹을 것인지 역시 이미 수많은 회차들을 통해 파악했으므로, 내 파티원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했다.
“…저는 재능이 없는 모양입니다. 형님.”
서규는 그런 회귀자 특전을 누리지 못했다.
당연했다. 서규가 튜토리얼에서 생존한 것도, 나와 함께 파티를 꾸린 것도 전부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나는 그가 무슨 능력을 각성하게 될지조차 몰랐다. 일대일 맞춤형 과외를 해 줄 형편이 안 되었다.
“아, 씨. 다른 애들은 잘만 크는데 왜 나만…….”
반면 서규 입장에선 자기가 어마어마하게 재능 없는 열등생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주변에 있는 동료라곤 죄다 A급 유망주들, 괴물 같은 천재들뿐이니 그야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자괴감이 들 수밖에.
하지만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았다.
“성녀님.”
“네?”
“서규한테 메시지 좀 쏴주십시오.”
구국의 성녀.
내가 꽁꽁 숨겨 두고 있는 전설급 포켓몬이 출동할 차례였다.
내 요청에 따라 성녀는 이따금 파티원들에게 메시지를 쏴서 때로는 그들을 다그치는가 하면 때로는 응원했다.
[‘붉은 말의 군주’는 당신이 지닌 재능은 진짜라고 확신합니다!] [‘알프스의 정복자’가 당신의 의심을 불식시킵니다.]당연하지만 나는 파티원들의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가족 관계, 학력, 과거의 트라우마, 특기 등등.
해당 정보는 모조리 성녀한테로 넘어갔다. 성녀는 1급 개인정보를 토대로 훈련생들에게 심리상담을 행했다.
법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문명이 멸망해 버린 이후 개인정보 유출법은 효력이 좀 떨어졌다. 사실 멸망 이전에도 썩 잘 지켜지는 법률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성녀는 ‘천리안’ 능력을 가진 S급 각성자.
여기에 내 정보 유출까지 더해지니, 파티원들은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관음하는 성좌들이 정말 존재하노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성좌들이 앞다투어 자신의 재능을 보증해 준다?
“…열심히 훈련을 받아 반드시 능력을 각성하겠습니다!”
서규도 의지를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나와 성녀의 이인삼각 전략은 완벽했다.
세뇌이고 가스라이팅 아니냐는 반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
결국 머지않아서 어느 한밤중, 서규는 다른 파티원들 몰래 나를 찾아왔다. 무척 심각한 얼굴로.
“저기, 형님.”
“무슨 일인데?”
“제가 아무래도 어젯밤에 각성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튜토리얼의 희생자. 50번의 회귀 내내 누구보다 제일 먼저 무대에서 퇴장해 버린 남자.
그의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대박인가? 쪽박인가? 어느 쪽이든 내 호기심이 충족된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나는 서규와 악수했다.
“축하한다. 언젠가 해낼 거라고 믿었어.”
“가, 감사드립니다. 전부 형님 덕분입니다.”
“그래서 어떤 능력이냐?”
“아. 그게……. 씨,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하나.”
나와 맞잡은 서규의 손에는 힘이 없었다.
표정도 미묘했다. 그토록 갈망해 온 각성을 이루었음에도 별로 기뻐 보이지 않았다.
‘역시 쪽박이었나.’
그의 얼굴을 보고 나 역시 마음속에서 기대의 색종이를 한 겹 접었다. 애당초 상위 능력이란 게 그리 만만하게 등장하는 물건이 아니었다.
“뭐길래 그러나? 재지 말고 시원하게 말해 봐라.”
“아뇨. 그게 아니라 이걸 말로 설명 드리려면 조금 애매해서……. 형님, 핸드폰 갖고 다니시죠? 잠깐 좀 봐 보시겠습니까?”
“핸드폰을?”
“예.”
나는 의문을 표하면서도 순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핸드폰은 먹통이었다. 게이트 사태가 터진 지 어느새 반년이 지나갔고 대부분의 통신수단은 맛이 가 버렸다.
전화, 인터넷, 무전기, 레이더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괴이들에 의해 오염당했거든.
“인터넷을 켜서 제가 말씀드리는 주소로 한번 접속해 보시겠습니까?”
“음……?”
그리고 놀라운 일을 목격했다.
당연히 접속할 수 없어야 할 인터넷이 연결된 것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놀라움이란 감정을 느끼면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조작했다.
인터넷은 여전히 먹통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다른 앱들도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서규의 말에 따라 접속한 사이트만은 멀쩡히 돌아갔다.
“이건……?”
그곳은 게시판 형식의 사이트였다.
오래전 PC통신 시절처럼 디자인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서규가 마치 어린 시절 그림을 남한테 보여 주듯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 이게 제가 각성한 능력입니다. 사이트 운영.”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