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nfinite Regressor, But I’ve Got Stories to Tell RAW novel - Chapter (73)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73화(7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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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인자 Ⅰ
신노아
1
이참에 내 썰을 한번 종합해 보자면, 당서린이 한반도 최강의 아이돌로 등극하도록 물심양면 원조했던 장본인도 나고, 전국의 도로를 독점함으로써 물류를 통제하는 국도관리대를 창설했던 장본인도 나이며, SG넷을 만들어 여론 및 정보의 권력을 거머쥔 장본인도 나고, ‘대도서관의 사서’라는 성좌를 데뷔시킨 것도 나고, 도서관학회라는 위장조직을 설립한 장본인 또한―― 그래. 그것도 나다.
여기까지 들은 독자들 가운데 어쩌면 나를 ‘한없이 전지전능한 흑막’으로 여기는 추종자도 생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오해다. 누누이 말했다시피 내 썰은 성공담보다는 실패담에 가깝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뻘짓도 많이 저질렀다.
그 수많은 삽질들 가운데 꽤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 볼까 싶다.
-후부우우우웅!
혹시 여러분.
다소 뜬금없겠지만 ‘반지의 제왕’을 좋아하시는가?
여기서 말하는 ‘반지의 제왕’은 톨킨이 직접 쓴 소설책이 아니라 후대에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삼부작을 뜻한다.
삼부작에서 내가 가장 애호하는 작품은 당연하게도 맨 마지막 편 피날레인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그중에서도 인간 왕국의 기마대들이 오크들을 향하여 장렬하게 돌격하는 전투씬… 이른바 ‘로한 기마대 돌격’ 장면이라고 불리는 부분이야말로 내 원픽 되시겠다.
영화에서는 인간과 오크가 충돌에 앞서 서로 전의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대열을 갖추어라, 구더기들아. 대열을 갖추란 말이다! 파이크는 앞으로! 궁수들은 뒤로!
-전진하라! 그리고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라! 일어서라! 일어서라, 세■덴의 기수들이여!
-죽음을!
-전진하라, 에■를의 후손들이여!
아, 당연하지만 ‘■’로 표시된 부분은 저 무시무시한 톨킨 재단의 저작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나 장의사, 이래 봬도 저작권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남자거든.
어쨌거나 마침내 인간의 기마대가 돌격하기 시작하자 펠렌노르 평원에는 쁄나팔이 후부우우웅… 하고 울려 퍼지는데.
이거 원, 참. 원래부터 의성어가 그렇지만 이 뿔나팔 소리만큼은 도저히 문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다.
고작 ‘후부웅’이라는 조악한 문자 조합을 갖고선 저 웅장한 사운드 효과의 0.01%조차 담아 낼 수 없다.
나는 유행이 한참 지나고 난 뒤에야 해당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회귀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엔 딱히 문화생활 전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에.
하지만.
“세, 세상에. 길드장님……. 반지의 제왕 영화도 본 적 없으세요? 의, 의미를 모르겠어요. 제 말씀은, 그러니까, 도대체 왜 사시나요? 인생은 뭣 하러 쓸데없이 지속하시나요……?”
라는 심아련의 지적질을 받고서 어찌저찌 블루레이를 구해다가 홈 시어터에서 관람했다.
-후부우우우웅!
그리고 나는… 꽂혀 버렸다.
기마뽕이 무엇인지 드디어 개안(開眼)했다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기병대의 말발굽이 오크들을 무참하게 치어 버릴 때 내 심장 또한 동시에 치여 버린 것이었다.
바야흐로 380회차.
또 다른 ‘휴가 회차’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2
“기병대.”
“…예?”
“기병대를 육성합시다.”
회의실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탁. 때마침 카페모카를 마시느라 입술이 봉인되었던 노도하 국도관리대장(이 사람은 커피의 원두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마신다)이 잔을 내려놓았다.
“그게 무슨 개소리십니까…….”
“기병대를 육성하자는 말입니다. 어차피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굴러가지 않는 세상인데 언제까지 구시대적인 탈것에 집착할 겁니까? 기름 연료가 필요 없이 잡초만 뜯어도 잘만 굴러가는 신세대 탈것이 이제는 절실히 필요해진 시점 아닐까요?”
“어느 쪽인가 하면 자동차보단 말 쪽이 한참 더 구시대인 것 같습니다만……?”
“시대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법이죠.”
참고로 난 회귀 동맹에서 뭔가를 주장할 때 그냥 말로만 하는 법이 없었다. 미리 준비해 온 시청각 자료 및 통계자료를 배포했다.
“보시다시피 국도관리대의 성장에 힘입어 도시와 도시, 길드와 길드 사이의 물류 이동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도시에서 비축해 두고 있었던 기름 연료의 양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죠. 결국 2년 이내에 모든 비축량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노도하 국도관리대장.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대비책을 세워야만 합니다.”
“제 뇌수에 처박힌 기억이 옳다면 그렘린을 사용해서 자동차들을 움직이자는 계획이 바로 얼마 전에 장의사 각성자, 댁의 입구멍으로부터 입안됐는데요……?”
“그렘린은 그래 봬도 괴이입니다.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죠. 그러니 언제든 정책을 갈아탈 수 있도록 B안을 마련해 둬야 합니다.”
“이상하군요. 하는 말은 얼핏 옳아 보이는데 왜 이렇게 표정이 꼽지……?”
그건 부처의 눈에 부처만, 노도하의 눈깔엔 노도하만 비추기 때문이다.
“뭐. B안으로서 그럭저럭 그럴싸하다는 건 인정하겠습니다만 기병대라 해도 말을 어떻게 키울 생각인지……? 이제 와서 목초지를 더 늘릴 여유 따윈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바쁜 검후 어르신한테 잡초밭까지 밟아 달라고 부탁할 생각은 저한테도 없습니다.”
“……? 그럼 어떻게 말을 키우시려고?”
노도하의 고개 갸웃거림은 정당한 몸짓이었다. 공허로 뒤덮인 세상. 겉으로 멀쩡하게 생긴 산나물도 함부로 주워 먹었다간 큰일 난다.
만일 아무거나 먹는다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생명을 가진 유기체들은 실시간으로 자기 유전자가 변화하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두피에서 조금씩 흰머리가 많아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머리털 대신 이빨이 돋아나더라는 체험은 과연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윈은 물론이거니와 라마르크도 요즘 시대에 다시 태어났다면 ‘아니, 이 정도로 내 이론이 옳기를 바랐던 건 아닌데…….’라며 난색을 표했을걸.
“노도하 대장. 우리는 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 …아,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십쇼. 당신이 괜히 학구적인 척 개소리를 지껄일 때마다 느껴지는 기분이 지금 막 엄습하려 드는…….”
“말이란 무엇입니까? 말의 본질, 말의 이데아(Idea)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이 타서 질주할 수 있는 동물 아니겠습니까.”
“이런 시발.”
“저는 단순히 말의 모방품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말. 지금까지 인류가 단 한 번도 목격한 적 없는 말-그 자체. 적군이 파이크 방진을 이루어서 창끝을 들이밀어도 무서워하지 않으며, 순간 가속력이 폭발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질주도 가능하고, 무거운 짐도 대신 날라 주며, 착하고, 순하고, 그렇지만 나에게만 그럴 뿐이고 적에겐 가차 없는, 똥오줌도 별로 싸지르지 않으면서 먹는 것도 아무거나 잘 먹는 말을 원합니다.”
“이런 시발…….”
“그리고 저는 이 말을 탄생시키기 위해 공허를 이용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저의 이 완벽한 계획. 막 두근두근거리지 않습니까?”
“막 두근두근거리긴 하는군요. 댁 때문에 발병한 협심증인데, 이게.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망해 버려서 고발할 수가 없네요……. 음. 여보십쇼, 성녀 씨? 당신이 이 사람 좀 말려 보실 수는 없는지……?”
그때까지 조용히 봉다리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성녀가 입술을 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지난주에 장의사 씨는 저한테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움직이는 스팀펑크 기동요새가 있으면 멋있지 않겠느냐고 상담했습니다.”
“…….”
“스팀펑크 기동요새에 비해 말-이데아라면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도하 공방주. 포기하시길 권유합니다.”
회의장에 기다랗게 한탄이 흘렀다.
“이런 시바알…….”
나는 그걸 ‘이 사업안 완전 좋은데? 얼른 진행해 보자’라는 사인으로 받아들였다.
바로 다음 날부터 경상남도 창원 북쪽, 대산면 일대의 평야에다 말 목장을 차렸다.
“이제 현대인의 트렌드는 귀농……. 아니, 귀목(歸牧)이다.”
나는 밀짚모자를 쓴 채 짐짓 평야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골랐지만 기막히게 좋은 땅이었다.
근방에 주남저수지까지 있어서 목초지로 써먹기엔 그야말로 알짜배기나 다름없는 환경. 입지 조건도 훌륭했다. 국도관리대와 삼천세계의 본부가 위치한 부산에서 그냥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아닌가.
‘회귀 좀 하면서 전국팔도를 다 돌아다녔더니 이젠 땅 보는 눈이 무학대사 뺨을 후려갈길 수준이로군.’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렸다.
본래 문명이 멸망하기 전까진 주로 농토로 쓰였으나 현재엔 주민 대다수가 떠나 버려 잡초 및 잡목이 점령했다.
물론 이 시대의 유전학과 생물학은 신묘하여서 잡초 및 잡목의 항목에는 ‘괴이’라는 종도 엄연히 등록되어 있었다.
-고블고블.
-슬라임슬라임.
대산면 일대에 서식지를 차려 놓은 괴이들은 크게 두 종류였다.
생긴 건 고블린처럼 생겼으나 몸은 액체 슬라임으로 이루어진 ‘슬라고블린’, 그리고 슬라임처럼 생겼지만 피부는 고블린의 피부인 ‘고블라임’. 둘 다 도서관학회 분류법에 따르면 마을급 미만의 위험등급을 소유했다.
어쩌다 저런 혼종이 태어났는진 나도 모르니까 물어봤자 소용없다. 아마도, 음. 어느 날 어떤 고블린 A가 슬라임의 빵뎅이를 보고 탐스럽다 여겼든지……. 아니면 어떤 슬라임 B가 고블린의 똥구멍을 보고 안락함을 느꼈겠지. 어느 쪽이든 사악한 결과물임은 다를 바가 없었다.
-고브으을!
-슬라아아아!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틀 만에 두 개의 희귀종을 싹 다 멸종시켰다. 아포칼립스 직후 전 세계의 국어사전에선 ‘생명의 다양성’이란 단어가 삭제됐으므로 다행히 합법적인 행위였다.
창원을 돌아다니는 김에 겸사겸사 잡목들도 오러로 쓱쓱 다듬어서 정리했다.
-이히이이잉! 이힝!
그다음엔 완벽하게 합법적이고도 평화로운 이송 작전이 이루어졌다. 제주도로 건너가서 풀밭을 뜯어먹고 노니는 말들을 잡아다가 선창에 밀어넣었다.
그리고 노를 저어서 본토와 제주도 사이를 왕복했다.
기름? 그딴 건 사치다.
‘댁의 동숲 에디션 현실 DLC판에 지원해 줄 기름 따윈 1리터도 없습니다…….’라고 노도하가 선언하면서 정확히 500ml짜리 비커에다 새까만 중유를 담아서 건네줬거든.
하지만 나 장의사가 어떤 인물인가? 오러로 휘감은 노로 바다를 휘저으며 장장 보름에 걸쳐 무려 200마리의 말을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
어디 그뿐이랴. 일본까지 건너가 마법소녀협의체와 쇼부를 봐서 우량의 경주마들을 4마리나 공수해 왔다. 저쪽도 나랑 같이 사업을 몇 번 진행했기에 흔쾌히 허락해 주더라고.
물론 마법소녀협의체가 배까지 제공해 주진 않았기에 동해 바다를 맨손으로, 아니, 노로 건너와야만 했다.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라는 성녀의 중얼거림이 종종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내가 성녀님을 참 존중하는데, 끈질긴 포교 끝에 드디어 지난주에 삼국지를 읽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건만 다 읽고 나서.
‘…결국은 사마의가 승리했으니 교훈도 뭣도 없는 이야기 아닌가요?’
라는 감상평을 남기더라고.
세상에. 촉빠(정통)도 위빠(사도)도 아니고 하다못해 정신이상자 집단인 오빠조차도 아닌 진빠? 이게 정녕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란 말인가? 성녀는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아니, 제가 사마씨 가문을 좋아한다는 말씀이 아니고 그저 이야기의 결말이…….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계속 말 키우세요.]흥.
말들은 회귀자의 사랑과 지원, 무엇보다 공허의 유전자 변이를 무럭무럭 듬뿍 받아서 컸다.
세상이 멀쩡했다면 그래도 말들끼리 교배해서 새끼를 까는 데, 그리고 망아지에서 다 자라는 데 못해도 2년~3년은 걸리겠다만 우리 세계가 어떤 세계인가? 뉴턴이 제창한 절대공간·절대시간이란 개념에 경기와 발작을 일으키는 세계다.
이 세계적 수준의 정신병 덕택에 내 목장(이름은 ‘이데아 목장’이라고 지었다)에선 불과 하룻밤 만에 망아지가 성체로 자라기도 했다.
물론 이건 좀 극단적인 케이스였고 대체로 반년 동안 들쭉날쭉 성장했다.
-이히이이잉! 힝힝!
-그르르르르…….
내 보살핌 아래에서 말들은 진화의 신비를 깨우쳤다. 나는 이 모든 작업을 ‘유전인자 작업’… 짧게 ‘인자작’이라고 명명했다.
보다 최강의 말을 향하여!
보다 최속의 말을 향하여!
보다 최고의 말을 향하여!
어떤 의미로 진화란 최적의 루트를 걸러 내는 회귀자의 삶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 장의사야말로 인자작의 전문가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대망의 반년 뒤.
“벌써 성과가 나왔다고요……?”
“그렇습니다. 노도하 대장. 제가 이번에 정식으로 저의 [이데아 목장]에 초대하겠으니 시찰 겸 구경하러 오시죠.”
“와. 어디로 초대받았을 때 이렇게 가기 싫은 적은 또 오랜만입니다…….”
“그래도 이거 동맹 회의에서 정식으로 제출한 B안이잖아요. 명색이 회의 담당자로서 확인하셔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맨날 부산에만 있는 것도 안 좋습니다. 사람이 가끔은 마실도 나가야지.”
“…….”
“오실 거죠?”
“…….”
이날을 위해 사파리 트럭까지 준비해 뒀다.
노도하뿐만 아니라 서규랑 심아련 등 우리 길드원도 불렀다. 내가 자기들만 빼놓고 놀면 은근히 섭섭해하거든.
“아앗……! 저, 길드장님이 맨날 목장 목장 자랑하셔서 꼭 보고 싶었어요! 그, 그림으로 그려서 SG넷에 자랑글 올려도 괜찮죠……?”
“형님이 하도 도원향이네 이상향이네 노래를 하시니까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뭐, 처음부터 끝까지 형님이 만든 목장이라니까 뭔가 대단하지 않을까요?”
아련이랑 서규가 사파리 트럭의 뒷좌석에 올라타서 신나게 떠들었다.
기본적으로 아포칼립스란 즐길 거리가 적은 시대. 인류는 이런 초대 하나하나에 기뻐하는 덕목을 되찾았다.
반면, 조수석에 앉은 노도하는 구시대적 인물답게 면상이 곧 죽상이었다.
그녀는 트럭에 타자마자 안전띠부터 맨 다음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장의사 각성자…….”
“에?”
“성녀 씨는 왜 없습니까……?”
“아, 초대는 했는데 하필 목감기에 걸리셨다지 뭡니까. 그래서 아쉽지만 다음에 시간 날 때 오시겠다고 말했습니다.”
“…….”
노도하의 표정이 좀 더 창백해졌다.
나는 제법 오래된 사파리 트럭에다 카세트테이프까지 넣어서 음악을 틀었다. 드라이버의 센스 넘치는 음악 선곡에 뒷좌석이 떠들썩해졌다.
“그럼 장의사의 이데아 목장, 최초 일반인 개방, 제1회 사파리 투어를 시작하겠습니다.”
“와, 와아아아…….”
“오오오오!”
부르르르릉!
사파리 트럭이 우렁차게 매연을 내뿜었다. 나 또한 힘차게 경적을 울렸는데, 그러자 미리 설정해 둔 뿔나팔 소리를 클락션이 뿜어냈다.
-후부우우우웅!
완벽했다.
인류의 마지막 사투를 위해 저 대륙에서 울려 퍼졌던 뿔나팔 소리가 다시금 웅장하게 재현되는 가운데, 노도하의 중얼거림이 나직하게, 나한테만 들리는 볼륨으로 조수석에서 흘러내렸다.
“이런 시발…….”
무한 회귀자인데 썰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