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02
00102 #5 – 내 세상이다 =========================================================================
#5 – 내 세상이다(1)
인재등용 이후, 업무배치와 추가적인 등용 건은 켄이치가 모두 처리했다.
일손이 늘어난 덕분인지 국정은 순조롭게 풀려나가고 있다.
내부의 적은 반란 이후로 전원이 침묵 상태이다.
외부의 적은 밀정들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잠잠해졌다.
당분간은 밀정을 통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리라.
공국 내외의 적이 해결된 지금, 시급한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당연히 셀레나와 내가 할 일은 없다.
실로 오래간만의 자유시간이다.
“하아. 본녀가 이리 느긋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은 너무나도 편안하구나.”
‘전적으로 동감이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이러고 싶어.’
“그대는 아이템이지 않은가. 대미궁에 오기 전에는 계속 바위에 꽂힌 채로 아무것도 안하지 않았었나?”
대뜸 아픈 기억을 자극해버리네.
확실히 페르뒬 산에서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은 없었지.
그게 편안한 삶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때는 여러모로 큰일이었다고. 괴조 니그문다들이 지팡이에 부리를 갈아대고, 이따금 배변까지 뿌려댔으니까. 그거 피하려고 얼마나 필사적으로 마법을 써댔는지 원.’
“아아.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때가 기억나는구나. 그대의 껍질이 벗겨질 기세로 벅벅 문질러 닦았었지.”
‘그땐 진짜로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고. 청소당하다가 죽는다니, 굴욕사에도 정도가 있지.’
그래도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니 웃고 넘길 수 있다.
“하암… 피곤하구나. 잠시 낮잠을 좀 자겠느니라.”
한동안 켄이치에게 붙잡혀서 무리하게 일을 했었지.
정말로 피곤하기는 했는지 금세 눈을 감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모처럼의 여유도 생겼겠다, 나도 시스템 메시지나 점검했다.
로그인 때마다 멋대로 시간이 경과해서 열람하지 못한 것들이 많단 말이지.
‘기록 열람.’
다이스 게임에는 [기록 열람]이라는 기능이 있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될 경우, 이를 비활성화로 전환하고 추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직경영이나 대규모 레이드파티를 이끄는 시점부터는 정말로 알림이 시도 때도 없이 주르륵 뜨는지라 게임 중후반부의 필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아직 게임 시작으로부터 두 달밖에 경과하지 않았지만, 엉겁결에 정식주인 셀레나가 일국의 왕이 된 관계로 알게 모르게 시스템 창에 시달리고 있다.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역시 손이 많이 가면 귀찮다고 해야 하나.
-형 : 별의별게 다 뜨네요.
전적으로 동감이다.
국정을 돌보기 위한 회의에 참석했다고 포인트를 받기도 하고, 궁궐 안에 나타난 개미집을 친위대가 제거했다고 포인트를 받기도 한다.
숨만 쉬고 있어도 포인트가 는다는 점에서는 좋다만.
그것도 정도껏 늘어야지.
하다못해 당근을 먹기 싫은 후요에게 털보가 당근을 먹였다고 포인트가 주어졌다는 알림도 있다.
뭐야 이거.
무진장 귀엽잖아.
-츳키 : 후요 메시지 좀 더 띄워봐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호기심이 느껴졌던지라 검색창에 키워드로 후요를 입력했다.
『임시주인 후요가 식사 후에 양치질을 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0.5p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가 옥좌 뒤에 낙서를 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0.5p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가 궁궐 정원에서 놀던 벌새를 포획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100p를 습득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흐뭇한 아빠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다.
아이라는 게 이렇게 귀여운 존재였구나.
애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이왕에 키운다면 꼭 후요 같은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
물론 낙서는 나중에 지우게 해야지.
옥좌 근처까지는 대체 어떻게 갔던 거야?
게다가 벌새 그거 비행속도 무진장 빠른 새잖아.
그게 잡으려고 한다고 잡아지는 새인지 어리둥절해지네.
『임시주인 후요가 사용인 유령A와 안부인사를 나눴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0.5p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가 거대거미 유령C와 달리기 시합을 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20p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가 혼돈 속의 생물체 유령F의 초상화를 그려줬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50P를 습득했습니다.』
……이건 또 뭐야!?
-모찌롱 : 후요의 일상 상태가?
-뭵스러 : 친구는 유령친구가 있어요!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거대거미 유령C라는 건 A랑 B도 있다는 거잖아.
게다가 혼돈 속의 생물체라니, 그거 광기의 신 노스트라가 만들었던 몬스터인데.
유령이 되어서 궁궐까지 돌아다니고 있었냐!
얜 대체 유령들하고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이건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후요랑 면담을 해야겠다!
아이템인데 면담은 어떻게 하러 가냐고?
여태까지라면 잠든 셀레나에게 집요하게 전음을 날려서 깨우는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침실에는 언제든 비상시에 대비해 시종이나 친위대를 부르는 장치가 마련되어져 있지.
호출하려면 스위치를 누르거나 줄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
다행히도 지금 내 옆에는 누르기 좋은 스위치가 있다.
5mm.
딱 5mm만 이동하면 호출이 가능하다는 거다.
아이템을 얕보지 말라고!
지메클로 경은 아니지만 나도 5mm쯤은 움직일 수 있다!
방법은 물론 스킬을 사용하는 것.
우우웅
초진동 스킬을 쓰자 지팡이가 바이브레이터처럼 진동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동은 1mm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팡이에 딸린 바위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아나. 이놈의 바위. 어떻게 된 게 허구한 날 트롤링만 하냐.’
단단히 발목 잡힌다는 생각에 대뜸 혈압이 오른다.
내가 단명하게 된다면 분명 이 녀석 때문일 거야.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지! 난 아직 더 빨라질 수 있다! 초당 진동수 32Hz는 어떠냐!’
우우우우웅
지팡이는 덜그럭거렸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역시나 바위는 무거웠다!
-묵제 : 아니 여기서 뭐하는 건데ㅋㅋ
-폐급페도 : 오. 방금 거 1후요 된 듯
-쓰레기 : 1후요=32Hz 새로운 단위 생겼네ㅋ
시끄러!
이제는 오기로라도 움직일 거야!
애초에 스킬 이름이 어째서 [초진동]이라고 생각 하는가.
그건 무진장 빠르게 진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4후요, 128Hz로 간다!!
우우우우우우웅!
격렬하게 상하좌우로 요동치는 지팡이.
그러나 분하게도 1mm도 이동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임하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나보다.
과연, 그런 거였나.
셀레나가 지메클로 경을 움직일 때마다 괜히 기합을 넣는 게 아니었어. 그 정도의 의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다. 4후요로도 안된다면 이번에는 32후요, 1024Hz다!!
우위이이이이이이이잉!!
드득─
움직였다!
방금 움직였다고!
1mm지만, 분명하게 움직였어!
‘그렇다면 8배의 출력이면 8mm는 움직이겠군! 4mm는 이동에 쓰고, 남은 4mm를 움직일 힘이면 충분히 버튼을 누를 수 있겠지!’
역시나 내 계산은 언제나 틀리지 않는다.
스스로가 두려워질 정도의 재능이지 않은가.
그러면 지체 없이 곧바로 8배 강화한 256후요, 8192Hz의 진동으로 호출벨을 누른다!!
콰과과과광
‘아.’
너무 기세를 내서 진동한 나머지, 바닥이 무너졌다.
무너진 잔해더미 사이에서 콜록거리며 일어난 셀레나.
먼지를 듬뿍 뒤집어쓴 그녀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설명해보실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게 말이지. 난 그냥 5mm를 이동하고 싶었을 뿐인데…’
“……돌이 되고 싶었나?”
역시 지메클로 경, 제대로 돌이라고 자각하고 있잖아!
‘방에 벨 있지? 사람 부르는 거. 그거 좀 누르려고…’
“필요한 게 있으면 본녀를 깨우면 되지 않았는가.”
‘너 피곤해보여서 그냥 안 깨우려고 했던 거야.’
셀레나는 콜록, 하고 기침을 했다.
와르르.
그 바람에 무너지다 만 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졌다.
“보다시피 잠도 깨고 굉장한 꼴도 되었구나.”
‘…그러네. 응. 미안.’
“그대란 자는 대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가!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얼빠지고 멍청하게 굴어서야 어찌 식사를 차리고, 육아를 수행하고, 취업을 하려는 건가!”
식사에 육아, 취업이라니.
아이템한테 대체 뭘 시키려는 속셈이냐.
너무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있잖아.
인격적이다 못해 그거 완전 사람대접이라고.
“하아. 대체 본녀가 잠든 사이에 무슨 발칙한 짓을 하려고 했었는가.”
‘어… 간만에 후요 얼굴 좀 보려고 했는데.’
“……!”
셀레나의 얼굴에서 표정이 흐려졌다.
짜증, 쓴웃음, 안도.
마땅히 그려져야 할 것들이 아스팔트 도로 위의 눈송이처럼 녹아내렸다.
언제나 의기양양했던 얼굴에 스치는 것은 불안.
이윽고 그것이 공포의 색을 띄고 나서야, 나는 사태를 깨달았다.
‘딱히 널 버리는 게 아니야. 그 아이는 임시주인이니까─’
“그대는 혹시 로리콘인가?”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네!! 절대로 아니야!!’
대체 무슨 걱정을 해버린 건지, 원.
새삼 내가 없다고 셀레나가 극도의 불안에 빠질 리가 없잖아.
두 번 정도 잠수를 타기도 했지만, 매번 제대로 해명했고.
…했었나?
아무튼 셀레나는 내가 없다고 흔들릴 여자가 아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이스 게임의 NPC는 가끔씩 이런 점이 무섭다.
제작자들이 워낙에 약을 빨았어야지.
대뜸 로리콘이니, 하렘이니 하는 말이 튀어나오는데.
어떤 게이머는 사자성어와 중국의 옛 고사를 늘여놓는 NPC학자와 만나서 13일간의 논담 끝에 NPC학자의 학식을 인정한 적도 있었다.
NPC면서 현실역사지식이 더 뛰어난 녀석들이라니.
이상하잖아.
워낙에 막장의 다이스게임이라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자! 그런 관계로 내가 왔다!’
“와아! 지팡이님!”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놀려무나.”
셀레나는 지팡이를 건네주며 후요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역시 아직은 아이라 그런가.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하는 모습이 실로 천진난만하다.
아아, 치유 받는다.
후요는 정말 치유의 토템이라도 되는 것 같아.
곁에 두면 정신력이 1씩 회복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간만에 만난 김에 막대사탕을 주마!’
사탕 하나에 기뻐할 수 있는 삶이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자극에 둔감해진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그런 심정은 알기나 하는지, 사탕을 입에 물고 해실거리는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좋기야 한데.
역시 물어볼 것부터 물어봐야겠지.
‘후요. 혹시 유령을 볼 수 있니?’
“네! 유령님들은 착해요!”
‘…그게 착하다고?’
내가 기억하는 유령이랑 얘가 말하는 유령은 다른 건가.
뭔가 괴리감이 느껴지는데.
원한이 사무치다 못해 실체화될 정도의 존재들이잖아.
걷기만 해도 땅이 얼어붙는 고스트(Ghost)부터 마주치는 대상에게 악몽을 심어 넣는 나이트메어(Nightmare), 강제로 육체를 강탈하는 팬텀(Phantom)까지.
유령계열 몬스터는 까다로운 능력 탓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악명이 자자한데.
“유령 착해요! 아빠가 없으면 언제나 후요랑 놀아주고, 같이 달리기도 하고, 새도 잡고, 그림도 그리고, 또…”
‘굉장히 착한데!?’
“그렇죠? 헤헤.”
얘 말만 들으면 유령이 비선공 몬스터라는 말도 믿겠다.
가만.
놀아주고, 달리기도 하고, 새도 잡고, 그림도 그리고.
이거 전부 다 포인트 받을 때 했던 행동이잖아.
그럼 후요가 하는 행동의 대부분이 유령과 연관되어 있다는 건데.
‘혹시… 지금도 근처에 유령이 있니?’
“앗! 혹시 지팡이님도 유령이 보이세요!?”
‘…….’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유령 같은 거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서 누가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건 꺼림칙하잖아.
『특급 스킬 [마안 : 죽음을 직시하는 눈]을 10,000,000p에 구매했습니다.』
스킬을 구매함과 동시에 세상의 색채가 일그러졌다.
정령을 보게 된 이후로 파스텔 톤으로 부드럽게 변한 색상이 거칠게 일그러지고, 짓눌린 것처럼 뭉개지고, 뒤틀린 채 왜곡되며, 지옥의 광경을 담아낸 것 마냥 망가졌다.
우울한 잿빛으로 물든 시야.
온화했던 방안이 정신병자의 수감동이라고 해도 믿겨질 만큼 괴이하게 역변했다.
그런 방 안에 얼굴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창백한 여인이 물끄러미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발 이게 뭐야.
이건 또 왜 여기 있는 건데.
이거 히든 레이드보스 몬스터잖아.
============================ 작품 후기 ============================
어느덧 다섯 번째 챕터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챕터는 잠시 공기화되었던 후요가 간판미소녀로 등장했군요.
알파고는 어딨냐고요?
현실에서 별장을 열심히 요새화하고 있습니다.
Q : 그러고보니 차원파리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A : 맨틀(현위치 : 지하 1,500km)을 뚫고 있습니다.
Q : @백화 축하드립니다~~혹시 저기 나오는 노스트라 작가님의 다른인격아닌가요@.@???
A :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의외로 작가는 노스트라보다 셀레나+란도멜에 가깝습니다.
Q : @갸아악 구아아악 치아아악 키아아악 느아아악
A : 다잉메세지인줄 알았습니다(…)
Q : 시트지와 주사위를 언급하시는것보니 TRPG러 시군요!
A :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한 번도 TRPG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에서 /r d100, /r 2d6이나 굴리고 다녔지요… 현실의 주사위는 관상용일 뿐입니다… 룰북도 먼지가..
Q : 아이템 개조가 필요합니다.입이랑 혀부터
A : 미관상으로 너무 끔찍하군요ㄷㄷ
Q : @시무룩한 표정으로 덩치큰 목 9개달린 혼종닭 만드는 미소녀 만들어주세요!!!
A : 취향이 굉장히 마이너하시군요(…)
Q : @밑에분 말대로 아이템개조로 입이랑혀나온다면 엄청난 야설이 탄생하겠군요.
A : 두려워져요…!
Q : 딝닭닭닭 맛있겠당랄까 유전자변형닭이잖아요? 그래도 먹으면 맛있는것인가…
A : 노스트라 특제 혼종닭은 모두 식용으로 개조되었습니다!
Q : 흠. 작가가 지금 치느님을 먹고싶은가보다. 근데 쿠폰이 없다. 쩝…나혼자 머거야징
A : 치킨을 먹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개그소재가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