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8
00018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18)
직원과 셀레나가 주책을 떨기를 얼마간.
왠지 모르게 나는 국장실로 향하고 있다.
그것도 외계인 수백 마리를 덤으로 달고 말이다.
정체가 발각됐냐고?
그러면 차라리 다행이게.
이거, 시위행렬이다.
외계인 직원들이 갑자기 빡 돌았다고.
사정은 이렇다.
우릴 안내하던 직원 얘기가 길가에서 사방팔방 퍼졌다.
그게 다른 직원들의 지지와 동조를 받으며 무리가 생기고.
나아가 갑작스러운 시위로 이어져버린 셈이다.
“국장은 근로자들의 생계권을 보장하라!”
“우리도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다! 납치된 직원을 해방하라!”
“야근수당 주휴수당을 지급하라! 퇴직금은 월급에 포함하지 마라!”
얼마나 근로조건이 개판이었으면 이 꼴이 나는가.
우린 아무 것도 안했다고.
그냥 거인을 발광다이오드로 만들었던 게 전부잖아!
이게 다 높으신 분의 탐욕스러운 착취 때문이다.
국장이 잘못했네. 국장이 잘못했어.
“국장을 실각시키자!”
“우오오오오!”
직원들은 기세까지 타서 완전히 신이 났다.
셀레나도 잔뜩 분개한 채로 이를 박박 갈고 있네.
처음에 얘들 징그럽다고 살살 빼던 악마는 어디 갔냐?
근데 말이지.
아무래도 너희 모두가 다 까먹는 사실이 있는 거 같은데.
이계관광청 국장.
걔 혼자서 우리 다 죽일 수 있다 미친놈들아아아!!
신종 자살수단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셀레나 이년아 빨리 정신 차리고 튀어!
이 틈에 우린 슬그머니 뒤로 좀 빠지자고!
“본녀의 마법으로 정의를 구현하리니!”
“우오오오오!!”
틀렸어.
이 녀석, 기세를 타버렸잖아.
완전히 직원들의 마스코트 비슷한 게 되었다고.
“어라. 그건 뭡니까? 뭔가 목소리가 들리는데.”
“지팡이라네! 본녀를 세 배 더 강하게 만들어줄 비보지!”
“대단하군요! 저 지팡이를 심볼로 삼으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왠지 모르게 몸통에 천을 매달게 되었다.
상태만 보면… 숫제 깃발이나 다름없는 꼴이다.
-낭자아이 : 개복치 굴욕.avi ㅋㅋㅋ
-구아악 : 단체로 사지로 뛰어드네. 자살쥐인줄
-퐁삽 : 드래곤하고 언령 랩배틀하는 국장한테 시위라니. 개쩌네.
100% 동감이다.
얘네 다 미쳤어.
절대자가 수백 명이면 뭐 어쩌라고.
국장이 입만 열면 우린 다 시금치가 될 텐데.
“시위대가 여기 있다! 서둘러 진압하라!”
“핫! 경비대장이다! 여긴 우리가 막겠어!”
시위대의 일부가 몸을 던져가며 경비대와 충돌했다.
덩치가 쑥쑥 불어나며 20m괴수들의 대격전이 되가는데.
누가 이기는지 지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다 똑같은 이계인이고.
정말로 아무래도 상관없는 싸움이다.
“우주용병이 떴다!!”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어서 국장실을 향해 진군을!”
“봄짓 경! 큭, 그대의 희생은 잊지 않겠네!”
어느 틈에 이름까지 알게 된 거냐.
이계인이나 악마나 솔직히 생긴 것도 비슷하고.
셀레나가 시위대가 되어도 어색할 건 조금도 없지.
그게 문제다.
차라리 발각되면 뇌옥에 갇히기라도 하지.
기세좋게 국장실까지 가는 게 진짜 한 판 할 기세다.
“부국장이다!”
“셀레나씨, 뒤를 부탁합니다!”
“맡겨만 주시게! 모두의 의지, 분명히 전하고 오겠어!”
최종결전 분위기 쩌네.
왠지 모르게 얘들 다 파티원인 것 같아.
부국장과 직원들이 일대 격전을 벌이는 사이, 셀레나는 비장하게 격전지를 돌파했다.
절대자 수백 명의 희생을 바탕으로 진군이라니.
쓸데없이 멋진 광경의 연속이다.
“지팡이여! 국장실은 어디에 있나!”
‘정신 차려 이 여편네야. 이대로 전송기 탑승해서 도망치면 되잖아.’
“그럴 수는 없어! 본녀는 모두의 희생, 모두의 의지를 이어받았네!”
…어디 소년만화에서 오셨어요?
셀레나는 들은 척도 않고 국장실을 찾아다녔다.
그래도 내심 믿는 바는 있다.
셀레나, 지독한 길치니까.
암만 의욕적으로 돌아다녀도 목적지는 못 찾겠지.
“여긴가!”
비품창고다.
“여긴가!”
식당이다.
“여기구나!”
화장실이다.
“으아아! 도저히 못 찾겠네!”
허허.
포기하면 편해져요 이 악마야.
-줌벽 : 미치겠다ㅋㅋㅋㅋ
-츳키 : 1000와트 쏜다ㅋㅋㅋㅋ
-형 : 형 여기서 뭐하세요?ㅋㅋㅋㅋ
갤러리들이나 나나 반쯤은 포기해버렸다.
이 막장을 대체 어찌하리오.
셀레나의 폭주에 졸지에 이계관광청 탐방이 되어버렸다.
“여기구나!!”
콰앙.
셀레나가 주먹으로 강철문을 찢어발겼다.
너 실은 마법사 아니지? 몽크지?
-낭자아이 : 띠용. 보물창고 입성.
대박이다.
왠지 모르게 엉뚱한 데서 당첨 돼버렸어.
이계관광청에 왠 보물창고가 있냐고?
현지의 유명한 특산품이나 진귀한 보물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
아랫동네에서 국보급 아티펙트(Artifact)나 대륙칠검(大陸七劍), 오대마도(五大魔刀) 따위로 불리는 굉장한 것들이 보관된 장소다.
“여기가 아니군!”
‘아니아니아니! 잠깐! 저거 몇 개만 챙겨가자! 짱 좋은 거라고!’
“시간낭비를 할 수는 없네!”
지독한 길치 주제에 쓸데없이 의욕만 높다니깐!
이러다가 정말로 그냥 갈 기미가 보여서 교섭을 걸었다.
‘저거 좀 챙기면 국장실 길 알려줄게!’
“정말인가?”
‘지팡이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그게 뭔지는 나한테 물어도 모른다.
애초에 지팡이에 명예가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셀레나는 단순했다!
“좋다! 딱 1분만 챙기겠네!”
찬스다!
나는 즉각 대량의 아이템을 챙길 도구를 구매했다.
『차원배낭(大)을 100,000p에 구매했습니다.』
NPC들이 인벤토리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아이템!
뭐든지 쓸어 담아도 문제없는 보물이다!
셀레나는 닥치는 대로 아이템을 쓸어 담았다.
원래는 상당한 수준의 경비 병력이 배치되어 있지만.
지금은 비상시고.
시위대 막느라 경비대까지 전부 차출됐다.
이런 찬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게 틀림없어.
생각해보면 이거, 정말로 운이 좋은 거다.
원래 이계관광청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성해진다.
차원관광이 성행하며 이계인 유입이 늘어나고.
그만큼 관리인력도 증대하기 마련이니까.
게임시간 1년만 지나면 여기, 요새가 된다.
게이머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성장속도는 정해져 있고.
초반에 무지하게 강해진다고 해도 단신으로는 못 쳐들어온다.
아까도 봤다시피 시공간 트랩이 장난 아니니까.
설령 이스터에그로 속여서 들어온다고 해도 다음이 문제다.
이런 웃기지도 않은 시위 이벤트, 보통은 없고.
몰래 잠입한다고 해도 경비병들과는 싸워야 한다.
어찌어찌 제압하고 이긴다고 해도 그 뒤는?
관광청의 전 병력이 수색에 투입된다.
죽고 죽이는 추격전의 시작이다.
그 모든 게 말도 안 되는 행운으로 전부 해결됐다.
정말이지 몇 만회차를 넘은 플레이 경력으로도 이런 건 처음이야.
갤러리들이 대 폭소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기 보물만 다 합쳐도 나라 하나 세울 돈은 마련된다.
개중에는 메인스트림과 관련된 키 아이템(Key Item)도 있고!
이제 이대로 튀기만 하면 만사형통인데…….
“국장실! 국장실은 어디냐!”
이 여자가 죽을 자리를 구태여 찾아다니고 계신다.
야, 마도의 비의인지 뭔지를 찾는다며!
죽으면 허공록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못 봐!
“의리는 목숨보다 앞선 것. 본녀에게 명예를 하찮게 여기는 삶을 살라는 것이냐!”
와 진짜 황소고집이네.
악마는 원래 혼돈악 성향 아닌가?
왜 질서선 성향의 팔라딘(Paladin) 같은 소리만 하는 거냐!
“약속대로 국장실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대를 여기에 버리겠다!”
‘헉. 시발 알려줄게. 그러지 말자.’
정신나간 이계인들 사이에서 무슨 꼴을 당하라고.
이거 완전 악질이 따로 없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국장실로 가는 길을 알려줬다.
벌컥!
“국장! 관광청 직원 일동 대표로 그대에게 항의를 하러 왔다!”
“…뭐?”
“본녀의 이름은 셀레나! 도의와 명예를 지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근로협상을 요구한다!”
아아아.
저질러버렸다.
기어이 저질러버렸다고.
“근로협상이라.”
국장은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펜대를 내려놓았다.
머리카락 대신 달린 촉수들이 넘실거린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기백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다.
고오오오오──.
대기가 진동하며 건물 전체가 미친 듯이 격동한다.
절대자가 아니었다면 같은 공간에 있기만 해도 죽었겠지.
셀레나가 아니었으면 내 내구도도 제로가 되었을 거다.
심즉살(心卽殺)의 경지.
의형의 무형지기를 다루는 자.
초월의 경지를 넘어선 반신(半神)만이 보일 수 있는 기백이다.
확실히 굉장하고, 대단하기는 한데…
“그대, 설마 근무 중에 낮잠을 자고 있었던 건가?”
볼에 침이 묻어있다.
벌겋게 눌린 자국도 보인다고.
굉장히 멋진 척 했는데 방송사고 난 격이라고.
국장은 끌어올린 기백이 무색하게도 손을 휘저으며 허둥거렸다.
“아. 이런 잠깐만. 갑자기 들이닥친 너희가 무례한 거잖아.”
“이이익! 직원들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구르는 와중에 한가롭게 낮잠이라니, 정녕 그러고도 그대가 국장이라 할 수 있는가!”
“아니 뭐, 국장이 낮잠 좀 잘 수 있지! 한직에 들어온 것도 억울해 미치겠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임금협상이라니, 그런 거 없어! 안 해! 안 해줄 거야! 빼애액!”
포스고 나발이고.
어린 애 때 쓰는 꼴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너! 반입금지물품을 떡하니 들고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바, 반입금지물품?”
“그래! 그 지팡이 말이다! 딱 봐도 이 행성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무기로 보이는데. 어디서 가져왔지?”
아.
책잡혔다.
“위, 위 계층에서 가져왔다!”
“당당하게 범죄행위를 시인하는군! 현지관리법 4조 7항 현지물품 습득관리법에 의거하면 벌금 700루소 내지는 강제노역 20만년 행이다!”
“돈과 형벌기간의 벨런스가 이상하지 않은가!”
야야 지뢰 밟았어!
빨리 발언 철회해!
“호오… 700루소쯤은 별 것도 아니라 이건가?”
국장은 노골적으로 이죽거리며 그녀를 비웃었다.
셀레나는 당황하며 나한테 속삭이듯 물었다.
“700루소가 얼마쯤 하는 돈인가.”
‘1루소가 포인트로 1백만이야! 저거 7억 포인트라고!’
“포인트? 그건 또 무슨 돈인가.”
‘으으. 1포인트가 1골드다!’
“뭣!? 7억 골드라니, 이 무슨 거금인가!”
아아, 다 틀렸어.
셀레나의 교섭능력을 과신한 내 실수였다.
아무래도 이번 플레이, 여기까지인 것 같다.
“그 지팡이.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에고가 깃들어있는가.”
“그렇다면 어쩔 텐가!”
“‘위’에서 가져온 ‘지팡이’라. 뭔가 생각날 법도 한데…”
촉수를 비비꼬며 고민하던 국장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군. 마왕을 봉인한 지팡이. 그게 이 행성의 [결전병기]란 말이지?”
“그렇다! 이 지팡이는 악마군도 인정하는 보물이다!”
“그럼 이렇게 하지. 그 지팡이를 넘기면 이 죄는 없던 걸로 사해주겠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죠?
“잘 생각해라. 700루소인지. 20만년 강제노역인지. 아니면 지팡이를 건네주고 순순히 모든 일을 무마시킬 건지.”
“읏……!”
저기요, 셀레나씨?
명예가 어쩌고 도의가 어쩌고 하지 않았나요?
나 안 팔 거지?
우리 엄청 친한 사이잖아.
뭘 진지한 표정으로 날 팔아넘길지 고민하는 건데!?
“물론이다! 지팡이를 넘길 수는 없다!”
그래, 바로 이거야!
역시 내 임시주인다워!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셀레나는 역대급 폭탄발언을 당당하게 내던졌다.
“그러니 결투다!”
시발!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너 절대자라고. 쟨 초월자고!
한 판 붙으면 1초만에 영혼까지 탈탈 털린단 말야!
-낭자아이 : 특대급 사망플래그 달성☆
-구아악 : 개복치의 플레이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파고 : To be continued…?
셀레나…….
설마 이 정도로 지뢰 밟기의 전문가였을 줄이야.
당해버렸다.
완전히 제대로 당해버렸다.
이번 플레이의 최대급 위기가 도래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선거일입니다. 모두 귀찮아도 투표는 마치고 오셨기를 바라며 약과 개그와 시리어스를 5 : 4 : 1로 버무려서 이번 화를 연성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기원하며 다음 화 제작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