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80
00180 #8 – 고수(高手) =====================================================================
#8 – 고수(高手)(23)
레이첼은 쓰레기 던지듯 엄지와 검지로 마검을 집어 옮겼다.
[거래를, 거래를 하자!] “영혼 안 팔아요.”[네년한테 하는 말이 아니다.]
마검 카오스는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지목했다.
[지팡이. 저 에고웨폰에게 한 말이다.]나는 솔직한 마음으로 호기심이 일었다.
마검 카오스에게 내 존재를 노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전음은 줄곧 파티원들에게만 보냈으니 목소리를 들어서 눈치 채는 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대충 찍어본 건가.’
[시선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빠진 인간 녀석들이 과도하게 지팡이를 의식하는 걸.]
‘뭐 좋아. 그 건에 대해서는 추궁해도 나올 대답은 별 거 없겠지. 그래서?’
이 정도로 눈치가 있는 녀석이라면 한번쯤 얘기를 들어볼 가치는 있다.
분명 허튼 소리는 안할 거다.
마검은 무척이나 진지한 목소리로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해왔다.
[인간이라면 필경 죽음에 이를 강력한 저주를 딛고 생존하다니. 비록 육체를 포기하고 아이템에 자아만을 이전했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노릇이다.]
마음이 차게 식어 내렸다.
이 녀석.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
[교환조건이다. 정보를 알려주는 대가로 내 쪽의 조건을 우선 이행해라.] ‘내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마검은 영원히 봉인당하고, 너는 머지않아 죽는다. 그것뿐이다.]
아마도 마검을 무시한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사망플래그를 피하며 나아가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녀석은 나의 불운을 [저주]라고 단언하고 있다.
혹시나.
정말로 만에 하나라도 내 기막힌 불운에 이유가 있다면.
어쩌면 마검과의 거래를 통해서 불운의 비밀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프랑 : 이건 당연히 수락해야지!
-소마 : 머야 머야? 개복치 재수 없는 게 이유가 있었어?
-졸라 : 그냥 얘가 멍청해서 삽질한 게 아니었어???
나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 바닥을 기는 거냐.
‘네가 원하는 조건이라는 걸 먼저 말해라.’
아무리 알고 싶은 정보를 제시했다고 해도, 사람 만 명을 제물로 바쳐라 따위의 터무니없는 제안은 들어줄 의향이 없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나는 선성향 게이머.
스스로가 지켜왔던 규칙을 성실히 이행해왔기에 이천 번이 넘는 회차 반복 속에서 인간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걸 이제 와서 자신의 목적을 위해 깨트린다?
그렇게 해야만 알 수 있는 비밀이라면 차라리 영원히 알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과연, 이거라면 나도 납득할 수 있다.
주인 없는 도구의 말로는 언제나 비참한 법이지.
먼지나 잔뜩 뒤집어 쓴 채로 녹슬어가거나, 혹은 제 진가를 알아주는 이를 찾지도 못한 채 덧없이 바스러질 거다.
인간의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는 시간 동안.
하염없이, 언제까지고.
그건 괴로울 거다.
목적 없는 삶의 두려움은 멸망한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감성으로 충분히 이해한다.
‘좋다. 마침 적합한 대상도 있군.’
[저 무인 여자 말인가?]
‘그렇다.’
란도멜은 어떤 의미로는 마검의 주인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인선이다.
마검의 지배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정신력을 필요로하며, 절정지경에 오를 정도로 극기수련을 거쳐 왔던 란도멜이라면 충분히 그만한 정신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설령 마검에게 지배당한다고 해도 그녀라면 안심할 수 있다.
칭호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마력 신경로로 정상적인 움직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 여자에게서는 재수 없는 냄새가 난다. 무기로서의 자존심이 도저히 저 손에 들리는 걸 용납할 수 없다.]
얼마나 무기 다루는 취급법이 나쁘면 이런 평가를 받는 거냐.
상대는 하염없이 상자에 갇힌 채 주인을 맞이하기를 기다려왔던 마검이라고.
찬밥 더운밥 가릴 계제가 아닌 녀석이 이렇게까지 거부의사를 보일 정도라면 란도멜에게도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잖아.
‘그래도 안 돼. 쟤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에게도 널 들려줄 의향은 없어.’
물론 마검을 들 수 있는 자는 얼마든지 넘쳐나지.
절대자가 어디 한 둘이야?
일국의 집정권을 지니고 있는 한, 절정고수는 찾으면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는 인재이다.
다만 중요한 건 주인이 될 자의 경지만이 아니다.
신용과 안전의 문제도 겸하고 있다.
‘그녀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최측근 인사이다. 혹여나 네가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언제든지 이상을 알리거나 자력으로 이를 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훌륭한 녀석이지.’
[꽤나 후한 평가로군. 고작 저따위 녀석을 그리 높이 여기다니.]
‘불만이라면 말해. 교섭은 결렬. 이걸로 끝일 테니까.’
재협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 단호한 선언에 마검은 장고에 돌입했다.
진짜로 란도멜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네.
꼭 줘도 필요 없는, 오히려 돈 받아도 안 가질 쓰레기 취급이잖아.
[수락하지. 저 여자를 주인으로 받아들이겠다.]
마검은 무진장 손해 보는 거래를 했다는 듯이 짜증스레 답했다.
뭐 내가 고생하는 것도 아니니까.
기꺼운 마음으로 란도멜에게 마검의 선택을 받았노라 축하해주었다.
“싫다. 저런 고물 따위, 쓸까보냐.”
-졸라 : 단호박인줄 ㅋㅋㅋㅋㅋ
-낭자아이 : ㅋㅋㅋㅋㅋ
-프랑 : 란도멜 호감지수 급상승ㅋㅋㅋㅋㅋ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간도르 : 쿨데레세요? ㅋㅋㅋㅋㅋ
…여기서 얘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마검 근사하잖아. 사람 같은 거 팍팍 죽일 수 있다고.’
“본관은 무인이지 학살자가 아니다.”
‘디자인 좀 근사하지 않아? 예전부터 이런… 어… 삼각형이 그려진 검을 갖고 싶었어.’
“그럼 네가 가져라.”
‘아… 이게 아닌데…’
란도멜의 철벽같은 가드를 어떻게든 해제시킬 필요가 있다.
거부감이 있는 상태로는 뭔 소리를 해도 소용없지.
여기서는 마검에 대한 혁신적인 이미지 개선을 해줄 필요가 있다.
란도멜은 진성무인 그 자체.
검의 성능이나 뛰어남에 대해서 무턱대고 칭송하는 게 아니다.
좀 더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
실용적이되 사마외도에 이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마검에게 있어서 그러한 긍정적인 특징은, 그래, 딱 한 가지 떠올랐다.
‘이거라면 어떠냐!’
“음?”
‘마검은 저마다 고유한 효과를 지니고 있지. 이 권능은 효력에 따라서 마검사용자를 일만대군과 격전을 치룰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착용자의 경지를 소폭 상승시키기도 한다!’
“필요 없다.”
단칼에 베여버렸다.
‘아니, 마검이 어때서! 좋잖아 마검! 우리 마검 무시하세요? 빼애액!’
“….너, 미쳤냐?”
‘아니, 마검이 왜 그리 싫어?’
란도멜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완전 깔보고 있네.
아니, 경멸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한 눈매이다.
솔직히 나도 찔리기는 한다.
마검 같은 건 엮였다간 인생 종치기 딱 좋은 걸.
패가망신의 상징이랄까, 파멸의 심볼이라고 할까.
다단계 회사의 다이아회원이나 친지인도 죄다 털어먹는 이류 사기꾼이나 권장할법한 제품이지.
이런 마검 따위, 솔직히 상품가치는 현저히 낮다.
얘가 영혼을 바쳐가면서 조지고 싶은 인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그런 극적인 인생은 없다고.
누구든 가장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의 목숨이기 마련이다.
“갑자기 마검 따위를 들이대서 어쩌자는 거지.”
역시 란도멜에게 어중간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애초에 내 거짓말이 서툴렀던 것도 이유겠지만.
좋은 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마검을 무슨 수로 포장하라는 건데.
건강보조식품은 먹으면 건강해지는 기분이라도 들지.
이건 뭐냐.
들고 있으면 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검이냐.
그것도 영혼과의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하면 존나 너무하잖아.
‘실은 저 마검과 거래를 했다.’
“거래를? 설마 멋대로 남의 신변을 두고…”
‘그런 게 아냐. 만일 너희 둘이 서로 상호동의를 한다면 마검은 네 몸을 이따금 조종하며 잔뜩 꼬인 마나신경로를 운용하는 법을 보여주고, 너는 그걸 배우는 대신 몸의 자유를 조금 잃는 거지.’
“……”
‘어이, 마검. 뭘 눈치 보고 있는 거냐. 얼른 맞장구 쳐.’
마검이라고 눈치가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저년, 몸도 병신이었군 그래?] ‘그래서. 싫어?’[싫다.]
-졸라 : 둘 다 존나 싫어해ㅋㅋㅋㅋㅋ
-사이언스킬러 : 은근히 잘 어울리겠는데?
-애쉬 : 나보다 약한 녀석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와나, 뭐 이렇게 극 상성마냥 사이가 안 좋을 수가 있어?
[차라리 저쪽의 계집을 주인으로 삼겠다.] “네? 저요? 저 마녀인데요??”[검만 쥐면 휘두르는 건 내가 해주지. 나를 믿고 네 몸을 맡겨라. 적을 죽이는 일 외에는 몸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오빠 믿지 전략이냐.
손만 잡고 잘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온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엉망진창으로 굴릴 게 훤히 보인다고.
“저도 싫어요. 게다가 전 지팡이님의 전속하수인인걸요.”
[젠장. 부러운 새끼…]
‘…미리 말해두지만 성적인 의미의 하수인은 아니라고?’
며칠 전의 그거야 어쩌다보니 눈이 맞아서 벌어진 충동적인 사고 같은 거였고.
심지어 나랑 엮인 것도 아니고 란도멜이랑 엮인 거였지.
그땐 은근슬쩍 묻어가며 즐겼던 기억밖에 안 난다.
‘야. 니가 주인 골라 가릴 상황이야?’
[마검을 등처먹을 생각을 하다니. 지독한 녀석이군.]
‘꼬우면 계약하지 마시든지. 나야 하면 좋고 안 해도 상관없거든?’
마검은 마지못해 수긍하였다.
[수락하겠다.]란도멜도 영 내키지는 않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을 쥐고 손바닥에 피를 내어라. 그것으로 계약은 이루어진다.]하지만 순순히 명령에 따라줄 의향은 없어보였다.
남녀간의 관계라면 흔히 있는 그거다.
주도권 싸움이라는 거지.
“명령하지 마라. 본관은 아직 마검이 지닌 능력에 대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럴 땐 자신의 스펙부터 설명하는 게 예의가 아닌가.”
[제 몸도 못 다루는 반푼이 주제에…]
“계약 맺기 싫다고?”
[…신체제어. 성능강화. 타격 시 75% 확률로 혈액흡수 및 기력흡수. 영구귀속. 살아있는 주인이 있을 시, 10m 이상 떨어지면 자동 귀환. 참살자의 기백. 심령강탈. 지금의 네가 다룰 수 있는 기능은 이 정도가 있다.]
“다른 건?”
[적의 피를 흡수할수록 잠금 된 기능이 해제된다. 검을 강화하는 건 전적으로 네년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뭐야 저게.
무진장 쌔잖아.
마검만 아니면 레전드급 아이템 취급 받을 수 있다고.
잘만 하면 대륙 10대 명검 따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근사한 스펙이다.
심지어 앞으로도 계속 강해질 수 있다는 거잖아.
“좋다. 계약을 맺도록 하지.”
란도멜은 순순히 마검을 쥐고 손바닥에 검을 대었다.
휙!
헌데 마검이 휘어지면서 손바닥이 아닌 허공을 찔렀다.
“…장난치지 마라.”
[이쪽이 할 말이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란도멜과 마검.
그러나 재차 검을 휘둘러도 빗나가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저렇게나 초 근접거리에서 검이 빗나가는 게 말이 돼?
처음에는 나도 둘 중 한 명이 일부로 저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머리 위에 붙은 디버프 표식을 보니 전혀 아니더라.
『파티원 란도멜이 정체모를 마검을 습득했습니다. 그러나 칭호 ‘병장기에게 미움 받는 자’로 인해 마검의 명중률이 95% 하락합니다.』
…….마검도 병장기는 병장기였지.
저래서야 백날 휘둘러도 명중하기는 글렀다.
[후후후, 하하하하하! 나의 이름은 저주받은 배반의 마검! 주인의 목숨을 앗아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마검이다!]
아뿔싸.
설마 마검이 이렇게나 신속하게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다이스가 미쳐 날뛰어서 100이었다면 수….간…..?
A : 마왕(Minor Copy)를 끼얹을 생각이었습니다.
Q : @요도?
A : 비슷한 개념입니다.
Q : @꿀잼도 3배! 분량도 3배! 연참도 3배!
A : 제가 해냈습니다!
Q : @설마 저게 극적인 부정적 이벤트 끝일리는 없고.. 혹시 페가수스가 거시기(!)대신 카오스를 달면(?) 어떻게 되나요? / @자 이제 마검과 지팡이가 합쳐져서 붕가붕가해서 데스싸이즈가 되면 되나?
A : 하반신이 유혈낭자합니다(…)
Q : @쿠폰을받아랏! / @왠지모르게 원고료쿠폰이있음 가지셈 헿
-System : 작가는 쿠폰의 힘으로 오버워치를 플레이했다!
Q : @갸아악 구아아악 구아아아아아아악(구아악어는 채고야!!)
A : ㅇㅈ합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만능통신체이지요.
Q : @근데 결국 란도멜은 저항할수없는, 축 늘어진 미소녀로 전직한거지 않음? 이제 켄이치가 새로운길에 눈을 뜨게되는 전개만 남았..
A : 남자는 여x여를 좋아하지 않나요? 가슴이 네 개라구요! 여성독자분의 경우에는 개복치 텍스트로 즐겨주시면 되겠습니다(…)
Q : @란도멜한테 검들라고하면 되는거아님? 마검이 몸지배하든말든 이미 특성이 그런데;;
A :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