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189
00189 #9 – 마이 퓨어 레이디 ============================================================
#9 – 마이 퓨어 레이디(7)
직원을 유치하는 건 그것대로 나름 골머리를 앓았다.
사방에 고풍스러운 장식품마냥 새겨진 룬어 사이로 자기최면의 마법이 걸려있었기에, 지능이 높은 인재들은 발만 들여도 악마의 놀이터에 들어왔다며 패닉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발드 마이저나 셀레나 급으로 지능이 아주 높다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투르비쳬 공국은 가뜩이나 지능 높은 인재가 부족한 국가였다.
“으음. 어딘가에서 인재를 공수해오는 방법밖에 없겠구나.”
‘마도황국 질런은 어때?’
“그쪽의 마법사들은 갑작스레 출몰한 신화생물과의 격전을 벌이느라 도저히 여력이 없을 걸세. 본국도 카이브스탄 제국과 일촉즉발의 상황이 아니라면 일전에 빚을 진 대가로 조력자를 파견해야 했을 거라네.”
‘그럼 우호적인 국가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군.’
“애초에 시설이 보통 넓은 것이 아니니 특급인재로만 충원하는 건 한없이 무리에 가깝네. 적절한 인원분배를 하자면 신규 특급인재 한 명에 룬어를 모르는 행정요원만 확충해야겠지.”
그것도 점멸 롤러코스터나 폭주 바이킹이 있는 놀이동산에 발을 들일 깜냥이 있는 행정요원을 구해야겠지.
…그런 거 감당 가능한 사람이 있기는 한가?
절대자 급이 아니면 도저히 행정요원으로 근무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가만. 절대자급 행정요원이면서 지능이 낮은 자. 이거 친위대 야만전사들을 동원하면 되는 거 아니야?’
마침 즈베늄 탈환 건 이후로 야만전사들을 경호로 두기도 꺼림칙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귀한 인재들이기는 한데 신용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박대하자니 인재낭비에 최악의 경우는 적의 일원이 될지도 모르고 여러모로 처치 곤란한 녀석들이었지.
“보직변경입니까? 역시 최전선으로 가는 겁니까?”
‘아니. 너희는 수도 인근의 중요시설에 파견될 거다.’
“시설…입니까? 그건 저희의 경지를 낭비하는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너희의 실력을 알기에 맡길 수 있는 임무이다. 놀이공원이라고 우습게보지 마라. 세상에는 절대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지옥 같은 놀이공원도 있는 법이니까.’
“…….네?”
입만 아프게 떠들어봤자 장난치는 건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겠지.
절대자급 친위대원들에게는 일단 명령으로 현지에 갈 것을 명령했다.
이걸로 최소한의 행정요원수급은 완료했지만, 역시 아직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가만. 귀신의 집말이야. 우린 아예 귀신을 갖고 있잖아.’
“아아. 그거라면 후요 양에게 도움을 얻어 볼 생각이네.”
‘털보가 꽤나 험한 일을 겪었는데 순순히 협력해줄까?’
“그거라면 털보를 먼저 설득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그건 안 돼요!”
레이첼은 단호하게 셀레나의 제안을 부정했다.
“아이라고 마냥 부모의 명령을 따르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부모에게 불합리한 명령을 받고 강제로 이를 행동해야만 하는 기억이 성장기의 아이에게 정신적인 피폐함을 불러일으킬 뿐이죠.”
‘…차라리 내가 후요를 직접 설득하는 게 낫겠어.’
그런 관계로 신속하게 후요와의 독대를 이루었다.
“지팡이님 미워!”
‘후요. 너무 섭섭해 하지 말거라. 나라고 그를 괴롭히고 싶어서 바이킹에 태운 게 아니었으니까. 슈바인드브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몰라요!”
‘폭주 바이킹은 최소 절대자 상급이 아니면 탑승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놀이기구이다. 털보는 그만한 놀이기구에 단독으로 맞서서 살아남은 훌륭한 사나이였다. 그의 공적은 제대로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다.’
“정말요…?”
그나마 상대가 후요 정도라서 다행이지.
넴루드를 달래주는 건 어찌해야 할지 상상도 안 간다.
후요의 잔뜩 상한 기분을 달래주는 건 그리 어려운 임무도 아니었다.
‘너에게도 미안한 일을 했구나. 사죄의 의미로 사탕을 주마.’
“싫어요!”
‘2개를!’
“싫어…요?”
‘선심 써서 5개를 사준다면?’
“…이번만이에요?”
개당 1p짜리 사탕 다섯 개로 환심을 사다니.
이래서야 꼬드긴 쪽이 미안해질 지경이다.
‘후요. 유령들을 귀신의 집에 데려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귀신의 집이요?”
‘그래. 놀이공원에는 귀신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있는데,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라게만 하면 되는 곳이거든. 원래 귀신들이 하는 게 그거니까 본인들도 싫지는 않을 걸?’
“설득은 쉬운데 위험해요.”
‘어째서?’
“전 궁궐에 머물러야 하는데, 거기에 간 귀신들은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하지 않으면 점점 포악해져요!”
아.
그건 미처 생각지도 못했네.
후요를 설득하지 않았으면 듣지 못했을 맹점이었다.
슈바인드브가 아닌 후요를 직접 공략하기를 잘했군.
만약 털보의 명령에 의해 억지로 협력했을 경우, 후요가 심술 한 번만 부려도 놀이공원에 찾아온 고객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사망플래그 테마파크냐.
뭐 하나 평화로운 시설이 없다.
“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오, 정말?’
“귀신들에게 정기를 보급하는 다크 코어(Dark Core)를 설치하면 돼요!”
‘그런 것도 있어? 그건 어떻게 만드는데?’
“리치의 코어를 뽑으면 돼요!”
…….뭐?
리치 그거 존나 쌔잖아.
최소 7써클 이상의 대마도사가 살아생전에는 경지상승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스스로를 언데드화 해야 발생하는 인위적인 몬스터라고.
강한 건 둘째 치고 개체 수도 극히 희귀한데다가 죄다 자기들 공방에만 처박혀있어서 찾기도 쉽지 않은데.
남부라면 모를까, 마법사가 희귀한 북반구에서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게 리치이다.
-낭자아이 : 그러고 보니 그 리치 어디 감?
-퐁삽 : 무슨 리치?
-낭자아이 : 엘더 리치. 페르뒬 산 제 3계층, 파멸의 데스 필드에 거주하는 플로어보스.
-졸라 : 어. 진짜다. 실종됐네.
-옷아람 : 무슨 왕국 파멸시킨다고 하산하지 않았음?
마왕(Minor Copy)도 그렇고, 은근히 존재감 없이 사라진 녀석들이 많네.
걘 대체 어느 나라를 파멸시키러 간 거야?
퀘스트 설명문구로 떴을 때만 해도 난리가 나겠다 싶었는데 당장에 망했다는 나라 소문도 없잖아.
[지옥으로 가는 길]에 들어가거나 [차원의 틈]에 진입하지라도 않는 한, 언데드 군세를 이끌고 친정에 나선 엘더리치가 잠수 탈 이유가 없는데.
당장에 보이지도 않는 녀석을 두고 고민하기에는 당면한 과제도 막중하지만 말이다.
‘아. 안 찾아도 되겠다.’
혹시나 싶어서 포인트 상점에서 검색해보니까 떡하니 나온다.
역시 포인트는 쌓아놓고 봐야 된다니깐.
소모치는 무려 3천만 포인트나 되지만 3천만 골드를 풀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느니, 필수 아이템 하나 구매하는 편이 내게도 이득이기는 했다.
그런 관계로 귀신 모집에 대해서는 후요가 전적으로 나서고 있고, 이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남은 문제는 관광객 유치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공국의 백성들을 놀이공원에 부르는 건 곤란할 걸세.”
‘안 해. 국력을 대폭 감소할 게 아닌 이상 엄두도 안내고.’
“험하게 굴러도 잘 죽지 않고, 귀신이 떼 지어 돌아다녀도 즐길 수 있는 고객층이 필요하겠지.”
셀레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딱 떠오르는 종족이 있었다.
‘그거 완전 악마랑 언데드, 마족들이잖아.’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강하고, 생명력도 질기고, 어둠의 다크한 분위기나 삶에 자극을 주는 일을 만끽하는 녀석들이다.
이보다 적합한 고객들은 없다고 봐야겠지.
셀레나는 자신이 활약할 차례가 하나 더 늘었다며 몹시 기뻐하였다.
“페르뒬 산의 제 6계층, 악마군주의 대미궁에 거주하는 악마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겠네.”
‘걔네들 여기까지 오려면 대륙 중부를 거슬러 올라와야 하는데?’
“괜찮네. 요즘은 악마소환도 뜸해서 다들 심심해 죽으려고 할 테니까. 거리가 좀 멀어도 나들이 삼아서 즐겁게 오겠지.”
거기까지 자신한다면야 나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셀레나의 발상에 힘입어 고객층을 확보할 다른 루트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놀이기구의 험악함을 생각하면 절대자급 강자들을 대거 불러들여야 하는데, 언데드나 마족 중에 절대자급 강자들은 외지로 나가서 자기만의 던전을 구축하는 경우도 곧잘 있다.
그런 녀석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면 분명 무료한 칩거생활에 질린 녀석들은 심심풀이 삼아 여기까지 올지도 모른다.
던전의 위치야 플레이어인 내가 모를 이유가 없고, 회차 반복이 너무 많아서 정 기억나지 않는 건 하이퍼 넷의 정보를 재수집해서 위치와 보스몬스터를 파악하면 된다.
‘맞다. 내친김에 다른 국가의 강자들도 초청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음. 절대자라면 죽지는 않겠다만, 그걸로 괜찮은가?”
‘뭐가?’
“그만한 강자들을 소집하려면 적당한 명분이 필요할 걸세. 단순히 휴양을 위해서라고 말한다면 다들 말 같잖은 농담 취급을 하거나 들은 체도 않고 무시하겠지.”
‘그건 곤란하지. 오지 않고는 못 배길만한 굉장한 홍보문구가 필요하겠어.’
막상 찾아보니 의외로 초대할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거 아무래도 단단히 기합을 넣고 임해야겠는데.
간만의 협업이라 신이 난 셀레나와 함께 이리 고민하고 저리 끙끙거리고 있자니, 발드 마이저가 넴루드의 손을 꼭 잡고 찾아왔다.
“재밌는 일을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어!”
‘훠이 훠이. 나 바빠. 초대장 문구 작성하기도 빠듯한걸.’
“나도 도와줄까? 뱀파이어들은 안개화나 박쥐화가 가능해서 잘 죽지도 않고, 오욕칠정에 초연해지며 고독에 찌든 개체들도 잔뜩 있는데. 다들 아웃사이더 기질이 너무 심해서 모여서 살려고 하지도 않는단 말이지. 이참에 놀이공원에서 정모를 하면 어떨까 싶어서!”
무슨 정모냐 그건.
뱀파이어 같은 게 한 자리에 모여도 평범하게 무서울 뿐이잖아.
고위 뱀파이어들만 우르르 날아가도 도시 몇 개는 피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뭐… 상관없으려나. 이미 초대하려는 놈들도 면면이 정상은 아니니까.’
발드 마이저는 간만에 동족들과의 해후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크게 기뻐했다.
나도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기분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엉겁결에 받아들인 약혼자라고는 해도 발드 마이저는 내 아내나 다름없는 여자였다.
천진한 녀석이 울상을 짓고 있는 것도 눈요기는 된다만 이왕이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네, 넴루드도…”
‘오. 너도 초대하고 싶은 친구라거나 있는 거야?’
“넴루드 친구 없어요…….”
그건 너무 슬프잖아, 임마.
그럼 대체 뭘 말하려고 했던 건데.
“그래도… 아빠의 도움이 되고 싶어요.”
‘헉…!’
심장이 큥하고 두근거렸다.
이런 게 바로 딸 키우는 아버지의 기쁨인가.
털보 녀석이 후요의 육아에 전념하는 기분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너무 귀엽잖아.
작은 몸으로 떨리는 손을 꼭 쥐며 두려움을 견뎌내고 용기를 쥐어짜내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평생 이 아이를 위해 아침밥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이템이라 불가능하지만.
지금만큼은 인간이 아닌 아이템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했다.
‘좋아. 그럼 이번 초대장 제작은 넴루드도 같이 하자.’
귀여운 사인이라도 넣어두면 다들 ‘헉, 이 귀여운 글씨체의 주인은 누구지?’라거나 ‘글씨체에 반했어. 이 아이에게 프로포즈를 해야겠어’라면서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물론 나보다 약한 녀석은 용납할 수 없다.
나보다 강한 녀석이 오면… 어… 털보한테 때려달라고 할 거다.
‘좋아. 초대장의 내용만 구상해보자.’
내용은 이왕이면 흥미가 가는 방향으로, 오지 않고는 못 배길 솔깃한 내용을 적어두면 좋겠지.
검사나 마법사, 정령사, 온갖 클래스의 강자들을 골고루 모으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
놀이기구마다 육체로 견뎌내는 고행과 뛰어난 지능으로 돌파하는 위기,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시련 따위로 도전과제가 서로 다르니까 말이다.
‘이거 의외로 육아까지 제대로 되고 있는 거 아닐까.’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육아도 하는 바람직한 생활.
실로 간만에 인생의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마침내 모든 초대장을 작성한 나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다 보내지?’
각국의 요인들은 카심과 외교부를 경유해서 전달하면 된다.
뱀파이어들은 발드 마이저가 어떻게든 할 테고.
악마들은 셀레나가 모종의 교신마법으로 초대할 수 있다고 했지.
다만 세계 방방곳곳에 흩어져있는 던전 보스몬스터들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참을 고민한 결과, 나는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직접 찾아가거나 편지전달 의뢰를 뿌리면 되잖아.’
밥만 축내고 있는 난쟁이나 털보가 직접 나서도 좋고, 각국의 특급용병들을 동원해서 소식을 전달해도 좋다.
이걸로 모든 문제는 해결.
놀이공원의 개최식이 열리는 날만을 고대할 따름이었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꺄….가 아니고 갸아아아아악 구아아아악…갸아아악 구아악!(이건 비명이 아니옵니다. 무슨 약을 드시는지 알수 있을까요?)
A : 맥주와 디스플러스입니다.
Q : @이제 현 마왕과 용사를 끌고 오면 되겠군요(웃음) 아니면 다른나라 사절단을 여기로 초대하는거죠
A : 놀랍도록 저와 코드가 잘 맞으시네요!
Q : @의외로 공국의 수준은 높으니까… 시련관문으로 통할지도. 들어가서 살아돌아오면 경지상승정도 / @밑에 분 말처럼 절대자들의 수련시설 될거같은데요 ㅋㅋㅋㅋ
A : 대륙의 고수들이 한층 더 강해지겠네요!
Q : @아 나 이거 알아. 꼭두각시 서커스에서 봤어!
A : 틀린그림찾기!
Q : @아.. 이게 그건가요? 지옥? 입구에 ‘이곳에 온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이렇게 적혀있나요?
A : 명문이네요.
Q : @이제 저놀이동산에가면 마스코트 후요가 옷을벗고xx해서 xx하고 xx해주는거군요
A : 아이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트라우마를 심어주시는군요…
Q : @이제 특전사를 키우면 되는 겁니까. 그나저나, 두 로린이가 원수 사이가 된겁니까? 로린이 둘이 아기자기하게 노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A : 은근한 라이벌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작가는 암것도 몬나
A : 몬나몬나
Q : @내일이면 노블탈주예정인데 불쌍한 독자를 위해 폭참 어떤가요?
-System : 작가의 사기가 10 감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