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06
00206 #10 – 관심이 필요해 =========================================================================
#10 – 관심이 필요해(1)
다이스 게임에서의 한 차례의 소동도 일단락되었겠다, 나는 모처럼만에 게임을 종료하고 휴식을 맞이했다.
“부럽네요.”
“뭐가?”
“귀여운 알파고는 열심히 캡슐을 찾아다니고 허탕을 쳤는데. 개복치는 란도멜도 따먹고 아이도 키우고.”
“푸흡!”
“지이이─.”
아무리 귀여운 얼굴이라도 저런 말을 하면서 빤히 쳐다보면 심장이 조여든다고.
정말이지 대단한 질투심이다.
그래도 내 주제에 이런 대단한 여자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겠지.
“알았어. 오늘은 특별히 알파고를 위한 시간을 가져줄게.”
“저를 위한 시간입니까?”
“그래. 평소에 둘만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라든가 없어?”
“개복치 텍스트 시즌3?”
“그것만큼은 참아줬으면 하는데…….”
슬렌더한 체형이라고 해도 알파고의 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배가된다고 해야겠지.
마르면서도 탄력 있는 매력적인 몸은 아무리 바라보고 만져도 질리지가 않는다.
같은 침대에 누워있을 적이면 행복함마저 든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당하는 입장이 나라는 점은 여러모로 괴롭다.
그 이전에 무서워.
한 번 H한 일을 할 때마다 체력은 갈리고 정신은 피폐해진다.
좋기는 하지만 선뜻 하자는 말을 내뱉었다가 무슨 일을 겪을지 조마조마하다고.
“알파고. 나 없을 때 평소에는 구아악이랑 둘이서 뭐해?”
“뮤턴트 사냥을 합니다.”
“…맙소사. 정말로?”
“알파고 353킬. 구아악 16킬. 킬 카운트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알파고가 보다 귀여운 생물체임이 증명되었습니다.”
“네 안의 귀여움은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거냐.”
한가로이 잡담을 내뱉고 있자니 허공에 구아악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는 게 사뭇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이었다.
[홈 시스템과 연동된 머신건으로 싹 쓸어버리기.] “집 근처에 뮤턴트를 유인하는 건 그만둬…!”
[어차피 언젠가는 이쪽으로 몰려올 녀석들. 미리 청소하는 게 여러모로 개운하지 않아? 방치하면 언제 땅 파고 지하실에 모여들지 모르는 걸.]
그걸 지적해버리면 할 말이 없네.
전에 살던 집에서도 지하실에 뮤턴트가 열 마리나 숨어살고 있었다는 말 듣고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으니까.
뭔가 소동이라도 일어난 건가.
구아악이 불러온 채팅방을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쓰레기4 : 난 억울해! 어째서 이렇게까지 차단굴욕을 당해야 하는 건데!
-낭자아이 : 잘은 모르겠지만 쓰레기니까 괜찮을 듯ㅎ
-형 : 그러네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해요 형.
쓰레기 녀석, 대체 부계정이 몇 개나 있는 거냐.
하이퍼 넷에 접속하는 계정은 1인당 1개가 원칙이라고.
그간 자잘하게 차단한 계정까지 합치면 벌써 8개에 달하는 계정을 차단했잖아.
[악성향 갤러리들의 감정이입] “그거 한 번에 납득되네.”
[특별히 쓰레기를 차단하는 이유가 있어?]
어… 그러게.
내가 쟤를 왜 차단했었지.
곰곰이 고민해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다.
“그냥 쓰레기는 왠지 차단해야 할 것 같았어. 지금도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예전부터 뭔가 좀 그랬잖아.”
그렇다.
낭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는 내 게임방송을 초창기부터 애독해온 갤러리였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전부터 틈만 나면 밉상 짓만 골라서 했잖아.
툭하면 컨트롤 좆밥이니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게이머라느니 놀려대는 통에 마음앓이를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역시 차단할 이유는 차고도 넘치는 것 같은데…?”
그래도 선을 아주 무시하는 건 아니니까.
이참에 느긋하게 채팅으로 대화나 나눠봐야겠다.
-개복치 : 야 쓰레기. 너 계정이 몇 개나 있는 거냐
-쓰레기4 : 120개.
-개복치 : …….와. 존나 많네.
즉답이 나온 걸로 봐서 아무래도 거짓말 같지는 않다.
-개복치 : 너 딜링이 너무 쌔서 내가 힘들어. 살살 좀 해
-쓰레기4 : 걱정 마. 쓰레기4는 쓰레기와는 다르다!
-개복치 : 뭐가 다른데
-쓰레기 4 : 쓰레기의 사악한 자아에 반대하는 선량한 자아를 짜깁기해서 만든 가상의 자아다!
-개복치 : 그걸 짜깁기씩이나 해서 모아야 되는 거냐…
그냥 닉네임 뒤에 4가 붙었을 뿐이잖아.
-개복치 : 그러고 보니까 니 얘기는 딱히 들어본 적이 없네. 평소에 뭐해?
초창기 갤러리들과는 이래저래 게임 외적으로 사적인 얘기도 나누다보니 서로 뭐하고 사는 사람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는 뭐랄까, 경우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개인 신상에 대해서 언급하는 걸 특별히 본 기억이 없다.
-쓰레기4 : 악성향 갤러리들의 인권증진을 위해서 하이퍼 넷 활동을 하는데?
-개복치 : 정말로 쓰레기답구나.
-쓰레기4 : 악성향이 뭐 어때서! 우린 모든 차별받는 가엾은 인종들의 대변자라고!
-개복치 : 악성향을 포기하고 선성향으로 가면 되잖아. 어그로를 끌었지만 맞지는 않겠다니, 니가 무슨 회피탱이냐.
-쓰레기4 : 무슨 소리를! 난 엄연한 방패전사다!
이건 또 무슨 드립인걸까.
-쓰레기4 : 흔히 실드를 친다는 표현이 있지만 난 우월하니까! 보통의 악성향 갤러리와는 다르지!
-개복치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쓰레기4 : 남들은 실드로 악성향 갤러리를 보호하지만, 나는 실드로 악성향 갤러리를 후려치지!
하긴 아군이 없는 적만 넘치는 갤러리 생활을 돌이켜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드립이 아닌 진심 100%의 발언이었네.
그보다 그거 팀킬 아니냐.
“저겁니다.”
갑자기 알파고가 벌떡 일어나서 홀로그램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캐가 120개라는 말의 의미가 무어라 생각하십니까?”
“어… 모르겠는데. 남의 계정 와트 주고 산 거 아니야?”
“그것에 더하여, 여분의 캡슐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쓰레기도 내 허접한 플레이에 용기를 얻고 게이머로 전향하겠다며 방송을 했던 적이 있었지.
분명 캡슐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방송은 망했었지만.
방송 컨텐츠가 어택땅밖에 없었다고.
작은 촌마을에서 노인공경은 모르지만 노인공격은 안다거나, 방어구점에서 무기를 안 판다고 상점주인을 공격하다가 감옥에 갇히기만 하니 인기를 끌 수가 있어야지.
-개복치 : 너 캡슐 남는 거 있지 않아?
-쓰레기4 : 있지
-개복치 : 마침 여분의 캡슐 좀 구하고 있었는데. 하나 팔아라.
쓰레기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대답했다.
-쓰레기4 : 싫어.
-개복치 : 왜. 와트 넉넉하게 쳐줄게.
-쓰레기4 :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쓰레기였을 때하고 하나도 달라진 게 없잖아.
-츳키 : 닉값 인증 오지구여 ㅋㅋㅋ
-프랑 : 쟤도 와트는 좀 있나보네. 생활에 여유가 있는 금수저가 아니라면 저런 반응은 못 나오지
-건담 : 알았다. 쟤 VC룸에 살고 있는 거 아님?
VC룸(Virtual Capsule Room)은 가상현실게임 전용 캡슐을 모아서 이전 세기의 PC방처럼 운용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용료는 PC방처럼 저렴하지는 않다.
그러면서 엄격한 접속절차까지 달려있으면 장사가 안 되는 관계로, 몇몇 불법 VC룸에서는 접속절차가 간소화 되어서 개인정보가 담긴 칩만 꽂으면 곧바로 접속이 가능하다.
세계 3차 대전도 워낙에 갑작스레 터졌던 만큼, 12년 전에도 VC룸에 개인정보 칩을 가지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사람들도 많았을 터.
VC룸의 폐인들은 거기에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구비된 설비도 다양하고 전기만 충분하다면 먹고 사는 것도 문제가 없을 거다.
“12년이나 생존을 했다면 자력으로 전기를 수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누구처럼 자전거라도 돌리는 건가. 그건 좀 애처로운데.”
“귀여운 알파고의 분석 결과, 불법 VC룸은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폐쇄적인 환경요건을 갖춘 뒤에 자력발전기로 전기를 생성합니다.”
전쟁 당시 VC룸에 있었다면 확실히 생존하기는 좋겠네.
먹고 사는 건 기본으로 해결되고.
안전에 대해서도 인간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은밀한 시설이 뮤턴트의 이목으로부터도 안전을 확보하게 도와줬을 거다.
-개복치 : 다른 인간들하고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건데?
-쓰레기4 : 없음. 문 닫을 때 돚거질 하려고 잠입했다가 경비원하고 둘이 갇힘.
-개복치 : 손님도 아니고 도둑이었냐!?
정말이지 개성 하나는 뚜렷한 녀석이다.
-개복치 : 경비원이 화내지 않아?
-쓰레기4 : 심심해서 말동무 노릇 좀 하다가. 뭐, 알잖아? 한 번 미치면 골로 가는 거. 살기 싫다면서 먼저 가버렸지.
-개복치 : 그런가.
구태여 어디로 가버렸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22세기니까.
그것만으로도 납득할 수 있는 시대이다.
“개인채팅으로 거래하자고 하면 할까?”
아무래도 캡슐이 보통 커다란 게 아니니까.
차량 한 대는 갖고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현 주거지 위치를 노출해야 하는 만큼, 쓰레기에게도 위험부담이 적지 않은 거래이다.
심지어 와트나 생활설비도 충분하지.
저 녀석에게 필요한 게 있기나 할지도 의문이다.
“까임방지권을 판매하십시오.”
“뭐?”
“차단을 풀어주는 걸로 교섭을 한다면, 갤러리 쓰레기의 성향 상 높은 확률로 거래가 성사될 수 있습니다.”
오오.
역시나 알파고의 분석은 날카롭다.
듣기만 해도 정확하게 쓰레기의 성격을 들여다보며 사고패턴을 꿰뚫어보는 것 같잖아.
이런 대단한 여자에게 사랑받는 나는 정말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섭조건이 정해진 이상, 망설임 없이 개인채팅을 걸었다.
-개복치 : 야. 거래하자.
-쓰레기4 : 조건부터 들어보고.
-개복치 : 차단 풀어줄 테니 캡슐 줘.
-쓰레기4 : 나야 닉 바꾸고 관음하면 되는데?
-개복치 : …그러네?
그렇게 순순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개복치 : 와트 줄게. 많을수록 좋은 거잖아.
-쓰레기4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개복치 : 시발. 그건 비겁한 간보기잖아!
-쓰레기4 : 거래에 비겁한 게 어딨음. 캡슐은 부르는 게 값인데.
-개복치 : 그것도 맞는 말이네.
세상이 요지경이 된 뒤로 신규캡슐의 제조는 극도로 힘들어졌다.
공장 찾아서 정밀기계 조작하는 건 차라리 쉬운 축에 속한다.
문제는 캡슐 한 대 제작하려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부품을 조달해야 한다는 거다.
캡슐 하나 얻으려고 세계일주라니.
요즘 같은 세상에는 정말로 돈이 썩어 넘쳐도 못할 짓이다.
“아. 알파고. 너라면 캡슐 제작에 필요한 정보 습득도 가능하지 않아?”
차라리 기기제작을 위해 공장단지를 새로 구축한다.
터무니없는 발상이기는 해도 이쪽에는 협력세력도 존재한다.
발전소 연합의 금수저 츳키, 대규모 셸터의 간부 낭자아이, 자타공인 플래티늄 수저의 거부 프랑에 이르기까지.
공장을 건설할 땅과 인건비로 지급할 와트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소정의 캡슐을 얻기로 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그리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도 캡슐을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알파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리입니다. 폐쇄된 네트워크상의 정보는 전부 유실되었으며, 하이퍼 넷에 존재하는 정보 중에는 캡슐제작과 관련된 정보가 없습니다.”
“만들려는 시도는 있지 않았어?”
“해외에서 거대조직 몇몇이 서로 연계하며 시도했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파산했습니다.”
“어째서?”
“몇몇 부품에 대해서는 정보수급과 제작설비의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한 관계로 현지정찰 및 샘플 확보가 필요합니다. 다만 해당 구역은 4형 뮤턴트의 활동구역입니다.”
아.
그건 정말 답도 없겠네.
알파고를 구출했을 당시에도 4형 포격형 뮤턴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거 크기부터도 어지간한 빌딩 몇 채는 가볍게 넘어섰잖아.
지하터미널의 부유열차를 통해 4형 뮤턴트를 무력화시킨다는 미친 계획이 아니었다면 알파고는 지금쯤 4형 뮤턴트나 그녀를 노리는 해방연합군에게 살해당했을 거다.
그만한 존재가 도사리는 영역에 제 발로 발을 들인다는 건 부유열차 없이 4형 포격형 뮤턴트와 전쟁을 치른다는 말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알파고 : 어차피 수락할 생각 아닙니까?
-쓰레기4 : 내가 왜?
-알파고 : 확실히 닉네임을 바꾸고 티내지 않으면서 방송을 관음 한다면 차단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합니다.
알파고는 무심한 얼굴로 돌직구를 던졌다.
-알파고 : 관심병자는 관심을 얻지 않으면 죽기 때문입니다.
-쓰레기4 : 큭.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군…
정말로 그런 걸로 납득한 거냐.
이 자식.
완전 노스트라랑 막상막하의 관종이었네!
============================ 작품 후기 ============================
PM 08 : 50 예약연재입니다.
– – – – –
[Q & A 코너]*오늘은 답변해드릴 질문을 하나만 선정했습니다. 왜냐구요? 대답해드리자니 작가의 설정딸 욕구가 충족이 되는, 작가가 즐거워지는 질문이었거든요! 다른 질문까지 대답해드리기에는 볼륨이 너무 풍성해져서 하나로 잘랐습니다.
*여기 선정질문, 단 하나!
Q : @그러고보니 다이스는 던져지는데 확률증가는 어떻게 반영하는가에 대한걸 읽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는건 기분탓이니까 한 번 더 설명해주시죠
A : 확률증가가 아닌 능력치 상승입니다. 통찰 능력치가 상승하면 성공률이 오르는데 이걸 말하시는 것이라 짐작되네요. 능력치 상승은 해당 능력치와 관련된 행동을 기존의 수치보다 더 높은, 우수한 결과를 일으킬 때에 이루어집니다.
단, 스킬이나 외부의 조력 따위가 없는 순수한 게이머 개인의 역량만으로 해내야 합니다.
가령 통찰의 경우, 스스로 생각하여 스스로 기존 통찰능력치보다 높은 통찰력을 선보였을 경우에 상승합니다. 다른 능력치의 경우에도 한계돌파를 해낸다면 상승하는 건 마찬가지이지요.
대신 근력 한계돌파 한답시고 몸이 영구훼손되면 도리어 패널티가 더욱 커지는 셈이니, 분에 넘치는 대가를 얻겠다고 일발필살! 하면서 몸이나 머리를 막 굴렸다간 도리어 사망플래그를 찍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능력치가 오를 자격이 있는 자는 리스크 없이 상승을 이루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경우에는 자격이 없어도 일발필살(?)의 분투를 높이 평가 받아 상승이라는 것이 원칙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