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16
00216 #10 – 관심이 필요해 =========================================================================
#10 – 관심이 필요해(11)
대뜸 손이 부러져서 몸져눕기를 한 시간 째.
알파고가 엄청나게 부자연스럽게 문틈에서 이쪽을 관찰하고 있다.
“그 연고는 희망고문용이냐. 치료든 간호든 안에 와서 해…”
“그럼 염치 불구하고 실례하겠습니다.”
“…뭔가 수상해.”
알파고는 걸음을 멈추더니 당당하게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알파고는 언제나처럼 귀여운 15세 미소녀입니다.”
“그 동작은 평소랑 너무 다르잖아. 애초에 게걸음으로 걸어오는 것부터 글러먹었다고.”
“윽…”
이렇게까지 순순한 알파고는 오래간만에 보는데.
뭐지.
오래간만이라기 보단 아예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잖아.
“…혹시 나 죽을병에 걸렸어?”
“아닙니다.”
“와트 축전기를 변종 바퀴벌레가 약탈하기라도 했어?”
“아닙니다.”
“뭐야. 그럼 내가 다친 거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거잖아. 미안해해도 무장요원이 그래야지 왜 네가 그러고 있는 건데?”
알파고는 반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실은 개복치의 식사에 이걸 탔습니다.”
“…독이야?”
“알파고제 특별 발정제입니다.”
나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쩐지 나 치고는 기이할 정도로 오래간다 싶더라니. 정력제 성분이라도 들어있었구먼? 아니, 그보다 그걸 왜 숨겨서 먹이는 건데?”
“로망입니다.”
“범죄의 로망이겠지. 하아… 괘씸하기는 해도, 그게 뭐 어쨌다고?”
알파고는 제대로 으스러진 내 손을 가리키며 답했다.
“발정제에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복용 시, 일시적으로 정력을 증진시키고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대신 신체의 내구도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확인 결과, 행위를 겪으며 몸의 여러 부위에서 상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행위가 한 번만 더 길어졌으면 정말로 죽을 뻔했습니다.”
“…섹스하다가 몸이 부러져서 죽는다니. 행복하기는 하겠다만 별로 겪어보고 싶은 죽음은 아니야.”
“그럼 다른 죽.. 죄송합니다. 알파고는 멍청합니다. 고물입니다. 어리석게 입을 놀리려 들었습니다.”
캐릭터가 너무 바뀌지 않았냐, 너.
뭐, 그래도 말이지.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반응이 아니기는 하다.
알파고는 내가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름의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지니고 있다.
H한 행위에 있어서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보여 왔으니,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정 그렇게 신경 쓰인다면, 이 빚은 아껴두겠어. 나중에라도 제대로 써먹을 날이 오겠지.”
알파고의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상당히 진귀한 경험이지만, 언제까지고 거기에 넋이 팔릴 수도 없다.
내 본업은 게이머.
다이스게임을 플레이하며 현실세계에 잔류하는 사람들에게 욕망과 쾌락, 재미와 만족을 선사해야만 한다.
잠깐의 휴식은 허락될 지라도, 지나치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간 언제나 재미를 찾아 헤매는 갤러리들이 사방팔방 흩어져버린다.
아주 조금이라도 시간이 헛되이 낭비된다고 느끼는 순간, 상당한 분노와 함께 보다 유익한 시간소비를 추구하는 것은 누구라도 지닐 법한 정당한 욕구이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힘을 주기도 전에 손이 부러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병신인데 어쩌겠어요. 몸이 너무 망가져서 뼈가 튼튼하질 않았다네요. 행위 중에 골반이 부러지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죠.”
“선처에 감사드립니다.”
까놓고 말해서 뭐라고 말하기도 무섭다.
무장요원이 안마라도 해주겠다고 어깨에 손을 얹으면 거짓말처럼 양팔이 탈골을 일으킬 것 같다고.
물리적인 접촉이 없는 부탁이라면… 어, 이거 좋은데.
“내친김의 이야기입니다만.. 혹시 별장의 파수를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알파고나 구아악이 수행해온 일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할 일이 부쩍 늘어나서요.”
당장에 알파고만 해도 캡슐을 한 대 챙겨왔다.
구아악에게도 이번에 츳키와 무장요원이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서 독자적인 조사를 시킬 필요가 있다.
별장의 안위만을 지키고 있기에는 두 사람 다 지닌바 유능함이 너무나도 뛰어난 탓에 상당한 인적손실이 발생한다.
만일 두 사람의 공백을 무장요원이 메워줄 수 있다면?
무장요원 본인은 조금 수고를 더 들여야겠지만, 대신 나머지 전원이 이득을 볼 수 있다.
“맡겨만 주십시오.”
심지어 손을 이리 아작 낸 전적도 있는 이상, 무장요원이 쉽사리 이 제안을 거절할 명분은 없다.
속이 보이는 제안이었어도 흔쾌히 받아들인 건 사람이 좋아서일까.
아니다.
츳키가 지닌 정치적 식견에 대해서 무장요원이 설명에 나서기도 했으니, 그녀의 심복처럼 자리한 무장요원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정치력은 있다고 봄이 옳다.
분명 모양새가 좋을 때 수락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득이 되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고, 경계라고는 해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선선히 수락했을 것이다.
“그럼 이제 방송 시작하는 거야?”
“응. 알파고도 있으니까. 슬슬 들어가야지.”
“쓰레기도 의외네. 어부지리로 습득했다고는 해도 저런 번듯한 최상급 캡슐을 갖고 있다니.”
22세기에서 가상현실게임 접속기기는 어지간한 차량 따위보다 몇 배는 더 비싸고, 몇 배는 더 뛰어난 오락수단이다.
오락의 고품질화.
기존의 소비오락과 달리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산업은 오락의 가치를 재설정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VR게임에 열광했다.
아무리 많은 문명의 이기가 있더라도.
그것이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야 정말로 운이 좋았을 뿐이지.”
중앙정부의 엄격한 관리 체제 하에서 공동교육이나 직업교육, 업무투입 등의 절차를 밟아 성장하는 아이들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제품이나 다를 바 없다.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 용도가 정해지는 인간들.
DNA 염기사슬구조부터 일생이 설계되고 결정지어지는 이상, 22세기 인류에게 있어서 삶이란 컨베이너 벨트를 따라서 죽음까지 배달되는 과정에 불과했다.
재미란 무엇인가.
누구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며 역사 상 가장 우울한 암흑기가 도래할 뻔 했으나, 실로 다행이도 가상현실게임이 그런 사람들에게 새로운 빛이 되어준 셈이다.
‘뭐, 그것도 전쟁으로 싸그리 다 날려먹었지만.’
핵전쟁 이후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장대한 암흑기가 시작된 이상, 가상현실게임의 입지는 한층 더 커지게 된다.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가상현실게임은 전란에 불타 없어졌으니.
지구상 현존하는 유일한 가상현실게임이자 최후의 가상현실게임이 될지도 모를 다이스게임에는 그만큼 수많은 상징과 기대, 희망이 걸려있다.
혼자서는 다이스게임의 험난한 판국을 거쳐나가지 못했지만, 수천 회차의 경험이 누적된 지금이라면 수많은 위험을 예지에 가깝게 예측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 어떤 회차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막강한 변수인 ‘알파고의 조력’이 있는 이상, 이번 회차는 사실상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최고조의 찬스나 다름없다.
‘지금이다. 아니, 지금이어야만 한다.’
게이머로서의 직감이 속삭이고 있다.
바로 이럴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플레이를 이어나간다면 틀림없이 그에 상응하는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시간도 기회도 모두 이쪽을 따라주고 있다.
가히 시류를 등에 업고 쭉 뻗어 나아가는 승승장구나 다름없는 셈이다.
-개복치 : 겜방 시작하기 전에 깜짝 소식 있음
사전에 공지를 띄워놨기에 우르르 모여든 갤러리들이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퐁삽 : 드디어 알파고를 임신시킨 건가…!
-쓰레기 : 개복치 주제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다니..
-낭자아이 : 축의금은 몇 와트 보내줘야 됨?
이건 또 무슨 엉뚱한 떡밥이냐.
애 없어.
휴머노이드가 임신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개복치 : 애가 생긴 건 아닌데, 그것만큼 기쁜 소식임. 알파고가 캡슐을 구해서 협동플레이를 시작하기로 결정됨.
-다스 : 오오. 드물게도 좋은 선택이시네요.
-낭자아이 : 나도 알파고랑 게임하고 싶다
-묵제 : 부럽다!! 귀여운 미소녀랑 게임을 할 수 있다니!!
-살인전차 : 뛰어난 책사를 얻는 것도 군주가 되기 위한 소양이지.
어째 삼국지에서 갓 넘어온 것 같은 이질감 MAX인 이상한 녀석이 하나 보이는데.
-개복치 : 그런 관계로 오늘부터 알파고는 등급 상승이야.
채팅방에도 나름 깽판을 방지하고자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특정 갤러리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
차단중인 상태에서는 쓰레기가 그러했듯이 다중이 짓을 할 수 있는 게 아닌 이상에는 무조건 해당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알파고 : 짜잔. 귀여운 15세 미소녀 알파고가 등장했습니다.
어찌됐건 영광스러운 첫 협동플레이 직전의 채팅이었다.
-묵제 : 으악! 시발 내 눈!
-애쉬 : 형광핑크색 글자는 그만 둬!!
-누렁이 : 알파고의 귀여움에 눈이 멀었다!!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네이년덕후 : 범인은 야스…(풀썩)
그리고 방송사고가 터졌지.
“뭐하는 짓이야! 형광색을 쓰면 눈이 안 보이잖아!”
“그 색깔이 가장 귀여웠습니다.”
“적어도 눈이 아프지는 않을 안정감 있는 색으로 골라.”
지은 죄도 있겠다, 알파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파고 : 귀여운 15세 미소녀 알파고님의 신분이 갤러리에서 게이머로 전직했습니다.
채팅방은 다시금 갤러리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이뤘다.
-건담 : 어째서 빨간색이냐!? 호러 특집인가!?
-소마 : 직업도 아니고 신분이냐!?
-낭자아이 : 색상깡패 미쵸;
-뭵스러 : 등장과 동시에 권력에 찌들다니, 의지력 엄청나게 저조하잖아ㅋㅋㅋㅋ
-사이언스킬러 : 악덕 게이머 알파고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나는 깔끔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그 수밖에는 없다.
『[알파고]님의 채팅방 관리권한이 갤러리로 강등되었습니다.』
몰개성한 흑색세계로 추락해라, 알파고!
네게 글자색을 전환할 수 있는 운영자의 길은 아직 이르다.
좀 더 수련을 쌓아라, 애송이여!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분위기는 오른 것 같네.”
다들 적당히 기분도 업 되어져 있고, 이런 상황이라면 상당히 안정적인 방송 진행이 가능하다.
좋아, 그럼 가볼까.
자신만만하게 캡슐에 탑승하고는 루세트에게도 게임 접속을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오늘의 목표는… 전쟁준비다!’
전쟁은 다양한 사망플래그를 앞당기는 요소이지만, 정복왕이 이미 달아난 이상 순순히 붙잡을 방도는 없다.
카이브스탄 제국의 사기캐 멘하이어만 해도 암살이나 잔재주 따위에 당할 여지를 남길 작자가 아니다.
설령 멘하이어의 계산을 넘어섰다고 해도 그 뒤에 도사리는 것은 일신의 무위가 초월지경에 접어든 초월자 초입의 강자, 정복왕이다.
저런 놈을 누가 암살할 수 있겠어.
악마군주 정도를 구슬리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할 텐데, 수천 년도 넘게 살아온 일족의 지존을 구슬리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여기선 내실을 굳건히 다지고 국경선에서 대치를 유도하자.’
적절히 시간만 끌면 사르갈 연합국이 북진을 할 것이고, 멀리 동부의 마도황국 질런에서도 지원이 올 것이다.
일 대 삼의 세력구도.
제 아무리 맹위를 널리 떨치는 북방의 사자, 막강한 정복국가 카이브스탄 제국이라고 해도 커다란 물소 세 마리와 육탄전을 벌이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사자가 무서운 것은 특유의 호전성과 경계를 박살내는 과감한 돌진 때문이지, 결코 사자가 물소보다 강해서가 아니다.
경계가 단단히 구축되어져 있으며 상대의 호전성이 발휘될 틈도 없이 삼국의 연합군이 위아래와 옆을 마구 두들기다보면 카이브스탄 제국도 결국은 쇠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정복왕. 기필코 네놈의 정복전쟁 플래그를 꺾어주겠다!’
캡슐의 인터페이스가 작동하며 시야가 오색찬란하게 물들어간다.
인식, 검열, 유도, 재배치, 돌입.
게임에 돌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징하는 다섯 색상의 빛이 사그라지는 순간.
『삐빅. 중상을 입은 환자는 게임에 접속하실 수 없습니다.』
……..시발?
뭐야 임마.
손 부러지긴 했지만 그게 왜 중상인데.
나는 캡슐 설정을 조작했다.
보통은 중상자가 게임에 접속할 수 없지만, 환자모드로 설정을 하면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아도 시한부 인생처럼 취급되어 접속이 가능해지지!
『삐빅. 약물에 중독된 상태로는 게임에 접속하실 수 없습니다.』
-프랑 : 개복치 약 했니? ㅋㅋㅋㅋ
-콜드애플 : 무슨 약 먹으셨어요? ㅋㅋㅋㅋ
-낭자아이 : 약물중독 미쵸ㅋㅋㅋㅋ
캡슐을 박차고 나온 나는 알파고에게 항의했다.
“발정제가 마약취급을 받고 있는데!? 대체 뭘 넣은 거냐!”
“베이컨을 빻은 가루를 넣었습니다.”
“뭐야 그게!?”
나는 두 눈을 감으며 굳게 결심을 다졌다.
그놈의 베이컨.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이젠 녀석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고선 못 배겨!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잠깐 진짜 이름이 개복치?
A : 22세기 사람들의 이름은 안드로이드 제품명처럼 CJ-07556 이런 식입니다. 정감가는 이름은 아니기에 핵이 뚝 떨어진 이후로는 모두가 하이퍼 넷의 닉네임을 가명삼아 쓰고 있지요. 전에 답변을 해드렸는데 발전소와 마찬가지로 매번 질문이 나오네요 ㅠㅠㅠㅠ
Q : @귀여운 개복치 여캐엿으면 gl?
A : 네
Q : @프란시스 베이컨
A : 멋있…다!?
Q : @그야말로 하드보일드한 상남자 (웃음)
A : 터프한 정력 (웃음)
Q : @개복치 기믹이 사실 한대만 때려도 죽는 마왕기믹 아닐까하는 깨닮음이!
A : !!!!
Q : @개복치를 보자니 42번 자위하다 죽은 브라질 소년이 떠오르네요.
A : 굉장하군요.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수치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Q : @섹마가 난입하도라도 초당 1만번 이상 진동가능한 지팡이의 테크닉에 만족하는 여성을 ntr 시킬수 없다는 사실을 압니다!
A : 넣지도 않게 할 겁니다! NTR 없어요!
Q : @그리고 난입한 색마는 초당 1만번 이상의 초진동 엑스칼리버의 위용에 무릎꿇겠군요
A : 헉; 장이 파열되겠군요;
Q : @저리 짜이니 골다공증 오지..
A : 과도한 ㅅㅅ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물론 과소한 ㅅㅅ도 (정신)건강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