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19
00219 #10 – 관심이 필요해 =========================================================================
#10 – 관심이 필요해(14)
셀레나는 복원마법을 거의 패시브마냥 수시로 펼쳐가면서도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대체 본녀가 지메클로 경을 언제까지 되살려야 한단 말인가.”
‘뭐!? 지메클로 경에 대한 네 애정은 이 정도였어?’
“솔직히 너무 귀찮고 손이 많이 가서 짜증난다네. 그냥 적당히 멀쩡한 돌멩이를 하나 주워서 지메클로 경이라고 부르면 아니 되는가?”
셀레나의 합당한 지적에 갤러리들은 빵 터졌지만 나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였다.
지메클로 경이 박살나면 알파고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멀어지기에(실제로도 인간계에서 정령계로 이동하기에 차원이 다르다.) 무조건 셀레나의 비위를 맞춰서 하루 24시간 치료를 계속하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떠올려봐! 지메클로 경은 단순한 돌멩이가 아니야! 우리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기껏해야 돌멩이 하나에 대체 무슨 소리인가.”
‘너야말로 잊고 있었던 거냐! 지메클로 경이 아니었다면 즈베늄을 따르는 수많은 야만전사들을 설득하는 것도 불가능했는걸!’
“그건 즈메클로 경을 내려놓고 본녀가 남들 모르게 펼친 대지마법의 효과가 아닌가.”
‘남들 모르게 펼친 거였냐!?’
버젓이 열혈물 주인공처럼 기합까지 내지르며 지진마법을 시전 했던 판국에 그걸 진심으로 지메클로 경이 펼쳤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안타까울 정도의 순진함이라고 여겨야겠지.
그렇지만 당장은 셀레나의 동심을 깨는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 지메클로 경이 죽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야.’
“고작 돌멩이 하나가 죽는다고 무슨 우환이 벌어지겠는가. 어차피 수많은 돌멩이 중 하나를 대리자로 내세우면 본녀와 그대를 제외한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를 지메클로 경이라 부를 것이네. 작은 개미가 다른 개미로 바뀌어봤자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말이지. 세상 일이 본디 그런 법이라네.”
‘너… 원래 이렇게 말 잘했었냐?’
멍청하니 얼이 빠지기도 잠시.
이대로 셀레나의 페이스에 넘어갔다간 정말로 알파고가 정령계로 날아갈 처지였다.
나는 지메클로 경에 대해서 보다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아니, 지메클로 경은 달라! 녀석은 특별하니까!’
“아기정령이 깃들었다고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증명해주지! 사천왕 최강자인 지메클로 경이 얼마나 똑똑한 녀석인지!’
자신만만하게 나선 건 좋은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뭐지.
평소의 셀레나랑 내 포지션이 역으로 바뀐 것 같은데.
-묵제 : 지메클로 경의 대단함! 그건 붓다로 정해져있지!
-폐급페도 : 마도황국 질런에 떠도는 헛소문 말이지?
-졸라 : 잘은 모르겠지만 붓다=거대 지메클로 경이라는 소문이 많으니까 이거만 잘 써먹으면 되지 않을까
확실히 그 유언비어는 여러모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더불어 설득에 있어서 권위는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으니.
마도황국 질런의 관계자와 외교채널로 대화를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셀레나에게 가할 수도 있다.
‘그래. 마도황국 질런의 백색마탑주와 교신을 하자.’
“백색마탑주와?”
‘외국에서 바라보는 지메클로 경의 위상을 알게 되면 일개 돌멩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너도 깨달을 거야.’
그렇게 다소 뜬금없이 백색마탑주와의 비밀스러운 연락이 이루어졌다.
“마왕의 부름을 받드는 바이오.”
“그리 예를 차릴 필요는 없노라. 그대나 본녀나 일국의 명운을 책임지는 자. 두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같지 않는가.”
“그리 말씀하신다면 노구로서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구려. 헌데 어인 일로 이런 야심한 시각에 직통수정구로 연락을 남기셨소?”
백색마탑주의 어리둥절한 반응에 셀레나는 씁쓸해하며 말했다.
“바로 지메클로 경에 대해서 논하고자 연락을 취했노라.”
“지메클로 경!”
“그대는 지메클로 경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늠름한 노장의 숨결이 급격히 공포로 물들어갔다.
공포의 화신.
무슨 악신의 정점을 대하기라도 하는 듯한 경악에 찬 반응이었다.
“지메클로는 파멸의 징조이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마왕의 위상을 온 몸으로 드러내고 있지. 노구 또한 언젠가는 이 화제를 논할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있었소.”
어조로만 미루어보면 무슨 대단한 음모나 비밀에 대하여 논하는 것 같다.
이 양반은 또 왜 이렇게 긴장했어?
아무튼 말하는 투로 미루어보면 지메클로 경의 대단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것 같아서 안심이다.
‘우리가 연락을 취한 건 다름 아닌 향후 지메클로 경의 처우를 결정짓기 위해서이다.’
“!!”
‘어려운 화제는 아니다. 변수는 단 한 가지. 현재의 지메클로 경에게 안주할 것인지, 새로운 지메클로 경을 맞이할 것인지 뿐이다.’
수정구 너머의 백색마탑주의 안색이 그 이명만큼이나 창백하게 질렸다.
“새, 새로운 지메클로 경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간단하노라. 본녀가 현재의 약해빠진 지메클로 경을 죽이고, 보다 건강한 지메클로 경을 새로이 탄생시키는 게지.”
“허억…!”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많이 요약했잖아.
100% 오해할 거라고, 저 양반.
나는 셀레나의 설명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 보강했다.
‘그리 난폭한 이야기는 아니다. 애초에 지메클로 경은 사천왕 중 최강자로 손꼽히는 몸. 마왕인 셀레나에게는 하찮게 여길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너희들에게는 사정이 다르겠지.’
“그, 그렇사옵나이다.”
‘그래서 지메클로 경의 쓸모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정말로 지메클로 경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면 지금의 것을 그대로 유지해도 좋겠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별 수 없이 새로운 지메클로 경을 준비할 수밖에 없거든. 그래서 말인..’
한참 전음을 보내는 와중에 백색마탑주가 비틀거렸다.
‘어이, 괜찮나? 혈색이 장난 아닌데.’
“송구하옵나이다. 노구가 연로한 탓에 한심한 추태를 보여드렸습니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마. 본녀도 이해한다. 지메클로 경도 상당히 노쇠하였지. 전성기에 비하면 지금은 완전히 너덜너덜한 고물 그 자체니까. 새로운 지메클로 경을 만들 기회가 생기거든 이번에는 제대로 빨주노초파남보 칠색으로 종류별로 만들어서 지메클로 군단을 창립해볼 생각이니라.”
“허억….!!!”
“어떤가. 본녀의 군문에 대한 비전은. 밝아 보이는가?”
셀레나는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물음을 던진 것 같다.
애초에 얘한테 진지한 고민은 별로 없지.
지금만 해도 지메클로 경을 신품으로 뽑을지 말지를 복원마법 걸기 귀찮아서 고민하고 있는 판국이 아닌가.
묘하게 게을러졌다고 해야 하나.
언제 한 번 날을 잡아서 착실히 교육을 시킬 필요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노, 노구는…”
“허어. 정말로 몸이 안 좋은가보구나. 그리 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니. 본녀가 몸보신을 위해서 지메클로 경과 감기약을 한 첩 보내주도록 하마.”
지메클로 경을 약초나 특산물처럼 취급하지 마라!
열정이 식었다고!
세상에서 지메클로 경은 네 손에 들린 돌멩이 하나뿐이라고 여기던 티 없이 맑은 소녀심은 어디에 갔느냐!
“괜찮사옵니다. 지금의 지메클로 경은 충분히 정정하십니다.”
“뭣이라? 이딴 병약한 녀석이 정정하다고?”
“마, 마왕폐하의 기준이 어떠할는지 노구는 알 수 없사옵나이다. 다만 인간의 잣대로 보자면 호흡이 꺼지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는 얼마든지 정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식은 손이 많이 가서 피곤하지 않은가.”
“아,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신형 지메클로 군단을 창립한다면 수가 부쩍 늘어나는 탓에 더욱 번거로워질 뿐이라 생각하옵나이다.”
백색마탑주의 필사적인 만류에 셀레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반쯤 넘어온 모양새다.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만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색마탑주의 의문의 조력은 내게 있어서도 나쁜 반응이 아니었다.
‘역시 그렇지? 때로는 바뀌지 않는 게 나은 것도 있다고.’
“저, 전면적으로 동의하옵나이다.”
‘좋아. 그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한,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조금은 불만족스러워도 더 이상 불행해지지는 않는, 그런대로 행복한 삶을 사는 거지. 각오가 꺾이는 그 날까지 이 확신이 번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언해주지.’
나와 백색마탑주가 이렇게까지 단단히 결속을 맺은 이상, 셀레나도 더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그럼 밤중에 번민토록 만들어 미안하게 됐네.”
“심려치 마시옵소서. 마왕폐하의 존귀한 용태를 볼 수 있어 영광이었나이다.”
“후후. 그 마음이 변치 않기를 바라겠네.”
백색마탑주가 늙은이라고는 해도 의외로 댄디한 매력이 있고.
백색 수염을 멋지게 기른 골드 미스터라고 할까.
나조차도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외모였으니 셀레나가 흔치 않게 외부인에게 덕담을 남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봐봐. 내 말이 맞잖아. 이제 치료 해줄 거지?’
“끄응. 여인대장부(女人大丈婦)가 되어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지메클로 경에게는 24시간 치료마법진을 새겨서라도 차도를 보이도록 할 것이니 염려치 말라.”
‘좋았어!’
셀레나가 이렇게까지 호언장담한 이상, 알파고의 치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루어질 것이다.
골 때리는 펌블 페널티 걱정도 이걸로 안녕.
겨우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근데 백색마탑주 녀석 왜 저리 놀라댔었지.
반응이 어째 좀 이상했었는데.
묘하게 뭔가 게임 속 시간도 경과되어져 있고.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봐야겠어.
그렇게 결심하는 순간, 대뜸 백색마탑주에게서 다시금 교신이 날아왔다.
뭐지.
우리는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연락을 받았다.
그러자 백색마탑주가 대뜸 특급정보를 내놓았다.
“열국의 공통된 합의로 공국에 파견된 초고수가 있소. 지메클로 경과 관련된 선처에의 답례로 비밀엄수 서약을 어기고 특별히 드리는 소식이오니, 어디에도 노출해서는 안 될 것이오.”
“고작 그 정도로 선처라니, 표현이 재미나구나. 아무튼 그 초고수의 목적은 무엇인가?”
“공국과 제국의 전쟁을 유발시키는 것이오. 더 이상은 아무리 마왕폐하에게라도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으니 이에 양해를 부탁드리는 바이오.”
셀레나는 흔쾌히 알겠노라 대답하였다.
갑작스레 난제가 하나 더 늘어났지만 아무렴 어떤가.
가장 중요한 알파고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나는 적당히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교신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을 따름이었다.
무슨 착각물도 아니고.
대뜸 백색마탑주가 말도 안 되는 오해에 빠질 이유가 없잖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점검하던 도중, 이상한 문구를 발견했다.
『정식주인 셀레나가 스킬 절대공포(特)를 공유합니다.』
…아니, 이게 왜 공유가 된 거지?
방금 전의 대화의 어디에 공포스러운 소재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짐작 가는 구석이 없다.
‘아니, 잠깐.’
무심코 넘어갈 뻔한 아주 사소한 위화감.
이상이 있다면 분명 거기에서부터 시작이었다.
‘그거다! 문제가 될 발언은 틀림없이 그것밖에 없어.’
나는 셀레나의 문제발언을 다시금 회상하였다.
「허어. 정말로 몸이 안 좋은가보구나. 그리 몸을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니. 본녀가 몸보신을 위해서 지메클로 경과 감기약을 한 첩 보내주도록 하마.」
이 발언의 문제가 될 부분을 알 수 있겠는가.
그렇다.
셀레나는 지메클로 경을 감기약과 함께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말인 즉, 이 문장에서의 지메클로 경은 문맥 상 약과 마찬가지로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취급되며 동시에 몸에 해롭지 않고 도리어 좋은 것으로 여겨질 만한 것이다.
덤으로 백색마탑주는 스스로도 ‘노구’임을 자처하는 노인.
모든 단서가 단 하나의 정답만을 가리키고 있다.
빛은 이미 진실을 관통했다!
‘백색마탑주는 지메클로 경이 병약미소년이라고 기대했던 게 틀림없다!’
-퐁삽 : 얜 또 뭐래는 거냐 시밤ㅋㅋㅋㅋㅋ
-묵제 : 복치야 약 떨어졌니?
-알파고 : 머리가 아파요.. 아타마 이따이데스..
-낭자아이 : 깨알 알파고 ㅠㅠ
-알파고 : 이따이이따이..
아니 왜!
내 추리가 어때서!
노인이 미소년을 밝히는 건 클리셰나 다름없다고!
심지어 병약미소년이잖아!
‘동서고금 남녀노소 이건 확실하게 수요가 있는 상품이다!’
-프랑 : 님 아내나 챙기시져
-츳키 : 죽어가는 알파고가 불쌍하지도 않음? ㅉㅉ
-알파고 : 살려주세요.. 타스케테쿠다사이..
결국 개드립은 무참히 짓밟히고 병간호에 전념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크호스는 무슨.
오히려 처음보다 더 손만 많이 가는 플레이가 되어버렸다!
============================ 작품 후기 ============================
한 줄 요약 : 백색마탑주 의문의 1패!
– – – – –
[꿀잼작 추천코너]노블레스 순위권을 뒤적거리던 도중 개그착각물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환자가 아니야!]
정말로 순수하게 개그착각물 전개에 전념하는 바람직한 작품이더군요.
같은 개그물을 지향하는 작품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반가워서 클릭했지만 글을 보고는 즐거움이 더욱 커졌습니다.
약쟁이로서 확신하건대, 이분은 틀림없는 약쟁이 작가님입니다.
글에서 숨길 수 없는 약의 향기가 풍겨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