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22
00222 #10 – 관심이 필요해 =========================================================================
#10 – 관심이 필요해(17)
목표로 했던 못지나간다를 찾았지만 너무 뜬금없는 상황이잖아.
얜 왜 여기에 있는 건데.
기쁜 마음보다 어리둥절한 마음이 더 컸다.
‘대체 이놈은 또 무슨 죄목으로 갇힌 거야? 길막죄? 공연음란죄?’
간수 역의 악마는 모두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무전유죄입니다. 감히 땡전 한 푼 없이 자유이용권을 끊어달라고 물어본 게 괘씸하다며 문지기가 생포했습니다.”
“제기랄!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 나라의 사법권은 썩었어!”
‘…아. 간수도 악마였지.’
간수의 증언에 못지나간다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흡사 애국투사의 흉내라도 내듯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거듭 외쳤다.
악마는 제 덩치만한 박도를 들고는 냅다 벽에 꽂았다.
팍!
무슨 두부에 칼 꽂히는 것 같네.
손잡이까지 단번에 푸욱 꽂혀버렸다.
“존엄하신 지팡이님의 앞에서 입을 나불거린다면 그 맛있게 생긴 몸뚱이를 고깃덩어리로 해체해주겠다.”
“히익…! 이, 이 녀석 좀 말려봐!”
‘네 알몸을 보는 갤러리들과 내 심기도 이미 잔뜩 썩었지. 옷을 입지 않겠다면 네 노출벽을 존중해서 가죽을 벗겨주지!’
“나, 나라고 좋아서 알몸인 게 아니야! 입을 옷이 없다고!”
‘쳇. 끈기 없는 녀석.’
적당한 옷을 하나 안겨준 뒤에야 험악한 분위기도 진정되었다.
‘네게는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충실한 내 수하들의 한 끼 먹거리로 전락하든지, 아니면 가신계약을 맺고 내 휘하로 들어오든지. 근데 길막밖에 할 줄 모르는 놈은 쓸모가 없는데.’
“잠깐! 난 히든클래스로 전직했다! 쓸모가 있다고!”
‘히든클래스?’
못지나간다는 당당하게 자신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는 대지정령과 계약을 맺어 각성한 대지전사다!”
아니, 이렇게나 형편 좋은 우연이 있다니!
마침 1호 언니가 말했던 알파고를 치료할 세 가지 비법 중 두 가지가 못지나간다 한 명에 의해서 충족되잖아.
최상급 이상의 대지정령에게 [대지의 축복]을 받거나 상급 이상의 대지술사에게 [전속계약]을 맺는 것.
둘 중 하나만 충족되어도 알파고가 생존할 수 있다.
물론 이에 걸맞은 경지에 접어들어야 조건이 달성되겠지만 말이다.
‘너와 계약한 대지정령의 등급. 네 대지전사로서의 경지. 우선 두 가지부터 듣고 나서 생각해보지.’
“계약한 정령은 무려 상급! 이 몸의 경지는 중급이시다!”
‘뭐야. 존나 허접이네. 걍 죽어라.’
악마가 박도를 뽑아들며 히죽 웃었다.
“으아아! 그, 그만둬! 쓸모 있어! 난 쓸모 있다고! 자질을 보면 어디까지 성장할지 알 수 있을 거 아냐!”
‘흐음.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그래!”
저렇게까지 호언장담하면 예의상 한 번은 봐줘야겠지.
‘좋아. 해봐.’
못지나간다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모래를 발견하고는 화색을 띠었다.
쿵!
철사권(鐵絲拳)을 수련하기라도 하듯이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두 손을 쿵쿵 내리찧을 때마다 모래로 만들어진 성벽이나 망루 따위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달인의 경지에 접어든 구현능력!
대지전사의 특성 중 일부에 불과한 [토벽 소환]을 이 정도로 정교하게 다룰 수 있다면, 시간만 충분히 경과하면 대단한 경지에 접어들 것임이 틀림없다.
명백한 절정고수의 자질.
못지나간다는 호언장담할만한 자질을 지닌 것이다.
‘쓸모없네.’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내 기술이 부족하다는 거냐!?”
‘토벽으로 예술작품 만들기도 인상 깊기는 한데. 그거 셀레나가 더 잘하잖아.’
“아.”
‘그런 능력 개발해봤자 필요도 없고. 애초에 지금 필요한 건 치료와 관련된 기술이라고.’
“이, 있기는 있지만… 이건 너무 위험한 기술이다!”
봉인된 흑염룡이라도 왼팔에서 해방시키는 거냐.
아닌가.
그건 공격기술에 더 걸맞겠지.
‘얼른 보여주지 않으면 악마의 포만도가 상승할 거다?’
“그, 그런 잔인한! 넌 지구상의 마지막 선성향 게이머일 텐데!? 그런 짓을 저질러도 되는 거냐!”
‘내 게임에 난입한 적한테까지 착해질 이유는 없지. 선함과 무름은 동의어가 아니야.’
똑 부러지는 내 단언에 못지나간다는 낯빛을 굳혔다.
어조는 가벼워도 결코 허언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녀석이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악마의 한 끼 식사거리로 전락하도록 내버려둘 심산이다.
-퐁삽 : 이거 완전 장기자랑 아냐?
-묵제 : 탈락하면 핑크빛 장기자랑이 되겠네
-쓰레기 : 한 점의 가식도 없이 까발리는 거지!
나 치고는 다소 손속이 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때로는 본보기를 보여야만 하는 때도 있는 법이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남을 굴복시킨다?
그것이 가능할만한 인품이나 논리, 카리스마의 소유자였다면 내가 개복치라는 별칭 대신 성자나 현자, 군주 따위로 불렸겠지.
-알파고 : 주저하지 마십시오. 알파고는 저런 허당이 없어도 자력으로 치유가 가능합니다.
-프랑 : 그럼 지금 다시 접속할 수도 있겠네?
-알파고 : 살려주세요
어이, 포기가 너무 빠르잖아.
“아, 알았으니까! 보여주면 될 거 아냐!”
못지나간다는 죽을상을 지으며 양손에 흙을 움켜쥐었다.
장난기어린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의 그의 얼굴에 남은 것은 경지를 초월하는 게이머 특유의 냉혹무정한 결단력뿐.
저 정도의 각오를 해야만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이라니.
내심 못지나간다를 깔보던 악마 간수도 침중하게 낯빛을 굳힌 채 박도를 겨누었으며, 레이첼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는지 연거푸 뒷걸음질 쳤다.
사아아아아…
스산한 분위기에 흐르던 식은땀이 절로 멎었다.
싸늘한 공기, 떨리는 대기.
시간이 경과할수록 못지나간다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기류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모든 종류의 침입을 불허하는 엄중한 서리방벽.
녀석의 차갑게 얼어붙은 심상이 유형화된 기가 되어 대지를 얼어붙게 만든다.
단지 기세만으로 자연을 변화시키는 역천(逆天)의 비의(秘意).
대체 저것이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의 의념을 지녀야만 하는 것일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이 녀석은 존나 대단하고 강력하다.
근데 뭐 어쩌라고.
‘그래서 이걸로 알파고를 뭘 어떻게 치료하겠다는 건데.’
“제길…!”
‘설마, 뭔진 모르겠지만 대단한 기세를 발휘하면 적당히 속아주지 않을지 기대해서…’
“무, 무슨 소리를! 보아라! 이것이 대지전사의 비기! 어떠한 긴급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HP를 회복시켜주는 쿨타임 20초짜리 회복스킬이다!”
‘저건…!’
못지나간다의 비의가 펼쳐지는 순간, 악마 간수와 레이첼은 무시무시한 광경에 진심으로 경악했다.
충격은 그들에게만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채팅방의 전원이, 온갖 비의를 견식해온 갤러리들조차도 못지나간다의 비의를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면.. 그건 비의라고 불리지 않는다…!”
‘인정한다. 넌 진정한 게이머다.’
녀석은 이미 인간 세상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종을 뛰어넘는 실현의지.
만일 내게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절대로 저 비의를 실현할 자신이 없었다.
고도의 깨달음이 필요해서?
고도의 컨트롤이 필요해서?
아니다.
저것은 선천적인 능력과는 무관하게 불가능하다고 정해져있는, 인간이라면 감히 떠올리지 못할 비의이다.
그렇다고 극고의 노력이나 극기를 넘어서는 수련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다.
재능과 노력을 벗어나는 극한의 자유로움.
세상만사의 모든 이치와 도덕, 질서를 거절하는 순수한 혼돈을 숭상하는 광기류의 게이머에게만 가능한 비의였다.
-묵제 : 시발.. 이건 진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낭자아이 : 극한직업 게이머 미쵸;
-프랑 : 저렇게까지 해서 와트를 벌고 싶을까
엄격함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갤러리들조차 단 한 명의 이견조차 없이 못지나간다를 인정했다.
-츳키 : 난 여태까지 개복치도 어디 가서 광기대결에는 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쟤보단 덜 미친 듯
-퐁삽 : 인정
-다스 : 인정합니다. 저런 종류의 광기에는 도저히 범접할 수가 없네요.
대체 저 미친 대지전사 녀석이 무슨 짓을 했냐고?
‘미친 새끼.’
“칭찬 감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흙을 퍼먹다니…’
이 녀석, 흙을 퍼다 먹었다.
‘그 길었던 준비시간은 다 뭐였던 거야?’
“그때는 마음의 준비를 좀 하느라..”
‘인간으로서 수치스럽다는 자각은 있구먼?’
“남자로서의 수치심인데. 니가 데려온 마녀, 예쁘잖아. 미녀 앞에서 망가지는 건 언제나 힘든 법이지.”
‘…….’
그건 그렇다고 쳐도, 왜 굳이 이걸 입으로 먹어야만 했던 걸까.
단순한 퍼포먼스라기엔 지나치게 파격적이잖아.
전투 시에 사용하기에도 흙먹기는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흙 먹어야 되는 이유가 있어?’
“이 치료스킬은 원래 먹어서 발동하는 스킬이 아니다.”
‘뭐….라고!?’
그럼 이걸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해냈단 말인가!
미쳤다.
진심으로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가 않는다.
“정확히는 신체와 맞닿은 흙의 면적에 따라서 치유량이 달라지지.”
‘그럼 흙을 먹은 이유가 설마…!’
못지나간다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의 바깥과 안, 양면으로 동시에 치유효과를 받기 위해서이다.”
범접할 수 없다.
설령 내가 초월지경에 접어든다고 해도 이 녀석의 파격적인 스킬응용도를 능가할 수 있을까.
내게는 도저히 그럴만한 자신이 없었다.
미치광이 타입의 게이머에서 수위권에 손꼽혔던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녀석의 사고방식이 진심으로 제정신이 아닌 광인(狂人)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물론 효율을 지금의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비법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지저분하니까 이런 미녀가 있는 자리에서는 보여줄 수 없지.”
‘지금의 세 배라고…!?’
“힌트를 주지. 구멍은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덜그렁.
악마 간수의 손에서 흘러내린 박도가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마치 혼돈의 심처에 도사리는 이해할 수 없는 생물체를 목격한 것처럼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죽을 수도 있다.”
“괜찮다. 회복스킬의 효과로 이물질이 들어오며 깎이는 체력수치가 고스란히 회복되니까.”
“그럼… 안으로 들어온 이물질이 나가지 못하게 될 텐데?”
“더욱 좋군.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언제든 스킬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
“대체 그렇게까지 회복스킬의 능률에 집착해야만 하는 이유가 뭐냐.”
악마의 진심어린 의문은 비단 모두의 의문이기도 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힐링포션을 마시거나 다른 회복수단을 찾을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방패전사. 한 번 막은 길은 백만대군이 몰아닥쳐도 열어주지 않는 불굴의 강병이다. 치료를 받기 위해 힐러를 찾아 길을 비키는 일 따위, 내 신념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문현답이었다.
못지나간다에게는 정말로 이것이 최선이었던 것이다.
“악마보다 지독한 새끼…”
못지나간다가 휘파람을 불었다.
“럭키. 최초업적보상이다.”
이 녀석과 진심으로 싸우지 않은 건 엄청나게 다행이었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이런 미친놈이 상행로를 틀어막고 국가경제를 파탄 냈을지도 모르는 거 아냐.
‘대단한 기술이었다. 이번만큼은 인정해주지.’
“찬사는 아껴둬라. 모든 스킬을 총동원하면 내 회복력은 지금보다 51만 배는 더 높아질 수 있지.”
‘그럼 그 다른 수단이라는 거, 지금 바로 꺼내야겠는데.’
“…이런 걸 봐놓고 다른 걸 또 꺼내라고?”
‘아니, 쓸모가 없는걸 뭐 어째.’
셀프 치유잖아.
알파고는 어떻게 고칠 건데.
“아.”
설명을 들은 못지나간다가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회복스킬도 엄청 많은 것 같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그런 기대감이 담은 시선에 어색한 웃음이 되돌아온다.
못지나간다는 뻘쭘하니 뒤통수를 긁적였다.
“나 자힐밖에 안 됨.”
순간 그 말을 이해한 나와 갤러리들은 무진장 서글퍼졌다.
하다못해 성기사도 안수치료로 남은 치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지전사가 자힐밖에 안 되는 이유.
그게 달리 있을 리가 없지.
동료를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타인을 치료한다는 개념을 생각지도 않았을 터. 애당초 혼밥하는 찐따에게 친구가 없듯이, 고독한 방패전사에게는 동료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꺄아악 구아아악
A : 저도 못지나간다가 투표에서 1위를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1위 낙찰만 받았다면 한층 파워 업한 미치광이가 노스트라 못지 않은 깽판을 치고 있을 텐데 말이죠!
Q : @휴머노이드도 고통에 약한가요? 고통에 몸부림치는 미소녀 모에에엣!!
A : 귀엽지 않은 모에함이군요!
Q : @개복치의 지팡이를 알파고에 꽂으면 상시 사랑을 나누는 상태인가요? 이 무슨 엄청난 수치플레이…
A : 꽃과 벌의 교접에도 황홀함을 느낄 수 있는 탁월한 교감능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Q : @작중 주사위를 작가님이 돌린다고 알고있는데요 나오는 주사위값 상태가? 작가님 혹시 길가다가 펌블이 떠서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시는건 아니죠?
A : 작가의 체력으로 뒤로 넘어지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합니다(…)
Q : @엑? 눈이 썩는거임? 미소녀 아니얐음?
A : 당첨된 미소녀는 츳키입니다.
Q : @’나는 환자가 아니야’도 정주행 끝냈습니다. 꿀잼작 발견하시면 공유해주시는 그 정신 아주 좋습니다.
A : 저 또한 작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다른 독자분들에게 많은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는 만큼, 후기란을 이용한 꿀잼작 추천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Q : @알파고는 그럼 지금 아픔에 휘둘리며 개복치 하앍하앍 이러는 거임?
A : 구태여 축약하자면 ‘살려주세요’가 되겠네요!
Q : @갸아악 구아악
A : 요즘 약빨이 줄어든 것 같다구요? 전개 하나를 구상하고 있는데 이게 좀 막혀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풀어낼지가 대단히 고민이네요.
Q : @오리지널 츠키를 보고온뒤 츠키알파고 3p씬이 전혀 에로해 보이지 않습니다. 차라리 프팡이가 나을지경이잔아…젠자아아앙!!
A : 오리지널과는 다릅니다! 오리지널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