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57
00257 #12 – 미래의 가격 =========================================================================
#12 – 미래의 가격(2)
12년간의 나태했던 몸이 운동 한 번으로 정상궤도로 돌아갈 리가 없지.
그래도 꾸준한 노력은 언젠가 보답 받을 것이다.
알파고와의 외부활동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몸을 단련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두고 보라고. 올해 안에 반드시 몸을 만들 거니까!”
“기대하지 않고 기대하겠습니다.”
“무진장 의욕 떨어지네…”
휴일이라고 마냥 시간을 헛되이 소모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우리에게는 당면한 과제가 있지 않았던가.
범세계적 범죄연맹조직 ISO.
놈들의 아시아 대륙 진출거점인 [극동사령부]와 여기에 소속된 악성향 게이머들의 명단을 확보하는 일이다.
[엣헴. 오늘의 나는 엄청나게 칭찬해줘야 할 걸? 거물 중의 거물을 물어왔으니까!]
구아악의 심층정보 수집은 무사히 성공했다.
[내부적으로는 폐쇄된 네트워크를 사용해봤자 어차피 게이머들이 스마트워치로 하이퍼 넷에 접속하는 계정은 있잖아? 명단에 기재된 리스트를 추적해보니 내부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어.] “누구 계정으로 침투했는데?”[조곽수.]
허, 새삼 구아악의 담력이 장난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ISO 아시아 지부의 간부나 다름없는 녀석이잖아.
별도의 보안 프로텍터를 지니고 있을 법한 녀석의 계정을 털어버리다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행동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침대 위로 홀로그램이 무더기로 떠올랐다.
예의 명단이라는 것 같은데.
소속된 인원들이 이거 한 두 명이 아니다.
“미친. 서른 명이나 있잖아?”
내부에서 육성에 성공한 인원만 열다섯 가량이고, 외부에서 포섭한 협력자들도 동일한 숫자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중급, 이류 게이머라고 해도 이 정도 숫자라면 못할 게 없다.
게이머가 서른 명이라니.
작정하고 난입만 걸어도 게임 난이도가 수직으로 상승하고도 남는다. 내 입장에서는 차라리 루세트나 미치광이 게이머 삼인방이 침투한 게 전화위복이라고 해야겠지.
정말이다.
당장에 상위권 게이머들만 해도 어지간하면 한 번씩은 방해를 받았고, 최상위권 게이머들에게도 간간히 방해시도가 존재했었네.
헌데 게이머 탑3중 한 명인 [민지와쪄염]에게 걸었던 실패한 방해공작에 눈길이 간다.
“이게 뭐야…”
세계멸망 플래그 [신위경쟁]이 알려지기 이전, 자연의 신의 하급 사도로 명망을 떨치던 민지와쪄염에게 10인의 방해조가 모조리 투입된 사건이 있었다.
헌데 접속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모조리 전멸했다.
선신 중에서도 서열 1위를 자랑하는 자연의 신의 권능으로 모든 게이머의 침입을 감지한 민지와쪄염이 국소적인 블랙홀을 생성해서 게이머들을 차원의 틈으로 던져버렸단다.
“최상위권 게이머들은 이런 짓도 가능한 거야?”
[컨트롤마스터는 검신하고 맞다이도 뜨잖아. 뭐, 졌지만.]
“소름 끼칠 정도로 강하네. 탑 쓰리가 괜히 탑이 아녔어.”
대체 언제쯤 되어야 저만한 위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솔직히 상상도 안 된다.
적당히 강한 경쟁자는 투쟁심을 자극한다지만 이건 넘사벽이잖아.
투쟁심은 무슨.
솔직한 마음으로 경외심밖에 들지 않는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진행속도 면에서는 탑급 게이머를 상대로도 뒤처지지 않습니다.”
“정말로?”
“민지와쪄염의 최근 플레이도 반년 내로 사르갈 연합국의 소속국가 두 개를 정복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복전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렇다면야 위안은 되지만, 언제까지 이런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솔직한 마음으로 좀 불안하다.
탑급 게이머들은 회차반복을 통해서 막강한 실력을 거머쥐고 이를 기반으로 용사의 역할을 대행하지만, 정작 내게는 그런 대단한 능력이 전무하다.
기껏해야 남들보다 많이 죽고 온갖 종류의 사망플래그에 맞서며 다져진 정신력 하나뿐인데. 이거 하나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가 아닌가.
“난 그냥…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같아. 사망플래그를 밟았다, 라고 뚜렷한 경각심이 드는 건 없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이질적이잖아.”
“어떤 점이 말입니까?”
“남들은 용사의 역할을 대행해서 마왕도 조지고 종족을 넘어서는 연합군도 구성하고 신들과의 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군사적 정치적 종교적 대통합도 추진하는데, 난 정 반대잖아.”
용사의 대행은 무슨, 내 플레이는 아예 신생마왕군을 창설하고 있다.
셀레나는 그나마 아군이기라도 하지.
마왕 마이너 카피는 엘더드래곤도 경계할만한 뭔가를 깨닫고 어디선가 모략을 진행 중일 거 아냐.
당장에 투르비쳬 공국도 카이브스탄 제국 다음 가는 경계대상으로 손꼽히고 있으니 대륙을 아우르는 통일국가나 용사역할의 대행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그나마 용사 관련으로 수중에 넣은 카드라면 전대용사인 슈바인드브와 그의 딸인 후요가 있다만, 슈바인드브는 이미 배신자로 취급받고 있고 후요는 아예 어린아이이다.
“개복치는 잘못된 길을 고르지 않았습니다.”
알파고는 굳건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행보가 엉뚱하다고는 해도 큰 줄기로는 제대로 세계평화를 노리고 있으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투르비쳬 공국의 점령과 멘하이어의 생존이라는 변수를 도출해냈습니다. 그밖에도 숱한 강적을 물리치며 입지를 다지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무엇보다도, 이번 플레이에는 귀여운 제가 함께합니다.”
안색도 안변하고 당당하게 스스로를 가리키는 게 사뭇 듬직하게 비추었다.
“하. 너무 그러면 반해버릴 것 같잖아. 남녀가 바뀌었다고. 이럴 때 멋진 모습을 보여야하는 건 내 쪽인데.”
“알면 분발하십시오.”
“그래. 우울하게 쳐져있을 때가 아니지.”
새삼 전의를 다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구아악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브리핑 계속해도 됨?] “아. 미안.”[주의해야 할 방해조 게이머가 있어. 너, 이번 플레이가 너무 두각을 드러내서 전담마크가 붙었거든.]
전담마크라니…!
무관심과 비웃음 외에는 받아본 적이 없던 내게 이것보다 어울리지 않는 말도 드물 거다.
ISO의 극동사령부에서는 날 경계대상 게이머로 선정했다는 게 아닌가.
“누가 경계를 하는데? 조곽수야?”
[조곽수는 보기보다 거물이야. 걔가 당장 난입하면 97% 확률로 게임 터질 걸?]
“…….내가 그렇게 허접해?”
97%라니.
그건 거의 확실하게 망한다는 거잖아.
[그 군세를 이끌고 그대로 마왕부활에 전력을 다 한다면?]
시발.
그거 정말 답도 없네.
듣기만 해도 온 몸에 막 소름이 돋는다.
[어디 그것뿐인 줄 알아? 메인퀘스트 진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군NPC는 모조리 암살하고, 대륙 각지에 세계멸망 카운트다운을 앞당기는 사건은 죄다 벌일 텐데. 뭐 하나 막으면 사건 일곱 개가 우르르 터져버리니 손도 못쓰고 망해버릴 거야.]
내심 만만한 허접새끼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네.
명색이 상위권 게이머의 저력이라는 건가.
불과 한 차례만 외계침략까지 도달했던 나와 달리, 조곽수는 상위권 게이머이면서도 때때로 최상위권에 올라서기도 하는 대단한 녀석이다.
지금의 나로서는 격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남의 플레이에 훼방을 놓는 걸 전문으로 하는 만큼 그 방면으로는 전문가나 다름없을 거다.
“아닙니다.”
“엑? 아니야?”
“구아악의 확률은 틀렸습니다.”
알파고는 단호하게 그녀의 의견을 부정했다.
“보다 정확히는 96.999…”
“넌 완전 악질이야.”
아무튼 간에 당장은 게임을 끝장낼 정도의 실력자가 오지 않는다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그래서. 결국 누가 날 전담마크 하는 건데?”
[프리드리히 아이텔로스.]
“…누구야 그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건 알겠는데.”
[책략에 능통한 모략가야. 쟤들 딴에는 네 입담과 국가운영능력에 맞설 호적수를 골라냈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장담하건대 쟤들의 평가에서 절반 이상이 거품일거야.”
나름 머리를 쓰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지능형 플레이를 한 건 아닌데.
운이 겹치다보니 쟤들도 완전히 착각했나보다.
운도 실력이라면 뭐 할 말은 없지만.
“내친김에 하이퍼 넷의 여론을 보는 게 어떻습니까?”
[맞아. 너 이번에 주가가 엄청나게 뛰었다고. 화제의 게이머 베스트 2에 들었는걸?]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플레이 아니었어? 이게 1등이 아니라니 그 점이 더 놀라운데.”
도대체 나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요주의 게이머는 누구인걸까. 당장 하이퍼 넷을 열고 검색해보니 상당히 눈에 익은 게이머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탑3의 반열에 드는 최상급게이머 [민지와쪄염].
녀석이 이번에도 거하게 사고를 한 건 쳤다고 한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이 정신 나간 양반이 무슨 플레이를 할까 영상을 틀어보니 정말로 상상조차도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나무들이 바위를 집어던지며 인간들의 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자연의 신을 숭배하면서 인간과의 조화를 추구하던 플레이 노선을 벗어나, 아예 인간을 비롯한 자연에 위협적인 생물체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며 신앙도 관리에 전념하는 모양이다.
“얜 대체 어디에 있길래 시야가 이렇게 넓어?”
웅장한 광경이기는 한데 정작 게이머가 보이질 않는다.
관찰모드인가.
아무리 그래도 시야각의 한계라는 게 존재하는데 얜 그런 것도 없네.
“알았습니다.”
“오. 뭐야?”
“산입니다.”
순간 나는 내 귀가 환청을 들은 건 아닌지 의심해야 했다.
“어… 그러니까.”
“산입니다.”
“그런 걸로도 플레이 할 수 있는 거였냐!?”
민지와쪄염은 아예 공략을 원천적인 부분부터 뒤엎었다.
일개 생물체로 RPG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연적인 영지 그 자체가 되어서 전략시뮬레이션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혼자만 장르가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플레이 내역도 상궤를 초월한다. 기존의 조력자와 적대자의 구분을 모두 무시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피아를 구분한다.
“진심으로 미친 거 같은데. 심지어 장난 아니게 쌔잖아.”
큼지막한 나무나 골렘, 짐승과 몬스터들을 휘하에 두고 부려먹으니 인간을 수하로 두고 부리는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전략도 취할 수 있다.
물론 약점도 있지.
지금 영상 속에서 보이는 것처럼 화계에 당하면 영락없이 내구도가 급감한다. 헌데 내구도 감소폭이 급격히 완화되더니 어느새 역으로 상승하고 있다.
“저거 왜 오르는 거야?”
“지맥에 존재하는 지하수와 온천을 분출해서 내구도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난 쟤랑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
그냥 상급 이상의 게이머들과는 엮이지 않는 게 최선이다.
돌이켜보면 루세트를 이긴 것도 운이 좋았다.
얘가 만일 방심하지 않고 암중에서 압박만 가했다면 30억 골드나 되는 거액의 지원을 막을 수나 있었을까.
조곽수의 방해 플레이마냥 하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줄줄이 사건사고가 터졌겠지.
지금도 이미 오드마이어 제국에서 30억 골드를 벌기 위해 대량의 정보를 유출하기는 했지만, 남반구의 파급효과가 북반구에 미치려면 한참은 더 걸릴 거다.
“개복치 이상으로 도박성 플레이입니다. 인간과 연관된 모든 퀘스트와 판이한 길을 걷게 되니, 후반으로 갈수록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적어집니다.”
“일리 있는 주장이네. 절대자니 초월자니 하는 건 의외로 인간형 종족에서 많이 나오니까.”
그것도 던전을 산에 편입시키고 들고 다닌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믿을 게 있다면 극단적으로 자연의 신 한 명에게 의지하는 플레이라는 점일까.
종족 자체가 [산]으로 걸렸으니 인간들이 살아갈 수 없는 대지로 변모해도 신위경쟁은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지만, 순수한 자연의 힘만으로 [외계침략]에 맞서기는 힘들 거다.
“쟤는 쟤. 나는 나지.”
저런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될 이유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개복치 : 와가코코로메이쿄시스이 / @눈물겹다… / @개복치 주사위운 ….
A : 마음은 명경지수이지만 몸은 죽어가는 ㅠㅠ
Q : @개복치 데드컬렉션 꿀잼이다
A : 저도 다음 컬렉션을 쓸 날이 고대됩니다!
Q : @퍽! 일어나라 핫산. 왜 한편뿐인거지? / @다음편은요!?
A : 드, 드렸읍니다..
Q : @몸이안좋으시다니…빨리나으셔서 건강하시길 / @해당 작품은 이미 추천 하셨습니다
A : 감사합니다. 덕분에 새벽에 힘을 내서 부랴부랴 2참을 이어나갈 수 있었네요!
Q : @내 장대한 댓글은 무시당한거시다… ㅠ
A : 스포일러성 댓글은 종종 답변드리기가 애매할 때 스킵해버립니다!
Q : @개복치에게 꼴리는 저는 비정상인가요? / @개복치가 여주같아…!
A : 정상이십니다. 여주컨셉의 잔재가 남아있는 건 작가가 노렸기 때문입니다!
Q : @츠츠키…음……..으으으음…..으으으으으으음
A : 원본과는 다릅니다, 원본과는!
Q : @작가님 갑작스럽지만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저 세계관에서 의☆사☆양☆반은 어느수저쯤 되는지요. 그리고 개복치가 의사양반을 고용할정도의 재력이든지 인맥이든지 수준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잘보고갑니다.
A : 22세기 기준으로 의사양반은 죽은 사람과 방사능 오염자 빼고는 누구든 고칠 수 있는 기적의 미라클 그 자체입니다. 물론 시간과 예산과 적절한 장비가 주어질 경우에 한정되지만요!
의사양반은 거대조직에서도 애지중지 하는 고오급 인력이기에 함부로 노출시키지 않고 수배하기도 힘듭니다만, 여러 조직과 연계를 맺은 개복치라면 정치적 협상에 따라 치료를 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겠네요. 인맥으로는 됩니다만 재력으로는 제법 빠듯합니다.
Q : @개복치를 언능 통돌이세탁기에 넣어 마구마구 굴려주세욧
A : 구르기 충전중!
Q : @무장요원 꼴린당… 헉헉 / @무장요원의 외모묘사가 필요해!!!
A : 무장요원은 정말로 꾸준히 의문의 인기를 받고 있군요…!
Q : @주인공은 모자이크 베이비로 유년기 시절부터 일하기 시작했던건가? 지금이 20대쯤 맞나요?
A : 직업전문교육을 마치고 18세에 실무에 투입되자마자 전쟁이 터졌습니다. 현재 나이는 29세네요!
Q : @나도 쭉빵한 미녀가 온몸을 바쳐 트레이닝해주면 금방 살 뺄 수 있을ㅈ것 같은데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A : 우선 살을 빼신 뒤에 구해보시거나, 막대한 돈으로 수배를 하신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Q : @자전거하니까 낭자아이가 생각나네요 콜라 교환권을 사용했던가요? 만약 쓰면 낭자아이가 직접 배달온다던가?
A : 아직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배달인력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둔 적이 없네요. 상황과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낭자아이가 직접 나서는 경우도 희박하나마 존재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