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61
00261 #12 – 미래의 가격 =========================================================================
#12 – 미래의 가격(6)
대머리는 많지만 유능한 대머리는 의외로 찾기 힘들다.
생각해보라.
탈모가 오른 평균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가.
최소 30대 초반이다.
그것도 모근이 하나도 남지 않고 전멸당할 즈음에 이르면 아무리 못해도 나이 40은 넘는다.
덤으로 이곳은 판타지 세계.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가 50대 즈음으로 정착되어져 있다.
다 늙어서 퇴물이 되거나 퇴직을 앞둔 나이라는 말이다.
유능함은 무슨.
당장에 일을 할 여력이 있는지도 장담할 수 없다.
‘웃기기는 한데 진지하게 골 때리는 문제네 이거.’
열심히 생각해보자면 인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모험가들은 험난한 야지 생활을 하고 자연히 두피관리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목숨 건사하기도 힘든 판국에 무슨 수로 모근을 지키겠는가.
모근을 팔아서 목숨을 지킬 수 있다면?
설령 대머리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하루를 더 살기를 선택하는 이들도 얼마든지 있다. 정작 대머리가 된 이후에는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다스 : 자네는 평소에 모근과 모발을 소중히 하지 않았지.
-퐁삽 : 뭐에요 그겤ㅋㅋㅋㅋ
-쓰레기 : 생활감이 느껴지는 게임이다ㅋㅋㅋ
결과적으로 모험가들은 모근을 팔아가면서까지 유능함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도리어 유능한 모험가들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여력이 생긴다.
피에 미치지 않은 이상, 대부분은 은퇴를 선택하고 말지.
어딘가의 한적한 마을에서 도구점을 만들거나 셋방을 놓고 월세로 살아가는 은수저의 삶을 누리는 셈이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서 고용하는 건 엄청나게 힘들 거다.
‘대뜸 상점주인한테 마왕의 식에서 주례를 서달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래서야 격에 맞지도 않고 무진장 어색할 거다.
‘현역 모험가여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이고.’
발드 마이저가 내 중얼거림에 반응을 보였다.
“현역 모험가가 어때서?”
‘걔들이 익히는 기술은 정말로 눈꼽만큼도 주례 서는 사제랑 관계가 없잖아. 모험과 관련된 다양한 생존술, 전투술, 탐색 따위를 주례에서 어떻게 써먹으려고?’
“으음… 베테랑 모험가라면 오히려 좋지 않아? 투르비쳬 공국은 대대로 전사를 숭상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는 투르비쳬 공국에 어울리는 광경이라는 생각도 들고 발드 마이저라면 그럭저럭 만족할 것 같지만, 도무지 내 쪽에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주례를 서는 사람의 사회적인 입지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이상, 순순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지.
‘먹물 냄새나는 엘리트가 아니면 안 돼!’
-묵제 : 판타지 세계에 먹물이 있어?
-쓰레기 : 거기 있잖아. 란도멜 고향 나라.
-형 : 마도황국 질런 옆에 있는 조그만 검객나라였죠?
엑.
그게 진짜 있는 거였냐.
“먹물 대머리 엘리트라니. 너, 엘리트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왠지 모르게 켄이치가 짜증스레 화를 냈다.
‘잠재적 원형탈모 보균자들.’
“탈모는 전염병도 아니고, 엘리트는 잠재적인 탈모발생자도 아니거든!?”
‘과로하면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받으면 탈모 생기잖아.’
쨍그랑.
켄이치의 손에 들린 머그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 났다.
마치 출생의 비밀이나 알아서는 안 될 금단의 마도지식을 알게 된 사람이나 지을 법한 표정이다.
“그게, 저, 정말이냐?”
‘확실하지. 현대의학의 정수가 밝혀낸 진실인걸. 덤으로 기름진 머리칼을 제때 씻지 않는 게으른 생활을 구사하거나 머리를 감을 여력도 없는 바쁜 직종의 사람들도 탈모가 생김.’
셀레나랑 발드 마이저는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긴 얘들이 바쁠 일이 뭐가 있겠어.
궁궐에서 죽치고 앉아서 자기 할 일이나 하고, 심심하면 수련도 좀 하고, 가끔 여유가 나거든 산책도 하는데. 못 씻어서 탈모가 오거나 스트레스로 탈모가 올 일은 전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탈모만큼은 용서할 수 없어! 오늘부터 근무시간을 일일 17시간 이하로 맞추겠어!”
…저거 줄인 거 맞아?
어째 갈수록 착실한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근무시간이야 알아서 조절하시고. 지금 궁궐에서 일에 치이는 부서가 어디야? 그 중에 괜찮은 대머리 좀 있어?’
“있기야 있다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어.’
그런 관계로 졸지에 엘리트 대머리 네 명과 대면식을 갖게 되었다.
‘1번 대머리. 자기소개 해봐.’
“대머리가 아니라 카도입니다. 현재 행정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 카도씨. 내가 마침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줄 대머리를 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필요한 사제님이 기존 종교를 믿으면 안 되고 고대종교를 따라줘야 하거든.’
“고대종교…입니까?”
‘그래. 불교라고 대머리들이 믿는 신인데. 어때? 할 맘 있어?’
카도 씨는 갑작스레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인상을 굳혔다.
언뜻 비추는 절박함도 장난이 아니다.
마치 일생일대의 비원을 이룰 기회를 맞이한 자의 표정이 저러할까.
“대머리의 신께서는, 혹시 모근을 자라나게 하실 수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좀 웃었다.
-낭자아이 : 절박함 미쵸;
-츳키 : 아 진짜 눈물 날려고 그래ㅋㅋㅋㅋ
-누렁이 : 자라나라 머리머리!
이왕이면 기대에 부응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
하지만 부처라고 해봤자 그냥 존나 큰 위험물질이잖아.
대륙 동부를 초전박살 내고 있는 녀석한테 머리카락이 자라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간 큼지막한 손바닥에 짓눌려서 머리가 떨어져나갈지도 모른다.
‘안 돼.’
“아니 머리를 자라게 하지도 못하면 그게 뭐가 대머리의 신입니까?”
‘대신 남의 머리를 대머리로 만들 수 있지. 불교신자는 대머리가 원칙이니까!’
카도씨는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맙소사. 내가 받는 고통을 남에게 전가하는 걸로 만족을 추구하다니. 그런 사악한 악신의 신자가 될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늘 일은 못들은 걸로 하지요!”
‘아니, 부처가 왜 악신이야!? 고통으로부터 해탈을 시켜주는 걸.’
“모근을 관리하는 고통은 해탈의 대상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상징입니다! 이런 부정한 일에 연류 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더 이상 관계하지 말아주십시오!”
카도는 단숨에 면접장의 문을 박차고 달아났다.
-프랑 : 맞는 말인데? ㅋㅋㅋㅋㅋ
-쓰레기 : 캬 부처도 저렇게 보니 완전 악질이네ㅋㅋㅋ
-낭자아이 : 고통은 해탈이 아닌 인간다운 삶의 상징이야!
카도에 이어서 다른 면접자 한 명도 주춤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면접장을 나가버렸다.
남은 인원은 고작해야 두 명.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두 사람은 방금 전의 설명을 듣고도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군요! 날 비웃던 장발충 새끼들을 대머리로 만들 수 있다니! 실로 훌륭한 신입니다!”
“이런 악신이라면 영혼까지 바칠 수 있을지도!”
…왠지 모르게 핀트가 단단히 어긋난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의지가 굳건하다니 다행이기는 하다만. 불교를 믿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자격 요건이 필요해.’
“시련 없이 신자를 받아들이는 신은 없지요. 뭐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래.’
뭔가 적당히 그럴싸하게 하기 위해서 둘러대기는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대충 신의 원칙으로 삼을 만한 게 있을까.
나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알파고에 물었다.
‘알파고. 불교의 십계명이 뭐였지?’
(불살생, 불투도, 불음주, 불사음, 불망어, 불취득, 부도식, 불입하, 불금은, 불선악입니다.)
‘더 쉽게.’
(살생과 도둑질, 술과 간음, 폭언, 사기, 폭식, 폭도, 폭권, 권력욕, 탐욕, 과한 악행과 선행을 금하는 것입니다.)
‘뭐? 선행도 하면 안 돼?’
히이익;
하지 말라는 게 뭐 이리 많아.
그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과한 악행도 과한 선행도 하지 말라니.
붓다가 자연의 신하고 친구 먹었나.
채식도 하지 말고 육식도 하지 말라는 거잖아.
대체 어쩌라는 건데.
(뭐든지 과함은 그릇된다는 이치입니다. 중도를 지키며 어긋남이 없는 욕심 없는 삶이야말로 무자비한 심연의 공포와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해탈하기 위한 비결입니다.)
알파고의 설명, 쓸데없이 무거워…!
-구아악 : 라고 하이퍼 넷이 알려줬겠지
-누렁이 : 구아악 일침 갑ㅋㅋㅋㅋ
-낭자아이 : 그 짧은 시간 안에 하이퍼 넷을 킬 수가 있음?
-퐁삽 : 헐. 그럼 저게 기본 지식이라는 거네.
-애쉬 : 알파고 불교 신자였음? 역시 지메클로경답네ㅋㅋㅋ
갤러리들이야 신났으니 만족이지만 내게는 이 사태를 진척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장황한 설명을 고스란히 전달했다간 당장 눈 앞의 두 대머리가 기겁하며 도망갈 게 뻔하다고.
특히나 한 놈은 뱃살이 두둑한 게 식욕이 왕성해보이고, 다른 한 놈은 전형적인 권력욕에 불타는 출세충이잖아. 십계명을 해석해주자마자 당장 도망칠 게 뻔하다.
“??”
“??”
이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이 필살의 에드리브로 위기를 넘겨보도록 하자.
‘부처님의 규율은 그리 빡빡한 편이 아니야. 두발관리를 소홀히 하는 잠재적 탈모환자들에게 머리를 미는 걸로 고통으로부터 초연해질 것을 전도하면 돼.’
“그게 답니까?”
‘음… 굳이 덧붙이자면 뭐든지 적당히만 해먹으면 될 거야. 과욕은 돼지의 상징이지 대머리의 상징이 아니니까. 하지 말라는 건 아니고 대머리처럼 둥글게 원만하게 하라 이거지.’
중도에 대한 나의 애매한 해석에 두 대머리들은 몹시 기뻐했다.
“브라보! 쎄시봉! 뭘 좀 아는 악신이시군요! 한없는 자비심이 느껴지는 규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복부가 둥글어지는 기분이군요!”
“대머리는 함께 나누어야 기쁜 법이죠! 둥글게 둥글게!”
대머리가 저런 소리 하니까 막 소름이 돋네.
뭐라고 해야 하나.
막 광기 비슷한 게 느껴진다.
이러다 연쇄이발범이라도 나타나는 거 아닐까.
혹시 모르니 타인의 동의 없이 강제로 머리를 미는 건 불법이라는 법을 제정해놔야겠다.
“그래서 누가 대머리 신의 사제가 되는 겁니까?”
‘사제가 아니라 승려.’
“저 뚱땡이보다는 제가 더 승려에 어울리지 않습니까?”
의욕적인 건 알겠는데, 김칫국을 너무 들이키시네.
방금 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한거지.
정작 중요한 자격검증은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일단 부처의 규정은 그러한데, 이번에 뽑는 건 최초의 승려니까 좀 더 까다로워. 각국의 최고수뇌부나 타 교단의 요직에 위치한 사람들도 모일 텐데, 그런 자리에서 실전된 고대종교의 위대함을 설파하며 어엿한 종교로 인정받으려면 어지간한 말빨과 능력, 이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단 말이지.’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일단 너희들의 이력과 능력이야 전부 켄이치가 데려온 사람들이니 좀 딸리기는 해도 어떻게든 내세울 정도로는 되겠지. 문제는 말빨이다.’
단순히 화술이 능숙하다거나 뛰어나다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공개석상에서 대머리를 질타하고 머리칼도 없는 것들이 뭔 종교냐며 인신비방에 가까운 모욕을 당할 수도 있을 터.
얼마나 인재 폭이 빈곤하면 저런 머저리들에게 마왕의 결혼식을 축복 받는 거냐고 싸잡아 욕을 먹을 수도 있고, 타 교단에서는 자신들을 무시하는 광대놀음이냐며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지도 모른다.
‘종교를 믿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실함을 증명하는 방법을 아냐?’
두 대머리는 이미 열성적인 불교신자가 된 것처럼 두 눈에 투지를 불태웠다.
“알려주십시오! 누구의 인생을 파멸시키면 됩니까!?”
“저희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탈모 바이러스라도 제작해볼까요?”
‘그만둬!’
투르비쳬 공국을 대머리들의 천국으로 만들 셈이냐!
‘적어도 여자들은 건들지 마라! 파트너나 애인, 아내, 딸아이까지 모두 대머리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일리 있는 말씀이시군요. 물론입니다. 이런 가혹한 숙명을 여자들에게까지 짊어지게 할 수는 없지요.”
‘목표는 간단하다. 지금부터 일주일 내로 보다 많은 신자들을 만든 쪽을 말빨이 되는 자로 판단, 신자로 받아들이겠다. 신자의 수는 대머리의 수로 계산한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짓 같지만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고생하느니, 검증된 인재들 사이에서 보다 나은 쪽을 고르는 게 편하지 않겠는가.
-어썸 : 남자들은 뭔 죄야ㅋㅋㅋ 인권 존중 좀 해!
-누렁이 : 치킨교보다 더한 혐성종교가 나타났다!
-샵치 : 불교가 언제부터 대머리교가 됨ㅋㅋㅋ 심지어 악신이래ㅋㅋㅋㅋ
‘남자들의 인권이 알게 뭐야! 내 남자도 아닌걸!’
-퐁삽 : 오피셜! 개복치 내 남자는 소중히 여겨!
-묵제 : 쇼─킹! 내 남자가 되지 않으면 대머리로 만들어주겠다는 협박!
-졸라 : 헉 시발. 상남자한테 당하기 싫으면 삭발하면 되는 거임? ㅋㅋㅋㅋ
갤러리들의 하이텐션을 당해낼 수가 없다!
============================ 작품 후기 ============================
EAGLE은 새벽에 예약된 글입니다. 예약시간 이후의 코멘트는 리코멘트를 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Q : @맞는말이네. 존내 쳐맞는말!
A : 히히히힝(말울음)
Q : @지메클로(웃음)경까지 신위전쟁에 참여할거같은데요
A : 아직 까마득한 이야기이지요!
Q : @부처님깨서 신위경쟁에 참가하신단다!! 부처님이 날 해탈시켜주실거야!!!
A : 해탈(삭발)로 가버렷…!
Q : @이때입니다. 잊혀진 먼치킨이 이 시점에서 머머리로 등장을 하며 주례를 서다가 흑막과 함께 깽판을 치며 “니들의 결혼식은 햄보칼 쑤 업써!”를 외치고, 못지나간다 가 프로길막러를 시전하는 흥한 이벤트가 나오는 시점입니다.
A : 어… 저 이 플롯으로 쓰면 되는 건가요?(편해보임에 유혹을 느끼는 중)
Q : @공양미 3백석에 용왕님 오신다~
A : 둠칫 둠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