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85
00285 #12 – 미래의 가격 =========================================================================
#12 – 미래의 가격(30)
카심의 선택은 한없이 독단에 가까웠다.
내가 주문한 것은 궤백불교에 소동을 일으키라는 것이지, 그들을 떼 지어 몰살시키라는 학살명령이 아니었다.
즉, 마법스크롤을 이용한 테러시도는 정식으로 내 지원을 받고 일으킨 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럼 누가 마법스크롤을 만들어줬을까.’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내가 궁리한 부분은 바로 마법스크롤의 출처였다.
켄이치는 잔업에 치여 바쁘고, 셀레나는 몸은 한가해도 8써클 마도지식을 지니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도황국 질런의 백색마탑주나 다른 마탑주들이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무모한 짓에 동참했을 리가 없지.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면 카심을 스파이로 육성했었던 사르갈 연합국 정도인데.
일이 수틀리면 해명을 해야 할 입장에서 사절 한 명 파견해두지 않았다는 것은 사르갈 연합국이 뒤처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지.
‘고로 국내에서도 국외에서도 마법스크롤을 제작할 마법사는 없는 셈이지.’
실로 기괴한 일이 아닌가.
마법스크롤은 실제로 존재하건만 정작 만들어준 사람이 없다니.
궤백을 위시로 한 브륜하스텔 군도연맹, 선신교단의 늙다리들도 분명 같은 딜레마에 빠져서 난황을 겪었겠지. 그렇기에 백색마탑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스크롤의 복원은 불가능하오. 하지만 정체에 대해서 식별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소.”
백색마탑주는 마법스크롤에 새겨진 문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연신 뭔가를 중얼거리며 빠르게 눈동자를 굴리기를 잠시.
해독을 마쳤는지 대번에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역병기능 첨부되었소.”
진상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법사가 아니면서도 신비에 맞닿은 존재.
역병의 마녀로 시작하여 악신의 위에까지 올라섰던 자.
그런 자가 둘이나 있을 리가 없지.
바로 발드 마이저와 나의 양녀, 넴루드였다.
“넴루드는 암무거또─”
‘모른다고 하면 한 달간 삼시세끼를 발드 마이저의 피만 마시게 해주겠어.’
“히끅!”
넴루드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넴루드는 맞춤법또 몬나!”
“으음… 하지만 넴루드양은 한때 악신의 위에 올라설 정도로 역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었소? 솔직히 말하자면 대륙공용어는 구사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룬어의 사용은 상당히 숙달되고도 남을 경지라고 생각하오만. 스크롤의 제작도 충분히 익숙해질 시간이 있었다고 보오.”
백색마탑주의 의심이 좁혀지자 궤백과 선신교단도 단번에 화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역병의 악신은 분명 가난신이라 불릴 정도로 교세도 미력하고 신중의 최약체라 불리는 존재이지만..”
“신위란 왕좌 이상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법.”
“그에 걸맞은 자격이 없다면 쟁취할 수 없는 자리이지. 저 자라면 틀림없이 스크롤을 제작할 여력이 있다.”
일제포화로 넴루드의 멘탈을 깨부수고 범행에 협력한 정황을 손에 넣으려는 모양이다.
보통이라면 허둥대다가 당했겠지만.
내 전음을 앞서 받은 넴루드는 침착하게 자신이 해야 할 말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넴루드 야캐요. 나쁜 스크롤 만들지 아나요.”
쿨럭, 사방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차마 웃지는 못하겠고.
애써 표정을 수습하며 얼굴 근육에 힘을 주는 몰골들이 딱하기까지 하다.
“하면 증명할 수 있겠소? 그대가 만든 마법스크롤이 정말로 무해한지 아닌지를!”
선신교단의 일원들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외면에 현혹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기 마련이지. 그렇지만, 경계한다고 그들이 뭘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크롤, 복원할게요.”
저들은 모르고 있으며, 나만이 알고 있는 진실.
단 하나의 정보차이.
그것이 이 설전의 향방을 완전히 뒤엎어버릴 것이다.
‘넴루드는 확실히 카심의 테러계획을 도와준 공범자이다. 그 점은 넴루드 본인을 통해서 직접 확인했지. 덤으로 그녀가 한 때 신위를 지닌 악신이었던 점도 틀림없는 진실이다.’
거기까지 넴루드를 경계했다면, 그들은 조금 더 성실했어야만 했다.
과연 그녀가 만든 마법스크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이 해야만 했던 일은 자신에게 유리할지도 모를 단서에 매몰되어서 그 정체를 드러내기 위한 무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스크롤을 제작한 당사자.
넴루드가 진정으로는 어떤 성향의 인물이었는지를 파악했어야만 했다.
“넴루드 복원해써요.”
백색마탑주는 스크롤을 받아들자마자 입을 쩍 벌렸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조차도 스크롤의 정체를 처음 들었을 때 얼마나 경악했었는데.
“저걸 보게! 백색마탑주가 경악할 정도의 마법스크롤이라니, 분명 참혹하기 그지없는 악신의 사술이 담겨있겠지!”
“아무리 못해도 흑사병에 준하는 역병이 담겨져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사악한 악신과 손을 잡은 불교도 마침내 본색이 드러나게 되었구나!”
잔뜩 신이 나서 성화를 부리는 주교들.
같은 노인네들이 부리는 주책에 백색마탑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골치가 썩는 것도 당연한 상황이다.
“마법스크롤의 정체가 식별되었소.”
모두의 기대감어린 시선을 향해 음울한 대답이 끼얹어졌다.
“이 스크롤은 역병계열의 스크롤은 맞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그런 것은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니라니! 세상에 유해하지 않은 역병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이… 허어. 어쩌다 이런 해괴한 역병이 탄생했는지.”
백색마탑주는 진심으로 난처해하며 말문을 열었다.
“유해하기는 하오나, 학살과 관련된 것은 아니오.”
“지금 나랑 선문답을 하자는 건가!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오!”
“끄응… 말해두지만 노구의 증언을 듣고 거짓말이라며 매도하거나 믿을 수 없다는 둥, 재검증을 요구하지는 말았으면 하오. 결과가 달라질 일은 추호도 없을 테니 말이오.”
선신교단의 노인네들의 기세가 한층 험악해졌다.
지금까지가 맡겨둔 빚을 찾으러 온 빚쟁이들이라면 이제는 숫제 맡겨둔 목을 따러 온 사형집행인들에 가깝다.
선량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구먼.
‘장담컨대 백색마탑주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겠지.’
저런 막돼먹은 놈들을 어디 한 두 번 보는 줄 아나.
안면이 있는 작자들은 아니지만, 다이스 게임을 하다보면 한 번쯤은 소문으로 들어봄직한 거물들이다.
더럽게 욕심 많고 제 잘못은 절대 인정 못하는 돼지같은 탐욕스러운 새끼들이라고 말이지.
“스크롤의 정체는 [탈모확산]이오. 본래대로 마법이 효력을 발휘했다면, 아마 닥치는 대로 주변의 털들이 빠지도록 만드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으리라 보오.”
멍한 표정의 노인네들을 대신해서 궤백이 물었다.
“털이 빠지면서 피가 나옵니까?”
“나오지 않소.”
“그럼 광증이 일어나 미치기라도 합니까?”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는 생기겠지.”
“하다못해 뭐라도 좀 이상이 생길 일은 없습니까?”
“그거라면…”
뭔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이거라도 붙잡아야 한다며 동아줄에 매달리듯 궤백이 채근을 했다.
하지만 말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는 진즉에 이쪽에서도 확인했단 말이지.
“희소한 확률로 머리카락 말고도 눈썹이나 속눈썹이 빠질 수 있소. 험난한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방이나 미세먼지, 모래가 많은 중부지역에서는 상당한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는 증세라 생각하오.”
녀석이 붙잡은 동아줄은 답도 없이 썩어있었다.
“거짓말!”
“믿을 수 없어!”
“검사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재검증을 요구한다!”
선신교단 소속 노인네들의 격한 외침에 백색마탑주는 어깨만 으쓱거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세 개 모두 정확하게 맞췄군.
점수를 준다면 통찰력 10점, 정밀도 10점, 퍼포먼스 10점. 합계 30점 만점을 주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낭자아이 : 퍄퍄. 이 타이밍에 이게 터지네
-퐁삽 : 역전각 날카롭구여
-다스 : 무리하게 넴루드를 끌고 들어온 게 도리어 적에게는 해가 됐네요.
갤러리들의 평가대로 적성세력은 무리하게 욕심을 부렸다.
스크롤의 정체를 추궁하지 않고 압박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불확실한 증거가 자신들의 목을 조이게 될 덫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철저하게 상대를 파멸시키기 위한 욕망이 있었기에, 그것을 꿰뚫어보고 한 발 앞서서 상황을 역전시킬 준비를 해두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역전극이었다.
“역병테러? 그리 거창하게 불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발언만 보더라도 궤백이라는 자가 다루기 성가신 골칫덩어리인건 알 수 있었지.”
“그런 작자를 죽이지 않고 수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 한다는 건 충분한 자비심을 보인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어.”
이미 하객들의 여론은 이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팽팽한 접전과 열세는 모두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가차 없는 악몽을 선사할 차례이다.
‘카심. 해야 할 일은 알고 있겠지?’
영민한 카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곧바로 증언에 나섰다.
“증인 카심. 귀한 자리에서 추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송구스러우나, 이 사건과 관하여 중대한 진술을 할 것이 있습니다. 필시 하객 여러분들의 판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객들은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이제껏 침묵을 유지했던 증인이 갑작스레 발언에 나선다.
이 타이밍, 어떻게 생각해보아도 누구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올지는 불 보듯 뻔했다.
“멈춰라!”
“우리는 진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궤백과 선신교단의 일원들이 거세게 질타를 가했다.
막으려면 진작에 막았어야지.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은 적막한 분위기에 흠칫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순순히 일련의 촌극을 바라보던 하객들이 싸늘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단순한 관람객의 위치에 머물렀던 그들이, 공평하지 않은 진행에 강력한 반발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명 한 명의 사회적인 입지 또한 적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누구도 이들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주제도 모르고 짖어대는 개는 매가 약이라던데. 어찌 생각하는가? 해적왕.”
브랑시아 공화국의 국가원수 체르밀.
언제나 쳐웃기만 하는 줄 알았던 양반도 지금만큼은 살벌한 표정으로 압박을 가한다.
해적왕은 혀를 차며 선신교단의 노인네들과 궤백을 노려보았다.
“산송장과 돼지새끼들 아니랄까봐 망신은 아주 거하게 주는군.”
“뭐, 뭣! 그대가 감히 교단의 명예를 더럽히는..”
“닥쳐라. 개돼지 같은 버러지들아.”
해적왕의 온 몸에서 전심전력으로 뿜어내는 노기가 새어나왔다.
진득한 살기.
살인을 업으로 삼은 자들도 좀처럼 쌓아올릴 수 없는, 악신의 대사제들마저도 감탄할만한 기세가 장내에 넘쳐흘렀다.
“명예는 입이 아닌 행동으로 지키는 것이다. 네놈들은 해적만도 못한 알량한 말장난을 하며 본인과 그대들을 지지했던 모두를 욕보이고 있단 말이다.”
가뜩이나 수세에 몰린 입장에서 내분까지 벌어졌으니.
적성세력의 기세는 초상집 분위기에 가까웠다.
자기들끼리도 표독스레 노려보는 게 완전히 파토가 나버렸군.
덕분에 제대로 물 먹고 울상을 짓는 건 궤백뿐이다.
졸지에 믿었던 뒷배들이 갈라져버리니 뭘 어쩌겠는가.
심지어 해적왕에게는 단단히 찍히기까지 했으니, 심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주는 돼지곱창으로 하자며 제 배를 갈라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고작 이것이 최선인가. 이 따위 하찮은 논리가 이 해적왕을 끌어들인 논리의 전부냔 말이다!”
격하게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완전히 시치미를 떼기로 작정한 것 같은데.
‘어이, 해적왕.’
“…지팡이?”
‘다른 놈들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내 눈은 못 속이지.’
간 보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 대결은 말이지.
원래 대장전에서 끝판이 나는 게 아닌가.
선봉으로 나섰을 때의 해적왕도 강력하기는 했지.
하지만 후속타자인 궤백도, 구원투수인 선신교단 연합도 박살났다.
이제 이 전장에서 내게 맞서 싸울만한 역량을 지닌 자는 기껏해야 해적왕과 상황을 관망하고 있을 선신교단 연합의 진정한 수장 두 명밖에 없다.
‘덤으로 네가 지닌 무기가 뭔지도 나는 알 수 있지.’
“그까짓 기만 따위에─”
‘맞춰볼까?’
덜컥.
얼어붙은 몸뚱이가 훤히 보인다.
애초에 말이지, 해적왕이 뭘 믿고 나에게 덤빈 건지도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눈과 얼음의 투르비쳬 공국과 물과 바다의 브륜하스텔 군도연맹. 얼음과 물은 압도적인 상하관계에 속하지 않는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 녀석의 상성은 내게 미치지를 못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그럴때는 분리뇌수술을 하시면 됩니다!
A : 개그뇌를 잘라냈습니다!
Q : @2연속으로 내 리리플이 씹혔다… 이제 삐지겠어
A : 작가는 기억력이 좋지 않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3분 전에 금연을 결심한 사실을 잊고 다시 담배를 피는 수준이지요! 코멘트를 보고 답장을 했다고 착각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Q : @개그는 킵? 대머리가 국가의 상징이고 혁명의 상징인게 개그아냐?
A : 약과 개그는 다릅니다!
Q : @오또케 콩을 톱으로치지 갸아악 작가는 2진법 생물체라 그런가 구아아악 X 2
A : 콩은 스타도 잘해 롤도 잘해 추리게임도 잘해 오버워치 빼고는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이에요!
Q : @3연참을 일주일간 한다면 250개를 쓰도록 하지요
A : 대가성 쿠폰은 받지 않지만 순간 혹해버릴 뻔했군요! 하지만 견뎌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3연참 대신 술을 선택하겠어요!
Q : @갸아악 구아악
A : 동감입니다. 오버워치 경쟁전 시즌2에서는 반드시 황금무기를 사고야 말겠어요!
Q : @약이..약이없어!!! 약장수:여기 이 때깔좋은 약을 먹어보이소 복치약이다아아아
A :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은 사약이군요!
Q : @지팡이는 암것또 몬나
A : 몬나
Q : @닉넴 접수한건 언제쯤 나오나요…? 설마 암무거또 몬나를 시전하진 않으시겠지요…? 후후훟
A : 배역을 정해놓고 등장시킬 타이밍만 고대하고 있습니다! 한 분도 잊지 않았어요!
Q : @구아아악 갸아아악 !! 넴루드는 아무거또 몬나
A : 맞춤법또 몬나!
Q : @더러운 네오나치스들이 예식장까지..
A : 네오나치가 이렇게나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