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296
00296 #13 – 빅 웨이브(Big Wave) =========================================================================
#13 – 빅 웨이브(Big Wave)(7)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침울한 표정의 셀레나였다.
‘신혼여행 못 간 게 그렇게 슬퍼?’
식장이 끝난 시점에서 접속을 종료했었기에 이유는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본녀는 바깥세상을 돌아다닌 경험이 적단 말이네. 특히나 바다라는 것은 악마상인 마그람을 잡을 당시, 항구도시 후늉에서 한 번 밖에 못 봤건만…”
‘그럼 가면 되잖아.’
“후훗. 빈 말은 말거라. 그대도 켄이치의 경고를 듣지 않았는가. 본녀나 발드 마이저가 그대와 함께 수도를 벗어난다면 암살자들과 마주치리라는 것 정도는.”
그거야 뭐, 그렇기는 한데.
‘걔들도 물 속까지는 못 들어올 거 아냐.’
“그래서야 아이템인 그대는 살더라도 본녀가 죽지 않겠는가.”
‘그거야 돈 없는 촌놈들이나 하는 소리고. 수중호흡의 비약 한 병이면 바다 속에서도 일주일 간 호흡할 수 있는데.’
포인트 상점에서는 안파는 아이템 찾기가 더 힘들다.
정말로 뭐든지 팔아대는 걸.
내가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셀레나의 눈에 엄청난 열기가 어렸다.
“본녀의 억지스러운 부탁에 이렇게까지 어울려주다니, 이래서야 함께하지 않는 게 무례이지 않겠는가! 가겠네! 아니, 부디 가게 해주게!”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님보다는 잔뜩 신이 난 소녀에 가깝다만.
뭐, 괜찮겠지.
그녀로서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나로서는 과감하게 중대한 이벤트 중 하나를 진행하는 것이니 말이다.
‘해저도시 세라데우스.’
이곳은 훗날 종족전쟁이 발발할 시, 온갖 어인종 생물체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바다 속의 전진거점이다.
본래라면 1년차에 세라데우스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겠지만,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정복왕을 신속하게 제압하고 대륙의 정세가 안정된 지금.
무리하게 지상에서의 분쟁을 일으키느니, 종족전쟁에 대비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였다.
-소마 : 순서로는 정복전쟁 다음은 마왕부활 아니야?
-낭자아이 : 그것도 반 년 기한이 늘어났잖아
-쓰레기 : 하는 일 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것 같은데, 은근히 한 일 많네
전적으로 동감이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이래저래 풀린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나 자신의 의지로, 머지않아 닥쳐올 또 다른 세계멸망 플래그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이다.
‘세라데우스는 본래 평화로운 해저도시였지만, 내부 쿠데타에 의해서 지상을 침략하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지. 이번의 목적은 그걸 막는 거다.’
겸사겸사 셀레나와의 신혼여행도 보내고 말이다.
“으윽. 물이라니. 절대로 안 가. 아니, 못 가!”
합동결혼식까지 올렸던 사이였기에 발드 마이저에게도 동행을 권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질색하며 뒷걸음질 쳤다.
‘인간보다 강인한 뱀파이어의 신체라면 수중에서도 제약은 별로 안 크잖아. 식량도 피를 빨아먹으면 그만이고.’
“물고기의 피, 얼마나 비린 지 알기나 해?”
‘어… 모르겠는데.’
“게다가 바다에는 그게 있잖아, 그게!”
‘그거?’
놀랍게도 그녀의 눈에는 뚜렷한 공포심이 엿보였다.
대체 뭐지.
초월지경에 접어든 발드 마이저가 두려워 할 존재라니.
“엄청나게 많은 촉수로 덮쳐드는 몬스터! 거대 해파리! 엄청나게 점성 높은 촉수로 지나가는 생물체를 집어삼키는 몬스터! 거대 조개! 엄청나게 두꺼운 촉수로 지나가는 생물체를 빨아먹는 몬스터! 거대 크라켄까지!”
‘니 수준이면 손짓만 해도 촉수가 갈가리 찢겨질 텐데.’
“기분이 나쁘잖아, 기분이!”
왠지 모르게 즐거운 광경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쉬워졌다.
심지어 기겁하며 달아난 발드 마이저가 사방으로 떠벌리며 다녔는지, 만나는 여자 인재들마다 촉수는 질색이라며 동행요청을 거절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의지할 수 있는 건 남자 인재들밖에 없었다.
‘잘 생각해봐. 그래도 바다 속에는 미녀가 있다고.’
난쟁이는 촉수의 위험과 미녀와의 즐거운 하룻밤을 저울질하며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인어들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그렇지.’
“헌데 반신은 인간이지만 반신은 물고기라며. 그럼 박을 수가 없잖아.”
꽤나 현실적인 지적이 나왔다.
“박지 못하는 미녀와 함께 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 게다가 종족의 장벽이 얼마나 높은데.”
‘후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째서?”
인어가 미녀라는 소문을 듣고 바다 속에 안 들어간 게이머가 있을 것 같으냐.
나도 예전에는 직접 들어가 본 적도 있었지.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건 틀림없이 먹힌다.
‘인어 족의 여자들은 강자의 자손을 낳는 것을 좋아한다! 설령 종이 다르더라도 초월지경에 접어든 네 자손을 낳는 건 모든 미녀들이 바라는 바겠지!’
“오오…!”
‘더불어 걔들은 일부일처제를 따르지 않는다! 능력만 되면 아내를 백 명 이상 거느릴 수도 있지!’
“오오오…!”
‘딱 한 가지 사소한 문제점만 제외하면 네게 걸리는 점은 없다는 거다.’
난쟁이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이 몸에게 불가능은 없다! 이 세상 모든 여자들과 교접하는 그 날까지, 이 몸은 절대로 죽을 수 없으니까! 말해라! 내 하렘의 꿈을 가로막는 그 사소한 문제라는 걸!”
‘인어의 몸 중 절반이 물고기인 건 사실이지만, 그건 하체가 아니라 상체이다!’
“뭐…라고!?”
‘서로 마음만 통한다면, 네 마음껏 박을 수 있다고!’
“그건, 그건 그렇지만…”
난쟁이는 지금껏 마주했던 시간 중에 처음으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물고기 상체를 보면서 교접하는 건 좀…”
‘미녀라고? 비늘도 엄청나게 예쁠 거라고?’
“남자 대 남자로 솔직하게 물어보겠다. 진지하게 답해라.”
난쟁이는 진심을 담아서 내게 물었다.
“너. 물고기랑 박을 수 있으면 박고 싶냐?”
‘아니.’
“마찬가지이다.”
예상대로 종족의 장벽을 뛰어넘는 건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폐급페도 : 정직함ㅋㅋㅋㅋㅋ
-낭자아이 : 물고기 상체는 솔직히 부담스럽지ㅋㅋㅋ
-어썸 : 으으으. 그건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솔직히 내가 말하고도 좀 미안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물고기 상체는 좀 아니잖아.
의사소통과는 별개로 물고기 머리가 뻐끔뻐끔하고 있다고.
눈알은 또 얼마나 큰데.
어지간히 색에 굶주린 게이머가 아니면 감히 박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뭐든지 박아대는 [색마] 정도를 제외하면 물고기와 교접을 한 게이머는 기껏해야 열 명도 안 넘는다.
‘그럼 다음은 너로 정했다! 카심!’
“해저 용왕의 여의주는 소원을 빌면 뭐든 이뤄준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맞아.’
“제발, 제발.. 제 머리카락을 자라게 해달라고 소원 한 번만 빌게 해주실 수 있나요.”
‘용왕이 인어족 최강자인데. 걔하고 싸워서 이기면 소원 하나 빌 수 있기는 하지.’
카심은 개소리 말라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제 갈길을 가버렸다.
-샵치 : 대머리 괴롭히는 거 아니다! 빼애액!
-낭자아이 : 감정이입ㅋㅋㅋ
-다스 : 애초에 소원도 일 년에 하나밖에 빌 수 없잖아요.
뭐, 그렇지.
괜히 여의주가 인어족 최고의 보구라 불리겠어.
가끔 블루드래곤도 들이닥쳐서 구슬 내놓으라고 땡깡부리는 거 보면 저거 탐내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애초에 카심이 이긴다고 해도 머리카락이나 자라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게 할 수는 없지.’
다이스게임의 정사에 따르면 해저도시 세라데우스는 무조건 머맨들의 쿠데타가 성공하여 도시를 지상까지 침공할 수 있는 공격거점으로 삼아달라고 하게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도시의 통치자인 용왕에 의해 향후 1년 동안 블루드래곤의 침입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달라는 소원이 이루어진다.
기껏해야 개인의 머리카락과 바꾸기에는 소원의 폭이 너무나도 남다르단 말이지.
‘소원이 이뤄져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훤해 보이고.’
여의주의 막대한 권능을 고려하면 머리카락은 반드시 자란다.
그러나 ‘얼만큼’ 자랄지는 여의주의 성능에 달려있다.
까놓고 말하자면 날마다 머리카락이 밀리미터(mm)도 아닌 킬로미터(km) 단위로 자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짓을 당했다간 전신에 영양분이 부족해서 바로 죽어버리겠지.
으으.
상상만 해도 정말 끔찍한 노릇이다.
‘다음은 슈바인드브, 너로─’
“안 간다. 후요에게 글자를 배워야하느라 바쁘다.”
철벽수비가 따로 없네.
‘니 나이에 글자 배워서 뭐하려고. 솔직히 쓸모없잖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될 거다.”
‘그럼 할 말 없네…’
인간쓰레기 시절의 슈바인드브는 차라리 다루기 쉬웠던 것 같은데. 개과천선 하니까 도무지 논리로 이길 수가 없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하잖아.
하지만 믿을 만한 남성 인재는 난쟁이와 슈바인드브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레이널드가 남아있다고는 해도 그 녀석은 한창 바쁠 때라서 차출할 수가 없다.
‘언어능력 스킬북 사줄 테니까 그거 배우면 안 되냐?’
“스킬북이라고?”
‘그래, 스킬북. 읽으면 기능 바로 활성화되는 그거.’
슈바인드브는 잠시 고민하다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싫다.”
‘아니, 왜? 글자 빨리 배우면 좋잖아.’
“후요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손쉽게 능력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요는 내게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쓰, 쓸데없이 정확해…!’
“설득은 포기해라. 나는 절대로 네놈의 궤변에 휘말리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의지가 확고해서야 정말로 답도 없다.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셀레나는 몹시 침울한 기색이었다.
호위가 없는 여행이라니.
암살자와는 별개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단 둘이서 신혼여행을 만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래도 켄이치가 그런 여행을 허가할 리도 없고.
해저라고는 해도 몬스터나 여러 위협이 있을 것은 뻔했다.
‘어쩔 수 없군.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오오. 묘안이 있는 건가?”
‘제 삼의 성. 트랜스젠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쫄래쫄래 찾아온 우리들의 모습에 란도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방해다. 이런 식으로 차출이 잦아지면 수련은 언제 하라는 거냐.”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저에는 수압이 높지. 신체의 움직임에 압박이 가해지는 환경 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건 수련에도 큰 도움이 될 걸?’
“발을 디딜 대지가 없는 곳에서 칼질에 뭔 의미가 있냐.”
지면에 발을 딛지 않은 상태에서는 검술이 안정적이지도 않고, 보법을 이용한 실전검술을 구사하기에 불편한 것은 틀림없다.
‘그래도 다양한 환경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도 중요하잖아.’
“으음.. 그건 그렇지만..”
‘게다가 바다 속에 들어가는 거라고? 해저의 강자들과의 결투. 손이 여덟 개인 옥토퍼스 검객과의 결투. 해보고 싶지 않아?’
란도멜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건 좀 싫은데. 촉수 징그러우니까.”
‘…너 남자였잖아. 촉수가 왜 싫은 건데.’
“한 때 남자였다고 촉수가 좋아져야 하는 이유가 있나?”
‘당연하지! 촉수와 최면은 남자들의 벗이라고!’
“네놈의 인간시절이 심히 우려되는군.”
19금 사이트가 없는 판타지 세계란 이렇게나 가혹한 것인가…
진심으로 통탄스러울 노릇이다.
하지만 강자들과의 결투라는 점에서 강한 호기심을 품은 란도멜은 끝내 동행제안을 받아들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촉수에게 붙잡힐 마음은 추호도 없다. 허튼 짓을 하면 곧장 지상으로 돌아갈 거다.”
“뭐, 뭣!? 지팡이여. 그대는 본녀에게 그렇고 그런 짓을 시키려고 했던 겐가!?”
‘오해다. 나 대신 남이 재미 보는 짓을 용납할 것 같으냐.’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이유에 셀레나와 란도멜은 납득해버렸다.
‘그럼 내친김의 질문이다만. 잠수복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지?’
“숨을 쉴 수 있는데 잠수복이 왜 필요한 거냐.”
‘좋은 질문이다, 란도멜.’
난쟁이 녀석에게는 비밀로 하려고 했었지만, 어차피 같이 갈 것도 아니니 얘들한테는 사실대로 말해도 괜찮겠지.
‘수중호흡의 물약을 마시면 숨은 쉴 수 있지. 하지만 옷이 젖는 건 별개의 문제이다. 아니면, 물에 잔뜩 젖어서 거추장스러운 몸으로 돌아다니기를 바라는 건가?’
“그, 그럴 리가 있겠냐!”
‘뭐, 그런 특이 취향이라고 해도 수압은 별개니까. 바다 속에 들어가려면 전신 잠수복을 입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덤으로 잠수복은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일 수밖에 없지.
-낭자아이 : 흑심이 보였다!
-구아악 : 갸아악 구아아악
-못지나간다 : 시발 나도 데려가줘!! 나도 볼래!!
흥, 더러운 남자 새끼랑 같이 해저에 갈 것 같으냐.
『[못지나간다]님이 100,000와트를 전송하였습니다.』
라고 부정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와트였다.
이것으로 편성은 완료.
해저도시 세라데우스의 사망플래그를 뽑기 위한 파티가 결성되었다.
============================ 작품 후기 ============================
작가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아인종이란 몬무스 퀘스트의 아인종밖에 없습니다.
최애캐가 누구냐구요?
아미라입니다! 넘나 선량하고 지고지순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