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09
00309 #13 – 빅 웨이브(Big Wave) =========================================================================
#13 – 빅 웨이브(Big Wave)(20)
마왕은 대적할 수 없다.
타고난 용력으로도, 선천적인 대마력으로도, 하늘이 내린 재능을 지니고도 마왕을 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마의 종주(萬魔之宗主).
대륙 전역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들의 진정한 지배자.
세계멸망 플래그의 두 번째 관문이자 지상최강의 존재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란,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올린 악업으로 자신의 악명을 만천하에 널리 떨쳤다.
「어떠한 재능으로도, 어떠한 노력으로도.」
「마왕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열국의 힘을 전력을 다해 결집할지라도.」
「마왕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왕은 불멸한다.」
「필멸자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운명의 가호를 받는 자」
「그와 대적하는 자는 반드시 파멸한다.」
「자신의 동료로부터 배신당하고」
「자신의 신념을 등지게 되며」
「비참한 일생의 끝에서는 홀로 죽게 되리라」
「그러한 운명을 견딜 수 있는 자, 불멸의 마왕의 앞에 서라」
「그리고 절망할 지어다.」
「운명의 가혹함에」
「자신의 어리석음에」
「덧없는 희망의 말로에」
불멸의 마왕을 대변하는 경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륙을 공포로 물들이는 절망의 복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금.
불멸의 마왕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가 새로이 나타났다.
신생마왕군을 이끄는 자.
다름 아닌 마왕후보자 셀레나였다.
과연 이 마왕의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신생마왕이 공국을 점령한 직후부터 세인들이 가장 많이 품었을 의문이었다.
셀레나는 끊임없이 과감한 행보를 선보이며 강적들을 격퇴하고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녀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천진한 미소
고아한 자태
엉뚱한 행동
소녀심이 넘치는 그녀의 존재는 숫제 한적한 시골의 영지에서 자라난 귀족가의 영애를 연상토록 했다.
잔혹한 선고
냉혹한 결단
무참한 살육
적을 분류하는 순간 상대를 파멸시키기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는 무자비함은 악마족의 본능으로도 납득할 수 없었다.
수도 없이 변화하는 그녀의 존재로부터 심리를 간파하고 읽어낸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종잡을 수 없는 존재.
소녀의 표정과 악마의 표정을 한 얼굴에 지닌 자의 변심이란 천변만화하는 그림자의 갈라짐보다 어두웠다.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
많은 자들이 무수한 소문을 자아내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실타리는 구 마왕군의 재봉틀에 엮여서 하나의 정제된 형태를 이루었다.
그 형태의 이름은 혼돈이었다.
그녀는 아무 것도 아니며, 동시에 어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자였다.
계측할 수 없는 존재에게서 어찌 약점을 도출해내는가.
저 불멸의 마왕조차도 별의 지평까지 넘보는 힘을 지니고도, 마땅한 격을 지닌 자에게는 굴하고 마리라는 운명의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러한 약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발견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그녀가 지닌 무수한 가면 중 하나를 깨트릴 뿐에 지나지 않으니.
구 마왕군의 사천왕 중 한 명은 그녀를 일컬으며 말했다.
「그녀는 미지의 위협이다.」
「알지 못하는 것은 막을 수도 없다.」
「그녀는 무한한 가식이다.」
「한 겹의 베일 너머, 또 다른 베일들이 기다릴 뿐이니.」
「그녀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어떠한 모습이 진실인지 세상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진실은 결코 파헤쳐지지 않는다.」
「신비의 끝에 다다른 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듯이.」
「그녀는 실재하는 신비이며 실존하는 위협이다.」
「어떠한 지혜로도」
「어떠한 힘으로도」
「어떠한 용기로도」
「흑막의 끝자락에 닿는 것은 불가능할지어니.」
「이에 우리는 고한다.」
「유일하게 그녀의 전체를 담을 수 있는」
「어쩌면 그마저도 거짓일지 모를 절망과 경외를 담아」
「흑막의 마왕이라고.」
아득한 심해에 머무르고 있는 구 마왕군의 간부, 클레멘.
그는 사천왕으로부터 전해진 비보를 우습게 여겼다.
기껏해야 정체조차도 밝혀지지 않은 계집.
그것이 무어가 그리 대수랍시고 호들갑인가.
마왕군의 저력은 강하다.
비록 불멸의 마왕은 봉인되었을 지라도 그를 추종하고 따르는 세력은 대륙 각지에서 몸을 도사린 채 다가올 종말의 날을 고대하고 있다.
광신적인 숭배.
선악을 초월한 마에 한하면 그는 능히 신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한 존재를 따른다는 믿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대한 힘을 지니게 된다.
진정한 마왕이란.
능히 자신의 이름만으로도 적에게는 두려움을, 아군에게는 경외심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그러나 저 셀레나라는 마왕에게는 모든 것이 불명확하며,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조차도 알 수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마왕을 자처하는 강자에 불과할 뿐.’
그렇기에 사천왕으로부터의 직통 교신조차도 무시했다.
신생마왕 셀레나의 접근?
오히려 이쪽에서 바라마지않던 순간이었다.
강대한 적을 무찌르고 자신의 이름을 드높인다.
이를 위해 치명적인 함정을 설계하고 머맨들의 소굴에서 때가 오기만을 고대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머메이드들의 침공이 이루어졌을 때.
그는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환호를 억누르느라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이걸로 자신은 쓸모를 증명하고, 동시에 십년대계의 결착을 짓는다.
계획은 완벽했다.
완벽하게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가.’
머메이드들의 격전을 목격하는 순간,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치밀하게 준비해둔 함정이 무엇 하나도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비틀렸는지도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이 치밀어 올랐다.
‘분명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간과한 무언가가.’
계획을 일그러트린 변수는 무엇인가.
전장을 관조하는 도중.
불현 듯, 무언가에 이끌리듯 시선이 어디론가 향했다.
오싹.
등골을 치밀어 오르는 오한.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어버리는 듯한 감각.
죽음을 감지한 신체가 격렬하게 토해내는 생존본능의 경각등조차도 얼어붙은, 극한의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보았다.
자신이 느낀 추위, 박탈감, 죽음의 저편에서.
[그녀]가 자신을 향해 실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냐, 저건.’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어지러이 아른거렸다.
무언가가 다르다.
저런 표정으로 웃음 짓는 여자를
저런 웃음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여자를
그는 맹세컨대 단 한 명조차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대체 뭐냐.’
영혼이 미쳐버린 것만 같은 감각.
타오르는 갈증에 혼이 울부짖는다.
도망치라고.
대적할 수 없다고.
너는 반드시 패배한다고.
‘대체 뭐냔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던 몸은 어느덧 전력으로 달아나고 있다.
아마도 애송이일거라 치부했다.
어쩌면 조금은 위협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이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확신했다.
그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오산이었음은 수를 섞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기껏해야 종적을 달리한지 3개월밖에 안 된 주제에!’
쌓아온 악명의 깊이가 다르다.
마왕군의 간부로서 온갖 악행을 저지른 자신조차도 저 여자에 비하면 감히 격을 비교하는 행위마저도 미친 짓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의 모략이, 그간의 전쟁이, 그간의 악명이 무색해질 정도의 무언가가 그녀에게는 존재한다.
‘에고 아이템?’
영민한 클레멘은 [그녀]의 손에 들린 지팡이가 자아를 지녔다는 사실을 손쉽게 눈치 챘다.
대체 저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미지의 공포를 견디지 못한 자는 끊임없이 앎을 갈망한다.
그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결코 시도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파멸본능이었다.
-너… 마왕군의 간부인가.
소름 끼칠 정도로 낮고 어두운, 지옥의 밑바닥에서 끌어낸 듯한 목소리.
-재미있군. 지금 [나]를 본 거냐?
그것이 나를 향해 속삭인다.
그 순간.
영민한 지혜는 모든 비밀을 간파해버렸다.
자신이 느낀 악업의 깊이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음을.
자신이 느낀 살업의 규모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음을.
자신이 느낀 멸업의 잔재는 [그녀]의 것이 아니었음을.
그것들은 전부.
자신을 향해 속삭이고 있는.
바로 저 [지팡이]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말이다.
그러나 그는 안타깝게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정도의 악업이 얼마나 거대한건지.
그 정도의 살업이 어떻게 축적되는지.
그 정도의 멸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라리 알고 싶지 않은,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깨달아버린 찰나.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
그것은 언어도, 신음도, 단발마조차도 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은, 지닐 수도 없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알았기 때문이다.
저 지팡이는
불멸의 마왕과 동격의, 동류의 존재라는 것을.
나아가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인지하고
속삭이고
분노하고
진심으로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그만
깨달아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차라리 미지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좋았을 것이다.
베일의 저편을 들추지 못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늦었다.
조금만 덜 오만했더라면
조금만 덜 사악했더라면
조금만 덜 영민했더라면
어쩌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는 절망이었다.
그러나 알아버린 순간, 이 공포는 피할 수 없다.
자신은 지금.
다름 아닌 불멸의 마왕과 다를 바 없는 존재에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차라리 그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사상최악의 존재라고는 해도 불멸의 마왕이 어떻게 타인을 파멸시키는지는 알고 있으며,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적도 있다.
그러나 저 [지팡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대체 어떤 흉악한 사술이 그의 생명을 움켜쥘 것인지
얼마나 끔찍한 최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과연 그 날은 언제쯤에서야 끝날 것인지
아무리 궁리해보아도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무리 갈구해보아도
도저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다.
저것이 [마왕]이라는 사실 외에는
[불멸의 마왕]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외에는
정말로
단 하나도
그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알아야만 해.’
극한의 공포는 다가올 죽음의 징조를 조금이라도 알아내고자 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공포를 배가시키는 행위일지라도.
온갖 종류의 죽음을 떠올리고, 상상하며,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일지라도.
어딘가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공포, 숨겨진 베일이 남아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손톱이 모두 부러지도록
피부가 급속히 노화하도록
칠공으로 피가 흘러내리도록
스스로를 파괴하고
신체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정신의 기능을 오염시켜버리며
이윽고 영혼마저도 파멸시킨 뒤에야
비로소 그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아니.
정말로는, 딱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흑막의 마왕이라 불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어둠이 찾아왔다.
생의 온기, 삶의 의지, 극한의 공포.
무엇 하나라도 붙잡아보고자 손을 뻗어보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의 손아귀 사이로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 뒤로는
역시나
전부 끝나버렸다.
그것이
클레멘이라는 존재의 절멸이었다.
* * *
제 발에 걸려 넘어져버린 머맨 한 마리.
하늘을 향해 손을 뻗기도 잠시.
이내 미동조차 않고 온 몸이 굳어버렸다.
‘뭐지, 이 녀석…?’
기껏 마왕군 잔당이 숨어있을 것 같은 수상한 동굴 앞까지 와놓고는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피를 뿜으며 온 몸이 노화하더니 죽음에 이르다니.
기겁하며 버프까지 구매했지만 셀레나와 란도멜에게 걸리는 이상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그냥 자연적으로 이런 꼴이 되어버린 것 같다.
“기분 나쁜 시체로구나. 역시 마왕군의 수작이겠지?”
‘그렇겠지.’
“비열한 녀석들.”
셀레나는 진심으로 분노를 금치 못했다.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악한 금제를 걸어서 머맨 협력자를 비참하게 살해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네. 마왕군 간부에게는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최후를 선사하고 말겠다…!”
그 마왕군 간부가 발밑에 널브러진 시체일 리는 없으니, 분명 이 동굴 안 어딘가에 숨죽인 채 우리들이 접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단 한 순간.
찰나에 불과한 기습이라도 성공한다면 그만, 실패한다면 최후와 직결되는 치명적인 함정이라도 준비했겠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하군.’
내가 아는 사천왕 중에 이런 참혹한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불멸의 마왕 당사자라면 모를까.
그럴 리는 없으니, 분명 마왕군 간부 중 한 명이 게이머들의 난입에 의해 난이도 상승 버프를 받아 경지가 월등히 상승했음이 틀림없다.
‘조심해라. 이 앞에는 최소로 보아도 초월지경의 입문을 바라보는 초고수가 일격필살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셀레나와 란도멜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없다면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서 그냥 걸어갔겠지.
하지만 초고수를 상대로 방심하는 건 미친 짓일 뿐이다.
‘최대한 신중하게 가자.’
우리는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보다 조금 더 느리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머메이드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지만 알게 뭐야.
할 만큼 해줬다고.
뒤는 알아서 살아남아라.
지금은 우리 살기도 빠듯한 처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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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연참입니다.(6/7)
혼자서 착각계 찍다가 광탈당한 구 마왕군 간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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