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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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31)
검주 란도멜. 아크메이지 켄이치.
사르갈 연합국이 안배한 두 절대자는 완전히 이쪽의 의표를 찌른 포석이었다.
설마 우리가 재공략에 나설 것을 눈치 챘단 말인가.
“온다.”
셀레나의 낮은 경고와 함께 접전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셀레나가 신음하며 세보 물러났다.
…응? 방금 뭐한 거야?
“부질없는 짓을. 발악하지 않았다면 고통조차 없이 보내주려 했건만.. 고통이란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기에 벌어지는 것이다.”
“하찮구나, 인간이여. 그 정도 쾌검을 구사하는 자는 악마 중에도 얼마든지 널려있노라.”
“그런가. 그럼 이것도 막아봐라.”
쾅──!
둔중한 충격음이 나더니 셀레나가 두 걸음을 잇달아 물러섰다.
단단히 악문 이빨 사이로 핏기가 내비치다가 들어갔다.
그제야 아, 하고 깨달았다.
보기에야 셀레나가 혼자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초수교환이 이뤄진 거다.
미쳤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허깨비, 잔상 같은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지극히 정제된 동작으로 최속(最速)의 쾌검만을 구사하니 눈으로 인식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것이 마나(Mana).
다이스 게임, 판타지 세계를 구성하는 수태물질의 위력이다.
근육과 신경의 움직임을 보조, 그 위력을 확대한다.
나아가 현실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할 일을 가능케 하니.
검주, 소드마스터란 신체의 가능성을 한계까지 개화한 존재이다.
‘미친. 저거 태검 들고 있잖아.’
태검(太劍).
이는 커다란 검을 의미한다.
질긴 가죽과 거친 근육, 높은 골밀도를 지닌 몬스터를 베어내기 위해 판타지 세계에 최적화된 검 종류이다.
그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고?
검주 란도멜은 쾌검술을 구사하고 있다.
저 커다란 태검을 들고, 상식을 넘어서는 속도로 말이다.
-낭자아이 : ㅁㅊㄷㅁㅊㅇ;
-묵제 : 저거 뭐야. 뭐 저리 빨라
-츳키 : 겜알못들ㅉㅉ 란도멜 원래 쾌검의 달인임.
어라.
원체 경험이 많다보니 저걸 알아보는 갤러리가 다 나오네.
-츳키 : 저거 완전 미친놈임. 검술이고 나발이고 ‘베기’ 하나만 1억 번도 넘게 휘둘렀던가. 베기밖에 못하는데 그 베기가 존나 정신 나간 속도랑 위력 갖고 있음.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소름끼치는 극쾌의 일격이 번뜩인다.
의식하고 보니 손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만 보이네.
그것도 착각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미하다.
반면 셀레나는 반격 따위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저 쾌검을 무리하게 뚫으려하다간 단번에 슬라이스 치즈처럼 몸이 납작하게 떨어지겠지.
덤으로.
아직까지 참전하지 않고 있는 아크메이지 켄이치도 걸릴 테고.
후방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로 복수의 주문을 영창 하는 걸 봐라.
영창마법은 영창이 길어질수록 위력이 증폭된다.
하물며 정밀기계마냥 입술만 달싹거리며 영창을 하니 시전속도만 따지면 통상속도의 8배속은 넘어선다.
아무리 셀레나라도 저것까지 동시에 감당하기는 힘들겠지.
의지를 전한다고 강하게 생각하며 천리전음(千里傳音)을 발동했다.
‘재미있군.’
흠칫.
아크메이지 켄이치의 영창이 중단되었다.
난데없이 제 삼자의 목소리가 들리니 그럴 수밖에.
“란도멜. 보이지 않는 고수가 있다.”
“적…? 우리의 기감에 포착된 건 저 악마 하나뿐이었을…”
미미하게 어려 있던 여유가 싹 사그라졌다.
“은신술의 대가인가.”
검주와 아크메이지, 두 적의 움직임이 경직되었다.
설마 전음을 전한 게 지팡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겠지.
셀레나가 내게 말을 건 것도 그저 혼잣말이라 여겼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저들도 재고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감지를 속일 정도로 대단한 고수가 이 자리에 있다고.
물론 착각이지만.
적어도 저들이 거기까지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적’을 인지했다.
이는 ‘절대공포’의 패시브 발동조건을 충족시킨다.
공포.
아주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품은 자에게 그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애써 태연한 척 해도 내게는 보였다.
검주의 손이 미미하게 떨리는 것과 아크메이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지금이다.’
신호를 받은 셀레나는 대번에 아크메이지를 향해 탄지공을 발휘했다.
검주가 진로를 가로막으며 살인적인 쾌검술로 돌멩이를 베어냈지만, 그 틈을 파고들며 셀레나가 검주에게 지팡이를 내질렀다.
…뭐?
시발 날 내질러?
누굴 검으로 아나, 이 정신 나간 악마가!?
카아아앙──!
“!?”
검주의 검과 부딪힌 건 지팡이 하단에 박혀있던 바위였다.
교묘하게 손을 놀려 충돌부위를 조정한 것이다.
드래곤과 충돌하고도 흠집 한 번 나지 않은 살인적인 강도에 검주의 태검이 처음으로 [경직]에 걸렸다.
쿵─!
장봉마냥 지팡이를 끊어 치자 검주가 무려 다섯 걸음을 뒤로 물러났다.
그러는 와중에도 셀레나는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붙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도격이 날아들었지만 대부분이 커다란 바위에 가로막혀 간격을 벌리는 데에 그쳤다.
“말도 안 되는 괴병(怪兵)을 다루는데.”
“한껏 잘난 체 한 것 치고는 볼품없는 모습이 아닌가.”
“인정하지. 널 지나치게 얕봤다는 걸.”
검주는 보폭을 넓히며 자세를 잡았다.
돌격기.
일점돌파로 셀레나의 목을 취하려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흠칫.
전음에 놀란 검주가 움츠러들었지만 셀레나가 파고들 정도는 아니다.
아크메이지가 무영창 마법만 구사하면 단번에 열세로 내몰리니까.
적어도 하나 이상의 변수가 추가되어야만 한다.
마침 내게는 적절한 수단이 한 가지 준비되어져 있다.
뭐냐고?
뻔하지 않은가.
바로 랜덤마법이다.
어떤 마법이 발동할지라도 높은 확률로 교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게 긍정적인 변화일지는 모르겠지만.
믿을 게 이것밖에 없는 걸!
‘랜덤마법 발동!’
『랜덤마법으로 [명상]이 선택되었습니다.』
뭐야 명상.
이거 뭐하자는 건데.
뭘 어떻게 생각해도 쓸모없잖아.
격전 중에 자리에 앉아서 좌선이라도 하는 거냐!?
『마법시전 성공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25』
『마법성공률 12%에 미달! 마법시전에 실패합니다!』
심지어 실패했다!?
『부작용 체크를 실시합니다.』
『Roll : 15』
『[부작용 No.15]의 효과로 시전중인 마법이 자아를 가지고 제멋대로 활개 치기 시작합니다. 충격에 주의해주십시오.』
대체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명상이 자아를 가지면 어떻게 되는 건데.
“란도멜! 대마법이 발동한다!!”
“헛!? 이 단기간에 아무 전조도 없이…!”
당황한 검주와 아크메이지가 간격을 벌리려던 순간.
셀레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찌르기를 가했다.
마법의 발동간격을 좁혀 위력을 키우려는 심산이다.
적절한 판단력.
신속한 조취.
셀레나의 대응은 완벽했다.
새하얀 섬광이 폭사될 때까지만 해도 나조차도 오오, 하고 감탄했으니까.
하지만…….
지팡이의 끝에서 나온 건 정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붓다(Buddha)가 나왔다.
정확히는 금색으로 반짝이는 부처.
고타마 싯다르타(Gautama Siddhartta)의 좌선한 조각상 말이다.
-낭자아이 : 골든너프ㅋㅋㅋㅋㅋ
-구아악 : 골든빳다죠 쉬바ㅋㅋㅋㅋㅋ
-줌벽 : 골든따봉 드립닠ㅋㅋ닼ㅋㅋㅋ
-퐁삽 : 오져따리 오진부분 씹ㅇㅈ하는각. 1골든 드렸구요
-츳키 : 개복치 왤케 웃기냐ㅋㅋㅋ 만 와트 쏜다ㅋㅋㅋ
채팅방과 전장 모두가 부처에게 압도당했다.
이 장소, 이 일대의 모든 공기가 부처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게 느껴진다.
검주와 아크메이지의 표정은 그야말로 초긴장 그 자체였다.
부처상이 손바닥으로 이놈들을 후려치기라도 하는 건가.
전원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은 부처가 굳게 닫힌 눈을 반개하였다.
충격적일 정도의 거력이 단숨에 왕릉내부 전역을 장악했다.
“막아!!”
아크메이지의 비명에 검주가 뒤늦게 쾌검술을 펼쳤다.
넋을 놓은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셀레나가 응수에 나섰지만 극쾌의 속도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했다.
콰아앙!
대량의 증기가 시야를 자욱이 가렸다.
뭐야 이거.
설마 부처 쾌검술 맞고 죽은 거야!?
“이.. 이럴 수가…”
증기가 걷히자 드러난 것은 한층 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부처 조각상은 엄지와 검지로 태검을 붙들었다.
어찌나 강력한 압력이 가해졌는지 태검이 쇳물이 되어 녹아내렸다.
웬 증기인가 했더니 실시간으로 태검이 녹아내리며 벌어진 현상이었던 모양이다.
-묵제 : 부처 존나 쌔ㅋㅋㅋㅋ
-라떼 : 손오공이냐. 부처님 손바닥 안도 아니고 뭔ㅋㅋㅋ
채팅방은 통제 불능의 폭주상태로 돌입했다.
저 정도 전투력이면 능히 초월자에 비견된다.
주먹질만 해도 검주건 아크메이지건 전부 전투불능이 된다.
오늘부터 불가에 귀의할까.
부처 완전 상남자네.
헌데 어째 공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라?
검잡은 반대 손으로 묵주를 쥐네?
뭐야 이거.
설마 이 상황에 설법을 전파하려는 거냐!?
“रुज् निर्वाण व्यामआगमन ”
이건 또 어느 나라 말인데!?
-츳키 : 알파고 얼른 나와봐!
-알파고 : 산스크리트어. 번역비는 10,000와트입NIDA.
-츳키 : 쏨. 빨리 번역해봐.
-알파고 : 고통에 도착 해탈을 이해하세요
-츳키 : 또 번역기냐!?
돌연 녹색 기운이 전원의 몸에 스며들었다.
띠링!
『부처의 특수스킬 [설법]에 의해 일시적으로 전투의지가 소실되었습니다.』
부처의 설법의 위력은 대단했다!
당장이라도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었건만.
놀랍게도 상황이 단번에 종결되었다.
“구태여 어려운 길을 걸을 필요는 없겠지. 환영한다, 전우여.”
“진리의 탐구자로서 당신의 의지를 존중합니다. 분명 당신의 행동에는 마도의 비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져 있겠지요.”
뭐야 이게.
얘들 갑자기 평생지기 동료처럼 대우하고 있잖아.
“고맙다. 인간들아, 그대들도 나와 함께 비밀창고를 털어 진귀한 보물로 이참에 전력을 강화하는 게 어떤가.”
“그것은 곤란하다. 충의의 란도멜, 이국의 왕일지라도 은혜를 받은 것은 틀림없는 바. 내게는 보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사르갈 연합국은 연구를 지원해주는 유일한 국가이다. 그들을 배신하는 건 마도의 길을 위해서라도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전의는 사라져도 충의는 다르다는 건가.
자국민도 아닌 실력자들에게 이 정도의 충성을 받다니.
사르갈 연합국의 파라오가 보통내기가 아닌 건 틀림없다.
헌데 말이라는 건 역시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구나 싶다.
“하지만 전우의 염원이 실현되지 못하는 것도 우의에 어긋나는 바. 그대가 비밀창고를 수색하는 것에 가담하지는 않아도 이를 막지도 않겠다.”
“실력이 부족해서 막지 못하는 것은 동료와 이국의 왕을 향한 존경. 그 둘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겠지. 악마여. 네 보이지 않는 동료에게도 전투의사가 없음을 밝히겠다.”
의리 쩌네.
완전 멋진 녀석들이잖아!
물론 [설법]의 지속시간이 끝나면 무슨 미친 짓을 했냐고 난리가 나겠지만.
알게 뭔가.
셀레나와 나는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비밀창고의 내용물을 습득했다.
…가만.
지속시간, 이거.
어쩌면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태그에 붙은 모래시계를 살펴보니 지속시간도 제법 남아있다.
다섯 번째 공략지점은 가뜩이나 경비레벨이 더욱 올라갔을 터.
검주와 아크메이지가 가세한다면 공략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추후에 보물창고를 턴 배후에 사르갈 연합국이 관계되어 있다는 인상도 심을 수 있고.
여러모로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었다.
‘이참에 단물을 모조리 뽑아 먹어주마!’
전의는 없어도 게이머의 본능은 남아있다.
공략 수단은 뭐든지 이용한다.
범죄는 꺼림칙해도 어차피 내비두면 전쟁자금으로나 쓰일 거.
세계평화를 위해 이바지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낭자아이 : 개복치도 은근히 악마기질 있어.
네가 할 말이냐…….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 당신은 세계 최초로 사국의 보물창고의 보물을 100% 탈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설적인 대도나 벌임직한 업적에 20,000,000p가 지급됩니다.』
『전설업적 보상으로 1 LP(Legand Point)를 습득했습니다.』
모쪼록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단숨에 다섯 번째 공략까지 끝장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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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어는… 사전이… 없더군여…… ㅂㄷ….ㅂㄷ….두 번 다시…. 넣지… 않겠습니다… ㅂㄷㅂㄷ…(쓸데없는 데서 현실고증을 시도하려다 좌절한 작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