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12
00312 #13 – 빅 웨이브(Big Wave) =========================================================================
#13 – 빅 웨이브(Big Wave)(23)
이걸 어떻게 다시 분위기를 잡아야 할지 막막해하던 도중이었다.
“저건 무슨 몬스터이지?”
“이종족들을 공격하지 않는 걸 보면 성격은 온순한데.”
“생긴 게 좀 드래곤 같지 않나?”
자기들끼리 해츨링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 걸 보니, 집중력이 아주 깨진 건 아닌가보다.
하지만 일반 병사들과 우두머리의 역할이 같을 수는 없는 법.
머맨들 사이에서 왕관을 쓴 자가 소리 높여 외쳤다.
“어째서 전쟁을 멈추라는 건가! 우리는 그대들 마왕군의 요구에 따라서 전쟁을 준비하던 몸이 아닌가!”
“그대들이 손을 잡았던 마왕군은 본녀가 이끄는 신생마왕군과는 다르다.”
“새로운 마왕이라고…!?”
셀레나는 오연한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를 가리켰다.
“그렇다. 바로 본녀가 불멸의 마왕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생마왕 셀레나이니라!”
느닷없는 강대한 위협의 등장에 머맨들은 동요를 금치 못했다.
“확실히.. 사천왕이라던 자의 무력도 장난이 아니었지.”
“우릴 몰살시킬 힘이 있는 시점에서 마왕인지 아닌지는 애초에 아무 상관도 없잖아.”
“젠장. 아무래도 농담 삼아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군.”
이만한 일을 저지른 이상, 셀레나의 정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용감한 머맨이여. 이름을 밝혀라.”
“철갑상어와 점박이문어의 혼혈종 3세대이다.”
…뭔 이름이 저 따위야?
“그런가. 모쪼록 머맨이여. 그대의 앞선 의문에 마저 대답을 해주지. 신생마왕군은 구 마왕군이 대륙 각지에서 꾸미고 있는 음모를 파훼하고자 출정하는 중이다.”
“감히 신생마왕의 의지에 반하려는 의도는 없소. 하오나 머메이드와의 전쟁은 우리 어인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오. 전쟁을 멈추라는 건 엄연한 내정간섭이오.”
“음.”
셀레나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건 꽤나 재미있는 변명이로구나.”
내가 느낀 위화감을 셀레나라고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다.
터무니없는 개소리를 내뱉기는.
신생마왕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녀석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구 마왕군의 요구에 따라 전쟁을 준비했다고 하던 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망언을 입에 담고, 내정간섭을 논하다니.”
셀레나의 눈에서는 그야말로 살기에 가까운 분노가 맺히다 못해 흘러넘쳤다.
“본녀가. 신생마왕군이 그렇게나 우스워보였는가.”
『정식주인 셀레나가 스킬 절대공포(特)를 공유합니다.』
심해의 수압보다도 묵직하고, 차가운 해수보다도 싸늘한 목소리에 머맨 족장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건드려서는 안 될 자를 자극했다.
뒤늦게 그런 자각이 든 모양이다.
그러나 용서를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마왕의 위는 절대적이니. 권위를 더럽힌 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것이 무수한 인간들의 사이에서 마왕이 공포의 대명사라 불리는 이유이다.
“구 마왕군은 일족이 멸망할 위기가 목전까지 도래했다며 그대들을 유혹했겠지만, 본녀는 다르다. 그대들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비를 베풀러 온 것이기 때문이지.”
“전쟁을 멈추는 게 어찌 자비란 말이오! 우린 돈도 없고 땅도 없고 좆도 없는 처지이오! 여의주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전쟁을 치러야 하거늘!”
“바로 그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다. 본녀에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저력이 있다.”
거기까지 말한 셀레나는 입매를 비틀어 올렸다.
“그리고. 누가 목소리를 높여도 좋다고 했지?”
쿠궁!
셀레나의 손짓을 따라 중력마법이 머맨을 짓눌렀다.
머맨은 심해의 수압에도 저항할 수 있는 종족이지만 셀레나가 가한 중력은 그를 상회하는 막강한 압력을 가했다.
어찌나 기세가 강맹한지 인근에 위치해있던 머맨들은 기겁하며 물러나다가 짓뭉개지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여기에 보이는 것은 해츨링이다. 구 마왕군의 손에 의해 납치당한 드래곤의 알에서 부화했지. 해츨링과 임시 보호자인 소녀를 블루드래곤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만으로도 해저도시가 침공을 받을 일은 더 이상 없다.”
셀레나는 한껏 자비로운 표정으로 선심 쓰듯 말했다.
“그리하면 머맨들을 위해 신체역전의 저주를 해소해달라는 소원을 여의주에 빌 수 있지. 이로써 모든 문제는 해결되고 묶은 갈등만 해소하면 되는 셈이노라.”
분명.
“본래라면 그랬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어리석은 머맨이여. 이것이 네가 놓쳐버린 미래이다.”
우리는 세계멸망 플래그 중 하나인 [종족전쟁]을 막기 위해서 이곳에 와서 어인족의 갈등을 해소해주고자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마왕 셀레나의 권위가 실추된다면?
정작 세계멸망을 막기 위해 나와 함께 노선을 같이하는 동반자, 셀레나의 지배력과 악명에 대해서 많은 자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할 것이다.
그 결과는 붕괴만이 있을 뿐.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의 기만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대체 저희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아직 착각하고 있구나.”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얼른 말해!!”
겁에 질려 이성을 상실했군.
그의 폭주에 가까운 언행에 머맨들은 사색이 되었다.
폭주한 머맨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가 이들에게 더욱 공포를 불러일으키니, 어떤 의미로는 타산지석의 살아있는 예시가 되어주고 있다.
그 마무리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장식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본녀는 저들에게 말한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았던가? 아까의 것은 ‘네가’ 놓쳐버린 미래라고. 다른 머맨들에게는 허락되었을지라도 네놈에게만은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누구 멋대로…!”
“하아. 이해력이 부족한 자는 이렇게나 답답하구나.”
겉으로만 보기에는 이 녀석을 어떻게 구슬려야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오래도록 그녀를 지켜보아왔던 나만은 알 수 있었다.
얘 지금.
할 말이 떨어져서 시간을 끌며 절박하게 내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하면 여기서부터는 대륙에 널리 악명을 떨친 킹메이커이자 마왕군 결전병기인 이 몸이 대신 나서주도록 하지.’
머맨들은 내 등장에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저 지팡이가 인간 수백만을 제물로 바쳐 탄생했다던가?”
“간부 클레멘이라는 자가 일찍이 얘기한 적이 있었지. 마왕군 결전병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병이기 중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라고.”
“맙소사. 저 지팡이가 나타난 곳에는 반드시 시체가 발견된다고 했는데.”
어째 나에 대한 취급이 죽음을 몰고 다니는 사신 탐정에 가깝지 않나.
그보다 여기 전쟁터잖아.
시체는 지들이 잔뜩 만들어놓고 뭘 그걸로 놀라는 건데.
사건의 진상?
니가 찔러 죽였다 요놈아.
‘이제부터 일어날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해주지. 스스로 명예롭게 목숨을 끊거나, 타인의 손에 명예롭지 못하게 살해당한다. 네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건방진 머맨은 당연히 격하게 반발하였다.
“감히 네가 뭐라고 내 목숨을 빼앗겠다고 자부하는 거냐!”
허허.
이 녀석이 이제는 나까지 덩달아 무시를 하네.
이왕이면 깔끔하게 보내주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괘씸한 짓을 저질러서야 봐줄 마음도 들지 않는다.
지위가 높고, 집단 내에서 꽤나 거들먹거리며 살았고.
그딴 건 내게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왜냐고?
이 녀석은 방금 나를 [게이머 개복치]가 아닌 [마왕군 결전병기]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지. 구 마왕군이 해츨링의 알을 훔친 이유에 대한 것이다.’
나는 가차 없이 그를 죽일 함정을 펼쳤다.
‘이 이야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우리들 신생마왕군은 네놈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다. 하지만 네놈은 반드시 죽는다. 만일 죽지 않는다면 그대로 목숨을 부지해도 좋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이른 바 네 죽음에 대한 예언이라는 것이다.’
사망플래그는 이미 밟아버린 지 오래였다.
셀레나의 심기를 거스르고.
바로 이 나의 심기를 거스른 시점에서 말이다.
‘구 마왕군은 해츨링의 알을 지니고 있었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가.’
물론 없겠지.
이놈들 꼴을 보아하니 해츨링의 존재도 몰랐는데.
애초에 생각이 있다면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사형문을 선고하고 있는 내게 말대꾸를 하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퀴즈의 정답공개를 질질 끄는 건 시청자가 돈을 지불할 수 있을 때뿐이지. 물론 너희들은 거지이고, 돈이 있어도 지상에서는 쓸 일 없는 화폐뿐이니 바로 공개해주지.’
“…….”
‘정답은 바로 머맨들의 우두머리, 저 아둔한 자가 어인족을 멸망시키려는 목적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장내는 발칵 뒤집어졌다.
머맨과 머메이드를 가리지 않고 경악어린 목소리로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으며 당사자는 고래고래 무어라 소리치며 악을 쓰고 있다.
나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대응에 나섰다.
‘닥쳐라. 지금 당장 죽고 싶은가?’
“…….”
‘그럼 본격적으로 설명을 해주지. 마왕군은 해츨링의 알을 훔친 뒤, 이것의 존재를 머맨들의 우두머리에게만 은밀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 사실을 비밀로 했겠지.’
애초에 시작조차도 해서는 안 될 싸움이었다.
‘그들은 머맨들이 도시를 침공해 점령한 뒤, 여의주를 건네주는 대가로 이런 제안을 했을 것이다. 제안의 내용이 그러한데 비밀로 삼는 것도 당연하지.’
순간의 치기어린 행동이었든, 잠깐 미쳐버린 행동이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확언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뿐.
저 빌어먹을 새끼는 무조건 이 자리에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해저도시를 위협하는 적이 오거든 알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라고. 만약 알이 부화하여 해츨링이 탄생한다면 더욱 좋지. 그때부터는 산 채로 협박을 할 수 있으니까.’
녀석을 죽음으로 몰고 갈 죄목이 밝혀졌다.
‘물론 쓸모없는 머맨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기고, 만일 협박이 실패하여 드래곤이 침공하면 얼마든지 버려도 좋은 버림패로 다루자고 말이지. 마왕군 간부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이상, 재기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이 남자에게는 동족애는 발목을 잡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셀레나에게 범했던 기만.
내게 범했던 무례.
그 이름을 그대로 엮어 죗값은 목숨으로 치른다.
“새빨간 거짓이다!”
‘덤으로 재밌는 사실을 하나 더 알려주지.’
나는 애써 절망을 외면하는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라고 말하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널 죽이는 건 이쪽이 아닌 저쪽. 네 수하들이다. 덤으로 내 생각에는… 널 제일 먼저 죽인 자에게는 적당한 보상과 차기 머맨 우두머리의 자리를 넘겨주는 게 나을 것 같더군.’
물론 놈의 호흡이 어찌되든 간에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있는 힘껏.
계급사회의 낭떠러지 밑을 향해 밀어버리는 것뿐이다.
‘일족을 팔아넘긴 배신자. 만일 그 계획이 10년도 전부터 시작되었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 발언으로 머맨들의 망설임은 완전히 멎어버렸다.
머맨들의 신체반전의 저주.
불멸의 마왕이 내린 강력한 제재, 그 원인이 지금의 머맨 우두머리에게 있었다면 더는 고민할 여지도 없다.
저 녀석 때문에 모든 파국이 시작되었다.
구 마왕군 잔당이 종적을 감춘 이상, 저 녀석만 죽이면 모든 파국이 끝날 수 있다.
“오, 오, 오지마아아!! 아니야!! 아니라고오오!!”
“병신새끼야.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고.”
“왜 상관이 없어!! 오해하지 말라고!!”
악을 쓰는 우두머리를 향해 머맨들은 비릿하고도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댁이 진짜 그딴 만행을 저질렀으면 뒈져서 지옥 가시고. 정말로 억울하다면… 알게 뭐야?”
“알게, 뭐냐고─!?”
“그래. 따지고 보면 댁의 무능함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 그러니 곱게 죽어서 항복의 상징도 되어주시고, 이왕이면 죽어서 우두머리 자리도 내놓으란 말이지.”
진실 따윈 이미 중요하지 않다.
설령 결백을 밝힐 수 있더라도 나에 의해 발생한 일족의 원수라는 치명적인 평판과 해로운 이미지는 결코 저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토록 최소 ‘어쩌면 혹시, 배신자가 아닐까.’ 수준의 의심을 달고 살아야만 하겠지.
하물며 이 자리는 전장.
더욱이 신생마왕 셀레나와 마왕군 결전병기가 죽음을 바라며 보상마저도 내걸었다.
“크아아아악!!”
결국 예의 머맨은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더럽혀진 체면도 살리고, 원하던 목표도 이루고.
가히 완벽 그 자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작전성공이다.
============================ 작품 후기 ============================
내일이면 이번 챕터도 마무리를 지어야겠군요.
본래 오늘은 3참을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그래서는 다음 날에 애매하게 외전까지 쓰게 되는 관계로
다음 챕터인 14챕터의 구상시간을 확보하고자 느긋하게 2참만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