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46
00346 #15 – 셸터(Shelter) =========================================================================
#15 – 셸터(Shelter)(3)
낭자아이는 한 눈에 보더라도 ‘아 얘구나’하는 생각이 곧 바로 드는 매력적인 미소녀였다.
찰랑거리는 긴 갈색 머리칼, 목덜미 아래로 부각되는 매력적인 쇄골, 땀에 젖어 가슴이 비치는 탱크탑과 매끈하게 빠진 허리 라인, 빵빵한 숏팬츠와 탄력 있는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가히 건강미인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그녀에게 유일한 흠이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게슴츠레 좁혀 뜬 눈매일 것이다.
“…우와. 실제로 보니까 엄청나게 부담되는 눈이다.”
“뭐 어때. 22세기인데.”
“대체 22세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22세기라고 뭐든지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라고.”
그녀가 지닌 기괴발랄한 매력은 역시 유니크하다.
이런 여자는 정말 흔치 않지.
아무렇지도 않게 드립을 치며 농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라는 건 정말로 쉬이 생길 수 없는 관계이니 말이다.
“그러는 너야말로 엄청나게 약해 보이잖아. 어째서 남자 주제에 여자보다 선이 가느다란 건데?”
“아. 이건 그냥 운동부족.”
“하… 백날 운동해봤자 병약미소년보다 못하다니. 뭔가 억울한 기분이야.”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자니 주변의 엔지니어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뭐. 왜. 뭐.
존나 희귀생물체를 보는 것처럼 취급하네.
“나 공대여신이 저렇게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봤어요.”
“크윽… 근육이 없는 남자가 취향이었는가.”
“50년만 젊었어도 대쉬했을 텐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50년 차이는 너무하잖아.
“니들은 재미가 없잖아. 툭하면 섹드립에 한 번 잘 생각밖에 안 하는데 뭔 말을 하자고? 육체의 대화냐?”
“헤헤. 그럼 저야 감사하죠.”
“정 그렇게 원한다면 해주지. 육체의 대화라는 거.”
핫팬츠 위로 비스듬히 채워진 공구벨트.
거기에서 스패너를 뽑아들자 청년 엔지니어가 사색이 되어 도주했다.
중년 엔지니어와 노년 엔지니어도 괜스레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멀어졌다.
“하아. 쓸데없이 몸만 건강해서는 1년 353일 발정기라니.”
“뭔가 12일 줄어들지 않았냐.”
“한 달에 한 번씩은 과로에 지쳐서 현자타임이야.”
뭐야 그거.
엔지니어들이 한 달에 한 번만 과로할 리가 없잖아.
그건가.
너무 유능해서 평범한 철야로는 이미 과로를 느낄 수 없다고 인식해버릴 정도로 몸이 적응했다거나.
이것도 나름 유능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네.
“그래도 요즘 같은 때면 취직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치킨 튀기는 법 배우지는 않아도 될 거 아냐.”
“뭐, 그렇지. 쥐고기 튀기는 법은 배우지만.”
“…….진짜? 이렇게 바쁜 세상인데도?”
“급여 올려달라고 징징대거나 한 달 기여도 못 채우면 얄짤 없이 취사병으로 보직변경이야.”
“의외로 무섭네. 셸터의 기여도라는거.”
낭자아이는 기름때가 묻은 손을 바닥에 슬그머니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사람이 만 명도 넘게 우글거리는 장소라고. 각 직업군 별 엘리트들이나 아이들만 모아놨다고는 해도, 공돌이 숫자는 의외로 많지 않단 말이지.”
“그런데도 보직을 바꿔도 되는 거냐?”
“로테이션 계속 돌다 보면 해직된 양반들도 다시 돌아오고 그래. 그거 하나는 이전 세기보다 낫다고들 하더라.”
낭자아이는 주변을 슥 둘러보다가 격납고 한 편에 자리한 스낵바를 가리켰다.
“저기 사장님만 해도 1급 프로그래머야. 셸터 내의 컴퓨터 관련 업무에서는 사장님이 만든 코드가 성전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그 정도면 현역으로 있어야 되는 거 아냐?”
“일하기 싫대. 와트는 덜 벌어도 맘 편하게 일하고 싶다나. 실제로 기여도만 채우면 와트는 사치 부릴 때나 필요한 거고. 거의 쓸모도 없지.”
그래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주요직업군이 아니면 기여도 버는 일을 하기가 힘들잖아.”
“행. 물건을 와트로만 사는 줄 알아? 기여도로 대신 구매할 수도 있다고. 사장님도 그걸 아니까 코드 충고 한 번에 기여도 10을 대신 받고 있지.”
“…잘은 모르겠지만 개꿀인데?”
낭자아이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으스대었다.
“이래봬도 나도 정비 및 제작 분야에서는 탑 클래스 급 에이스란 말이지. 실제 업무에 함께 하지는 않아도 슬쩍 문제되는 부분을 짚어주기만 해도 기여도는 꽁으로 번다?”
“그럼 손에 기름때는 왜 묻어있는 거야?”
“일로 와봐. 대놓고 말할 건 아니야.”
낭자아이는 내 귓가에 손을 모아 작게 속삭였다.
“공돌이들 사이에서는 융통성 있게 얘기가 통한다고 해도, 치안대 녀석들한테 들키면 귀찮아지잖아. 게다가…”
작게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기름 냄새에 섞인 여체 특유의 미묘한 향기까지.
성격은 독특해도 몸은 제대로 여자였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그래서 말이지? 저 빅터 새끼, 별명이 강철 자지야. 이것저것 기계로 뜯어고치다 보니 거기도 엄청 단단하다더라.”
“풉. 이, 이 기지배가 남자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왜. 꼴려? 박히고 싶어?”
“끔찍한 소리 그만둬. 내 취향은 제대로 알파고 쪽이라고.”
“흐음…”
그제야 시선이 갔는지, 낭자아이는 내 옆의 알파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매력적인 은발의 머리카락 아래로 드러나는 귀엽지만 무표정한 얼굴.
크기는 작지만 매력적인 굴곡을 지닌 슬렌더 체형의 몸.
“…뭐야. 정말로 중년 아저씨가 아니었잖아. 뭔가 충격적이네.”
“개복치 텍스트까지 들어놓고 알파고를 중년 아저씨라고 생각한 네 발상이 훨씬 더 충격적이다!”
“뭐 어때. 의외로 그쪽 취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낭자아이는 스스럼없이 알파고에게 다가가더니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안녕, 알파고.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안녕하십니까.”
“…손은 왜 안 잡는 거야?”
알파고는 힐끔 손을 내려다보고는 뒷걸음질 쳤다.
“개복치가 말했습니다. 지지는 건들면 안 된다고.”
“뭣…! 내, 내가 더럽다는 거야 지금!?”
“정답입니다. 상으로 1AP를 드립니다.”
돌직구에 웃고 말았다.
“너무 나쁘게 보지는 말아줘. 알파고도 딱히 악의가 있어서 하는 소리는 아니야. 자, 너도 사과해야지.”
“불결함을 참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풉.. 아니, 거기서 그러면 곤란하지. 사과에 진정성이 안 느껴지잖아.”
“그럼 할복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만둬! 그건 진정성이 너무 넘치잖아!”
낭자아이는 뚱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평소에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애가 이 모양이야?”
“가정교육은 무슨. 하이퍼 넷 보고 컸는데. 너랑 퐁삽한테 받은 영향이 암만 적어도 10%는 될 걸.”
“헤… 그런 건가? 어쩐지 미모가 굉장하더라니, 날 닮았나보네.”
“아니. 난폭한 성질머리가…….”
일순간, 살벌한 백호와 매서운 재규어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히익.
뭐야 이거.
뮤턴트가 창밖에서 뛰어다닐 때보다 더 무섭네.
왜 나랑 엮이는 여자들의 전투력은 하나같이 장난이 아닌 거냐. 츳키 빼고는 전부 다 강한 여자잖아. 집에 돌아가서 토끼 같은 츳키랑 단둘이 이불 속에서 꽁냥거리고 싶다.
“뭐, 농담은 이쯤하고. 냉동캡슐이라는 값비싼 관짝에 들어가기를 희망하는 자살지망자들은 얼마나 되는 거야?”
“좀 많아. 80%.”
“…그 정도면 좀 많은 게 아니라 셸터 거주민들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낭자아이는 그들의 처사에 무척이나 분개하였다.
“사내새끼들 주제에 용기라고는 쥐뿔도 없는 쫄보 새끼들! 죽기는 싫고, 그렇다고 후방에서 일하기도 싫으니까 맘 편하게 수십 년쯤 쳐자겠다는 거잖아.”
“너도 죽긴 싫고 일도 안 하잖아.”
“대신 기술이 있지. 능력자는 쉬엄쉬엄 일해도 범재들이 삽질하는 거 1분이면 타파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몰라?”
망할 재능충.
뭐 이런 컨트롤마스터 같은 사기적인 유능함이 다 있지.
같은 편만 아니었으면, 하다못해 낭자아이만 아니었으면 절대로 죽창에 찔리게 방치했을 거다.
“일단은 머저리들을 막기 위해서 급하게 오긴 했는데… 거주민의 80%나 의견이 쏠리면 이건 이미 답도 없는 거 아냐?”
“괜찮아. 넌 게이머니까.”
“게이머라서 괜찮다니… 그런 근본도 없는 기대를 줘도 곤란한데.”
“어라. 아직 모르는 거야? 셸터에서 네 인기는 최고조라고. 정체만 밝혀도 사람들은 좋아 죽을 걸?”
“흐음…”
썩 내키지 않는 선택이라는 건 둘째 치더라도, 여전히 걸리는 사항이 있다.
“겁쟁이 녀석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네 편을 들어주는 일은 썩 반길만한 사태는 아니잖아. 내가 개복치라고 해도 쟤들이 사칭이라고 하거나 안 믿으면 어쩔 건데.”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셸터에 지워둔 빚, 아직 제대로 남아 있잖아?”
“셸터가 진 빚으로 셸터의 트롤링을 막으라니. 엄청나게 민폐네, 너희 조직도.”
낭자아이도 딱히 할 말은 없었는지 혀만 작게 내밀며 귀여운 척으로 때우려고 시도한다.
의외로 정말로 귀여웠기에 태연스레 앵콜을 요청했다.
“흐응. 이런 타입이 먹히는 거구나.”
“역시 귀여운 게 좋지.”
“그럼 섹시한 건?”
자연스레 관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사뭇 눈이 즐거워지기도 했지만, 그녀가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심리를 간파해버린 나로서는 마냥 즐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도와줄 거니까 부담스러운 짓은 그만둬. 친구끼리 몸을 섞어버리다니, 당장 내일부터는 어떻게 얼굴을 마주보라는 거냐.”
“칫… 딱히 그것만은 아닌데…”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곤란해. 셸터가 당장이라도 시설을 폐쇄하고 반동분자들을 색출하려 들지도 모르니까.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약자폭행은 잘 알고 있을 거 아냐?”
딱히 광적으로 정의를 숭상하려는 마음 따위는 없다.
문제는 지금, 낭자아이와 우리들이 셸터 내에서는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다는 사실이지.
이 배은망덕한 녀석들의 사고를 뒤바꾸기 위해서는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변수를 일으켜야만 한다.
“그래. 이제야 알 것 같군. 게이머인 내가 80%에 해당하는 거주민들을 설득해내기를 바라는 거였어.”
“어때? 잘만 하면 낭자아이의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의 기분으로 말하건대, 너무 애태우면 확 덮쳐버릴지도 몰라.”
그 말에 낭자아이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네.
다른 남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육식계면서 의외로 당하는 걸 즐기는 취향인건가. 정말이지 대화의 수비범위가 엄청나게 넓은 굉장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철컥.
“…….”
“왜 그러십니까? 마저 하던 얘기를 하십시오.”
“방금 장전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입니다.”
“아니. 분명…”
“기분 탓입니다.”
알파고의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에 할 말을 잃었다.
“…….”
이거 분명 질투겠지.
이왕에 바람을 피울 거라면 좆으로 하지 말고 머리로도 해보라며 구멍 뚫어주려는 게 틀림없어.
색드립 한 번만 더 쳤다간 저승길까지 직행할 정도로 머리의 통풍이 잘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럼 뭘 어떻게 설득하면 되는 걸까.”
“그거야 간단하지. 따라와봐.”
낭자아이는 홀로그램 창을 몇 번인가 조작하더니,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안내하기 시작했다.
치안대 대장 빅터도 순순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뒤따라오는 모습을 보아하니, 저쪽의 주류파 세력에도 제대로 허가받은 장소로 향하는 것 같다.
식당에 가서 식사라도 하면서 대화를 나누려는 건가.
“자. 먼저 들어가.”
“이런 건 레이디 퍼스트 아냐?”
“병약미소년은 레이디보다 먼저 가는 거야.”
갑작스러운 양보에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환호성이 들려왔다.
“뭐, 뭐야 시발!?”
존나 벙찐 내 앞으로는 널따란 무대가 있었다.
그곳에는 무려 수천 명에 달하는 셸터 거주민들의 홀로그램 영상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런 이들의 중심에는 가장 커다란 화면으로 떡하니 내 등장을 환영하는 낭자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잠시 후에 전쟁영웅 개복치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광고도 없는데 왜 잠시 후냐!”
“당장 데려와! 우린 마초남을 보고 싶다!!”
어두컴컴한 실내의 저편, 아마도 무대의 중앙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거 설마.
나보고 지금 저기 올라가서 대뜸 셸터 거주민들하고 인사라도 하라는 거냐.
시발.
이게 뭐야.
새 학기 자기소개도 이렇게 뜬금없게는 안 하겠다.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작가님이 개복치를 병약미소.녀!라고 하셨엌ㅋㅋㅋ 그러니 IF 개복치ts버전 외전 생각 있으신가요?
A : 데드엔딩 컬렉션만큼은 아니지만 재밌을 것 같네요. 다음 외전 후보군으로 기억하겠습니다.
Q : @빰빰카빰이겠지!!
A : 다음 화에서는 제대로 빰빠카빰이라고 써드렸습니다!
Q : @드디어 낭자아이와 제대로 만나는군요 이대로 개복치텍스트 시즌3가나여?!?!?!
A : 아니요. 넘나 바빠서 개복치텍스트 시즌3를 찍을 시간이 없어여!
Q : @새삼 느끼는거지만 낭자아이면서 건강한 체육소녀라니 언밸런스!
A : 세상은 본래 부조리로 가득한 법이죠! C컵 슬렌더라거나, 합법로리처럼 말이죠!
Q : @항상 생각하는건데 작가님 웃대 학번이…?
A : 저는 웃대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Q : @플래그 마스터 개벅치!!!
A : 개벅치라니, 말벅지만큼 끔찍한 어감이군요 ㄷㄷ;;
Q : @낭자아이와 유혈낭자의 만남!
A : 낭자아이가 유혈낭자가 되면 완전체인 건가요!?
Q : @3p가나요….??
A : 뜬금포 씬을 좋아하는 작가라도 이 타이밍은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