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79
00379 #16 – 엑스트라즈(Extras) =========================================================================
#16 – 엑스트라즈(Extras)(9)
헤르마의 시각테러 소동은 노스트라가 자신의 신전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간신이 끝을 맺었다.
정말로 섬광탄이라도 맞은 기분이다.
이런 경험,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이래서야 업적을 세우기는 무리이겠네.’
“응? 기대 이상으로 잘 됐는데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노스트라가 아니라 노스트라의 마나에 저주를 걸었잖아.’
헤르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운을 띄웠다.
“마력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계속 자체발광 할 거라고 했지?”
‘어… 뭐 그렇지.’
“덤으로 지금 광기의 악신 노스트라는 성소로 돌아갔고.”
‘그렇겠지.’
“성소로 돌아가면 마력이 어떻게 될까?”
회복되겠지.
미친.
그럼 쟤 앞으로 반영구적으로 빛나는 거잖아.
-프랑 : 후광이 패시브ㅋㅋㅋ
-줌벽 : 영구동력 ㅁㅊ ㅋㅋㅋ
-사이언스킬러 : SF! 당신은 틀렸어! 인류의 미래는 판타지에 있는 거야!
-쓰레기 : 이 와중에 닉 적절ㅋㅋㅋ
-사이언스킬러 : 평소대로 관음하다가 이때다 싶어서 나옴
평소에는 채팅 한 마디도 없이 묵묵히 관음하다가 불쑥 튀어나오는 건가.
호러영화에 나오는 귀신같네.
뭔가 무섭잖아.
암만 무서워봤자 노스트라만하겠냐만은.
그 녀석, 앞으로 눈 부셔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미칠 것 같다.
그건 그것대로 광기의 신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고통 받을 녀석의 미래를 떠올리니 속이 시원하다 못해 불쌍해질 지경이다.
『광기의 성소에서 광역 테러가 진행 중입니다. 저주의 마녀 헤르마의 권능이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파티원 헤르마가 대량학살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를 지속적으로 습득합니다.』
『파티원 헤르마가 [노스트라제 특제 혼종닭 No.9]를 광과민성 발작(光過敏性 發作)으로 살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1,350,000p를 습득했습니다.』
광기의 생물체들 엄청나게 죽어나가고 있잖아.
아무것도 안 해도 지속적으로 포인트가 들어온다고.
헤르마는 이대로 시간만 경과하면 무난하게 격이 상승할만한 짓을 저질렀다.
업적 따는 것도 머지않았네.
기가 막히는 사고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목적만 이루면 그만 아닌가.
‘그럼 이제 두 사람의 문제는 해결 됐네. 남은 건 넴루드랑 레이첼인가.’
넴루드는 레이첼의 옷자락만 붙잡고 졸졸 따라다니기에 바쁘다.
경지도 남들보다는 높은 대마녀이고.
아무래도 그녀보다는 레이첼의 격을 높이는 편이 더욱 쉽겠지.
‘레이첼. 너는 특별히 생각해둔 거 있어? 경지상승을 위한 업적 만들기.’
“아. 그거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자력으로 해결하려고? 대단한 용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런 기회 흔치 않다?’
레이첼은 애매한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들었다.
물론 쉽게 넘어가줄 내가 아니지.
이거, 절대로 뭔가 숨기고 있는 자의 행동이잖아.
‘사실대로 말해. 뭘 감춘 거냐. 힘을 숨긴 거냐!?’
“그런 거 아녜요.”
‘그럼 뭔데. 말 안하면 계속 귀찮게 할 거다.’
못 말리겠다는 투로 가벼운 한숨을 내쉬는 게 꼭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 것 같다.
보아하니 넴루드랑 나.
애만 둘을 데리고 다니는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제가 좀 이상한 악신을 모신다는 거 기억하시죠?”
‘물론 들었지. 허나 까먹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자신 있게 윽박지를 수 있는 걸까요…….”
이유를 알고 싶나.
그렇다면 알려줄 수밖에 없지.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방귀 뀐 사람이 성내는 거겠죠.”
‘…….’
“후우. 어쩔 수 없네요. 다시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시는 악신은 학살과 파괴의 신이에요. 주류 12악신 중에서도 서열 3위에 올라설 정도의 대단한 신이죠.”
‘대단한 건 좋은데, 마녀랑은 전혀 상관없잖아.’
마녀들은 어째서 하나씩 다 결함이 있는 걸까.
‘아. 참고삼아 묻겠다만 델피아랑 헤르마는 어떤 신을 모시는 거야?’
마녀는 선천적인 권능구사자가 아니다.
악신을 선택하여 그로부터 권능을 하사받는 몸이지.
그렇다고 성직자라고 하기에는 신앙심이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없고, 신도 딱히 마녀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까놓고 말하자면 버린 자식이다.
정식으로 기도를 하며 신의 바램을 이뤄주며 권능을 사용하는 사제들과 달리, 마녀는 딱히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악명만 높이는 골칫덩어리들이다.
신성력의 수급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악명의 수급에는 도움이 되는 존재.
그렇기에 악신들은 방임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이따금 대륙에 마녀들을 만들고 죽든지 살든지는 알아서 해결하라며 신경을 끈다.
그렇기에 마녀들이 고르는 것은 대체로 생존과 은밀한 활동,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권능이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는 은밀한 권능, 교묘한 권능을 선택하는 게 보통이지.
“저는 부덕의 악신 숀이요.”
“나는 절망의 악신 데미안.”
델피아의 매혹술은 부덕의 악신에게서.
헤르마의 저주술은 절망의 악신에게서.
레이첼의 전투력은 학살의 악신에게서 얻은 건가.
‘존나 이상하잖아!? 전혀 매칭이 안 된다고!’
전투력은 학살과 어울리니 납득할 수 있다.
절망이랑 저주야 대충 비슷하다고 쳐.
부덕이랑 매혹은 대체 뭔 상관인데.
“숀께서 제게 말씀하셨던 바를 떠올리자면, ‘매혹이란 엄연한 부덕의 한 갈래이니. 탐욕스레 빼앗고 갈취하기에 딱 맞는 도구’라고 평하셨죠.”
‘…그런 기분 나쁜 해석을 하는 권능을 선사했다고?’
“그땐 악신이니까 그 정도가 보통이지 않을까 싶었죠.”
‘지금은?’
“그럭저럭 먹고 살기에 편해서 좋은데요. 상점 주인한테 눈웃음만 잘 치면 가끔 선물로 한 끼 식사랑 술까지 받으니까.”
상점 주인이 흑심 만반이네!
딱히 매혹의 권능이 없더라도 이런 미인이라면 충분히 술을 사줄 수도 있겠지만.
초대면에 작업 의욕을 낼 정도라니 제법 대담하잖아?
‘하. 뭐 됐어. 그건 그렇다고 쳐. 그래서 레이첼, 네가 부여받은 격투술이 마녀로 살아가는 과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거야?’
“어… 추격자한테 배빵할 때 타격감이 좋아지기?”
‘타격감이 좋아지는 거냐!?’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첼은 권능을 잘못 골랐다.
“우우. 저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요? 서열 3위의 악신이라는 생각에 강한 권능을 하사받겠거니 설레발을 쳤을 뿐이라고요.”
‘뭐 네 잘못은 아니지.’
“그렇죠?”
‘그래서, 너는 어떤 업적을 세울 거냐. 자이언트 골렘이라도 일기토로 쓰러트리면 되는 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괴물은 이길 수 없어요! 지팡이님도 참. 연약한 여자한테 무슨 소릴 하시는 거람.”
연약이 뭐 어째?
요즘 연약한 여자는 바위 달린 지팡이를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냐.
그 정도 근력이면 오크 전사랑 팔씨름을 해도 오크 손목이 아작 나겠다.
어디 그뿐이랴.
작정하고 덤벼들면 땅에 박힌 바위도 뽑아서 집어던질 수 있을 거다. 못 먹고 앙상하게 자란 병들고 늙은 떠돌이 오우거랑 막상막하일 정도의 근력이라고.
“애초에 특별히 다른 뭔가를 할 필요도 없어요.”
‘뭐야. 이미 하고 있는 거라도 있는 거냐.’
“그럼요. 마왕군 결전병기를 들고 다니는걸요.”
엑. 뭐야.
거기서 왜 내 칭호가 나오는 건데.
“지팡이님은 별로 자각이 없으시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지도가 대단하니까요. 지팡이님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나날이 전투력이 올라가는 게 느껴져요.”
‘뭐야 그게. 전투력을 상승시켜주는 토템도 아니고.’
“그래도 진짜인 걸 어떡해요? 어쨌든 제게 필요한 도움은 딱히 없어요. 그냥 앞으로도 자주 불러주시고 지팡이님을 모실 수 있게 해주시는 걸로 만족해요.”
크. 나 주제에 이런 신실한 하수인을 거느릴 수 있다니.
실로 극상의 행복이다.
-쓰레기 : 알파고한테 바람피우고 있다고 얘기해줄까
-알파고 : 제대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쓰레기 : 히익;
히익.
나까지 덩달아 놀라버렸다.
바람은 곤란하지.
제대로 일편단심이라고.
물론 한 마음에 여자 다섯을 사랑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그럼 마녀들 중에서 전력을 상승시킬 마지막 인원은 넴루드뿐인가.
딸이라고는 해도 넴루드에 대해서 아는 건 거의 없다.
기껏해야 역병의 악신이고 빈복한 삶을 살았다는 정도일까.
넴루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
곤란하네.
이래서야 부모 실격이잖아.
‘넴루드는 인간 시절에 어떤 악신을 모셨니?’
“넴루드 인간 아냐.”
‘그래. 지금은 격이 떨어졌어도 제대로 신이었지.’
“넴루드 신 아냐. 인간도 아냐.”
‘…….’
왠지 지금 엄청난 얘기를 들어버린 것 같은데.
‘넴루드가 인간이 아니었다고? 그럼 신되기 전에는 종족이 뭐였는데.’
“넴루드 하프엘프야.”
‘뭣…!?’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비화였다.
‘넴루드가 인간이 아니었다니!?’
갤러리들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와중에, 폭탄발언을 던진 당사자는 덤덤하게 고개를 갸웃했다.
‘하프엘프가 악신한테 권능 받을 일은 없잖아. 반은 인간의 피가 섞였다고 해도 나머지 반은 제대로 엘프의 피가 섞였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선신을 모셔야하는 거 아닌가.’
“넴루드 고아야. 파파 마마 늦게 생겼어.”
‘..그런가. 세계수의 축복을 약식으로도 받지 못했다면 파마의 기운을 지니고 있지도 못하겠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엘프를 지저엘프로 타락시키고 악신의 신도들로 만든 프리드리히 녀석도 대단했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걸까.
뭐, 다 지나간 일을 고민해봤자 의미는 없다. 넴루드의 출생 역시 마찬가지이지.
인간이면 어떻고 하프엘프이면 어떤가.
결국은 발드 마이저와 나의 양녀가 되었는데. 하프 서큐버스라면 그건 좀 무섭겠지만 그런 경우는 아니라니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 몸에서 촉수가 나오지는 않을 거 아냐.
‘그럼 넴루드는 어떤 악신에게 권능을 하사받았니?’
“자력 습득해써.”
‘…….’
흔히 말하는 타고난 천재라는 건가.
권능구사자는 특수한 혈족에게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어쩌면 넴루드의 정체를 모를 친부모 중에 인간 쪽이 특수한 혈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서는 예사롭지 않은 비화가 숨겨져 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 파헤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 넴루드는 어떤 업적을 세우고 싶니?’
“넴루드 강해지기 시러. 배고픈 거 시러.”
‘괜찮아. 권능을 자주 발현해서 성장하면 통제가 안 되겠지만, 제대로 업적을 세워서 격이 높아지면 그럴 일은 없어.’
넴루드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었다.
역병의 권능으로 인해 악신의 경지까지 올라선 몸.
그런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겠지.
이미 단단히 트라우마가 박힌 모양이다.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강해지게 만들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넴루드에게는 좀 더 평범한 일상의 삶을 누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넴루드 신도처럼 평범하게 살꼬야.”
‘역병의 마녀 루시인가. 확실히 그녀도 네게서 권능을 소실당하고 평범한 시녀로 살아가고 있지.’
삶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의지로 주체적으로 살아갈 때에야 온전한 자신의 삶이라 말할 수 있는 법이다.
권능에 잡아먹히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
혹자는 힘이 없으면 자신의 인생을 쟁취할 수 없다고 하고, 각박한 22세기에서도 그 말은 실제로 곧잘 이루어진다.
현실을 외면한다면 돌아오는 건 비정한 죽음뿐이겠지.
그렇지만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은 걸 욕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나 품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그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느껴본 적이 없을 뿐이다.
‘나 역시 다이스 게임이 아니었다면 결코 몰랐겠지.’
“파파……?”
‘걱정 마라. 너는 이대로 자라날 거다. 비록 자력 습득한 권능이기에 네 힘을 없애줄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부단히 노력해서 스스로 능력을 제어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넴루드도 성장하면 언젠가 소녀에서 아가씨가 되고,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애인이 되기도 하며, 나아가 결혼을 하여 한 남자의 여자로서 살아갈 수 있겠지.
너무 빠르게 신이 되었던 과거에는 누리지 못한 보통 여자의 일생.
그리 대단할 것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경험을 그녀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장은 가족을 책임져야 하지. 네가 강해질 필요는 없다. 네 몫까지 내가 대신 강해지면 그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멸망 플래그들을 전부 격파해야만 한다.
갈 길은 아직 멀었지만.
지금의 내게는 수많은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들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엑스트라도 제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보이겠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카심과 레이널드, 후요의 전력증강인가.’
야심찬 각오를 품기가 무섭게 곧바로 의욕이 떨어졌다.
이 답없는 트리오들을 어떻게 강화하지.
마녀 전력보다도 성장시킬 방도가 요원해보이잖아.
============================ 작품 후기 ============================
[주사위 판정 결과(Ver2.0)]
광기의 피조물들 저항판정 D100굴림(대성공 1~5, 성공확률 6~30, 부분성공확률 31~60, 실패 61~95, 대실패 96~100)
Roll : 59(부분성공)
결과 : 평범한 학살
– – – – –
경우에 따라서는 광기의 신전이 몰락하는 사태도 각오했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의 대학살은 일어나지 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