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85
00385 #16 – 엑스트라즈(Extras) =========================================================================
#16 – 엑스트라즈(Extras)(15)
슈바인드브가 후요와 약속을 맺은 이후, 남은 시간은 불과 5분 남짓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더 이상 신앙도를 올리는 데에 투자할 시간은 없다. 초거대 슬라임이 이동하며 벌린 거리를 좁혀야하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 안에 갈 수 있을까.’
“당연히 된다. 후요. 너는 눈 감아라.”
‘나는?’
“감을 수 있으면 감든지.”
왜 갑자기 눈은 감으라는 건지 의아했는데.
털보가 땅을 박차자마자 알았다.
인간의 속도가 아니다.
일전에 카이브스탄 제국과의 전쟁을 벌였던 당시, 절대자급 야만전사들이 선보였던 경신술의 족히 두 배 이상은 더욱 빠르다.
걔들이 자동차라면 이 녀석은 스포츠카라고.
마력을 운용하고 몸을 다루는 수준이 차원이 다른 지라, 단기간에 대량의 마력을 폭발적으로 사용해서 질주하는 것이 실로 살벌하기 짝이 없는 속도에 도달했다.
쾅! 쾅! 쾅!
이게 털보가 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소리이다.
‘선이 보인다고! 풍경이 선처럼 막 지나가고 있어…!’
“꽤나 즐기는 것 같군. 후요가 있어서 최고속도는 못 내고 있으니, 나중에는 섭섭잖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지.”
마력으로 신체를 보호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정도의 속도까지 올라가는 거냐.
정말 기가 질린다.
가장 기가 질리는 것은 발디딤 한 번마다 크레이터를 만들어대는, 이게 인간인지 움직이는 폭탄인지 의아한 광경이다.
‘그래도 부지런하게 추격한 보람은 있었군.’
타이밍적으로 아슬아슬하기는 해도, 아주 늦지는 않았다.
초거대 슬라임이 놀이공원을 집어삼키기까지는 앞으로 2분가량의 여유가 있는 상황.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후요! 거리는 충분히 좁혀졌다!’
후요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해보이겠다며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는, 힘차게 소리 높여 외쳤다.
“달님, 칭찬해주세요!”
『후요가 2단계 권능 [칭찬해주세요]를 발동했습니다.』
이 이상 신앙도를 쌓을 여유시간은 없다.
얼마만큼의 신앙도가 축적되었을까.
그것은 어느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약속, 맹세, 맹약.
그러한 행위로 누적되는 신앙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얼마나 그 행위를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결연한 각오를 뒷받침할 실행의지가 있는지.
시스템은 거짓 없이 적나라하게 진실만을 파헤치며 이를 수치화해내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끝났다.
후요.
뒤는 그녀의 의지가 얼마나 진실했는지에 달려있다.
치직
음소거 된 세계에 유일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치지지지직─
거친 잡음과 함께 어둠보다 짙은 차원문이 생성되었다.
이전처럼 효력이 발휘되기 직전에 멈추는 일은 없다.
거대한 손바닥들은 단숨에 차원문 너머로 나와서 끝을 알 수 없는 팔을 늘려가며 날아들었다.
대략 수십만 개가 말이다.
미친.
뭐 저리 많아!?
-다스 : 오늘이 둠스데이인가요?
-쓰레기 : 아까 못 나왔던 손들에 새로운 손들까지 더해진 거 아님? 역대급으로 많아 보이잖아.
-프랑 : 설마 그런 게 있겠냐. 저번에 보니까 검은 손바닥도 사람 숫자대로 나오던데.
분명 그랬었지.
저 시커먼 손을 보는 것도 이번이 두 번째이고.
지난 번, 결혼식장에서 보았던 검은 손바닥들은 제대로 한 명당 한 개씩 전담마크를 하는 것처럼 덤벼들었다.
실력의 고하?
그런 걸 차별할 만큼 자비롭지 못한 손들이 아니다!
고로 저 손들은 제대로 사람 숫자대로 맞춘 게 된다.
그럼 간단한 퀴즈 시간이다.
초거대 슬라임 빼고 저만한 수의 생명체는 어디에 있을까.
답도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초거대 슬라임이 향하는 목적지, 놀이공원에 있다.
‘으아악!! 이게 뭔 재난이야!?’
어디까지 가는 건데, 이 미친 손들은.
자비롭지 못한 게 아니라 그냥 무자비함의 극치잖아.
저 많은 게 마왕성.. 아니, 놀이공원에 모조리 떨어지면 끔찍한 사태가 발생할 거라고.
물론 손바닥이 공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관객이나 근방 거주민들은 그딴 거 알 리가 없잖아.
절대로 소란이 벌어진다.
그것도 걷잡을 수 없는 대소란이 말이다.
아니,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갈 거면 적어도 초거대 슬라임은 어떻게 해주고 가라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실로 쿨해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슬라임은 순순히 손바닥을 보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당장에 점액질의 형태를 변형시키며 돌기가 잔뜩 돋아난 점액질 촉수들로 손바닥들을 묶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목적은 뻔하다.
이 미친 지능 없는 몬스터가 손바닥들을 먹잇감으로 인식해버리고 만 것이다.
결과는 자명하다.
진로선상의 슬라임은 모조리 관통하고, 거추장스러운 짐짝 내던지듯이 근처의 촉수들은 사방으로 내던져진다.
‘와 미친. 숫자가 뭐 저래.’
현상 하나와 몬스터 하나의 맞부딪히는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접전이다.
수만 개의 점액질 촉수로 손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손바닥들의 격렬한 저항 앞에서 무참히 박살났다.
까놓고 말해서 앞에서 얼쩡거린 게 짜증났다는 이유만으로 초거대 슬라임 정도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어 보이잖아..
“Guoooooaaaa─!!”
이제 이게 슬라임이 맞는지, 슬라임의 탈을 쓴 정체불명의 무언가인지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사나운 포효와 함께 울부짖는 것이 사뭇 인상적이다.
그래봤자 뭐하겠냐만은.
어둠을 몰며 들이닥치는 거대한 손바닥들은 가차 없이 슬라임의 몸체를 뚫고 지나가고 있다.
심지어 자꾸만 귀찮게 몸으로 길막하는 슬라임에게 화가 났는지 신체의 일부를 잡아 뜯고, 후려치고, 급기야 손바닥에서 돋아난 입으로 잡아먹기도 했다.
가히 그로테스크의 극치.
어느 쪽이 괴물인지 이해가 불가능할 지경이다.
슬라임을 [적]으로 인식한 달님의 손들의 움직임은 가히 충격과 공포의 깽판 그 자체였다.
핵을 지키기 위해 신체를 변형시켜 수천수만 개의 촉수를 만드는 슬라임과, 그런 슬라임을 제압하고자 수천수만 개의 작은 손을 커다란 손으로부터 뽑아내는 손바닥.
물량으로도 떨쳐낼 수가 없자 슬라임은 거대 촉수를 뽑아내었지만 손바닥들도 거대한 것들이 칭칭 감기며 더욱 커다란 손의 형태를 이루었다.
키이잉!
한 번의 충돌마다 흑색과 군청색을 오가며 저마다의 마력파장으로 천공을 물들인다.
드드드드드!
그러고도 해소하지 못한 기운이 대지를 격동시키며 국소적인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가히 천지가 요동칠 정도의 대격전.
그러나 승자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콰드득
기어이 초거대 슬라임의 점액질을 갈가리 찢어발긴 손바닥들이 그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손가락을 까닥거린다.
신화시대를 방불토록 하는 격전 끝에 승자는 달님이 된 것이다.
그 뒤에는?
뻔하지.
쟤네가 뭐 하러 왔는데.
사람들 머리 쓰다듬어주려고 왔지.
“흐아악! 오, 오지마아아!!”
“쮸쀼쮸쀼!!”
“싫어어어어!! 손보다는 촉수가 좋았다고!!”
저 두려운 초거대 슬라임을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발기며 해체한 존재가 다가온다.
제 정신으로 버틸 일이 아니다.
드워프와 조인족, 보스몬스터들을 막론하고 놀이공원에 모여 있던 모든 생물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인 대탈주를 감행했다.
잡히면 죽는다.
삶을 향한 몸부림.
처절한 갈망은 덧없이 손바닥 아래 유린되었다.
하늘로 날아가는 조인족들은 공중에서 낚아 채이고.
건물 안으로 피신하는 드워프들은 지하에서 붙들리고.
전력을 다해 맞서 싸우던 보스몬스터들도 모든 무장을 해체당하며 사로잡혔다.
어떠한 도주도 소용없다.
어떠한 은신도 소용없다.
어떠한 저항도 소용없다.
피할 수도, 숨을 수도, 맞설 수도 없는 공포.
항거불능 회피불능의 존재가 그들의 몸을 붙잡은 채, 느릿하게 움직인다.
슥슥.
마치 그 정도로는 자신의 칭찬을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좀 더 분발하라며, 고작 그 정도로 실망시키지 말라는 것처럼 굴욕적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악!!”
도처에서 울려퍼지는 처절한 비명소리.
그 정도로 싫은 건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가발이, 가발이 녹아내렸어어어!!”
“그만둬!! 난, 나는! 대머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아아!!”
…손에 묻어있던 슬라임의 점액질이 모발을 녹인 것 같다.
-퐁삽 : 대 혼돈ㅋㅋㅋㅋㅋ
-프랑 : 시밬ㅋㅋㅋㅋㅋ 뭐하는 거얔ㅋㅋㅋㅋㅋ
-소마 : 가발 따위는 부처님 손바닥 안!! 두피는 허락할 수 없다!!
공포와 혼돈의 극치를 이루는 아수라장.
꿈에 나올까봐 두려운 손바닥들의 대침공은 후요의 신앙도가 소모되어 다시금 바닥을 친 이후에야 겨우 막을 내렸다.
시발.
아무리 봐도 선신 같지가 않잖아.
말이 좋아 수호신이지, 실은 저거 악신 아닐까.
“…믿음이 너무 과했군.”
‘…그러게.’
후요가 진심이라는 건 제대로 알았다.
근데 이건 너무 심했잖아.
진심이라는 게 이토록 무서울 수 있다는 건 태어나서 두 번째로 알았다고.
꼭 얀데레한테 감금당했던 회차의 진심을 보는 것 같다.
믿음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는구나.
“그보다 후요는 이번 일로 제대로 성장한 건가?”
‘그래. 적어도 삼분의 일은 해결됐어.’
세 가지의 클래스.
그 중 적어도 [달님의 신도] 쪽은 제대로 승급이 이루어진 모양이다.
후요 본인도 아까부터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며 넋을 놓고 있고.
‘후요. 3단계 권능이 나타나지 않았나?’
“맞아요!”
‘당장 쓰라는 말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권능을 각성한 거냐?’
후요는 몹시 기뻐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밥 먹여주세요]를 얻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제 손으로 먹는 게 정말 귀찮았는데 다행이지 뭐에요?”
위험해!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밥을 먹인다니, 뭘 먹이는 건데.
사탕이냐.
먹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그 소름 끼치는 사탕인 거냐!?
단순히 머리를 쓰다듬는 수준을 넘어섰잖아.
먹여주기라는 건 금방 끝나는 것도 아니고.
존나 본격적으로 시달릴 게 뻔할 거라고.
애초에 달님한테 밥은 뭐지?
우리가 아는 밥과 같다는 보장은 없잖아.
달님이 인육을 먹으면 단숨에 고어물이 되는 거고, 달님이 외우주의 행성을 먹고 다니면 코즈믹호러가 된다고.
‘…가급적 그 힘을 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네에!? 어째서요!?”
‘밥 정도는 스스로 먹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게으르면 살찌니까.’
“헉! 살찌는 건 싫어요!”
‘적당한 살집은 몸매도 보기 좋게 해준다?’
적어도 십년은 지나야 봐줄만한 미녀가 되겠지만 말이다.
아직은 앳된 볼살이 남아있는 수준이니까.
뭐, 그런 걸 고민하는 거는 좀 더 느긋할 때에 해도 좋다.
『임시주인 후요가 초거대 슬라임을 사살했습니다. 보상으로 전리품의 50%인 5,000,000p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의 신앙등급이 3단계로 상승합니다. 새로운 권능 [밥 먹여주세요]를 습득했습니다.』
『임시주인 후요가 특별보상으로 칭호 ‘슬라임의 상위포식자’를 습득했습니다.』
이런 막되먹은 시스템 안내음이 울린 걸로 이쪽의 사정은 마무리되었지만…
달님의 손에 붙들렸던 개체들은 대부분이 과도한 공포로 인해 기절해버렸다.
기절한 녀석들이 불쌍하지 않냐는 건 정말로 뭣도 모르는 착각이다.
“손이, 손이이! 우아아아아!”
“머리가, 머리가아아!”
“살려주세요.. 앞으론 차카게 살게요.. 흐끄으윽..”
기절하지 못한 녀석들은 더욱 상태가 안 좋다.
그런 공포스러운 존재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감각 따위, 느끼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 손들이 공격의사가 없다는 걸 알고는 있어도, 자칫 성가시다고 인지할 정도로 반항해버리면 어떤 꼴이 되는지는 초거대 슬라임이 이미 보여주지 않았는가.
‘두 번 다시 부르고 싶지 않아…….’
미쳤어. 이건 존나 미쳤다고.
궁극의 대군병기냐.
남의 나라 수도에서 이거 쓰면 국가 하나가 마비되겠다.
아니.
구 마왕군이나 신위경쟁 플래그가 발동할 때도 이것만 잘 쓰면 그냥 게임 다 끝나는 거 아닐까.
‘안 돼지. 절대로 안 돼.’
신위경쟁은 한 명의 신이 자신이 관장하는 영역으로 세계를 물들이려고 함으로써 발동하는 이벤트이다.
어떤 신이든 승자가 나타난다면 세계는 그대로 멸망한다.
설령 후요의 수호신인 달님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저런 끔찍한 손을 지닌 신이 1년 내내 지상에 강림할 정도로 강해지면 본체를 보게 된다는 거잖아.
‘저런 기분 나쁜 손을 수만 개나 달고 있는 본체라니.’
어떻게 생각해도 직접 마주하지 않는 게 답이잖아.
완전 기분 나빠.
아니, 기분 나쁘기 이전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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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회복되어서 3참으로 시동을 걸어봅니다.
내일은 무려!
5참을 목표로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