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398
00398 #외전 16.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10) =========================================================================
#외전 16.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10)
신앙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완벽하게 물거품이 되었다.
“빌어먹을 무신 녀석. 일 년 간의 신앙생활의 끝을 트롤링으로 끝내주다니…!”
신이라는 녀석은 의외로 의지할 수 없다.
자신이 좋을 대로 권능을 하사해줄 뿐인 존재이니까.
그렇다고 권력의 중추에 접근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에도 신앙이라는 건 그리 만만치 않았다.
제대로 된 공적도를 쌓아서 겨우 적응할 즈음이면 1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적어도 수십 회차.
그 정도는 투자하지 않으면 신앙도를 올리는 노하우도, 신속하게 높은 직위에 올라서는 것도 불가능하다.
설령 그만한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확실하게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제는 결국 사제.
신앙도를 소모해서 발휘할 수 있는 권능에는 한계가 있고, 전쟁에서 그런 권능이 미칠 수 있는 영향도 그리 크지 않다. 설령 권력의 중추에 도달한다고 해도 문제이다.
다이스 게임 내에서 1년의 시간이 경과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벌어지는 [정복전쟁] 이벤트.
그것이 발생하면 결국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벌여야하며, 이름 난 명장들이 즐비하고 단련된 강병을 지닌 카이브스탄 제국의 행사를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전무하다.
사제 플레이로 끝장을 볼 생각이 아닌 이상에야 이 길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음이 명백했다.
“하아.. 대체 몇 번을 죽어야 가망이 보이는 걸까.”
도저히 자신이 나질 않는다.
나 따위가 아무리 애써봤자 결과는 뻔하잖아.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나.
그런 체념어린 생각을 하는 도중.
갤러리 낭자아이가 귀중한 정보를 하나 물어왔다.
-낭자아이 : 호외야! 다이스 게임에 [용사]라는 게 있대!
-퐁삽 : 아. 나도 들었어. 컨트롤마스터가 지나가는 행인이랑 칼부림 벌였는데 개발렸더니, 알고 보니 용사였던 그거지?
-쓰레기 : 무진장 부럽더라. 그 용사, 소문에 따르면 엄청난 미소녀라던데. 심지어 마력도 없는 주제에 여기까지 버틴 검사는 네가 처음이라며 즉석에서 파티제의도 했다며?
뭐야 그거.
나랑은 완전 딴판으로 즐기면서 게임하고 있잖아.
“하렘이냐!? 제길, 분하다!”
실력 있는 게이머들은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건가!
-낭자아이 : 분할 게 뭐 있어. 너도 직접 해보면 되잖아
-쓰레기 : 맞아. 용사들은 의외로 처녀비치니까!
-알파고 :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용사는.. 처녀.. 비치..
저 녀석, 비치의 의미는 알고 기억해두는 걸까.
“처녀비치라는 어감이 이상하기는 해도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그게 맞는 것 같아.”
게이머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봤자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있다.
기껏해야 1년.
그 안에 늘릴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본래부터 오랜 시간 실력을 증진시켜온 용사와 한 파티가 된다면?
빈약한 게이머의 무력과는 천지차이인 대단한 실력을 지닌 용사의 활약으로 [정복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다!
“좋아! 용사의 파티원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어!”
그런 관계로 신속하게 캐릭터를 작성하고 17회차의 플레이를 시작했다.
“그래서 문제의 용사는 어디에 있는 건데?”
낭자아이는 흔쾌히 대답했다.
-낭자아이 : 몰라
뭐 인마
그걸 모르면 이야기가 진척되지 않잖아.
“그걸 모르면 곤란하지!”
-낭자아이 : 컨트롤마스터도 길 잃고 헤매다가 만난 거였다고… 개복치 나빠! 좋은 정보를 전해줬는데 어째서 날 혼내는 거야!
“으아아, 울지 마! 내가 잘못했으니까! 날 인간쓰레기처럼 만드는 플래그는 세우지 말아줘!”
플래그는 사망 플래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짊어질 수 있는 짐은 그것밖에 없다고!
“하아. 뭐, 어쩔 수 없지. 초보자 꼴로 찾아가서 동료로 시켜주세요, 라고 해봤자 들어줄 리도 없으니까.”
그래서야 흔히 있는 용사파티의 짐짝이 될 뿐이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전력에 도움은 안 되고.
점점 요리나 청소, 가정적인 면모에서만 가치가 있고.
나중에는 성적인 쓸모밖에 없다며 학대를 당하다시피 괴롭힘을 당하며 이렇고 저런 수치스러운 플레이를 겪은 끝에…
용사는 동료랑 결혼하고 나는 버려진 섹스파트너가 되겠지!
“제길. 적어도 근사한 장비 정도는 갖추고 가지 않으면 곤란해…!”
어차피 용사라고 불릴 정도의 인물이라면 소문은 널리 퍼질 거다.
적당히 힘을 기르고 한 사람의 어엿한 모험가로서 채비를 갖춰두면 나중에라도 소문은 입수되겠지.
그 때에 합류를 하더라도 그리 늦은 편은 아닐 것이다.
“자, 1골드. 접수원 누나, 용병패를 구매하겠어!”
“어머. 의욕적인 신참이네. 동정은 뭘로 땔래?”
“네??”
“풋. 업계의 은어야. 첫 임무는 원래 동정을 떼는 것에 비유하거든.”
“…뜨내기 모험가 취급하지 마요. 그런 은어 없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평범하게 색드립을 치면서 골리고 싶었을 뿐이면서!”
접수원은 제법 놀란 듯 눈을 깜빡거렸다.
“의외네. 앳된 외모 치고는 경험이 있는 걸까?”
“어느 쪽의 경험인지는 몰라도, 내가 맡을 의뢰는 이거에요.”
“어디보자… 1성 의뢰?”
접수원은 곤란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도전 자격이야 정해지지 않은 임무이기는 해도 초보 모험가가 도전해서 좋을 게 아니란다.”
“오크 전사 한 마리라면 문제없이 상대할 수 있어요. 이래봬도 중급 모험가와 상급 도적에게서 이런저런 기술을 전수받은 몸이니 말이죠.”
“헤. 대단하구나. 모험가와 도적 부모님이라니. 역시 모험가는 듬직한 근육을 지닌 남자이겠고, 상급 도적은 가냘픈 체구에 침대에서는 앙앙거리는 귀여운 여자이겠지?”
부모님이라고 가정을 세웠으면서 무슨 터무니없는 섹드립을 치고 있는 거냐!
완전 치녀가 따로 없네.
어이가 없기는 해도 의뢰를 제출하고 허가받는 건 접수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간의 피곤한 대화를 주고받은 뒤에야 나는 의뢰를 수행하러 떠날 수 있었다.
“우윽… 저, 접수원 씨. 이거, 잘라오면 되는 거죠.”
“꺄아악! 그 머리통 치워! 어째서 귀를 잘라오지 않은 거야!”
“그게, 귀만 가져와서는 중급 전사라고 믿어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식별할 수 있으니까! 일단 그 흉물스러운 것부터 어떻게 좀 치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도전은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
헬렌의 무투술에 넬의 도적지식을 결합했다.
이 정도의 기술이 있는 데 의뢰에 실패하는 편이 웃기는 거지.
실제로는 기술이 몸에 익지 않은 덕분에 꽤나 아찔한 상황도 겪었지만 말이다.
하마터면 균형 감각을 잃고 머리통에 도끼가 꽂힐 뻔했지.
미숙한 기술은 실전에서 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마냥 헛된 수난은 아니었으리라.
“다행이네.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원래 모험가길드에서 상처 치료도 해줍니까?”
“서비스야, 서비스. 이쪽은 워낙에 촌동네인데다가 길드에서의 지부지원금도 약해서 모험가들이 별로 안 오는 편이거든.”
아, 이런.
하이퍼 넷에서 적당히 초반에 성장하기 좋은 마을을 찾아서 왔건만 아무래도 잘못 고른 것 같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가지 마! 너 지금 촌동네라서 어차피 돈도 안 될거, 다른 마을 가고 말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알면서 왜 이러실까. 하하.”
“서비스까지 해줬잖아!”
“보상금 줄어든 거에 비하면 수지가 안 맞네요. 네 수고.”
매몰차게 버리고 가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마음이 짠해진다.
저 사람도 나름 힘들겠지.
초대면의 신입 모험가에게 이렇게까지 매달릴 정도라면.
“뭐 농담입니다. 대단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른 마을 가봤자 거기는 경쟁자들이 있을 거 아녜요. 일만 좀 많이 하면 수입은 여기가 더 많겠지.”
“신입…! 너 보기와는 다르게 멋진 녀석이구나!”
“하하… 보기에도 멋진 남자라고 해주시면 감사하겠는데.”
종업원과는 그런대로 마음이 맞는 것도 있고.
그래.
당분간은 여기서 착실하게 성장을 거듭하자.
“그래서 여기 대장간은 어디에 있죠? 오크전사 도끼를 받아내느라 검날이 좀 나간 것 같은데.”
“대장간? 그런 거 없어.”
“…….”
“자, 잠깐 기다려! 수리용 키트라면 제대로 가지고 있으니까!”
“가격은 얼마죠?”
“개당 1골드. 수리는 셀프야!”
좋아.
이 쓰레기 마을, 당장 떠나준다.
“으아아, 가지 마! 내가 잘못했어! 10개 묶음으로 사면 할인해서 7골드에 팔아줄게!”
“판매까지 댁이 하는 거였냐!? 그보다 신입한테 얼마나 의지하는 건데. 여기도 모험가는 있을 거 아닙니까!”
“모험가는 있지만… 곤란하단 말이지. B급 모험가라서 3성 밑으로는 의뢰에 눈길도 주지 않으니까.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일은 손도 대지 않는 걸.”
과연.
가파른 성장에 도움이 될 정도의 사냥터인가.
초보 모험가들이 정착하기에는 시설도 열악한 관계로 어중간한 수준의 모험가만 체류하고 있다 이거군.
“5골드로 깎아주면 생각해보죠.”
“무르기 없기다?”
수리용 키트.
대체 원가가 얼마이기에 단번에 수락한 거냐.
뭐, 마을에 체류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잠을 잘 곳은 있고 배도 채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돈만 넉넉하면 전투에도 문제가 없다. 무기 수리나 구매는 길드의 접수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기에 제법 돈이 깨진다지만.
“이거 알아? 트롤은 불이 붙으면 피를 뿜어서 꺼트린대!”
“저 같은 녀석이 트롤 만나면 한방에 죽어요.”
“그거야 당연한 거고. 깔깔!”
간간히 들르면 나름 팁이랍시고 정보를 주기도 하고.
“짠! 이거 봐라? 엔트 나무껍질로 만든 십자가!”
“밖에 쳐들어온 엔트는 네년 때문이었냐!!”
“꺄아악! 현상금, 현상금 걸어줄 테니까! 엔트 잡아줘!!”
목숨 걸고 움직이는 나무괴물을 상대로 B급 모험가들이 합류하기까지 시간을 벌기도 했으며.
“용사? 확실히 소문이 자자하지. 칼슈마르 공국에서 대단한 검공이 용사로 탄생했다는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듣기로는 벌써부터 마왕군 간부 한 명을 사살했다던데? 역시 멋있겠지, 그 사람!”
목적으로 삼았던 용사에 대한 정보를 건네받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릴.”
“흐음… 신입이는 용사 싫어해?”
“멋진 게 아니라 이쁜 거겠지. 용사는 여자인 게 상식이다.”
“거짓말! 금발의 미청년인게 당연하지!”
“웃기지 마! 용사가 남자면 그건 미창남인 게 당연하지! 아무 여자한테나 깔려져서 정액을 토해내는 한심한 녀석일 게 틀림없어!”
“그, 그런 매력적인 용사라니…!”
“…….”
이러니저러니 해도 접수원은 어울리기 즐거운 사람이었다.
그래도 본래의 목적은 용사와의 합류.
이제는 떠나야만 한다.
“용사를 만나려는 거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용사 얘기를 묻는 데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나 조급함이 티가 났었나.
“걱정 말라고. 네가 없어도 B급 모험가 타나카 씨가 어떻게든 해줄 거니까!”
“그 양반 강하기는 한데 상급 오크전사 밑으로는 눈길도 안 주잖아요.”
“그, 그럼 부족하나마 내가 나설 수밖에!”
곤란하네.
대체 이 사냥터를 추천해준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여길 권한 거야.
이렇게나 힘들어하는 인간을 앞에 두고 용사를 찾아 나서다니, 그런 거 의미 없잖아.
“젠장. 용사는 뭐 알아서 하겠지.”
“안 가는 거야?”
“낸들 알게 뭡니까. 어차피 계획했던 것만큼 그리 강해지지도 못했는데. 게다가 칼슈마르 공국은 또 어디 촌구석에 박힌 나라입니까? 찾아가는 데만 오만 세월 걸리겠네.”
접수원은 대단히 행복해하며 나를 대뜸 껴안았다.
“기뻐! 역시 신입이도 그간 정이 든 거지? 그치?”
안 들었으면 남아있을 이유가 없잖아.
용사는 멋대로 세계를 구하라고 해라.
나는 잠시나마 이 마을을 구할 테니까.
나름 멋있는 말이라 생각하며 마을에 남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어느 날 용사가 정복왕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럼 앞으로는 접수원이랑 썸이나 타면서 계속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다이스 게임에 세계멸망 플래그가 [정복전쟁] 이외에도 더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었다.
“젠장할. 마왕군이라는 녀석들이 뭔 오지의 촌마을까지 쳐들어오는 거야. 저 녀석은 또 엄청 강해보이잖아.”
B급 모험가 타나카 씨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은 무참하게 박살나버렸다.
서걱
일수에 타나카 씨의 목을 베어버린 마왕군 간부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이 무엇인지 실감날 정도의 고절한 실력자였다.
“대체 이 정도의 실력자가 어째서 오지에 처들어오는 거냐!”
분하고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마왕군 간부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시골마을에서 용사후보자가 탄생해서 갑자기 뒤통수를 맞고 몰락하는 경험은 질리도록 했다. 용사가 자라날 환경인 화전민마을과 깡촌마을은 마왕군의 최우선 공략목표이다.”
“그런 거였냐!?”
분하게도 나로서는 도저히 마왕군 간부를 당해낼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름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접수원이 죽는 모습을 보기 전에, 내가 먼저 당했다는 사실이겠지.
발본색원.
용사후보자를 사전에 차단하고 용사를 조지겠다는 마왕군의 합리적인 판단 때문에 나는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You Died…』
그래도 이번 회차가 마냥 헛되냐고 묻는다면…
“시발. 깡촌에서는 두 번 다시 플레이 안 해.”
막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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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 이렇게나 위험합니다 여러분!
도시로 상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