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22
00422 #외전 18.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12) =========================================================================
#외전 18. 개복치 데드엔딩 컬렉션(12)
매 회차마다 이색적인 도전을 하며 나름 다이스 게임의 공략을 세우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서 걸리는 점이 생겼다.
-쓰레기 : 뭔가 조잡하지 않아? 통일성이 없고.
-퐁삽 : 맞아. 컨셉이 없다고 컨셉이.
-낭자아이 : 나 알아! 요즘 유행하는 컨셉 플레이 말하는 거지?
컨셉 플레이.
최근 들어서 갑작스레 삼류 게이머부터 일류 게이머까지 실력여하를 가리지 않고 만연하는 유행이었다.
귀찮다고 무시했다가 가뜩이나 인기도 없는 영세 게이머 주제에 [평판 : 유행에 뒤처지는 게이머]라도 생길까봐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귀찮은 걸 시키네. 컨셉이라고 해도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새로 만들기가 귀찮아서 대충 둘러댄 말인데 의외로 호응이 있다.
-알파고 : 돌연사 컨셉입니까?
-쓰레기 : 그건 컨셉이 아니고 실력.
-츳키 : 뭐!? 컨셉이 아니었다고!?
이런 호응 따윈 필요 없어…….
“갑자기 컨셉 플레이를 요구해도 말이지. 평소에 플레이하는 거랑 뭐가 다른 건데? 정보취득을 목적으로 하면 지난 회차처럼 상인 플레이를 하기도 하고. 생존술을 원할 때는 도적들의 도시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그랬잖아.”
냉정하게 공략을 위해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익혀나가기 위한 직업적인 컨셉.
스스로는 그렇게 여기며 플레이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방송을 보아왔던 갤러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퐁삽 : 그건 너무 실용적이잖아
-쓰레기 : 컨셉이라는 건 좀 더 무익한 거라고?
-낭자아이 : 패널티적인 요소가 필요해!
가뜩이나 돌연사가 잦은 몸인데 패널티라니.
얼마나 날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냐.
-츳키 : 알았다! 무익한 병신 같은 느낌이구나?
-쓰레기 : 그거 정답!
-낭자아이 :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어!
안 해.
그딴 거 할까보냐.
“광대놀음이 따로 없잖아. 그런 거 하면 뭐가 좋은데.”
-낭자아이 : 와트가 많이 벌린대
“하. 컨셉으로 와트 좀 벌어봤자 얼마나 번다고.”
낭자아이는 하이퍼 넷에서 자료글 하나를 긁어왔다.
『일류 게이머들의 컨셉 플레이 수익계산표』라.
제목부터 엄청난 잉여정신이 느껴지는 글이다.
“어이, 낭자아이. 관람료가 조회수 1당 100와트이고 작성자가 너라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해?”
-낭자아이 : 본다고 굶어 죽지도 않잖아!
“그건 그렇지.”
만족할 정도는 아니어도 나름 게이머 활동으로 와트가 들어오기도 하고 있고.
부담 없이 열어봤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1위의 수익이나 확인해보는데…….
「1위 컨트롤마스터 : 3,534,200와트」
단위가 다르다.
뭐야 이게.
내가 버는 와트랑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잖아.
“상위권 대단하네. 그래봤자 이런 건 밑으로 갈수록 현격히 낮아지니까 현혹되지 않을 거지만.”
표를 제일 밑으로 내려보니 50위가 떴다.
「50위 프랑 : 147,350와트」
좋아.
결정했다.
“컨셉 플레이 하겠습니다. 하게 해주십시오.”
한 회차에서 내가 버는 와트는 적게는 1와트에서 많게는 50,000와트.
지난 모든 회차의 평균을 매기면 매 회차 벌어들이는 수익은 기껏해야 7,000와트에 지나지 않는다.
근데 게임 한 번 돌리는데 소모되는 최소 와트가 3만이다.
무얼 숨기리.
내 가계부는 새빨간 적자로 피칠갑을 하고 있다.
“근데 뭘 어떻게 만들어야 되냐?”
채팅방의 로그가 주르륵 쌓이기 시작했다.
-낭자아이 : 어쩔 수 없지. 개복치는 바보니까 도와줄 수밖에.
-퐁삽 : 무익한 병신 이외의 설명이 필요한가?
-쓰레기 : 그게 뭔지 감을 못 잡을 거 아냐.
갤러리들은 컨셉 플레이의 골자인 [무익한 병신]의 예를 하나씩 짚어주었다.
-낭자아이 : 신앙도를 올리지 않는 사제!
-퐁삽 : 올힘 마법사!
-쓰레기 : 마시는 포션은 무조건 해독 포션만!
한 방에 이해했다.
“정말로 무익하네… 사제 주제에 신앙도 안올리면 아무 의미도 없잖아. 올힘 마법사는 그냥 뭉크나 다름없고. HP가 빈사여도 해독 포션만 마셔야 한다니. 발암이라도 해독하냐?”
게이머 입장에서는 뭔가 불합리한 제약이 달리는 지라 굉장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그런 리스크를 극복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건가.
그런 부분으로 이해한다면 컨셉 플레이가 유행하는 것도 아주 의아할 정도는 아니다.
흔히 있지.
실력 있는 게이머들이 일부로 다소의 리스크를 자처하며 예상치 못한 곤란함과 즐거움을 보여주는 거.
대부분은 꼴사납게 실패하며 웃음거리로 전락하지만 간혹 이걸 성공시키는 기가 막히는 컨트롤이 진귀한 구경거리가 되어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지기도 한다.
물론 떼돈을 벌려면 후자의 경우에 속해야 하지만.
전자라고 돈이 안 벌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재밌는 방송이라는 입소문이 붙어서 시청자가 잔뜩 늘어날지도 모르지.
“그럼 굉장한 제약을 붙여야 하려나.”
막연하게 가장 리스크가 높은 제약이 뭘지 고민하고 있자니 갤러리들이 이구동성으로 만류해댔다.
-낭자아이 : 그럼 안 돼!
-퐁삽 : 제약이 크다고 능사가 아니야.
-쓰레기 : 맞아. 제 분수도 모르고 너무 거창한 제약을 달아버리면 순식간에 죽어버려서 의미 없다고.
나라도 그건 좀 싫겠다.
나름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시청하는 건데 대뜸 돌연사 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엄청나게 야유나 받고 덤으로 악플러까지 생기겠지.
“으으. 그런 말을 들으니 솔직히 자신이 없는데.”
자신감 없는 내 발언에 낭자아이가 굉장한 의욕을 보였다.
-낭자아이 : 맡겨줘! 컨셉 플레이 전문가 낭자아이가 네 인생을 제로부터 설계해줄 테니까!
-쓰레기 : 멋진 말이라 생각하기에는 닉네임에서 뭔가 걸려ㅋㅋㅋ
-퐁삽 : 존재 자체가 이미 컨셉이잖아ㅋㅋㅋ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심이 되기도 하고.
이 녀석은 왠지 정말로 컨셉의 전문가일 것 같잖아.
-낭자아이 : 컨셉 플레이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어!
컨셉 주제에 세 종류나 있는 거냐.
-낭자아이 : 첫 번째는 컨트롤마스터처럼 압도적인 실력으로 제약을 돌파하는 플레이! 개복치랑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니까 당장 잊어버려!
굳이 모두가 아는 사실을 되짚어야만 했냐!?
-낭자아이 : 두 번째는 강력한 모순과 불일치! 직업과 주요능력치가 다르다거나 자신의 직업에 요구되는 강점을 포기한다거나 하는 방식이야! 개복치는 따라하면 돌연사 당하니까 잊어버려!
사실대로 말해봐.
너 나 괴롭히는 게 목적이지?
-낭자아이 : 마지막 대망의 세 번째. 직업적인 불일치는 없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필수적인 사항 하나를 포기하는 거야!
“예를 들자면?”
-낭자아이 : 플레이 도중에 상점에는 단 1회도 들르지 않기. 무기를 구매하면 파괴될 때까지 절대로 수리하지 않기. 동료는 각 마을에서 만나는 첫 번째 사람으로 영입하기.
엄청나게 곤란하잖아.
이쪽이 돌연사 당하기는 몇 배는 더 쉬울 것 같다고.
“다른 건 다 됐어. 각 마을에서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을 동료로 하라니. 그건 좀 곤란하지 않아? 보통은 마을의 경비병이나 지나가는 농부가 제일 먼저 눈에 띄잖아.”
뭔가 의욕이 안 난단 말이지.
-낭자아이 : 그게 바로 컨셉 플레이의 재밌는 점이지!
-퐁삽 : 맞아. 농부랑 어부, 행상인을 파티원으로 삼는 막장 막공팟 느낌이 중요한 거니까!
-쓰레기 : 덤으로 그 플레이를 시도한 녀석은 13인의 농부를 이끌고 산적 패거리를 설립했다가 기사한테 토벌당해서 죽었다!
초 쓸모없어! 농부만 얼마나 마주치다가 죽은 거냐!
그보다 그 게이머도 이상한 데서 재주도 좋네.
멀쩡하게 생업을 지닌 농부를 열 셋이나 끌고 다니다니 얼마나 화술이 좋은 거냐!
“그래도 재밌을지도…”
-낭자아이 : 그치?
“그러네. 한 번 정도라면 괜찮을지도.”
뭔가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아직 20회도 못해봤지만.
게임을 시작할 때의 두근거림이 앞서는 점에서는 확실히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금 그 컨셉, 마음에 들었어. 마을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는 사람이 동료인 거. 그래도 농부만 잔뜩 모아버릴 수는 없지. 이왕이면 좀 더 근사한 동료들을 모으고 싶으니까.”
그런 관계로 시작지점은 제대로 일국의 수도로 정했다.
거긴 적어도 농부는 없을 거 아냐.
도시는 제법 번듯하게 자신의 삶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니 어지간히 재수가 없지 않고서야 괜찮은 파티원을 만나기도 쉽다.
뭣보다 선남선녀가 많지.
다 필요 없고 그게 본심이다.
-낭자아이 : 그거 곤란할 텐데…
-퐁삽 : 뭐든지 겪어보는 게 경험 아니겠어?
-쓰레기 : 우린 말렸다~~ 나중에 왜 안 말렸냐고 뭐라 하지 마라!
이놈들, 속셈이 빤히 보이는 구나.
“보아하니 너희는 허허실실의 책략을 구사하고 있군 그래?”
갤러리들은 의아해하였다.
-낭자아이 : ???
-퐁삽 : 네?
-쓰레기 : 허허실실이 뭐냐. 숲들숲들 같은 건가?
숲들숲들이야말로 뭐냐.
“도시에 가면 곤란한 일이 생길 것처럼 주장하면서 시골로 갈 것을 권하지만, 정말로 곤란한 건 시골이지. 앞선 얘기로 거기에 가면 농부만 잔뜩 모일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선의로 위장한 악의쯤이야.
이 짓궂은 갤러리들과 함께 하다보면 자연스레 간파할 수 있기 마련이지.
“고로 여기서는 너희들의 거짓말을 간파해서 도시로 가겠다!”
어째서인지 갤러리들의 반응은 폭소 내지는 떨떠름 그 자체였지만 거짓말을 들켜서 동요를 감추려는 시도이겠거니 생각했다.
『설정된 시작지점이 존재합니다.』
『좌표 확인 중』
『마도황국 질런의 수도 일곱 탑의 웅지로 이동합니다.』
파아앗!
시야가 급변하며 나타난 곳은 일곱 개의 거대한 탑에 둘러싸인 탑의 도시였다.
진귀한 광경도 광경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끌어안으며 일단 고개를 위로 올렸다.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동료로 모아야 하는 컨셉 플레이인 이상, 고개를 내리면 곧바로 동료가 결정된다.
그건 좀 곤란하지.
그래서 꼼수를 부렸다.
“예쁜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고개를 내리지 않겠다!”
갤러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낭자아이 : 우우우! 비겁하다!
-퐁삽 : 컨셉 플레이에 치트를 끼얹다니!
-쓰레기 : 얼른 정직하게 농부와 파티를 짜라고!
역시 목적은 농부였냐!
유감이지만 너희들의 속셈은 간파했다.
그리 쉽게 당할까보냐.
그렇게 생각하는데 머리 위로 뭔가 슉 지나간다.
얼떨결에 시선을 따라가니 지팡이에 탄 사람이었다.
“마, 망했다…!”
마법사는 하늘도 날 수 있었지.
마도황국 질런의 특징을 염두에 두지 못한 불찰이다.
그래도 경비병이나 농부가 아닌 게 어디야.
다급히 앞서 날아간 사람의 뒤를 쫓아갔다.
호화로운 복장.
게다가 몸매와 얼굴 모두 상당한 미인이잖아.
이런 동료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는 크게 기뻐하며 미인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너, 내 동료가 되어라!”
이때의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다이스 게임은 미모와 실력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덤으로 실력은 높은 확률로 직위와 비례한다.
저 정도의 화려한 복장에 미인인 여자는 거의 100%의 확률로 귀족이다.
귀족 클래스의 인물에게 평민이 말을 거는 것조차도 죄가 되는 시대.
허름한 초보자 복장을 입은 남자가 대뜸 동료가 되자고 말할 때, 여귀족이 할 일은 너무나도 뻔했다.
“죄인.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시발.”
“집행!”
나는 형장의 이슬이 되었다.
-낭자아이 : ㅋㅋㅋㅋㅋ
-퐁삽 : ㅋㅋㅋㅋㅋ
-쓰레기 : ㅋㅋㅋㅋㅋ
사형 당했다고.
그것도 귀족능멸죄로.
『You Died…』
이것이 내 19회차의 죽음이었다.
-알파고 : 컨셉 플레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지워.
내 흑역사 지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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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기에는 외전이 제격!
재미와 약빨이 필요할 땐 긴급탈출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