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65
00464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 =========================================================================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11)
조인족의 폭식식당도 나름대로의 인기가 있었지만 드워프들의 점포는 배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드워프들 주제에 이렇게나 인기 있는 점포를 운영하다니… 제법이구나.”
‘전적으로 동감이다. 무기점이라도 연건가?’
“사람들이 뭔가 금속쪼가리 같은 걸 들고 나오기는 한다만, 저런 비수처럼 작은 걸 구매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군.”
셀레나가 목격한대로 점포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그마한 은색 금속막대 두 개를 들고 있다.
은색 금속막대라고 할까.
툭 까놓고 말해서 저거 젓가락이다.
‘아니… 젓가락을 왜 들고 나오지??’
“젓가락?”
‘밥 먹을 때 쓰는 도구다. 저렇게 잔뜩 가져가버리면 장사를 할 수가 없을 텐데.’
호기심은 좀처럼 가라앉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더 궁금해지잖아.
안에서 뭔 짓을 하면 명검 한 자루 장만하겠다며 들어간 관광객들이 만족스레 젓가락을 한 쌍씩 들고 나오는 건데?
‘역시 가격이 비싼 걸까?’
관광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드워프제 무구를 구매하려면 밑천을 단단히 털어야 할 터.
시원찮은 젓가락 한 쌍만 들고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고작 젓가락 따위로 기뻐하는 이유도 분명 드워프제 식기를 샀다는 기념품 수집에 가까운 만족감이겠지.
일반인이 드워프제 물품을 어디 구경이나 해봤겠는가.
유명인사라면 모를까.
그리 특출한 사항이 없는 투르비쳬 내국인들은 저리 감탄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근데 유명인사들은 왜 저리 기뻐하지?’
저놈들은 드워프제 도구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재력과 권력, 혹은 실력.
셋 중 하나 내지는 두 개를 거머쥔 자들이 새삼 젓가락 한 쌍에 저리 기뻐하는 건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
“아무래도 점포 안에서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 같구나.”
‘동감이다. 현장 감찰을 나서봐야겠어.’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네.”
셀레나는 대기줄을 벗어나서 점포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삐이익!
그러자 드워프 한 명이 호각을 불며 달려왔다.
“뭐하는 짓이냐! 줄 서서 기다리는 놈들이 보이지 않느냐!”
“보인다. 허나 본녀는 관광객이 아닌 시찰에 나선 몸이니라.”
“시찰?”
드워프는 빤히 셀레나를 쳐다보다가 입을 쩍 벌렸다.
이제야 알아본 건가.
신생마왕의 이름은 유명해도 셀레나의 외모까지 유명한 건 아니니까.
그리 별난 일은 아니다.
한 눈에 못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생기곤 한다.
“뭐라는 거야 이 뿔 달린 년이?”
“…….”
이렇게까지 불쌍하게 무시당한 건 처음이지만 말이다.
-쓰레기 : 미친 ㅋㅋㅋ 인지도 좀 늘려라!
-묵제 : 허구한 날 일 안하고 노니까 저런 수치를 당하지!
-폐급페도 : 셀레나의 취급이 안습하다ㅋㅋㅋ 쟤 이번 회차 메인히로인 맞아?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런 안습한 취급은 대체로 내 몫이었는데.
아이템이 된 덕분에 주인인 셀레나까지 싸잡아서 덤 앤 더머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짠하다.
‘울지 마. 포기하면 편해져.’
“울지 않았다!”
‘그래. 아무 것도 못 본 걸로 해줄게.’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던 셀레나는 점포의 점주, 드워프 장로가 직접 나서서 본인확인을 마친 뒤에야 간신히 가게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젊은 것이 저지른 무례에 사죄를 표하겠네. 설마 모시는 주인이 어떤 자인지도 몰라보는 멍청이였을 줄이야.”
“되었네. 가볍게 3개월 치 월금을 90% 삭감하는 선에서 용서해주게. 그 정도면 본녀의 관대함도 여실히 드러나겠지.”
‘전혀 관대하지 않잖아! 속 좁게 굴지 말고 불쌍한 노동자의 월급은 내비 둬!’
“그럼 본녀의 상처 입은 자존심은 어쩔 텐가!”
‘90%는 너무 많고 20%로 깎자.’
“70%!”
‘40%.’
“60%! 이 밑으로는 절대로 깎을 수 없네!”
사납게 으르렁거리듯 쏘아보는 시선을 보아하니 더 이상의 협상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좋아. 3개월 간 월급의 60%를 삭감하는 대신 종업원의 무례는 용서해주는 걸로 하자.’
“알겠네.”
실시간으로 자신의 월급이 뚝 깎여나간 협상을 목격한 젊은 드워프는 당장이라도 도끼를 사방으로 휘두르며 격렬한 훨윈드(Whirlwind, 회오리바람)라도 일으키고 싶어 보인다.
나라면 틀림없이 저지를 거다.
와트 수입이 난데없이 60%나 깎여버린다니 당장 멱살부터 잡고 때려버릴 거라고.
나 대신 알파고가.
병약한 내가 휘두르는 주먹 따윈 아프지도 않을 거 아냐.
“본 점포에서는 실내 인테리어에 가장 힘을 실었소만. 어떻게 생각하시오, 마왕폐하?”
“훌륭한 좌우대칭이구나.”
“바로 그렇소! 조명의 광량부터 각도는 시작일 뿐이며─”
셀레나의 영혼 없는 대답에 좋다고 설명을 줄줄 늘여놓는 드워프 장로.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내부를 둘러봤다.
과연 드워프.
시미트리적 미의식과는 별개로 제법 장관이다.
이게 무기점인지 예술품 전시관인지 헷갈릴 정도로 보는 눈이 절로 만족스러워지는 양각이나 전시품이 황금빛 조명 아래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이거라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겠군.”
“마왕폐하께서 좋게 보신다니 안심이오. 아무래도 이번 축제에서 가장 매상이 좋은 종족은 우리 드워프족이겠구려. 하하하!”
“그보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만.”
셀레나는 줄곧 의아했던 사항을 물어보았다.
“점포에 들어온 관광객들이 어째서 젓가락만 사서 나가는 건가? 모처럼 좋은 무기를 잔뜩 진열했건만 팔리는 게 하나도 없다니 안타깝구나.”
“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건 팔려고 놓은 게 아니오.”
“뭣이? 그럼 저 보검들은 다 뭐란 말인가.”
“방금 말하지 않았소. 내부 인테리어용 장식품이라고.”
“…….”
진짜냐…
인간 장인이면 프리미엄까지 붙여서 경매에 내다팔 텐데.
역시 실력차이가 현격하다보니 저만한 보검들도 판매용으로는 취급하지 않는가보다.
“마왕폐하에게만 알려드리는 거지만 실은 저 전시품들은 전부 결함품이오.”
“허. 저토록 훌륭한 검들이 결함품이라니. 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단 말인가?”
“안력 있는 자들은 금세 눈치 채겠지만 저 검은 완벽한 좌우대칭이 아니오. 좌측 손잡이의 길이가 2 나노미터가량 더 길지.”
장담컨대 모든 드워프는 시미트리 강박증 환자임이 틀림없다.
특히나 이 드워프 장로는 그 중에서도 중증일 거다.
고작 2 나노미터라니.
그런 미세한 차이가 눈에 보이기나 하는 거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경악스럽다.
“겸사 겸사의 이야기지만 젓가락도 판매한 게 아니오.”
“기이한 이야기로군. 검을 팔지도 않고 젓가락을 판 것도 아니면 여기선 대체 뭘 취급하는 건가? 관광객들은 어째서 젓가락을 들고 나가는 것이고?”
“그거야 사은품이기 때문이지.”
“무기점 사은품이 젓가락이라고…? 혹시 저건 젓가락이 아니라 비수였던 건가?”
“하하. 뭘 오해하였는지 이제야 알 것 같군. 내 설명해드리겠소.”
드워프 장로는 점포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본점은 무기점이 아니라 음식점이오.”
“음식점이었냐!?”
‘바로 옆에 조인족 음식점도 있었잖아!?’
헷갈리게 시리!
뭔 인테리어가 이래!
얼마나 충격 받았는지 셀레나의 예스러운 어조가 벗겨졌다고!
“본 점은 대식가 컨셉과는 다르니 안심하셔도 좋소.”
“하아. 사전협의만 이루어졌다면 상관없겠지. 그러면 이 점포는 무슨 컨셉인가.”
“시미트리의 미학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이로운지 식사를 통해서 체험할 수 있는 시미트리 음식점이오!”
나는 자연스럽게 의문을 떠올렸다.
‘그딴 거 간판에 없었잖아.’
드워프 장로는 허허로이 웃으며 대꾸했다.
“좌우대칭이 되지 않기에 간판을 떼어 냈소.”
‘…….’
“본점은 간단한 규칙이 있소. 시미트리적 식사법을 끝까지 준수하여 식사를 마치면 명검을 구매할 권리가 주어지고, 규칙을 준수하지 못하면 젓가락을 구매할 권리가 주어지오.”
전혀 만족한 웃음이 아니었군.
한시라도 빨리 이 정신 나간 곳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거였어.
당장 축제기간 끝나면 영업사기로 고소라도 당하는 거 아닐까.
마왕군을 고소하는 간 큰 녀석은 없을 것 같지만.
나쁜 소문만 돌아다녀도 해가 될 게 틀림없다.
‘이봐, 장로. 손님들이 마음에 안 들어하면…’
“하하. 그럴 걱정은 없소. 마침 시간이 되었군.”
‘시간?’
“저길 보시오.”
드워프 장로가 가리킨 곳은 식당 한 가운데에 자리한 시연장이었다.
휘황찬란한 보검과 일반 철검, 젓가락 한 쌍이 있다.
뭘 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드워프 한 명이 대뜸 젓가락을 들어 일반 철검을 내리쳤다.
쨍강!
부러졌다.
일반 철검이.
“보다시피 드워프제 젓가락은 철검도 부순다. 물론 드워프제 보검은 젓가락도 부수지만.”
무슨 차력쇼냐.
“사기다! 분명 검에 장난질을 친 게 분명해!”
“호갱.. 아니, 고객님. 앞으로 나와보시죠.”
“히익! 마왕군답게 정당한 클레임을 건 고객을 쥐도 새도 모르게 묻어버릴 속셈이냐!?”
그럴 리가 있겠냐.
대충 직접 실험이라도 해보는 거겠지.
주춤거리며 나서는 고객.
드워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고 다가갔다.
그리고는 대뜸 고객의 멱살을 붙잡으며 윽박질렀다.
“내가 만든 젓가락을 모욕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결투다!”
사고쳤다…!
뭐하는 짓이야, 이 얼간이 자식아!
“드워프 일족은 자신이 만든 무기에 애착심을 지니고 있다! 무기가 받은 모욕은 곧 장인이 받은 모욕! 저놈의 목을 쳐서 내 무기의 우수함을 증명하겠다!”
‘당장 저 멍청이를 뜯어말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네.”
‘셀레나!’
“죽지만 않는다면 좋은 기회가 아닌가.”
과연.
대결을 빌미로 젓가락의 위력을 증명하려는 건가.
실전대결이라면 속임수를 쓸 여지도 없다.
쨍강!
실제로도 일합을 충돌한 것만으로 고객의 검이 박살났다.
나름 힘 좀 쓰는 녀석처럼 보였건만.
아무래도 젓가락의 강도는 보기보다 훨씬 더 대단한가보다.
“명검은 저런 젓가락도 단번에 부술 수 있다고 했지만…”
“으음. 이 식사법은 역시…”
고객들은 드워프제 무기의 유용함과 시미트리 식사법의 사이에서 신속하게 답을 도출해내었다.
먹는 건 대충 하고.
검도 부수는 드워프제 젓가락이나 받아가자, 라고.
솔직히 시미트리적 식사법이 얼마나 귀찮은가.
좌우대칭을 유지하면서 식사를 하라니.
고문이 따로 없다.
저런 존나 쩌는 젓가락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굳이 그런 고문을 자처하며 가격도 비싼 명검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뭔가 음식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구나.”
‘저런 젓가락을 봐버렸는데 맛이 기억이나 나겠어?’
“음.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로다.”
무슨 마술이라도 본 것 같네.
(이 가게. 제법 괜찮은 맛이었지?)
(동감한다.)
그래도 의외로 음식도 맛에 만족한 손님도 있었나보다.
(젓가락의 강도가 특히나 마음에 들었어.)
(씹는 맛이 일품이었지. 아직도 뱃속이 든든해.)
골렘 손님이다.
-소마 : 주모 여기 산호석 스테이크 하나욬ㅋㅋㅋ
-프랑 : 먹으라는 음식은 안 먹고 젓가락을ㅋㅋㅋ
-살인전차 :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적인 식당이었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음식보다 잘 팔리는 젓가락이라니.
시미트리도 성가시지만 그 외 부가부문에서 충격적인 게 너무나도 많았어…….
“어떠십니까. 저희들의 점포가?”
“어… 아주 좋았네…”
“하하. 사은품으로 두 분에게는 특별 선물을 드리지요!”
오오.
드워프의 선물인가.
“자, 받으시지요.”
보물상자 궤짝이다.
돈인가.
슬쩍 열어보니 휘황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이, 이것은……!’
틀림없다.
‘순금으로 만든…!’
젓가락 250쌍이었다.
젠장.
============================ 작품 후기 ============================
바나나마카롱 님의 셀레나 팬아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작품공지와 작품설정, 뜰 모두에 그림이 올라가있으니 한 번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추가로 뜰에서 그림을 확인할 시, 팬아트로 받은 셀레나와 작가가 그린 셀레나(…)를 비교를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