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68
00467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 =========================================================================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14)
나와 셀레나는 귀신의 집-혹은 아득한 심처-에 진입한 관광객들을 구출하고자 결심했다.
지옥구덩이처럼 빛 한 점도 없는 새까만 입구.
생긴 것만 보면 문이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도리어 그 점이 소수의 호기심 넘치는 모험가들을 자극하는 던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멍청한 녀석들. 어중간하게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이 장소의 불길함을 눈치 채지 못했군.’
솔직히 게이머가 아니면 아득한 심처니 무저갱이니 하는 수상한 수식어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겠지.
그래봤자 지금의 나는 게이머.
위기를 인지한 이상, 그리 간단히는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내게는 7써클 대마법사인 셀레나도 있다.
정식 주인인 그녀가 함께 한다면 어지간한 유령 정도는…
“히이익! 바, 방금 얼굴에 눈코입이 없는 사람이 지나쳤네!”
‘공격해 그냥.’
“고, 곤란하지 않는가! 직원을 때려서야 쓰겠는가!”
‘그럼 겁을 먹지 말던지.’
“도, 도저히 무리일세… 저런 걸 봐서야 안 무서울 리가 없지 않은가.”
…다 피해다녀야겠지.
설마 셀레나가 엄청난 겁쟁이였을 줄이야.
명색이 신생마왕이라는 녀석이 책임감에 반비례하는 담력을 지니고 있다니.
나중에 부하들 얼굴은 어떻게 보려는 걸까.
힘 센 괴물들은 전부 생긴 게 엉망진창으로 무서운데.
‘그보다 유령은 왜 무서워하는 거냐.’
악마들의 생김새가 유령보다 더 심각하잖아.
얘들은 그나마 인간형에서 좀 일그러진 수준이지.
악마들은 외계인과 막상막하의 기괴함을 지녔다고.
팔다리가 합쳐서 1개이거나 200개가 넘는가하면 거대 단세포부터 무자비한 살덩어리까지 형체마저 제멋대로인 놈들도 즐비하다.
그거에 비하면 유령은 차라리 귀엽지 않을까.
“그대야말로 두렵지 않은가?”
두려워?
내가?
고작 저런 귀신들을 보고서?
‘설마.’
이쪽은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도 뮤턴트가 돌아다니는 22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다.
핵전쟁 이후의 세대를 무시하지 마라.
강력한 요력이나 사기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피해를 끼칠 수 없는 유령 따위로는 겁을 먹지 않는다.
“저걸 보게. 악마족 유령이 있지 않은가!”
아.
그러네.
저게 있었네.
가뜩이나 무서운 악마족이 유령이라니.
저건 무리.
생리적으로 무리다.
무서운 것도 어쩔 수 없겠다.
‘어두컴컴한 곳이라 저놈들도 살판이 난 거야.’
“그런가. 그럼 불을 키겠네.”
‘뭐? 킬 수 있는 거였어?’
“본녀는 마법사가 아닌가. 라이트(Light, 빛)같은 기초마법은 1써클 풋내기도 시전 할 수 있다네.”
‘그럼 왜 진즉에 안 킨 거야? 난 뭔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줄 알았잖아!’
“그건… 무서워서 마법 쓰는 걸 까먹었다네.”
‘…….’
이게 7써클 대마법사이자 아크 위저드(Arc Wizard, 대현자) 클래스를 지닌 신생마왕의 입에서 나올 소리냐.
“진즉에 불을 킬 걸 그랬구나. 아까보다 유령들이 접근하는 기척이 덜 느껴지는데.”
덜 느껴지는 수준이냐.
내 눈에는 어두운 곳에서 대뜸 시각테러를 당해서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모습으로 보이는데.
심지어 쓸데없이 좁은 것에 우글거리던 탓에 자기들끼리 깔아뭉개거나 치고 박고 싸우며 난리가 벌어졌잖아.
“그런데 유령의 집은 어째서 놀이공원에 있는 건가?”
‘응?’
“놀이기구라는 건 기구를 통해서 노는 거 아닌가? 회전목마나 점멸 롤러코스터나 원격 미니 붐버카 같은 건 분명하게 기구를 이용해서 즐긴다고 할 수 있지만 유령의 집은 다르지 않은가.”
글쎄.
실물 놀이공원은 나도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가봤다고 해도 이유 같은 건 모를 테고.
‘본질이 같아서 일까?’
“놀이공원의 본질이라면 재미인가?”
‘재미라. 스릴을 느낀다는 의미에서는 맞겠지만, 좀 더 안으로 파고들자면 역시 공포가 있겠지.’
놀이공원은 공포영화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엄청나게 위험하고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죽지는 않으니까. 생존본능을 자극받고 죽을 위기에서 돌아온다면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아?’
“복수해주겠다?”
‘…그건 너무 악마적인 감상이고. 이 경우에는 타인에게 짓밟히거나 경쟁에서 도태되어서 생존본능이 자극받은 게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위기에서 돌아온 거고.’
“그렇다면 위기를 극복해낸 쾌감을 느끼겠지.”
‘바로 그거다.’
두려운 상황에 직면하고도 꺾이지 않는다.
삶의 충실함.
전율.
카타르시스로부터 얻는 쾌감.
그것이야말로 놀이공원에서 얻는 재미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요는 죽을 것처럼 위험한 상황을 조성하지만 실은 안전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라도 무사히 극복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면 관광객은 무조건 공포와 재미, 즉 스릴을 느끼는 거다.’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쾌감을 얻는 건 아니지.
예외는 언제나 있다.
이런 멍청한 짓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거나.
앞으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착하게 살겠다거나 말이다.
아마도 그쪽이 예외가 아니라 정상이겠지만.
‘핵심은 놀이기구를 타는 거라 유령의 집에 들어가는 거나 비슷한 수준의 공포를 줄 수 있으면 얻는 효과도 똑같다. 방향성은 조금 달라도 놀이공원이란 테마에는 어울리는 거지.’
“헤에… 그런 건가.”
‘그런 거야.’
“그럼 여기서 주는 공포도 놀이기구처럼 목숨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정도로 대단하겠구나.”
‘그런 거지.’
“…….”
‘…….’
“나가고 싶어졌네. 아니, 나가겠다!”
‘가면 곤란하지! 고객들은 데리고 나가야 할 거 아냐!’
잔뜩 움츠러든 어깨.
이건 글렀나.
괜한 소리를 해서 셀레나가 아까보다 더 겁먹었잖아.
‘괜찮은 거야? 애보다 더 겁이 많아도.’
“이런 장소에서 겁먹지 않는 아이가 있다고 분한 마음은 안 드네!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은 수준을 넘어서 아이 쪽도 뭔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가!?”
‘어… 방금 그건 후요 얘기였는데.’
“…….”
‘…….’
“미, 미안…”
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냐.
‘그래. 후요가 걱정되지도 않아? 고객들은 그렇다고 쳐도 후요는 이 무서운 유령의 집에서 길거리에 돌아다니지 않는 1500만 마리의 유령들과 함께 있는 거 아냐.’
“히익! 그, 그렇게나 많은 유령들이 있었단 말인가!?”
‘솔직히 지금도 유령 너무 많아서 길이 하나도 안 보여.’
“히이익!”
‘걱정 마. 라이트 마법만 계속 유지하면 알아서 접근은 안할 것 같으니까.’
셀레나가 겁이 많다고 멍청하기까지 한 건 아니다.
라이트 마법이 해제되는 순간, 무자비한 꼴을 당하리라는 것쯤은 손쉽게 예측할 수 있겠지.
귀신들이 작정하고 겁을 주는 걸 당하고 싶지 않은 이상에야 반드시 라이트 마법을 유지해내리라고 본다.
(흐아악! 눈 부셔!)
(오지 마, 이 악마야!)
(역시나 마왕! 우리가 고통 받는 걸 즐기는 게 틀림없어!)
유령들은 극심한 반발을 보였지만.
알게 뭐야.
이런 놈들의 사정 따위.
어차피 목적은 후요의 몸인 주제에.
여러 가지 의미로 불순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전부 다 실현될지도 모르는 위험이다.
‘생각보다 안쪽의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사기가 점점 짙어지는 걸 보니 유령들이 한 공간에 너무 몰려있어서 이상현상이 발현될지도 모르겠어.’
“이상 현상이라는 건 뭔가?”
‘유령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음차원의 생물체야. 같은 놈들이 잔뜩 몰려있으면 음기가 강해져서 마이너스 적인 흑마나가 과도하게 밀집되어지지.’
“그래서?”
‘죽은 놈들의 기운이 왕성해지면 현실의 이면에 자리한 이면세계와의 통로가 열린다. 음차원의 문이 열린다고 해야 하나. 소위 말하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개방되는 셈이지.’
갤러리들은 나와 셀레나의 대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도화원 : 그럼 큰일난 거 아냐? 후요가 있는 곳에는 가장 강한 유령들이 우글거리고 있을 거 아냐.
-살인전차 : 그렇다는 건 지옥 중에서도 상당한 하위계층까지 도달했다는 거고.
-폐급페도 : 여기, 이미 인간계가 아닌 거 아냐?
시발.
일 터졌다.
‘셀레나! 당장 전속력으로 전진해!’
“뭐, 뭣!?”
‘후요에게 큰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
겁먹고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인 게 언제였는지.
셀레나의 눈매에 비장한 각오가 어렸다.
두렵긴 해도 한가하게 꺄꺄 거릴 시간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후요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비좁은 통로를 빠르게 달려 내려가기 시작하는 셀레나.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유령들은 난리가 벌어졌다.
(아, 안 돼! 너무 빨라!!)
(끄아악! 파, 팔이 타버렷!)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주춤거리며 물러나다가 대뜸 발이 뒤엉켜서 우르르 벽 너머로 쓰러지거나 패닉을 일으키며 사방팔방 달아난다.
무슨 재앙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피난하기 급급하다.
피할 장소를 놓쳐버린 몇몇 유령들은 빛에 노출되지 않고자 신속하게 성불해버리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였냐!?’
유령이 현세에 남는 이유는 미련이 있어서겠지.
세상살이가 고통스러웠으니까.
죽어서라도 못다 이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거다.
누군가는 죽어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누군가는 누리지 못한 즐거움이 있어서.
누군가는 복수를 위해서.
목표는 달라도 모두들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건 틀림없다.
그래봤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면 당장 도망치지만.
지금이 딱 그런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 같다.
죽어서도 내세로 도망치는 유령이라니.
뭔가 불쌍하군.
다음 생애에는 포식자가 되어서 도망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주겠다.
“도착했다!”
라이트마법이 아니어도 환하게 비추는 빛.
통로의 끝을 향해 셀레나가 힘차게 걸음을 내딛었다.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마침내 우리는 도착한 것이다.
입구에.
-프랑 : 귀소본능 ㅋㅋㅋ
-쓰레기 : 셀레나가 조인족이냐? 귀소본능이 있게 ㅋㅋㅋ
-묵제 : 답도 없는 길치인 건 여전하네 ㅋㅋㅋ
진짜 어떻게 하면 일방통행인 길에서 방향을 잃어서 입구로 돌아올 수가 있는 거냐.
‘얌마. 도로 돌아오면 어쩌자는 거야!?’
“핫…! 보, 본녀는 분명 길이 보이는 대로 갔단 말일세!”
‘중간에 몇 번 허둥대면서 앞뒤로 왔다갔다 갈팡질팡 했었잖아! 그 때 방향을 까먹었구먼!?’
문책해봤자 소용없다.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겠다며 작정하고 내려갔다.
그러자 확실히 모종의 [선]을 넘어선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들었다.
‘기어이 이어진 건가… 지옥으로.’
놀이공원에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이 열린 이상, 당장 관광객들과 후요를 탈출시키고 문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
자칫 지옥에서 거악들의 망령이라도 대거 탈출했다간 놀이공원이 전대미문의 마의 소굴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
마왕성에는 어울리는 이벤트겠지.
하지만 우리의 마왕성은 별로 믿기지는 않겠지만 놀이공원을 목적으로 만들었단 말이다!
그런 일이 벌어져버리면 잔뜩 사고가 발생하고 말 거다!
“뭔가 주변 지형이 바뀌지 않았는가? 벽에 핏자국 같은 게 잔뜩 찍혀있네만.”
‘소품이겠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가.’
“방금 사람의 팔 같은 게 바닥에서 밟혔던 것 같네만.”
‘마네킹이야. 무시하고 계속 가.’
“으으으… 얼른 후요와 만나고 싶다…”
울상을 지으며 내려가던 도중, 셀레나가 걸음을 멈췄다.
뭐지.
마침 앞에 있는 유령들도 빛을 보고 도망갈 생각을 안 하는데.
“그, 그대여.”
‘응?’
“저자들은 아무리 봐도 관광객이 아닌 것 같네만. 유령인가?”
큰 범주로 말하자면 맞기는 한데.
엄밀히 따지자면 좀 다르다.
‘탑승객이야.’
“탑승객? 저런 창백한 자들이 관광객이란 말인가?”
‘아니. 우리 놀이공원 탑승객 말고. 지옥으로 가는 배에 타는 탑승객.’
통로는 이미 연결되는 정도를 넘어서 지옥으로 향하는 강까지 흐르고 있다.
오는 길에 관광객들과 마주치지는 못했었지.
아무래도 뭣도 모르고 지옥으로 가는 배에 올라탄 것 같다.
이 인간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야?
-프랑 : 무서워서 돌아갈 생각도 못한 거 아닐까
-위원장 : 거기에 찬성! 왔던 길 돌아가는 게 더 끔찍하겠다!
-컨트롤마스터 : 동감입니다. 보통 사람은 그리 용감하지 못하죠.
그런가.
으으.
타국의 관광객들은 이래서 답이 없다니깐.
‘아니 잠깐. 잠깐만?’
내가 뭘 잘못 본 건가.
헛것이 보였던 것 같은데.
유령 말고 채팅방에.
-컨트롤마스터 : 게임 안하십니까?
‘역시 환각이 아니었다!?’
뭐야 이 녀석.
랭킹 2위 게이머잖아.
왜 태연하게 내 방송을 보고 있는 건데!?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리코멘이 짜다 애미야!
A : 어제는 연재분으로도 한계여서 Q & A 코너를 쓸 여력조차 없었어요…!
Q : @놀며 돌아다니던 지팡이 의문의 1승
A : 지팡이는 민간시찰이라는 명목 하에 노는 중입니다! 노는 건 맞지만 일도 하고 있어욧!
Q : @이제 테러나 첩보질은 카심이 아니면 주인공 근처도 못가서 OUT!
A : 급이 떨엊지는 잔챙이 엑스트라들의 비애!
Q : @팬아트 셀레나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심장이 아파요!
A : 심장사상충.. 아니, 이 드립은 너무 앞서나갔군요. 아재드립이라니, 아재가 아닌 작가가 이런 드립을 칠 수는 없죠!
Q : @음… 지팡이가 설정보다 강해보이는 외견이군요. 노말이었나? 등급낮았던거 같은데..
A : 유니크까지는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Q : @지팡이 이미지가 생각과 너무다르다?! 그냥 돌덩이에 박힌 두껍고 구부러진 나뭇가지 정도를 예상했는데
A : 생각보다 더 멋지게 나와서 만족했습니다! 실제 바위의 크기는 저것보다 훨씬 더 크지만요!
Q : @팥고물! 팥고물! 진한개! 진한개!
A : 헉! 공공노출 플레이라니, 넘나 두렵네요!
Q : @공지를 보고 심쿵해서 미국 가버려엇!
A : 트럼프와 49인의 인종차별자들이 독자님을 환영합니다!
Q : @뭐지? 누가 댓글란에 엄청난 단어들을 내뱉었어…..번역체로 말하는 그.것.들!
A : 남자가 신사인게 뭐가 잘못이죠!! 물고기! 물고기이이!
Q : @생각해보니 게임1번 기동시 3만와트인데 수천번죽은 개복치 와트사용량은…호고곡
A : 생계유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와트수입은 고스란히 게임으로 소모되었습니다! 근면한 게이머에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