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74
00473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 =========================================================================
#19 – 개복치의 취향존중(20)
알파고는 엄청나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귀여운 알파고의 신변에 위협이 생기지 않았을지 걱정 되어서 게임을 종료하고 나왔다는 겁니까?”
“응.”
“완전 멀쩡합니다. 돌아가십시오.”
알파고는 건강했다.
기우였네.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불운이 넘치는 체질은 아니었나보다.
-간도르 : 겜 중에 뭐하는 짓이여 ㅋㅋㅋ
“알파고가 걱정되는 걸 어떡해.”
-쓰레기 : 가스레인지 불 안 껐는지는 안 신경쓰임?
듣고 보니 무진장 신경 쓰이는데.
“잠깐 좀 보고 와야겠어.”
-쓰레기 : 얌마 ㅋㅋㅋ 가스 들어오는 곳도 없으면서 뭘 보러 가려는 건데 ㅋㅋㅋ
“씨이! 그럼 말을 하지를 말던지!”
못된 갤러리 쓰레기와 티격태격하기도 잠시.
이내 신속하게 게임을 재개하였다.
당연히 나를 반기는 것은 머리 백개 달린 고대악마 백두면귀와 1억 살짜리 뱃사공 카론, 홍일점 셀레나였다.
“세 번째 영역.. 진입했다..”
“그대여. 이곳은 또 어떤 해괴한 강인가?”
‘불길의 강 플레게톤. 말 그대로 불길이 흐르는 곳이야. 평범한 불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망령이 저 불길에 닿으면 불살라져서 정화된다는 거려나.’
“헤에. 제법 신기한 강이로구나. 배는 안타는 건가?”
‘응?’
“강에 불이 붙으면 배가 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여기까진 안 와봐서 모르겠는데.
뭐였지.
안탔었나.
“탄다..”
“히이익!”
‘그럼 곤란하잖아!’
아니 배가 타버리면 다음 강까지는 어떻게 가는 건데!?
“업그레이드하면.. 방화기능 생긴다..”
‘이건 방화기능 달려있는 거야 없는 거야?’
“모른다..”
천만 다행히도 불이 옮겨 붙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배와 함께 운명을 달리 하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군.
‘그리 겁먹지 마. 애초에 불이라고는 해도 죽은 자들의 타락한 영혼을 정화시키는 불이라고. 살아있는 선인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못미쳐.’
“나, 나태함은 죄악이 아닌가!”
‘그렇지?’
“그럼 본녀도 안전하지는 않은 거 아닌가!”
‘놀랍군. 스스로도 나태하다는 자각은 있을 줄이야…….’
생각 없이 놀기만 하던 건 아니었군.
칼슈마르 공국에서의 사건이 나름 영향을 미친 걸까.
뭐,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그래서. 여기 물주는 어디에 있냐?’
“선착장 관리인은 물주가 아니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방향은 제대로 선착장으로 잡네.
선착장은 뜨거운 증기에 뒤덮여있었다.
사방이 불바다이니 안개 대신 증기에 뒤덮여도 이상할 게 없다.
‘뭐야. 저거 왜 저래.’
근데 문제가 생겼다.
선착장이 존나 크다.
여태까지의 선착장이 나룻터 수준이었다면 저건 대형 선박이 들어설만한 항구 사이즈라고.
‘시발. 그 조그마한 나룻터에도 30m급 거인이 있었는데. 항구가 나오면 여긴 대체 얼마나 큰 녀석이 있는 거지?’
무슨 300m급 거인이라도 나오는 건가.
존나 망할 것 같은데.
그만한 괴물을 현실적으로 해치울 수 있을 리가 없다.
급소 공격도 높낮이가 맞아야 가하지.
체구가 그 정도면 카론이 검강을 써도 데미지가 박히기나 할지 의문이다.
“관리인은 이번에도 포획한다..?”
‘뭐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제압하면 좋겠는데.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뱃사공 카론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강에서의 사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과연. 방심하는 틈을 이용하겠다는 건가.’
“우선 선박이 접근함을 알리겠다..”
우렁찬 뱃고동 소리가 바다를 가득히 매웠다.
귀가 찌릿하는 기분이네.
항구에서도 곧 답신이 울려퍼졌다.
“그우우어어어──!!”
…아무리 봐도 고동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좀비냐. 방금 그거 뭐야. 뭔 고함이야?’
“좀비 아니다..”
‘그럼 뭔데.’
항구 밑바닥에서 큼지막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30m짜리 사이클롭스?
그런 건 장난감이 아니냐고 비웃는 것처럼 산만한 크기의 거대문어가 나타났다!
“크라켄이다..”
크라켄(Kraken).
녀석은 전설상의 대괴수로 무려 크기만 2.5km에 육박한다.
그 크기가 가히 산에 비견되는 것도 당연하다.
‘아니, 크라켄이 왜 여기에 있어!? 그거 브륜하스텔 군도연맹 남쪽에 박혀있어야 되는 건데!?’
심지어 내가 알고 있는 크라켄보다 크기도 더 크다.
갤러리들도 동의하는 걸로 봐서 착각이나 착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뱃사공 카론은 경악하는 내게 차분하게 일러주었다.
“정화의 불.. 타고 남은 잔여물.. 크라켄의 주식이다..”
앞선 비탄의 강에서 에오사스의 비늘추가 맡았던 침전물 흡수의 역할을 이번에는 강의 관리인이 맡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 저 새낀 왜 일어난 거야.
경계가 풀리기는커녕 당장이라도 이쪽을 덮칠 것처럼 몸을 부풀리고 있잖아.
‘애초에 저 녀석 정말로 방심하고 있는 거 맞아?’
산만한 놈이 대뜸 물 밑에서 일어나버리니 불바다가 너울거리고 있잖아.
그우워어어 거리는 입에서는 파이어 스톰(Fire Storm, 불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불기둥이 넘실거린다.
작은 몸짓, 작은 행동 하나에도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것처럼 불바다가 요동치며 격동하려 든다.
“환영의 춤이다..”
‘얼마나 격하게 환영하는 거야!?’
“커다란 배.. 많은 망령.. 많은 먹이..”
그런가.
정화된 악의 찌꺼기를 먹어치우는 녀석에게 있어서 이런 큼지막한 내연기관선의 등장은 희소식 중의 희소식.
걷잡을 수 없는 기대감에 설레발을 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존재한다.
‘우린 저새끼한테 줄 먹이가 없잖아.’
망령?
있기야 있지.
비통의 강 아케론의 선착장 관리인 사이클롭스라면 말이다.
초월자라서 후환이 두려워 먹이기 싫은 건 둘째 치더라도.
지옥의 관리인 중 하나인 녀석이 정화가 되기나 할까.
솔직히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된다고 해도 녀석 하나가 증기선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찌꺼기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크라켄의 덩치를 봐라.
2.5km라고.
저런 놈한테 조금 맛있는 찌꺼기 뭔 의미가 있어.
조금 맛있는 먼지 정도에 불과할 텐데.
먹여봤자 결과는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다.
저 덩치의 괴물이 만족하려면 맛보단 양이다.
근데 우린 양을 충족시켜줄 수가 없잖아?
‘으아아! 다 틀렸어!’
백두면귀나 카론, 셀레나가 공격을 퍼붓는다고 움찔거릴 것 같지도 않다.
대체 이 앞으로 나간 놈들은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흑색마탑주와 천마의 대단함이 새삼 어마어마하게 실감되려고 한다.
“괜찮다.. 작전 성공했다..”
‘작전?’
“거대문어 퇴치법.. 하나뿐이다..”
뱃사공 카론은 갑작스레 증기선의 속도를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증기선 어택!
뱃사공 카론이 배의 안전을 포기하며 발휘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필살기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퍽
우지직
과감한 돌격이 무색하게도 크라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들이받은 증기선만 발로 짓밟힌 깡통처럼 앞부분이 우그러졌을 뿐이었다.
증기선 어택도 애초에 크라켄의 체구가 어느 정도 배와 맞먹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지, 이런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2.5km짜리 크라켄에게 먹힐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피드웻건 : 이런 바보 같은! 저 문어, 신격도 없는 주제에 크툴루를 능가했다고…!?
-쓰레기 : 미친 ㅋㅋㅋ
-프랑 : 뭐하는 짓이야 이게 ㅋㅋ 이제 어쩔 건데 ㅋㅋㅋ
나한테 물어도 말이지.
곤란하다고.
저런 산만한 괴물 해치우는 법은 모르는 걸.
뭐야 저게.
무서워.
때리면 데미지도 안 박힐 것 같잖아.
“그우우어어어..”
의아해하며 건물만한 크기의 눈알을 들이미는 크라켄.
대기에 진동하는 썩은 내가 가까워지자 불쑥 죽음이 다가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뱃사공 카론은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공물을 바치겠다.. 순순히 따라라..”
따르라고 해도 구체적으로는 뭘 따르라는 걸가.
벙찐 우리들을 외면한 채 뱃사공 카론은 투수 폼을 취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째서!?
‘잠깐! 녀석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어!’
시야에 온 신경을 기울이자 무언가가 뚜렷하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저건…!
그래, 알겠다.
저 녀석의 노림수를.
포켓볼로 크라켄을 붙잡으려는 수작이었다!
‘잡힐 리가 없잖아!’
상대는 2.5km짜리에 HP도 전혀 달지 않은 크라켄이라고.
심지어 브륜하스텔 군도연맹의 크라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해보이잖아.
저딴 녀석이 포켓볼을 던진다고 순순히 갇힐 것 같으냐?
저 포켓볼이 내가 아는 그 포켓볼이라면 이건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포켓볼의 포획조건은 상대의 무기력화 및 자발적 동의.
무력화를 시키지도 않고 자발적인 동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면 포획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뱃사공 카론은(는) 크라켄(2.5km)을(를) 잡았다!』
『크라켄(2.5km)의 데이터가 포○몬 도감에 기록되었다!』
근데 순순히 갇혔네.
-낭자아이 : 띠용
-졸라 : 미친ㅋㅋㅋㅋ
-도화원 : 뭐지?? ㅋㅋㅋㅋㅋ
뱃사공 카론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포획했다..”
‘그걸 몰라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냐! 아이템이지만 주변 상황을 볼 수는 있다고! 에이잇,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대체 저걸 어떻게 포획한 거야!?’
“포켓볼 안에.. 공물을 모아왔다고 했다..”
당당하게 사기를 친 건가.
이 녀석.
의외로 1억 년간 관리인들에게 쌓였던 게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뭔가 납득이 안 가는데.’
“슈퍼볼이다..”
‘뭣!?’
포획에 사용한 캡슐이 포켓볼(Pocket Ball)보다 한층 더 고성능인 슈퍼볼(Super Ball)이라고!?
-뉴렌 : 그럼 어쩔 수 없지.
-살인전차 : 슈퍼볼인데 뭐.
-니렙에잠이오냐 : 납득할 수밖에 없겠군.
그래. 슈퍼볼이라는 데 뭐 어쩌겠어.
딱히 우리한테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 돈 주고 산 아이템도 아니니까 저런 걸 쓸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다.
“희소식이다..”
“벌써 10억 골드를 다 모은 건가!?”
“생자의 잔재가 항구에 남아있었다.. 다음 강에서 살아있는 생물체가 마주칠 수 있다..”
뭐야.
돈은 아닌 건가.
이 타이밍에 다음 항구에서 살아있는 존재가 있다면, 역시 그 녀석들이겠지.
흑색마탑주와 천마.
마침내 앞서 나아갔던 적들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보다 돈은 얼마나 벌었냐!’
“없다..”
‘없다고!? 저런 산만한 새끼가 모아둔 돈이 없어!?’
“크라켄.. 전부 먹는다..”
‘…….’
차마 그 녀석을 다시 꺼내서 배를 가르라고 명령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가른다고 갈라질 것 같지도 않은 걸.
그냥 얌전히 슈퍼볼에 담아둔 채로 방치해야겠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 앞으로 전진한다면 흑색마탑주나 천마와 격전을 벌여야만 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보통의 전투로는 이길 자신은 없지만…’
이쪽에는 갑작스레 임시파티원이 둘이나 생겼다.
백두면귀.
그리고 뱃사공 카론.
고대악마 녀석은 이름값도 못하는 절대자에 불과하지만 카론 녀석은 1억년이나 살아온 덕분에 초월지경에 도달한 초고수였다.
적어도 흑색마탑주나 천마, 둘을 상대로 접전을 벌이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강자.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임시파티원이다.
…….
…….
…….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쟤가 혼자 어떻게든 해줬으면 한다.
‘근데 그 녀석들은 대체 어떻게 이 앞으로 간 거지? 뱃사공은 여기에 있잖아. 아니면 카론 너 말고도 다른 뱃사공들이 있는 건가?’
“없다..”
‘별 희한한 일도 다 있군. 뭐, 무슨 수를 썼든 간에 만나보면 알겠지.’
그렇게 네 번째 강인 망각의 강 레테(Lethe)에 도달했다.
“여기의 물은 어떤 수상한 성질을 띄고 있는가?”
셀레나의 호기심에 번거롭게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
명백한 초고수의 기척이다.
우리들은 기운을 따라서 곧바로 직행하였다.
그리고는 신속하게도 흑색마탑주와 천마와 마주했다.
두 초고수는 하류의 강변에 나란히 서서 웅얼거리고 있었다.
“난 누구.”
“여긴 어디.”
…참고로 망각의 강 레테는 강물을 마시면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는다.
덤으로 아무래도 저 둘은 강물을 마셔버린 것 같다.
명색이 마왕군 지원세력 최강자와 마왕군 사천왕이라는 녀석들이 저래도 되는 거냐.
-퐁삽 : 이런 미친 ㅋㅋㅋ
-묵제 : 아니 강적들이 이게 웬 봉변이야 ㅋㅋㅋ
-소마 : 싸우기도 전에 기억 리셋 ㅋㅋㅋ
셀레나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후드를 뒤집어쓰고 목도리를 입까지 끌어올렸다.
강물을 마시면 저 두 녀석처럼 멍청이가 될 거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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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하지만 작가의 약기운이 부족해서 1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