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483
00482 #20 – 킹메이커 =========================================================================
#20 – 킹메이커(2)
서류검토로는 합격이지만 실제면접도 한 번은 봐야겠지.
이런 건 말이 나온 김에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자. 어디 소마라는 새로운 간부 예정자를 보실까.”
물론 찾아가지는 않는다.
지위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자신이 찾아가지 않고도 알아서 상대가 오도록 만드는 데에 말이다!
가히 권력남용의 극치.
이보다 더한 호사는 누릴 수 없다!
[아니… 뭔가 치졸하다고 해야 하나. 권력남용의 격이 허접하다고 해야 하나.]
구아악은 대체 내가 뭘 얼마나 거창하게 해먹길 바라는 거냐.
공금으로 비아그라 수만 와트어치라도 구매하라는 건가.
“여어! 모두들 반갑다고?”
구아악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마침내 간부예정자 소마가 도착했다.
금발청안에 단련된 신체를 지닌 군복을 입은 자.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다.
심지어 허리춤에는 와트병기류에 해당하는 전격검마저 차고 있다.
“말도 안 돼.”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실로 날카롭다.
이것이 무력 검은 별 4성(★★★★)의 기백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그런 부분이 아니다.
오직 나이기에 알 수 있다.
구아악과 츳키에게는 불가능한 것.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경악이다.
“식극의 소마가 아니라 소드마스터의 소마였다고!?”
“뭘 기대하는 진 모르겠지만 실망시킨 것 같네. 미안.”
“그런 걸로 사과하지 마! 이유 없이 미안해지잖아!”
츳키는 볼에 바람을 채워 넣으며 심통 맞은 표정을 지었다.
음.
풍선처럼 부풀었네.
“아얏! 누, 누르지 마!”
“그렇게나 탐스러운 볼을 만들어버리면 누르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까부터 뭐야 대체. 사과해야 할 입장이 역으로 큰 소리 내지 말라고!”
솔직히 민망해서 텐션을 올리고 있었다.
“으음… 그건 그렇다 쳐도. 당신, 무진장 잘 생겼네요.”
“곧잘 듣는 소리입니다.”
신은 공평하시네.
적어도 외모에 걸맞은 겸손함은 주지 않은 것 같으니까.
한 인간의 외모 따위.
어차피 신이 아니라 유전관리국에서 태어나기도 전에 해당 인간의 일생을 예측할 수 있는 [설계자]의 머릿속에서 결정지어질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세상이 요지경이 된 이후로 검을 들기로 한 것은 분명 이 남자의 선택이었을 터.
에뮬레이터의 면모를 등지고 게이머의 길을 택한 나처럼.
저 사람도 본업을 버리고 검객의 길을 걸었겠지.
나는 순수한 동질감과 호기심에 문득 물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전쟁 전이라. 요리를 조금 했었지.”
“뭣…!? 식극의 소마와 소드마스터의 소마를 겸비했다고!?”
주변에서는 그러니까 그게 뭔데, 라는 표정이었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상관없다.
중요한 건 저 녀석이 요리도 잘하고 검도 잘 다루는 기분 나쁠 정도로 유능한 녀석이라는 거다.
경계심.
내 안의 희박한 자존감이 이 녀석을 강력한 위험으로 감지하고 있다. 이건 가만히 두면 기고만장해져서 주변을 모조리 짓뭉개고 다닐 [컨트롤마스터] 타입의 인간이라고!
“날 부른 이유는 간부 내정 건에 대한 확정 때문인가?”
“우와… 표정만 봐도 알겠다. 지금 잘난 내가 간부가 되는 건 당연하지, 라는 표정 짓고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실제로도 나는 잘났으니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소마라는 자는 상당한 나르시스트라는 것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충실한 자신감.
이건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하다.
어쩌면 판단을 잘못 내린 걸지도 모르겠어.
“으음. 골치 아픈 문제는 질색인데.”
“뭔가 고민이라도?”
“그게 말이지? 보였거든. 배신플래그가.”
일그러졌다.
극히 일순간이나마 여유를 가장하지 못했다.
정말로 예상대로의 인간이다.
“너. 솔직히 말해봐. 순순히 간부가 되려고 온 거 아니지?”
“짓궂기는. 이건 일종의 신입 괴롭히기라도 되는 건가?”
“둘러대도 소용없어. 내 눈은 못 속여.”
사람의 심중을 간파하는 통찰력.
이는 흔히 타고난 [야성]에서 비롯된다.
본능적으로 상대의 미묘한 근육의 움직임.
감정변화에 따른 호르몬의 국소적인 분포.
가히 원시의 산물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영역.
직관과 통찰의 극단이야말로 바로 [초감각]이다.
초감각은 재능의 범주에 속한다.
그것도 보통 희소한 게 아니지.
십만 명 중에 하나?
어림도 없다.
백만 명 중에 하나?
비할 바가 못 된다.
초감각 소유자의 빈도는 일억 명 중에 하나.
돈만 있으면 어떤 재능도 설계대로 완성시킬 수 있는 22세기에서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이백 명도 안 되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재능.
인위적인 창조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가히 야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이다.
물론 내게는 그런 재능은 없다.
에뮬레이터에게 걸맞은 재능만으로도 빠듯이 한계이니까.
내가 지닌 재능포화도는 극단적으로 에뮬레이터로서의 재능에 몰려있다.
그렇지만 말이다.
야성이라는 건 후천적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기술의 가계도.
일인전승을 거듭하며 개발되는 비전 감각.
가장 비밀스럽게, 끈질기게 이어지는,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담긴 그것.
세상에서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명가의 보도.
금단의 비기.
혹은 쌓아온 역사의 깊이로 완성되는 [기술]이라고.
내가 터득한 것은 그런 것이다.
“사람을 1년 정도 대하다보면 어렴풋이 대인관계 스킬이 쌓이게 되지. 흔히 말하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관계가 된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10년이 지나면 화술이나 접대, 영업과 관련된 전문직의 일선에 뛰어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완숙함을 갖추게 되지.”
“뭐야. 고작 게이머 생활 12년 정도로 유세 떨려는 거냐?”
싱글거리던 소마의 낯이 단숨에 일변하였다.
“웃기지 마. 이쪽이 경험해온 건 실전의 전장이다. 안전하게 자신의 목숨은 어떠한 위협도 받지 않으며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늘여왔던 너와는 지내온 세월의 깊이가 다르다고.”
같은 양이어도 밀도가 다르다.
실전의 전투.
소마가 살아온 세상은 확실히 치열했겠지.
그런데 말이다.
나한텐 이게 꽤나 우스운 소리로 들리기만 한다.
“너 의외로 게이머의 재능이 있네.”
“하?”
“진지하게 개그를 치는 거. 몰입도와 의외성, 재미를 동시에 줄 수 있는 상당한 고급 스킬이라고?”
나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이 녀석을 얕보고 있다.
“건방진 자식. 감히 날 하수 취급하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세월의 깊이 따위. 내 앞에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개그일 수밖에 없잖아.”
“고작 12년짜리 게이머 주제에!”
“전부 틀렸어. 방해하지 말고 잠자코 들어.”
“……!”
엉망진창이잖아.
나르시스트는 이래서 문제다.
언제나 자신만 바라보니까.
답이 버젓이 눈앞에 있어도 찾지를 못한다.
네가 보고 있는 건 12년짜리 게이머가 아니다.
“100년의 세월이 쌓이면 기술은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된다. 예술을 추구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예술적인 숙련도가 발휘되지. 몸으로 체득해낸 효율과 발상의 극치가 발휘된다.”
10년조차도 강산이 뒤바뀔 시간이다.
100년은 그 열 배.
가히 한 지역의 변천을 아우르는 것과 다름없다.
자연에 도달한 경지.
그렇기에 더욱 돋보이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단순한 행동조차 예술로 승화되는 [자연체]의 활용이 가능해지는 기간이다.
“1000년의 세월. 이건 이미 예술이라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지. 한 분야의 역사 그 자체나 다름없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감정과 행동을 총망라한 정수 그 자체가 된다.”
“네가 뭐라고 천년의 시간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거냐!”
“나는 모험가다.”
“!”
“그리고 검사이다. 동시에 도적이고. 동시에 무투가이며. 상인, 사제, 연금술사, 대장장이, 화가, 조각사, 궁수, 레인저, 도예가, 검투사, 마법사, 몬스터조련사, 연극배우, 집사, 도공─”
“그, 그만!”
“도합. 500개가 넘는 직업을 지녀본. 2000회차를 넘는 플레이를 거듭한. 플레이 타임만 수천 년에 육박하는 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류.
그렇기에 자부할 수 있는 게이머이다.
“천년조차도 한 분야의 역사와 함께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지. 허면 온갖 종류의 직업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관계를 맺어온 [게이머]의 후천적 직관력. 그게 어디까지 닿아있을지…”
너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나?”
내 앞에선 그저 애송이에 불과하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괴물 녀석이…”
“12년의 실전. 현실에서의 전투기술이라면 네가 나보다는 위일 거다.”
“제기랄. 놀리는 거냐?”
소마는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덜덜 몸을 떨었다.
천년역사의 정수를 다섯 번도 족히 넘어선.
그야말로 반만년의 경험을 지닌 내 앞에서 깊이라니.
어리석음에도 정도가 있다.
직업은 달라도 누군가를 접해왔다는 건 같다.
그것이 게이머.
바로 내가 지난 시간동안 경험해온 깊이라는 것이다.
“너는 실전으로 단련된 전사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자신이 지니지 못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머쥔 자를 적대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지. 그리고 그것을 빼앗는 것에 익숙하다.”
지극히 원시적인 문명에서나 성립할 수 있는 전사관.
소마는 야만적인 전사의 본능을 지닌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런 타입은 욕망에 솔직하다.
그렇기에 더욱 더.
[생존본능]이라는 최우선적인 욕망을 절실하게 따른다.
“방금 그건…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게임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위압감을 발휘할 수 있었던 거지?”
“안 알려줘.”
“뭣…!?”
“바보냐? 격에 안 맞는 지식은 들어도 잊고 만다. 시간낭비에 어울려줄 마음은 없어. 그보다도 네가 알아야 할 건 그런 게 아니잖아?”
“큭…”
감히 내 앞에서 주제도 모르고 건방을 떨어주었지.
그 대가.
혹독하게 치르게 해주지 않고는 성에 차지 않아.
“날 죽일 셈인가?”
“무슨 소리야. 간부를 죽이면 누가 일 하는데.”
“뭐?”
소마는 얼빠진 표정으로 대꾸했다.
“날 살려주는 것도 모자라서 간부를 시킨다고?”
“그러려고 데려왔으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을 배신하려고 한 몸인데…”
배신이 문제되는 건 이쪽이 당했을 때에 한정된다.
“바보냐?”
알기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자만하지 마라, 나르시스트. 너 정도로는 내게 위협조차도 되지 못한다는 거다.”
“!!”
“애초에 너. 구아악의 기준으로는 지능도 별 한 개짜리였고. 구사할 수 있는 전략도 뻔했단 말이지.”
“별 한 개! 날 무식하다고 한 거냐!?”
“으음… 빈말로도 머리가 좋아 보인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 녀석이 컨트롤마스터 과라는 것도 실력만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니었는걸.
가만히만 있어도 그림이 되는 외모.
딱 그것만을 두고 한 소리였으니까 말이다.
“하. 재미있군. 이 나를 여기까지 업신여기는데도 기분 나쁘지 않은 상대가 있을 줄이야. 소문대로의, 아니 소문 이상의 사내였어.”
“옷. 북부에도 내 소문이 퍼진 건가? 뭐라고 났냐?”
“2형 뮤턴트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상남자.”
“뭔 소문이야 그게!?”
“직접 경험한 소감으로는 3형 뮤턴트까지도 좋은 승부가 될 것 같은데.”
이 녀석들, 병약미소년한테 무슨 소문을 붙이는 거냐.
이미 내 외모는 안중에도 없는 거 아니야?
“당신!”
“음?”
“개복치한테 무례하게 군 대가로 혹독하게 굴려줄 테니까 각오하는 게 좋아!”
“오옷, 희귀한 여자네. 상류사회 아가씨 같아.”
“흐, 흥! 칭찬한다고 딱히 나오는 건 없거든!?”
소마의 뒤처리는 츳키가 맡았다.
혹은 츳키의 뒤처리를 소마가 맡았다거나.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
이걸로 겨우 한시름 덜었는가.
[아까 소마한테 선사한 압박감. 그거 정말로 뭐였어?]
천년역사의 정수를 넘어선 반만년의 게이머 일생.
그 끝에서 건져낸 작은 재주 같은 거다.
엘더 드래곤 식으로 표현하자면 초월지경이지만.
내 표현과는 거리감이 있지.
알기 쉽게 빗대자면 역시 이 정도일까.
“죽을 것 같은 기분.”
[?]
“하도 죽다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더라고. 초월자들이 구사하는 피어(Fear)라는 거.”
역사가 쌓이면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잊히게 되는 기술도 있다.
생존본능.
직접적으로 그것을 자극하는, 일종의 [사망감각]이라는 거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사용하지 못했었지만.
락킹 마스터와 조곽수에게 제대로 한 방 당한 이후로는 현실에서도 다이스 게임에 필적하는 무언가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반만년의 정수.
그것은 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원초적인 무언가에 맞닿아 있으니까.
“요는 언젠가 다가올 결전의 날을 위한 비장의 한 수라는 거다.”
[기술명도 있어?]
“개복치식 사망감각.”
[구려. 완전 싸구려 같아.]
“그러니까 스스로 지은 이름이 구아악인 녀석한테 작명실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다고..”
솔직히 용호상박이잖아.
아니, 이건 너무 멋진 표현인가.
그래.
적당히 소박하게.
여기서는 도긴개긴 정도로 해두자.
============================ 작품 후기 ============================
-System : 개복치가 [개복치색 패기]를 습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