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500
00499 #20 – 킹메이커 =========================================================================
#20 – 킹메이커(19)
폐허도시 디스트무라는 구 마왕군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오랜 인내의 끝에 마침내 구원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골목지구의 빈민들은 도시를 에워싼 탁기와 언데드들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틀렸어… 이제 우리는 어디서 살아가야 하는 거지?”
“다 쫓겨날 거야. 어딜 가도 다를 게 없다고.”
“제길. 주둔군 녀석들. 괜한 짓을 하다니.”
국가에게 버림받은 빈민들은 공식적으로 국가가 포기한 치외법권이 아니고서야 살아갈 터전이 마땅치 않다.
필시 이대로 이들을 방치한다면 폐허도시에서 모조리 축출되고 산에 올라가 화전민이 되거나 산적이 될 거다.
상급도적 넬은 그러한 생리에 대해서 지적하였다.
“저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모두 몬스터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거나 정규 토벌군에 의해 학살당할 게 틀림없어. 뭔가 대책은 없는 거야?”
삼왕자는 결코 이들의 생존을 원치 않을 거다.
폐허도시의 실상을 아는 자들!
어떠한 혐의를 걸어서라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범죄자로 만들어 처형하면 처형했지, 복지를 신경써줄 상대가 아니다.
황위계승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는 일왕자로서도 뾰족한 묘수가 없는 바.
난처한 상황으로부터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다름아닌 주둔군 기사 에포르드 마서 경이었다.
“일왕자 폐하께서 보다 실권을 움켜쥐는 날이면 저들을 공식적인 제국 신민으로 받아들이리라 믿습니다. 그 때까지의 시간벌기는 맡겨주십시오. 저희 주둔군이 책임지고 부랑자들을 은폐하겠습니다.”
‘괜찮겠어? 삼왕자가 사병들을 동원해서라도 방해에 나설 텐데.’
“수도에서의 권력쟁탈이 신속하게 이루어질수록 저희들의 생존가능성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일왕자님을 지지하겠습니다. 부디 믿음을 저버리지만 말아주십시오.”
아군이 국정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기 전까지 저들이 버틸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솔직한 마음으로 말하자면.
저들이 살아남을 확률은 단 1% 남짓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한다면.
적어도 증인으로 나설 부랑자 몇은 살려둘 수 있다.
오로지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조차도 바치려는 의지.
주둔군은 그간 등져왔던 양심에 모든 것을 걸었다.
도망치고 외면하는 삶에 반기를 든 것이다.
“난쟁이. 저들을 지켜주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간 황위계승전의 무력부문에서 확실한 1승을 얻을 기회를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신생마왕군의 사천왕, 검왕 란도멜이 남아있다. 황위계승전은 그대가 없더라도 승리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대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들의 숭고한 의지가 셀레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쩌면 이것은 치명적인 비수가 되어 대국을 뒤흔드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셀레나의 선택을 만류할 사람은 이 자리에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나조차도.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고자 결심을 굳혔기 때문이다.
“이겨라. 수도에서 패배한다면 다음은 내란밖에 없다.”
“물론일세.”
다음 목적지는 대장군 멘탈 공작이 주둔중인 북부 국경지대의 요새.
켄이치의 공간이동으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화했다.
삼엄한 군기, 단련된 정병, 최고의 장비.
남부의 자존심을 지키는 군단은 정예 중의 정예였다.
셀레나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감상은 경외나 인정이 아닌 탄식이었다.
“이들의 힘이 있었다면 폐허도시의 수복은 진즉에 가능했겠구나.”
물론 많은 장애가 따르기는 했을 것이다.
사르갈 연합국과의 외교협상.
국론의 일치.
확실한 지원에 이르기까지.
나라 전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이들을 폐허도시에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해할 수 없구나. 삼왕자는 수많은 인재를 품고 국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을 텐데. 어찌하여 구 마왕군과 손을 잡고 자국의 역량을 감소시키는 선택을 했단 말인가.”
‘간단한 얘기다. 일왕자가 오드마이어 제국을 국가로서 보아왔다면, 삼왕자는 오드마이어 제국을 기업으로 보아온 셈이지.’
“국가와 기업. 그 간극이 이리도 크단 말인가.”
‘국가는 약자를 돌봄에 주저하지 않는다. 허나 기업은 이득이 되지 않는 자들은 철저하게 배제하지. 아무런 힘도 자산도 없는 부랑자건. 정적에 해당하는 멘탈 공작이건.’
“얄궂은 운명이로구나. 한 때의 욕망으로 제 역량을 줄이는 아둔한 짓을 벌이다니.”
투르비쳬 공국 역시 셀레나와 내가 개입하기 전에는 마찬가지였다.
북부의 야만인들이 지닌 호전성과는 별개로 지방 토호들과 귀족, 거상들은 중앙집권체제를 이용하려 들기만 할 뿐.
같은 위기에 처했다면 매몰차게 약자는 버리고 정적과는 정쟁을 벌여왔을 테니까.
발 빠르게 움직여 타협 가능한 정적은 포용하고 타협불가의 정적은 제거하며 약자를 품지 않았다면, 지금의 공국과 신생마왕군은 성립할 수 없었으리라.
선량하고 힘 있는 군주의 유무만이 같은 처지의 국가를 이리도 극명하게 뒤바꾼 셈이다.
‘그만큼 구 마왕군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거다.’
정치가들을 회유하고 상권을 휘어잡으며 무력으로 혼란시킨다.
욕망을 지닌 인간은 각자의 위치에서 휘둘리기만 할 뿐.
모든 것이 인류멸망을 앞당기고 마왕부활을 초래하기 위한 사전장치였음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세계는 멸망을 향해 치닫고 있을 순간이다.
알더라도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패배한 현실에서의 12년이었다.
그렇기에 무너진 다이스 게임에서의 수천 년이었다.
이제는 달라져야만 한다.
멘탈 공작과의 대면에서 우리는 에포르드 마서 경이 건네준 수정구를 보여주었다.
“일왕자에게 전해주시오. 제국의 검은 당신과 함께 할 것이라고.”
“!!”
“노구의 눈은 멀지 않았소. 무엇이 제국의 안녕을 위한 선택인지는 명약관화한 바. 신생마왕군을 택한 일왕자의 결단을 따르겠소.”
정체를 숨기려는 시도 따위가 먹힐 리가 없다.
수정구에는 전력을 다하던 파티원들의 모습이 담겨있으니.
그것을 보고도 멘탈 공작은 우리들을 지지해주었다.
자신의 말마따나 굳건한 신뢰를 품었기에?
다르다.
그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했을 뿐.
기회가 된다면 신생마왕군에게도 반기를 들 인물이다.
적어도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님을 깨달았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이로써 오드마이어 제국에서 영입해야 할 대귀족 셋은 일왕자 진영에 합류하였으니.
마침내 황위계승전을 선포하고 일왕자를 황태자에 즉위시켜, 제국에 드리운 암운을 걷어낼 시기가 다가왔다.
‘가자. 결판을 내러.’
황궁으로 돌아온 우리는 일왕자에게 낭보를 전하고자 걸음을 바삐 했다.
문제가 생겼음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일왕자의 낯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다.
“미안하다. 너희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다.”
‘대체 뭐가 일어난 거냐.’
“재상 탄타로스 백작을 포섭하는 사이에 삼왕자가 선수를 쳤다.”
선수를 치다니.
재상의 포섭이 실패하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런 의문조차도 아득히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했음은 이어지는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황제가 회복했다.”
‘!!’
“국정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황제가 황위계승전 따위를 용납할 리가 없다.”
고위귀족들의 일왕자 진영에의 합류와 주둔군의 배신, 마왕군 사천왕의 사망.
모든 정보를 입수하는 즉시 삼왕자는 손을 썼다.
자신에게 닥칠 최악의 위험이 황위계승전임을 깨닫고, 병상에 누운 황제를 깨워 이를 아예 원천봉쇄한 것이다.
“궁내의 소문으로는 신전에서 제조한 엘릭서를 복용시켰다고 하더군.”
‘황제의 병은 엘릭서로 나을 것이 아닐 텐데.’
“물론 새빨간 거짓말일 거다. 황제가 쓰러진 이유는 구 마왕군의 수작임이 틀림없으니까. 마왕군만 아는 질병을 발생시켰으니 병을 거두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오드마이어 제국의 황제가 깨어난다.
이는 정말로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초 희귀 이벤트이다.
카이브스탄 제국의 정복왕.
사르갈 연합국의 파라오.
이에 비견되는 대륙 3강의 마지막 일원이 바로 오드마이어 제국의 황제다.
무력과 기술력에 맞서는 정치력을 지닌 자.
그는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이용하는 주의이다.
구 마왕군과 손을 잡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쓰러진 이유는 오직 하나.
백면귀와 암흑 주시자가 황제 대신 왕자들을 이용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신을 당했다가 깨어났으니 구 마왕군을 적대하지 않겠냐면, 그건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황제의 역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민 자조차도 이용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손을 잡는다.
그가 제거하는 [적]은 아무런 이득도 제공할 수 없는, 이용가치가 떨어진 자들 뿐.
구 마왕군이라는 독이 든 과실을 기꺼이 다시 한 번 먹어치우고도 남을 인물이다.
데에엥
황궁 전역에 울려 퍼지는 묵직한 종소리.
그 의미는 명확하다.
일왕자의 안색은 더 망가질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소집령이 떨어졌다.”
“소집령이라면…”
“황제가 주최하는 국정회의다. 거기에서 내 최후 또한 결정되겠지.”
일왕자를 사지로 내몰았던 건 비단 이왕자와 삼왕자의 파벌뿐만이 아니었다.
황제.
그야말로 가장 먼저 무능한 왕자를 사지로 보낸 장본인이었다.
살아생전에 도움이 될 수 없다면, 죽어서라도 타국 침략의 명분이 되어라.
그러한 철혈의 의지야말로 일왕자의 입지를 낭떠러지로 몰아왔던 근본적인 원인이다.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끝난 건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모르겠는가? 황제가 깨어난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음을.”
“그대야말로 잘 생각하여라. 지금껏 행한 일들이 전부 무가치한 발버둥에 지난 것인지.”
제국의 일왕자가 포기하고, 게이머인 나조차도 암담함을 느꼈다.
하지만 셀레나는 아직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
그녀의 총명한 두 눈은 분명하게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삼왕자보다 더한 황제가 깨어난 와중에… 아직도 가망이 남아있다고?”
“본질을 잊지 마라. 그대의 목적은 황태자가 되는 것인가?”
“그럴 리가. 그딴 직위는 지팡이가 내게 요구한 것일 뿐. 내게는 없어도 상관없다.”
“하면 말해보아라. 그대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
일왕자는 두 눈을 감았다.
진정한 소망.
순간의 욕망을 들어주며 남은 생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악마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위화감이 넘치는.
그렇기에 더욱 진실성이 느껴지는 요구.
감은 눈을 다시금 뜨며, 일왕자는 망설임이 사라진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나의 진정한 소망은 정상회의 대화록을 파기하는 것.”
그거였냐!?
-프랑 : 얼마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거냨ㅋㅋㅋ
-형 : 아이고 형님 ㅋㅋㅋㅋ
-다스 : 아 너무 안쓰러우시네 ㅋㅋㅋ
한결같은 의지에 게이머인 나마저도 경외감을 느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정점에 위치한 권력에 도달해야하지. 허나 그게 반드시 나 자신의 힘일 필요는 없다.”
“후후. 그럼 무슨 수로 대화록을 파기할 텐가.”
“황제의 환심을 얻어 대화록의 파기를 요구한다. 그걸 위한 재료는 차고도 넘치게 준비되었지.”
그제야 나 또한 셀레나가 바라보는 전망을 깨달았다.
삼왕자와 구 마왕군의 효용가치는 급감했다.
이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면.
동시에 신생마왕군과 손을 잡은 일왕자의 가치를 부각한다면.
냉혹하게 이권만을 추구하는 황제가 바로 그 이권에 의해서 삼왕자 파벌을 내치고 일왕자 파벌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망플래그를 역전시키는 지혜.
반복된 경험이라는 독에 얽매인 게이머는 떠올릴 수 없는.
진정으로 나의 플레이를 곁에서 지켜보아온 셀레나만이 깨달을 수 있는 공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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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는 500화 기념 외전을 써볼까 합니다.
근데 뭘 쓸지를 모르겠네요!!
다음 등장인물 내지는 그 외 엑스트라 한 명을 골라주시면 최다 득표자를 해당인물 일상 외전을 써보려 합니다.
기한은 오전 7시까지!
그 이후가 되어버리면 다음 편 집필이 그만큼 늦어집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