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504
00503 #20 – 킹메이커 =========================================================================
#20 – 킹메이커(22)
황제의 기사단장이 지닌 믿기지 않는 무력.
여기에 황제 개인의 포악함까지.
고작 단 두 명을 마주할 뿐인데 암흑 주시자를 상대하던 순간보다 압도적인 경각심이 떠올랐다.
미지에 대한 위험.
대응할 수 없는 변수.
게이머의 생존본능이 부르짖고 있다.
당장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저 미친 새끼는 당장이라도 깽판을 칠 수 있다고.
본능의 외침을 따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필사적으로 냉정을 되찾았다.
‘굴하지 마라. 황제의 노림수는 분명해졌다.’
시험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왕자가 어느 정도의 자질과 실력을 쌓았는가.
그는 그 나름의 형태로 황위계승전을 이어가고 있다.
시험에서 통과하는가, 하지 못하는가.
생존유무는 그것으로 갈린다.
설령 최악의 사태가 닥친다고 하더라도.
초월무인으로 추정되는 기사단장은 란도멜이 마검 카오스의 힘을 빌려 맞서고, 켄이치가 마법으로 영격에 나서면 된다.
‘셀레나. 일왕자. 위축되지 말고 너희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모든 일의 성패는 너희 두 사람에게 달려있다.’
삼왕자라는 모르모트 덕분에 황제의 성향은 극명해졌다.
어떠한 선행이든 악행이든 그는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위에 확신을 지니고 이를 언행으로 증명하는 것과 다른 누군가의 의도에 끌려 다니지 않는 것.
이용당하기 쉬운 황제의 자리에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늠하는 것이다.
난세에 있어서 이보다 중요한 덕목은 없다.
적어도 황제는 그렇게 여기는 자이다.
“일왕자 시드너여. 너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생마왕군은 진정으로 네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론입니다. 제국을 병들게 하는 구 마왕군 파벌을 일소시키는데 실제로도 이만한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설령 황제폐하와 황실기사단장이 없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호오. 짐의 존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일왕자는 덤덤하게 주장을 전개하였다.
“만약 황제폐하께서 깨어나지 않으셨다면 저는 황위계승전에 도전했을 것입니다. 신생마왕군의 조력을 빌어 정치와 외교, 무력 부문에서 승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외세의 힘을 빌어보았자 궁극적으로는 신생마왕군의 괴뢰정부가 되었을 것이다.”
“상관없습니다. 그들과 제가 추구하는 바는 동일합니다. 구 마왕군의 축출 및 전 세계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니까요.”
“영향력을 강화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수치스러운 과거를 누구도 언급하지 못할 냉혹한 통치력을 발휘하며 제 존재를 제국과 동일하게 여기도록 만들 것입니다. 누구도 제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수치스러운 대화록의 폐기를 저기까지 꾸며내다니!
일왕자의 언변도 보통은 아니다.
허나 황제를 온전히 속여내기에는 부족했다.
“너의 과거는 그만큼 수치스러운 것이었는가? 신생마왕군의 조력이 없으면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물론입니다. 힘없는 과거는 수치스러운 인내의 시간에 불과했을 뿐. 과거의 원한을 잊지 않고 적을 말소하는 것은 집정기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실로 의외의 면모를 거듭 보여주는군. 원한. 지배라. 짐의 기준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사항이지만…”
지나치게 이질적이다.
황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거짓이로군.”
“증명을 원하십니까?”
“해보아라.”
일왕자는 자신의 품에서 한 건의 서류철을 꺼내었다.
저것이라면 분명 눈에 익은 서류철이다.
켄이치가 집무실에서 미적거리며 한참을 들춰봤었지.
“흥미로운 리스트를 제작했군. 삼왕자 카르텔이라. 부패에 대한 내용이라면 이보다 명확하게 고발할 수 없을 터이나,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
“황제폐하께서 부패에 관대함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리스트의 진정한 용도는 황제폐하께서 쓰러지신 지난 5년 간 이적행위를 한 배신자들을 가리는 것입니다.”
“이적행위? 기특한 짓이다만 어찌하여 그런 번거로운 짓을 저질렀는가.”
“물론 황제폐하를 이용하여 적들을 말살하기 위함입니다.”
황제는 노기를 드러내었다.
“지리멸절하군. 과인을 이용하는 것은 삼왕자의 술책이라 하였으면서 신속하게도 말을 바꾸었어. 그 정도의 기교에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아니오. 두 개는 분명한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삼왕자는 황제폐하를 일으켜 세워 황위계승전을 무효화하려는 책략을 구사했다면, 저는 황제폐하를 시해하여 삼왕자를 제거하는 모략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들어본 적도 없다.
이건 순전히 일왕자가 심금에 숨겨왔던 최후의 비책.
분명 이번 회차에 한하여 그가 스스로 궁리한 끝에 떠올린 난이도 상승에 의해 변화된 결과이다.
“자세히 말하라.”
“황제폐하는 제국의 상징적인 존재. 이는 언데드가 된다고 해도 다를 바는 없습니다. 저는 신생마왕군에게 폐하의 몸과 영혼을 바치는 대가로 폐하와 이 리스트를 이용해 그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려는 수를 모색했습니다.”
미쳤다.
그야말로 폭군의 핏줄을 이은 자 다운 발상이다.
심지어 황제 시해의 음모를 장본인 앞에서 설명하다니.
어지간한 담력이 없고서야 감히 저지를 수 없는 만행이다.
당장에 검에 손을 얹은 황실기사단장만 해도 그렇다.
저만한 초월무인을 앞두고 네 주인을 내가 조지려고 했다, 라는 양심고백이라니.
목숨이 열 개 여도 부족하다.
한없이 자살에 가까운 폭언.
황제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가 막히는 것은 황제의 반응이다.
진노한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훌륭하군. 자식교육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여겼건만. 설마 무능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네가 여기까지 해낼 줄이야.”
“만족하십니까?”
“물론이다. 과인은 오늘부로 너를 황태자로 봉할 것이니라.”
정신 나간 부자의 대화에 갤러리들은 패닉에 빠졌다.
-묵제 : 야 시발. 누가 설명 좀 해줘!
-쓰레기 : 황제 뭔데 ㅋㅋㅋ 지 죽인다니까 겁나 좋아해
-뉴렌 : 황위를 물려받고도 제국을 운영해나갈 수 있는 실력자를 판가름하기 위한 절차다. 저 정도 비정함이 없다면 폭군은 처음부터 용납할 생각이 없었던 거지.
-살인전차 : 대단하군. 오드마이어 제국의 황제의 역량이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보다 더한 폭군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을 황태자로 봉하다니.
-어썸 : 일왕자 오빠 미쵸; 까도 까도 섹시한 남자;
빌런 모에냐.
양파도 아니고 일왕자를 까대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다. 공포정치는 사람의 마음까지 다스릴 수는 없다. 네가 지향하는 정치관은 무엇인가.”
“공포정치입니다.”
“호오… 과인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정하는가.”
여기까지는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심리적인 방어기제.
기본적인 대 전제.
일왕자는 그러한 선을 거침없이 넘나든다.
상식 밖의 존재.
그야말로 파격의 극을 달리는 사고관은 다른 회차에서도 쉬이 볼 수 없는 면모였다.
“공포에도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스스로 공포를 부여하거나. 공포의 상징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두려움을 느낄 만한 공공의 적을 내세우거나.”
“구 마왕군인가.”
“그렇습니다. 신생마왕군은 지금까지의 외교능력으로 충분히 공존 가능한 국가임이 입증되었습니다. 구 마왕군의 영향력을 신생마왕군으로 대체함과 동시에 정권을 뒤엎을 겁니다.”
“그만한 역량이 없다면 모두 허사가 될 일이다.”
“제게는 백렴파의 관료들과 대장군을 따르는 군부의 세력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정권교체를 위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삼왕자를 따르는 파벌이 공중분해 된 지금.
무수한 공직이 공백이 되었다.
지금의 시험이 끝나거든, 수도와 이권을 얻을 수 있는 지역에 밀집한 삼왕자 파벌의 잔당들 또한 토벌되겠지.
자연스레 공백을 노리는 자들이 나타난다.
적절한 논공행상을 통해서 기존에 포섭한 인재들을 만족시키고 여기에 새로운 파벌구성원들을 영입한다면, 일왕자를 위시로 한 카르텔은 사상 초유의 저력을 갖추게 된다.
제국이 지닌 모든 역량의 총집결.
아우르기에 따라서는 그 아성조차도 넘볼 수 있다.
나를 비롯한 신생마왕군의 지원이 있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부족하다.”
허나 황제의 기운은 극도로 엄격했다.
“짐이 듣기로는 브륜하스텔 군도연맹과 사르갈 연합국은 신생마왕군의 잠재적인 적수로 남아있더군. 심지어 구 마왕군 또한 최후의 사천왕이 남아있다.”
“역습의 가능성 말이십니까?”
“그렇다. 적이 눈앞까지 몰아닥친다면 아둔한 자들은 그 미천한 지혜가 선사하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네놈의 정권을 이탈하거나 배신하면서.”
오드마이어 제국의 귀족들은 지나치게 약점이 많다.
부패, 타락, 범죄.
책임을 묻는다면 청렴파의 관료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라도 털어서 먼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다.
그런 자들의 숨통을 움켜쥐고 닦달한다면.
너의 정치적인 생명과 육체적인 생명을 멸할 카드를 우리가 쥐고 있다며 과거의 행적을 빌미로 압박한다면.
이탈자는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오드마이어 제국을 지배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관문.
청렴하지 못한 자들을 지배하며 무슨 수로 그들을 하나로 결집시킬지를 모색해내어야 하는 국면이다.
“보십시오. 이 자는 삼왕자를 따르던 충복 중의 충복. 사르갈 연합국에서 망명해온 콘도 라마입니다.”
이에 삼왕자는 콘도 라마를 제시하였다.
“!?”
콘도 라마는 죽을상을 지었다.
가뜩이나 험악한 분위기에 바로 얼마 전까지 자신이 속해있던 파벌이 삽시간에 잿더미로 화하는 꼴을 목격했다.
숨소리조차 죽이며 존재감을 감추기에도 버거운 판국에 대놓고 일왕자가 지적하니 욕지기가 나오지 않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콘도 라마는 삼왕자의 밀명을 받아 사르갈 연합국의 대사와 외교협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허나 지금은 저의 충실한 수족이 되었지요.”
“호오. 무슨 간교를 부린 것이냐.”
“신생마왕군의 저력입니다.”
황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해하기 힘들군.”
얼떨결에 지목당한 셀레나도 어안이 벙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애써 오연한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팡이를 잡은 손에 식은땀이 맺히는 게 느껴진다.
이 맛은 당분 함유율이 높은 과일맛 땀이군!
나조차도 당황해서 헛소리를 내뱉을 뻔했다.
대체 저 새끼가 뭔 생각으로 우릴 물고 늘어진 거지?
“신생마왕 셀레나는 협상 중인 자리에 친히 쳐들어가 사르갈 연합국의 대사를 그 자리에서 참살했습니다. 그리고는 콘도 라마를 영입해왔지요.”
“흥미롭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만행을 저질렀지?”
급격히 선회하는 이목.
셀레나는 사과맛 식은땀을 손바닥 가득 흘리면서도 필사적인 허세를 부렷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잔챙이들이기 때문이다.”
“호오. 사르갈 연합국이 잔챙이란 말이더냐?”
“관짝에 누워있던 늙은이는 모르겠지만 사르갈 연합국은 현재 일곱 개의 소속국 중에 세 개가 멸망하였다.”
황제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 파라오가 통치하는 연합국이?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 것이냐.”
“본녀의 부군인 마왕군 결전병기. 바로 지팡이의 압도적인 힘으로 재앙을 일으켜 국가 그 자체를 초토화시켰다.”
‘!?’
이 비겁한 주인 같으니!
쫄리니까 넘긴 거다.
절대로 나한테 짐을 떠넘기는 게 틀림없다!
“전음을 보낼 수 있다는 사항은 이미 알고 있다. 말해보아라. 사르갈 연합국의 소속국 세 개를 멸한 방법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죽어도 말 못한다.
택시 대신 특대형 자갈폭풍을 탔다거나, 켄이치가 떨군 운석낙하마법이 하늘섬을 직격한 탓에 잔해가 떨어져서 나라가 망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사실대로 정직하게 말해봤자 ‘흠. 개소리로군. 목을 쳐라.’라고 말해도 이상할 게 없는 황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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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쨩과 함께 하는 스펙타클 폭탄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