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76
00076 #3 – 만수무강하소서 여왕 폐하 =========================================================================
#3 – 만수무강하소서 여왕 폐하(7)
거인들은 미식축구장에 온 홀리건(Holligan, 난동꾼)마냥 환호성과 야유를 내질렀다.
인간들 인기 많네.
아니, 어쩌면 식품시식코너에 올라온 스테이크를 보고 열광하는 아지매들인지도 모르지.
‘저기, 셀레나? 저것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우리 다 죽게 생겼는데?’
“동감하네.”
셀레나는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니.
그걸 나한테 묻는거냐.
‘네 능력으로 어떻게든 놈들을 진정시켜봐.’
“그런! 본녀에게 그런 대단한 능력은 없는 걸!”
‘마왕 후보자잖아! 기합으로 해치워버려!’
셀레나의 머리 위에 언뜻 느낌표가 보인 것 같다.
알아서 각성이라도 했나보지.
“거인들이여! 인간들을 환영해주어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답례로 본녀의 사천왕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대지술사 지메클로 경의 미리미터 이동술을 보여주지!”
이 타이밍에 시연식이냐!
게다가 그거 지진이잖아!
거인 이전에 네 손에 인간들이 먼저 죽겠다.
수도에서의 소문이 퍼졌던 것인지 인간들도 결사적으로 만류한 탓에 간신히 지메클로 경의 시연식은 중단되었다.
“뭔가 보여주려던 거 아니었나?”
“몰라. 저기 파란 놈이 스물세마리 째였음.”
“스물넷, 스물다섯.”
이쯤에서 거인의 체구를 계산해보도록 하자.
도시 하르멜의 외성 성벽의 높이는 9m이다.
이것도 몬스터 웨이브가 잦은 투르비쳬 공국이기에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는 높이이다. 덤으로 거인들은 그런 성벽 위로 상반신이 버젓이 튀어나와있고.
13m는 가뿐히 도달할 것 같네.
심지어 몇 마리는 다른 놈들보다도 훨씬 더 크잖아.
그리고 지금, 사람을 낫초 조각 집는 파오후처럼 쓸어 담을 수 있는 거인들이 뭔가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도 큰 소리로 숫자를 외쳐서 거인들의 마법이라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그냥 우리들의 숫자를 세며 일인당 몇 마리를 나누어가질 수 있는지 계산하는 거였더라.
…….
…….
…….
데드 카운트다! 숫자 다 세면 우리 전멸하는 거잖아!
거인은 몸이 클수록 방어력과 항마력도 높아진다.
심지어 13m 정도 사이즈면 셀레나와 켄이치의 마법도 큰 효력을 기대하기는 힘들 터.
‘으아아. 어떻게든 전략을 강구해야 해!!’
“지진이 아니면 대체 무슨 수를 써야 하는가.”
‘쟤들은 마왕이 뭔지도 몰라. 허세 같은 거 안 먹힌다고.’
거인들의 카운트가 백 명을 넘어설 즈음이었다.
-멘쫑 : 압박 말고 회유하면 되잖아
아.
고걸 몰랐네.
한동안 말이 안 통하는 등신들만 상대해서 ‘회유한다’라는 선택지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었어.
거인의 지능이 낮기는 해도, 그만큼 단순하니까.
의외로 간단하게 동맹을 체결하거나 불가침 협정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르멜. 내성의 보물창고에 축적된 재화를 풀어서 거인들과 친교를 맺는다. 가능하겠지?”
“거절하겠다. 하찮은 농노와 상인계층 따위를 위해 축적해온 보물이 아니다. 존귀하고 존엄한 귀족계층과 충성을 맹세한 기사계급만을 위한 투자라면..”
“그대의 머리를 날리고 교섭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이 수치, 잊지 않겠다.”
“좋을 대로.”
교섭거리는 의외로 손쉽게 입수되었다.
이제 성의 물자를 마음껏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거인들이여. 본녀의 영토에 온 것을 환영하노라.”
인사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냐!?
완전히 방금 전까지의 일은 없던 걸로 초기화하네.
셀레나의 인사에 거인들이 코를 킁킁거렸다.
“맛있는 냄새.”
“블루베리 파이.”
“시끄러!! 여든아홉에서 헷갈리잖아!!”
다행이다.
이놈들 뇌까지 커지지는 않았어.
한참을 세더니 아직도 백도 못 갔고 심지어 다시 세잖아.
얼마나 숫자에 약한 거냐.
“본녀는 그대들 거인족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한다. 양 세력의 친선의 징표로 식량과 보물을 제공하고 싶네만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인들은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죽이고 뺏는다!”
“인간고기, 식량, 보물 다 갖는다!”
“꾸어어엉! 배고파아아아!”
여기가 카오스입니까.
탐욕스러운 거인들은 눈이 벌게진 채 숫자를 세는 속도를 빨리 하고, 존나 큰 거인 애새끼는 마구 울어대며 커다란 눈물방울을 사방팔방 흩뿌렸다.
콰지직
콰장창
건물 몇 채가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부하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눈물방울조차 살인적인 놈들과 육탄전이라니, 역시 교전 개시 직후에 천 명쯤 죽어나갈 것이 눈에 훤하다.
이 기세라면 1분 안에 전멸이라고.
콰아앙!!
굉장한 소음에 놀라 돌아보니 성벽이 무너졌다.
난 또 뭐라고.
거인 꼬마가 짜증스레 내뻗은 주먹에 성벽이 박살난 거네.
난 또 뭐라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어린 아이의 칭얼거림에 성이 박살나는 것쯤이야 별 것도 아니지.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기야 한데.
우리가 전멸할 수도 있겠는데!?
“교, 교섭도 통하지 않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막막한 전황에 고뇌하고 있자니 이전보다 더욱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몸이 찌릿하고 울릴 정도의 진동.
성벽이 무너진 것보다 세 배는 더 굉장한,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굉음이다.
“닥쳐라, 이 울보.”
“히끅!”
“거인족의 수치 같으니. 아무리 배가 고플지라도 저런 작고 나약한 생물체들을 어찌 입에 담으려 한단 말인가!”
“그치만, 그치만!”
“시끄럽다!”
퍽
콰과과과광!
샴쌍둥이 거인이 냅다 꼬마에게 레프트 훅을 날렸다.
넘어진 꼬마 거인을 따라 길바닥이 기다랗게 파괴되었다.
“너희들도 똑같다! 자긍심을 잃지 마라! 웃어른이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들도 버릇이 나빠짐을 어찌 모르는가!”
조선에서 오셨어요?
웬걸, 거인이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네.
샴쌍둥이의 훈계에 다른 거인들은 입맛만 다시며 물러섰다.
“자네들은 소인치고는 비교적 온건한 지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군. 작고 나약한 것들은 언제나 두려움에 떨며 낯선 존재를 두려워한다고 여겼거늘.”
“호오. 이곳에도 인간들이 살아간단 말인가.”
“릴리풋이라는 소인들의 나라가 있지.”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가 생각하고 말았다.
“그래서. 자네들은 어느 동화에서 넘어왔는가?”
“동화? 그게 무슨 말인가.”
“시치미 떼지 않아도 된다네. 낯선 차원의 방문자들은 100%의 확률로 어딘가의 창작물이더군. 세상에 동화 이외의 창작물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 있는데요.
이거 게임임.
냅다 전음을 보내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럼 자네들의 지식이 잘못되었을 걸세. 본녀가 살던 세상은 동화가 아니었으니까.”
“이런. 실수를 저질렀군. 동화 속 존재가 동화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 괜찮다면 그대들이 살아온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겠는가?”
입냄새가 지독하기는 해도 샴쌍둥이 거인은 의외의 젠틀남이었고.
모처럼의 문명인과의 대화이다.
셀레나는 기꺼이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악마는 인간을 등처먹고, 몬스터는 인간을 잡아먹고, 이종족은 인간에게 등처먹히고,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세상이네.”
악마들의 세계관을 납득했다!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었던 거냐!!
다이스 게임이 마치 마계(魔界)라도 되는 것처럼 들리잖아.
내가 말하면 굉장한 위화감이 느껴지겠지만 다이스 게임도 사망플래그는 많아도 그럭저럭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여긴 적어도 식물이 사람 몸에 뿌리박고 자라지는 않잖아.
“멋진 세상이군!”
엑.
진심이냐.
“작은 것들이 죽창 죽창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언제나 마음에 안 들었지. 그런 험악한 세상에서 호되게 구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아쉽구나. 너희의 성정이 온화한 걸 보니 그럼 너희들은 인간이 아닌 악마이겠구나.”
분류가 뭔가 잘못되지 않았어?
악마가 온건하다니.
그거 보통 인간 포지션이잖아.
그보다 생긴 것도 다르잖아.
거인들이 보기에는 인간이나 악마나 거기서 거기처럼 보이나보다.
“그런 걸세.”
흔쾌히 시인하지 마라.
이 동네에 소인들도 살고 있다잖아.
나중에 정체가 발각되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냐.
셀레나 너야 악마여도 나머지가 죄다 인간이라고.
“인간이 아닌 악마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보물과 식량은 필요 없다. 대신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준다면 그대들이 우리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걸 용인해주겠네.”
“무엇을 원하는가?”
“거인들의 낙원을 전쟁터로 삼아 미쳐 날뛰는 릴리풋의 열두 명의 소인국 출신 공주들을 제거해주게!”
이쯤 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공주가 뭐요?
뭔 놈의 공주가 열두 명이나 있어!
애초에 소인이잖아.
새삼 그걸 우리한테 처리해달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상관은 없다만 어째서 그런 부탁을? 본녀가 보기에 그대들은 체구도 건장하고 타고난 힘도 능히 신장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거늘, 소인의 공주들이 골칫거리가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구나.”
“열두 공주가 전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네.”
“……하?”
“첫 번째는 일곱 명의 위대한 검주급 드워프 전사들을 수하로 거느린 공주 마르가레테 폰 발데크. 두 번째는 오후 열두 시간에 한정해서 초마법사가 되는 신데렐라. 세 번째는 반경 20Km에 강력한 수면의 저주를 뿌리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네 번째는 인어족의 신물인 포세이돈의 창의 선택을 받은 공주 에리얼. 다섯 번째는…….”
시발.
이게 뭐야.
공주들이 죄다 어딘가의 동화에 나오는 것들이잖아.
다이스 게임 이 미친 새끼들.
차원의 틈에다가 이딴 걸 쑤셔 넣다니.
미친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단단히 미친 것 같다.
그런데… 공주 나오는 동화가 열두 개나 되나.
앞선 네 명 이후로도 기타등등 괴력발랄한 공주님들의 소개를 듣고는 마침내 문제의 열두 명 째 공주의 썰을 들었다.
“마지막 공주는 공포의 사령술사 무간다라고 하네. 천수를 누리고 죽은 열한명의 공주들을 부활시킨 원흉이지.”
이년이구나!
이년의 문제였어!
“그럼 그 무간다라는 공주를 죽이면 되지 않는가.”
“그게 불가능하다네. 무간다라는 공주는 사령술로 초월자의 경지에 접어든 경이로운 존재이지. 비록 이몸도 거인족의 대영웅으로 초월자의 경지에 접어들었네만…”
너도냐!?
“혼자서는 도저히 그녀의 목숨을 빼앗을 수가 없더군. 다른 열한 명의 공주들의 힘을 모두 공유하는 탓에, 무간다를 해치우기 위해서는 다른 공주들을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네.”
“그걸 직접 하면 되지 않는가.”
“나로서는 국토를 수비하는 것조차도 버겁다네. 그러니 무간다의 군세를 우리 거인들이 막아내는 동안, 사악한 사령술사 무간다에게 조종 받는 배덕한 열한 명의 공주를 우선 제거해줬으면 하네.”
이제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제작자들이 미친 게 틀림없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맵을 만든 건지 짐작도 안 된다.
‘받아들여. 어차피 거절하면 거인들하고도 싸워야 되잖아.’
셀레나는 애써 얼굴을 펴며 연기를 이어나갔다.
“그렇군. 그대들의 고충은 잘 이해했네. 본녀가 그대들 거인족이 겪는 고충을 덜어주도록 하지.”
“고맙네. 악마들의 왕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본녀의 이름은 셀레나. 위대한 마왕이라네.”
“마왕 셀레나. 그 이름을 기억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공주인 백설공주는 이곳에서 좌측의 산으로 쭉 올라가면 만날 수 있네. 그럼 무운을 빌지.”
거인은 제 할 말만 다 하고는 성큼성큼 멀어졌다.
덤으로 퀘스트까지 떠서 여기에 못을 막았다.
『돌발퀘스트 ‘12인의 공주를 제거하라’가 발생했습니다.』
『동화 속에서 11공주를 부활시킨 사악한 공주 무간다에 맞서 거인들은 낙원에서의 기나긴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거인족 출신 대영웅 우그라막스의 부탁을 이행하십시오. 영웅은 은혜를 받으면 반드시 도움을 베풀어줍니다.』
『성공 시 : 본 차원으로의 송환.』
『실패 시 : 거인들의 낙원에서 거주.』
시벌.
이게 미저리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야.
일 끝내기 전까지는 돌려보내주지도 않잖아.
통조림이냐.
미션 완수하기 전까지는 납치감금이냐.
“그럼 일곱 명의 그랜드 소드마스터급 드워프들에게 보호받는 백설공주를 어찌 제거할 텐가?”
그걸 어떻게 잡아!
나도 모른다 이 악마야!
============================ 작품 후기 ============================
[Q & A 코너]
Q : @샴쌍둥이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 잭 더 자이언트 킬러 패러디입니다.
Q : @개복치에게 알파고의 신뢰도는 수치화하면 몇입니까?
A : 100%입NIDA.
Q : @화술이 낮으면 무슨말을 하든 npc에게 업ㅇㅇㅂㅇㅂ업ㅇ 으로 들리나요?
A : 화술이 제로라면 오또케 들릴찌는 다음 화에서 알쑤 있씁NIDA.
—–
[변경사항]1. 디X니 랜드 소속 애니메이션 인용 제거.
2. 디X니 랜드의 2차 창작 이전에 있는 [원전동화]의 내용에 철저히 입각한 패러디.
3. 디X니 랜드에서 2차 창작으로 사용한 일곱 난쟁이의 개성 및 이름 제거.
스니지 -> 디스크좀비 = 슈퍼난쟁이A
그룬델 -> 살인범 = 슈퍼난쟁이B
트리거해피 -> 약쟁이=슈퍼난쟁이C
그 외 -> 슈퍼난쟁이 D, E, F, G
난쟁이들의 이름이 쯔꾸르 게임 잡몹처럼 변해버렸군요(…)
참고로 디스크좀비의 디스크는 허리디스크의 디스크입니다.
수정 편수는 76, 77, 78, 80, 81, 82편입니다.
디X니 랜드에 세운 고소플래그를 회수했습니다.
휴우. 이걸로 작품이 돌연사할 미래를 피했군요.
변경완료시각 : 2016-05-16 AM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