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tem RAW novel - Chapter 9
00009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
#1 – 아이템이 되었습니다(9)
흔히 그런 경우가 있다.
멋대로 들이대고는 거절 받으면 분노하는 거.
대단한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고 남을 멸시하고 깔아뭉개는, 어떻게든 상대의 흠을 잡고 깎아내리려는 찌질한 행위를 얼굴 백 개 달린 괴물이 나한테 하고 있다.
…명색이 괴물인데 스케일이 너무 작잖아, 이 녀석.
“아나 이 지팡이 왜 말을 안 들어?”
“앵기지 말고 빨리 마법 써봐.”
“좋으면서 빼지 말라고. 작작해 임마.”
백두면귀는 대쉬하다 차인 놈 마냥 엉겨 붙었다.
덤으로 현재는 데이트폭력으로 가기 직전이다.
아니,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는 거야?
뭣보다 너 싫다고.
겁나 못생겼다고.
얼굴 너무 많아서 징그러워.
낙제라고 보통은. 이런 끔찍한 녀석은.
그런 매도를 퍼부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건만…….
‘아! 말이 안 통하니까 암 걸릴 것 같다!!’
전음마법을 배웠는데 왜 말이 안 통하냐고?
집중해서 생각을 발산하는 족족 이런 게 뜬다!
『백두면귀의 패시브 스킬 ‘저항백배’가 전음을 차단합니다.』
머리가 백개니 저항력도 백배인건가?
아니, 그런 건 정말로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이 막가파 대두괴물이 날 막 흔들어댄다는 거다.
무슨 콜라 캔도 아니고 흔들면 마법이 터지는 줄 아나.
확실한 건 일단 내 성질머리는 먼저 끓는점을 넘겼다.
조금만 있으면 대폭발을 해버릴 거라는 건 자명하다.
‘시발 확 그냥 마법 써버려?’
어차피 성공 같은 거 할 리가 없고.
이제는 실패할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니까.
부작용으로 거하게 백두면귀를 엿 먹일 수 있다.
문제는 뒷감당 쪽이다.
지팡이한테 역관광당한 백두면귀가 화풀이로 날 박살내면?
뚝.
하고 몸이 반 토막 날 거다.
“음 이게 무슨 냄새지?”
“우에엑 달걀 썩은 냄새다”
“갸아악 구아아악”
갑자기 백두면귀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쳤다.
다급히 코를 막으려 손을 들었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얼굴이 하도 많은 탓에 코를 다 잡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겍’
급기야 백두면귀은 날 내팽개치고 달아났다.
뒤늦게 원인을 깨닫고는 스스로의 선경지명에 감탄했다.
한참 전에 구매했던 [지독한 악취] 스킬이 효력을 본 거다.
이 스킬은 패시브이기에 상시 발동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스킬 숙련도가 무섭도록 축적된다는 거다!
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고약한 악취를 풍길 수 있다!
하하하!
‘시발.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대로라면 내가 원해도 주인을 만들 수가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킬망각제(선택)]를 복용하는 건데…
이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절차야 병뚜껑을 까서 몸에 바르기만 하면 된다.
내게는 그런 정밀 작업이 불가능하다.
고도의 손재주를 요구하는 기술까지 갈 것도 없다.
손이 없으니 땅을 짚고 일어나는 행위조차도 불가능하다.
‘교섭을 해야 해!’
스킬망각제(선택)을 구매할 돈이야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이걸 내 몸에 바르는 거다.
말도 안 통하는 백두면귀야 고려하지도 않았다.
저 바보 같은 놈이면 물약은 보자마자 들이키겠지.
‘어… 가만?’
스킬망각제(선택)은 선택하지 않으면 무작위로 발동한다.
복용자의 스킬 중 아무거나 하나가 슥 사라지는 거다.
만일 백두면귀의 ‘저항백배’ 스킬이 사라진다면?
저 머저리하고는 일단 대화가 가능해진다!
굳이 주인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만족.
교섭만 되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좋아, 그럼 백두면귀가 돌아오면 아이템을 사는 거야!’
나는 얌전히 대두 녀석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내심 휘파람도 불어보고.
앞으로 뭘 하고 지낼지 행복한 상상도 하고.
지금쯤 홈 시스템에 전기가 얼마나 남았을지 계산도 하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어지간히도 크게 쫀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 덩치에 이건 좀 그렇지 않나.
지팡이에 질색하는 건 10살 먹은 애나 할 짓이다.
참 고대악마니 백두면귀니 거창한 이름이 아까운 놈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그냥 내가 엄청나게 잘못한 것 같다.
이런 찌질이 녀석에게 박정하게 악취를 풍겨댔으니 원.
‘앗 뜨거라!’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난 모양이다.
못생긴 괴물이라도 이제 좀 이리로 돌아왔으면 싶다.
그렇게 삼일이 지났다.
자갈이 백만 스물 하나.
자갈이 백만 스물 둘.
자갈이 백만 스물 셋.
자갈이 백만 스물 넷…….
그렇게 사일이 지났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헤…….’
실성한 자폐아마냥 허공을 바라보며 멍 때렸다.
-낭자아이 : 얘 아직도 이러고 있음?
-묵제 : 야 심심한데 마법 한 번 써봐
갤러리들의 채근에도 이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
『랜덤 마법(3종/22종)의 네 번째 마법이 확정됐습니다!』
『무의식은 본능적인 소망을 마법으로 끌어내는 법. 무상무념의 경지가 새로운 마법을 깨우쳤습니다.』
『습득한 마법은 [명상]입니다.』
실로 오래간만의 시스템 메시지였다.
멍하니 알림창을 바라보다가 정신이 번뜩 들었다.
뭐야, 방금 나 마법 익힌 거야?
굉장해!
뭔가 눈 감고 일어나니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
그럼 한 번 더 사일 간 삽질하면 되지 않냐고?
지당한 생각이지만 명심할 사항이 있다.
이거, 한 번 더하면 우울증으로 로그아웃할지 모른다.
두 번 다시 이런 고독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정말로 실시간으로 미쳐가고 있었다고.
사람은 없지.
소리도 안 들리지.
컴컴한 굴속에 혼자 처박혀있지.
삼일 째부터 새고 있던 자갈도 눈으로 본 게 아니다.
왠지 모르게 환각 같은 게 보일 정도로 위험했었다고.
-구아악 : 명상이 무슨 마법이었지?
-퐁삽 : 나 알아. 그거 마나회복속도 상승하는 거임.
-쓰레기 : 얘 상태창에 소유마나 수치 없던데?
갤러리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화를 듣던 나라고 다를까.
도무지 상황이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시트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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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의 실패작(Rare, Ego Item)]
*공격력 : 38 *내구도 : 37 *마법명중률 : 23%
*마법성공률 : 12% *마법시전속도 : 2.0배
*설명 :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마법사가 희대의 역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아이템. 본래의 목표와는 달리 제작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탓에 희대의 괴작이 되어버렸다.
*내장마법 : 랜덤 매직(4종/22종)
-부리 뽑기, 염력(念力), 귀환, 명상
*보유스킬 : 무기 수리(中), 자동수복(中), 지독한 악취(中), 전음(中), 회색 안개(中)
*소유 포인트 : 12,5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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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정말로 없다.
만복도랑 갈증만 없는 게 아니다.
체력, 마력, 스테미나.
삼대 에너지가 하나도 없다.
갤러리들이 수군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낭자아이 : 마력 없으면 얘 마나 무한대임?
-구아악 : 그러네. 폭주할 때 엄청나게 마나 썼어.
-형 : 그러네요. 형 이거 제법 설득력 있어요.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이점이었다.
마나의 사용한계가 없다.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마법을 쓸 수 있다.
다른 아이템조차도 소지마력의 한계는 존재하는데.
이유?
그거야 뻔하지.
나, 버그 걸린 거다!
‘대박! 대박이야!’
초 막강한 최상급마법도 마나량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디 그뿐이랴.
작정하면 100연속, 1000연속 시전도 가능하다.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최강의 자신!
머릿속의 나는 마왕도 때려잡는 지팡이가 되어가고 있다.
‘뭐, 그렇게 무난하게 풀리지만은 않겠지만.’
명색이 12년차 게이머.
허접이기는 해도 알만한 건 알고 있다.
지금 내 수준에 마법을 연속 발동하고 다녔다가는…
마법시전 부작용에 적보다 내 몸이 먼저 박살날 거다.
에혀.
그 꼴 안 보려면 날 돌봐줄 주인이 필요하다.
무기는 주인의 손에 쥐어질 때에 가장 강력한 법이니까.
적시에 마법을 사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즉각 수리해주고.
그런 자상한 보호 속에서만 나는 강해질 수 있다.
주인모집을 위해서는 마법 다섯 개를 익혀야하고.
남은 한 개를 익히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적어도 그걸 여기서 찾고 싶진 않다.
결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살려주세요.
제발 아무나 나 좀 데려가줘…….
레어아이템에 에고아이템이라고…….
랜덤마법 4개에 스킬도 5개나 있는데.
개인 자산으로 돈도 12,500p나 모아뒀는걸.
유기견이 아니야.
그런 보잘 것 없는 것보다 난 훨씬 더 대단하다고!
엄마가 그렇게 말했단 말야!
-낭자아이 : 와 진짜 눈물 나네(국어책 읽기).
-퐁삽 : 아무도 안 오면 여기서 평생 삼?(국어책 읽기)
-알파고 : Yes(국어책 읽기)
내 말 똑똑히 기억해둬.
내가 여기서 나가면 그땐 너흴 부숴버리겠어.
-낭자아이 : 얘 지금쯤 울고 있지 않을까
-구아악 : 그러네. 개복치 성격에 안 우는 게 용하지.
-츳키 : 우쭈쭈쭈
캬아악.
갤러리들이 격하게 미워지고 있다.
인생 마지막 플레이라고 이놈들도 막장이 됐어.
때리고 싶다.
저놈들을 때리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저놈들 머리 위에 돌이라도 떨구고 싶어!
『랜덤 마법(4종/22종)의 다섯 번째 마법이 확정됐습니다!』
『진실한 감정은 강력한 마법으로 이어지는 법. 당신의 감정이 새로운 마법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습득한 마법은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입니다.』
뭐!?
느닷없이 엄청난 마법을 배워버렸는데!?
갤러리들과 나는 한마음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순간이동은 블링크(Blink), 텔레포트(Teleport)와 더불어 3대 이동마법이자 생존마법이라 불리는 마법사의 모스트 원트 아이템(Most want Item)이다!
시중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며 쉬이 전수해주지도 않는다.
마탑 같은 곳에 처박혀서 20년은 뼈 빠지게 굴러도 줄락 말락 사람 약 올리고 환장하게 만드는 마법이 순간이동이다.
왜 이렇게 순간이동의 가치가 높냐고?
누가 근거리에서 칼을 들고 덤빈다고 생각해보자.
순간이동을 쓰면 단번에 20m 너머에서 뿅 하고 나올 수 있다.
연달아 마법까지 발동하면?
검사는 죽어라 달려와서 헛손질하고 얻어맞는 거다.
즉, 순간이동은 근거리 적에 특화된 반격마법인 셈!
심지어 난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이니 이걸 원격에서…….
응?
무작위야 둘째 치고.
순간이동이 원격이건 말건 무슨 상관이지?
나만 움직이면 되는 건데?
뭐지?
-낭자아이 : 졸라ㅋㅋㅋ심란한ㅋㅋㅋ마법ㅋㅋㅋ
-형 : 아이고. 형은 뭘 곱게 얻는 걸 못 보네요.
-다스 : 에혀~ 기껏 얻은 마법이 또 원격이시네.
아무래도 갤러리들은 뭔가를 눈치 챈 모양이다.
나 역시 떠오르는 생각은 있지만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럴 리가 없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방금 전까지 존나 기뻐한 게 김치국 마신 게 되잖아.
그러나 스킬 설명은 몹시 매정하게 진실만을 내게 고했다.
*원격 무작위 순간이동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대상을 무작위 위치로 순간이동 시킵니다. 대상을 선택할 수도 없고, 날리는 위치를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습득자의 무분별한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진 마법입니다.
순간이동은 순간이동인데 뭔가 내가 아는 것과 다르다.
시전자가 살려고 쓰는 마법인데 시전자는 제외란다.
그렇기에 원격.
무작위 대상을 날려 보내는 거다.
헌데 그렇게 날려 보내는 지점도 무작위다.
무작위 대상을 무작위로 날려 보내는 순간이동이라니.
‘초 심란해…….’
쓸모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알 수 없는 마법이다.
정말 애매하기 짝이 없는 계륵 같은 마법이 걸렸다.
퀘스트는 대단한 마법이건 쓰레기 마법이건 개의치 않고 카운트에 1을 추가한 걸로 만족했다는 듯이 팡파레를 울렸다.
『연계퀘스트 ‘자기개발’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p와 일주일 간 [새것처럼 빛나는 광택] 효과가 지급됩니다.』
『당신은 왕국탐사단이 도착하기 전에 부단한 노력 끝에 다섯 가지의 랜덤 마법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제 탐사단이 도착하기까지 기다리거나 능동적으로 자기개발을 이어나가실 수 있습니다.』
갑자기 몸이 번쩍거리며 빛났다.
새것처럼 빛나는 광택이라더니, 아예 광원이 됐는데요?
『퀘스트 분기가 발생했습니다.』
『[대기]와 [자기개발2] 중 하나를 선택해주십시오.』
에라, 모르겠다.
심란한 건 심란한 거고.
선택지가 나왔으면 선택할 차례다.
얌전히 박혀있을지, 뭔가 더 준비를 하든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모양이다.
‘에혀. 선택장애인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엄청난 허접이기에 뭐든 능동적으로 하려 했다간 피를 본다.
실제로 별 거 아닌 마법 시전만 해도 부작용으로 대기권여행을 하거나 계층 하나를 넘나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악몽 같은 경험은 두 번으로도 지나치게 많다.
여기선 갤러리들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얄밉기는 해도 갤러리들은 의외로 경험이 많다.
나를 비롯한 수많은 게이머들의 영상을 줄곧 보아온 바.
당사자와는 달리 관찰자적 시점에서 어떤 선택이 더욱 득이 될 것인지를 통계적으로, 본능적으로 산출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따르기로 결심했다.
============================ 작품 후기 ============================
다이스 게임 첫 번째 선택지가 출현했습니다.
①. [대기] 퀘스트를 받는다.
②. [자기개발2] 퀘스트를 받는다.
다음 화 집필 시작 전까지 번호가 기재된 댓글만을 모아 계산, 보다 많은 표수가 모인 선택지를 따라 전개됩니다. 집필 시작 전에 댓글이 없을 시, 주사위를 굴려 그대로 진행합니다. 두 선택지의 표수가 같을 경우에도 주사위를 굴려 그대로 진행합니다.
귀찮으면 스킵, 특정 루트가 보고 싶다면 번호를 기재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1시 반부터 다음 화 집필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