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Being Rais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175
퍼억―!
“내가 사고 좀 치지 말라고 했지!”
갑작스러운 파열음에 눈이 번쩍 뜨였다. 눈앞에는 이제는 가족도 뭣도 아닌 사람들이 있었다.
늘 조용했던 아버지는 한 손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골프채를 들곤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충격을 받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형제가 있었다.
“집안이 시끄러워 죽겠는데 뭐? 계집한테 돈을 쓰고 대출을 받아? 이 미친놈이!”
“여보, 제발 그만……!”
골프채가 연신 매서운 소리를 냈다. 보는 내가 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둘째 새끼는 뭣도 모르는 게 주식에 손을 대서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네놈은 여자에 미쳐 돈을 그렇게 빌려?!”
어머니가 아버지의 팔에 매달렸지만, 그뿐이었다. 평생 순응하고만 살아 온 어머니가 이제 와서 제대로 아버지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X발, 못 해 먹겠네.”
몸을 웅크린 채 얻어맞던 첫째, 차이도가 이를 악물었다.
퍽퍽 소리가 멎음과 동시에 차이도가 아버지의 손에서 골프채를 빼앗아 되는대로 휘둘렀다.
퍽!
아버지가 팔을 맞아 크게 휘청거렸다.
“아악!”
“애초에 아버지가 사업 말아먹은 게 잘못이지, 그게 내 잘못이야? X발, 진짜. 더러워서 이 집 나간다.”
“네놈 새끼 지금 뭐라고……!”
“X발 누나가 왜 죽었는데. 다 아버지랑 어머니 탓이잖아?”
이 친구 개소리를 제법 잘 늘어놓네. 나는 황당한 기분으로 차이도가 지껄이는 소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야, 차이현. 나와, 이깟 더러운 집구석 나가자.”
“어……? 나도?”
“그럼 X발 이런 취급 받으면서 여기 있으려고?”
차이도의 매서운 눈에 차이현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이 상황이 퍽 난감한 듯 머뭇거리던 차이현은 차이도의 매서운 눈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짐 챙겨서 나와. 나가게.”
“나가, 나가! 다 나가라! 자식새끼들 키워 봐야 쓸모도 없다더니, 아주 여자에 미치고 돈에 미쳐서 이 돌아 버린 새끼들……!”
“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겁니다. 이딴 집 더 있으라고 해도 안 있어.”
차이도와 차이현이 성큼성큼 2층으로 사라졌다.
‘이게 그 선물인 건가?’
사업도 잘되어 가던 모양이던데 왜 이렇게 됐지?
바닥에 주저앉아 아버지의 상처를 살펴보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금방 돌아올 거예요. 험한 일은 하지 않았던 애들이니까…….”
“돌아오든 말든 누가 바라기나 한댔나! 사업 좀 망했다고 너까지 날 무시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알았어요. 새 투자자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짜악―!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의 뺨이 세차게 돌아갔다. 그녀가 당황한 눈으로 뺨을 감싸 쥐었다.
“여보……?”
“언제 망할지 모르는 회사에 누가 투자를 하겠어! 대체 왜 갑자기 거래처가 다 끊겼는지 모르겠어. 이해가 안 된다고……. 차미소 그 애가 죽은 뒤로…….”
아버지는 거의 미치기 일보 직전으로 보였다.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저주인가, 저주일지도 몰라. 그년이 죽으면서 우리를 저주하고 죽은 거야!”
아버지가 비명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새하얗게 질린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잠시 눈을 깜빡인 사이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이번에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차이도가 예쁜 여자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추리닝 하나를 걸친 그는 평소에 느껴지던 부티는 다 어디로 내버렸는지 언뜻 가출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새하얗게 질려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뭐, 라고……?”
“헤어지자고. 사실 너랑 사귀느라 좀 힘들었거든. 얼굴 빼곤 어디 한 군데라도 제대로 된 데가 있어야지. 인성 빻았지, 머리는 좋지만 성격은 X같지, 그러면서 여자는 왜 그렇게 좋아해? 참나. X도 작은 게.”
여자의 눈이 슬쩍 차이도의 하반신을 향했다가 돌아왔다.
생긋 웃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몰랐다. 예전부터 예쁜 여자를 좋아했던 차이도가 빠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미친X이 진짜……!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 내가 너 때문에 집까지 나와서!”
“어떻게 해 줬는데? 네가 좋아서 칠렐레팔렐레 다 해 준 것뿐이잖아. 아, 집 나온 건 네가 더러운 성격이라서 그런 거지.”
“이 X발이……!”
손을 뻗은 차이도가 여자의 멱살을 잡는 순간이었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비죽, 웃었다.
“저기,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넌 욕해도 X나 없어 보이기만 하거든? 그리고 어쩌겠어. 나도 돈을 받았으니 일을 해야 했는걸.”
“일……?”
“응, 너 지옥 밑바닥에 처박아 주라던데.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자기 찾는 사람들 있길래 데려왔어.”
예쁜 언니가 화사하게 웃었다.
“그, 그게 무슨…….”
“날 위해서 꽤 많은 돈을 빌렸더라고. 한 10억쯤 되던데, 집안이 꽤 믿을 만했나 봐. 고마워. 덕분에 슈퍼 카 한 대 뽑았어.”
“드디어 찾았다, 차이도 이 개호로 도둑 새끼.”
검은 옷을 입은 떡대들이 튀어나와 순식간에 차이도의 어깨를 붙잡았다. 차이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기, 나보고 매번 몸 팔면 딱 좋을 얼굴이라고 했잖아. 같은 말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
여자가 웃었다.
“우리 자기도 반반한 게 몸 팔기 딱 좋은 얼굴이야.”
“야, 야……! 야, 이 X발 미친. 내 돈 내놔!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나한테 왜……!”
“그러게 너는 왜 네 누나한테 그랬니? 내가 참 얘기 듣다가 딱해서 견딜 수가 없더라. 내가 옛날부터 주제도 모르는 새끼를 싫어해서 말이야.”
여자의 눈이 악의 없이 둥글게 휘었다.
“너 같은 인간 쓰레기를 밑바닥에 처박으면 몇십억을 준다는데 어떻게 안 하겠어.”
띠링―!
작은 알림음과 함께 여자의 핸드폰이 반짝였다.
“봐, 칼 입금됐잖아.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사서 사업이나 해야겠다. 너 같은 새끼 조지는 사업도 좋고.”
“야, 야……! 이러지 마, 나 좀 살려 주면 뭐든 할게, 뭐든……!”
떡대들에게 멱살이 잡힌 차이도가 새하얗게 질려 입을 열었다.
“으음, 아무도 너 죽인다고 안 했어. 뭐든 할 거라며? 너도 가서 걸레짝 될 때까지 몸 팔면 되겠네. 그럼 바이 바이, 즐거웠어. 자기.”
“대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시킨 건데……!!”
“음, 자기처럼 여자에 미친 남자. 아, 네 동생은 주식 하려고 돈 끌어 쓰다가 벌써 잡혔다더라. 너보단 머리가 나빴나 봐.”
또각또각 멀어지는 구두 굽 소리를 들으며 차이도가 발악했다.
“X바아알!!”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거리는 차이도는 자신을 둘러싼 떡대들에게 한참이나 얻어맞고서야 축 늘어졌다.
“얼굴도 반반하니, 예쁨 많이 받겠구만. 뭘 그렇게 싫어하냐? 교육받으면 너도 뿅 가서 다 좋아하게 될 거다.”
“흐, 흐윽…….”
차이도가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또다시 시야가 확 뒤집혔다.
배경이 바뀌었다.
이번엔 사방이 새하얀 병원이었다. 언제나처럼 1인실이 아니라 다인실인 것이 문제였지만.
그리고 꽤나 열악해 보이는 환경이었다. 낡았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아휴, 할머니 좀 가만히 계세요. 몸도 성치 않으시면서 정말 왜 사방을 어지럽게 만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네, 네년, 들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내가……!”
“네, 대단하신 분이라고요. 알겠으니까 좀 얌전히 계세요.”
“이 거지 같은 계집들이!”
할머니가 있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요양 보호사들의 손에 침대에 엎어진 채였다.
“허, 참. 지는 여자 아닌가? 진짜 짜증 나 죽겠어.”
“그러게 말이야. 그 잘난 사업가 아들은 왜 안 오는데? 저 할머니 지금 돈도 꽤 밀렸지?”
한때 고고했던 노인이라곤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모습이 보기도 싫은지 요양 보호사들이 사방에 커튼을 친 탓에 그녀가 볼 수 있는 세계는 새하얀 커튼 속뿐이었다.
“그년, 그년이 문제야. 그년이 죽어서도 저주해서…… 집안을 말아먹었어…….”
그때 꾹 닫힌 커튼 사이로 누가 들어왔다.
“아들……?”
“어머니…….”
아버지였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처음 봤던 장면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살이 빠져 얼굴은 반쪽이 되었고 표정은 음울했으며 늘 단정하던 차림새는 엉망이었다.
“맞아요. 그 애가 저주한 거예요. 애초에 어머니가…… 그 애를, 싫어하셔서 문제인 거예요.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그 애가 우리 집을 저주할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어머니가 죽으면 그 애도 용서하겠죠…….”
그 순간이었다.
아버지가 베개를 꺼내더니 할머니의 얼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미친…….’
뭐 하는 거야.
내가 당황해 손을 뻗었지만, 이미 있었던 일을 보여 주는 것뿐인 장면은 내 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반투명한 손이 흩어졌다.
“우읍, 읍……!”
“이걸로 아내도 돌아올 거고 사업도 원래 궤도로…… 돈도…….”
중얼거리는 아버지는 거의 미친 사람 같았다. 버둥거리던 할머니의 몸이 어느 순간 축 늘어졌다.
아버지의 안광이 광기로 번뜩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연극에 막이 내리듯 주변이 캄캄해졌다.
치지직―
라디오에서 나는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커다란 영화관처럼 화면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뉴스였다.
「다음 속보입니다, 모 기업의 대표 이사가 보험금을 노리고 모친을 죽인 것이 알려져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다음 속보입니다, 보험금을 노리고 모친을 죽인 것으로 알려진 모 대표 이사가 수감 중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마약을 사용한 정황이 파악된 두 아들과 대표 이사의 아내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팟―!
화면이 확 꺼졌다. 나는 캄캄해진 사위에 가만히 선 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저렇게까지 엉망이 되길 바랐나? 저렇게 벌을 받길 바랐나?
통쾌한 마음과 그렇지 못하고 뒤가 씁쓸한 맛이 동시에 감돌았다.
“어때? 내 선물은 만족했어?”
아르마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예쁜이가 거기 있는 동안 안배해 둔다고 꽤 힘냈다고. 제법 큰 돈을 쓰려고 여러모로 내 힘을 가져다 쓰기도 했지.”
“루실리온이…….”
“응, 그러니까 그 애가 한 말은 전부 진심일 거야. 내가 봐 온 예쁜이는 거짓말을 하진 않아.”
아르마가 말했다.
“네, 감사 인사를 해야겠어요.”
내 일에 그렇게까지 최선을 다해준 루실리온에게.
“감사합니다, 아르마 님.”
“뭘, 우리 애기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아르마가 코밑을 슥슥 문지르며 활짝 웃었다.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서툴게 마주 웃어 주자 빛무리가 나를 다시 집어삼켰다.
다시 눈을 뜨자 창밖으론 이미 밤이 지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