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Being Rais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1
“헹, 난 듣기 싫은데.”
“마법사도 언젠가는 검사와 전투를 벌일 때가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배우는 것이 좋다.”
“몰라! 내가 왜 배워야 하는데? 저런 멍청한 놈들 정도는 얼마든지……!”
리하르트 콜린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작은 손이 서툴게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마력이 발화했다.
화르륵-
타오르는 화염구가 생성됐다. 화염구가 움직이려는 순간 그것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어느새 알비온은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마법은 건물 내부에서 하는 게 아니다. 잘못하면 전부 죽는다.”
“난 배우기 싫다고!”
“배워야 죽지 않는다.”
“……난 안 죽어!”
“죽음은 네가 원할 때 찾아오지 않는다.”
우와, 알비온 정말 말주변이 없구나.
용케 고아원을 운영해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곳 자체가 알비온에겐 속죄의 공간일 테니까.’
무력하게 죽어 가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그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원장님이 뭘 알아.”
반항기 가득한 리하르트 콜린이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고 잠깐 방심하고 있던 나도 하늘을 날았다.
‘으악!’
철퍼덕.
급히 손에 힘을 줘 발을 붙이고 섰는데 뭔가 따뜻하고 말랑하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희번덕거리는 녹색 눈이 보였다.
“꾸우욱!”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 나갔다.
“……도마뱀?”
알비온이 손을 뻗어 나를 붙잡았다. 거친 손아귀에 붙잡힌 내가 버둥거리자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리히트가 키우는 건가? 애완동물은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해야겠군.”
‘이렇게 쫓아내겠다고?’
절대 싫어!
내가 버둥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알비온이 멈칫했다.
“너는 마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 같군.”
그는 제가 내뱉고도 우스운 소리라는 걸 깨달았는지 허탈한 숨을 뱉었다.
나는 재빨리 그의 손아귀를 벗어나 팔을 타고 기어올라서 어깨에 앉았다.
다행히 알비온은 나를 제지하지 않았다.
“리히트는 마법에 재능이 있다. 하지만, 재능 있는 마법사라고 한들 어린 마법사는 그저 노예로 사고 팔릴 뿐이다.”
‘그러고 보니 리하르트 콜린이 노예 상인에게 사고팔리던 걸 알비온이 구했다는 설정이었지?’
“하지만 잘 모르겠군.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한 알량한 선의 따윈……, 어쩌면 닿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 맞다. 이 사람 엄청난 자낮이었지…….’
알비온은 한 번 우울해지면 바닥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서 살짝 땅이 흔들렸다고 하자.
알비온은 이것을 ‘지진이 났나?’라고 생각하며 걱정하다가 ‘모두가 죽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번진다.
그렇게 결국은 ‘내가 땅을 걸었기 때문에…….’라는 괴상한 망상에 빠져 지하 내핵까지 땅굴을 파는 성격이다.
나는 땅굴을 파고 들어가려는 알비온을 보곤 급히 앞발을 들어 그의 뺨에 턱하고 올렸다.
착-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열심히 입술을 뻐끔거렸지만, 목소리가 튀어 나가진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한번 알비온을 격려하듯 뺨을 툭툭 쳤다.
“……이건, 지금 내게 시비를 거는 건가?”
하하, 역시 사람을 달래는 데 뺨은 두드리는 건 아니지!
내가 급히 앞발을 거둬들이고 다시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알비온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내가 소설을 얼마나 열심히 봤는데.’
알비온은 열심히 했다.
에서 알비온은 분명히 거의 비중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는 노예 상인이나 인신매매 등을 알선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토벌하곤 했다.
그뿐이랴, 얼마 벌지도 못하는 돈을 탈탈 털어서 고아원에 쏟아붓고 떠도는 부랑아나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가진 것을 전부 주곤 했다.
밤늦게 고된 용병 일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고아원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리하르트 콜린도 알비온을 좋아할 정도니까.’
때때로 스승의 날에 몰래 꽃을 두고 간다는 묘사도 아주 간간이 나왔다.
“……리히트를 찾아야 한다.”
알비온이 짧게 말하곤 고아원을 나섰다.
‘다 좋은데…….’
이거 나도 가는 거야?
알비온은 나를 어깨에 올려 둔 채로 달렸다.
그야말로 전투기만큼이나 빠른 속도였다.
인간이라곤 믿기지 않는 미친 속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없는 발톱을 한껏 세워 필사적으로 알비온에게 매달려야 했다.
‘근데 이 사람 리하르트 콜린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가는 거야?’
내가 괴로움에 어깨를 퍽퍽 내리치자 알비온이 커다란 나무 위에서 걸음을 멈췄다.
“리히트가 뛰어간 방향에는 마을밖에 없다.”
그랬구나.
의외로 자세히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여기서부턴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를 나무에 올려 두었다.
“찾을 수 있겠나?”
‘진심이야?’
나는 지금 도마뱀인데?
“찾으면 내 냄새를 맡고 찾으러 오면 된다.”
“…….”
이 영웅이 사실 전쟁터를 너무 구르다 보니까 조금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아니면 너무 인외종만 상대하다 보니 사실 평범한 도마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거나?
근데 도마뱀 후각이 좋았던가?
알비온이 나를 품에 안더니 자신의 가슴팍에 바싹 가져다 댔다.
“자, 냄새를 맡아라.”
“…….”
이렇게 맡는다고 내가 알겠…… 어? 뭔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냄새를 맡고 있으니 알비온이 나를 벽에 놓아 주었다. 그러더니 천 조각을 하나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게 리히트의 냄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코를 박고 냄새를 맡다가 흠칫 멈췄다.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정말 이래야 하는 거야?!
‘근데 좀 알 것도 같은데.’
그쪽이 더 비참한데.
알비온은 무척 훌륭한 탐지견이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잘못하면 밟힐 수도 있으니 웬만하면 벽으로만 다니도록 해라.”
그가 명령하듯 말하곤 몸을 돌렸다.
‘이러고 버리고 가는 건 아니겠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네 발을 움직였다.
‘이런 나라도 필요로 해 주니까.’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는 머지않아 리하르트 콜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인파가 많은 공원 벤치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아이에게 나는 스리슬쩍 다가갔다.
투둑.
무릎 위로 양 손바닥을 펼치고 있는 리하르트 콜린의 손바닥 위로 굵은 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얘 설마 우는 거야?’
왜 갑자기 울어?
“미안해……. 뱀뱀아.”
뱀뱀이?
‘……나?’
내가 왜?
“내가 널 떨어뜨리고 가서, 네가 마차에…….”
섬뜩한 소리에 비늘이 바짝 섰다.
벤치 위로 올라가 슬쩍 보자 웬 형체를 잃은 무언가의 사체가 리하르트 콜린의 손바닥에 있었다.
뭉개져서 형체가 뭔지도 알아보기가 힘들어 보였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냉큼 리하르트 콜린의 몸을 타고 기어올라 그의 뺨을 툭 건드렸다.
뺨을 적신 눈물이 손바닥에 닿았다.
찹찹-!
두어 번 뺨을 더 때리자 그제야 감각이 느껴졌는지 리하르트 콜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뱀, 뱀이?”
“뀨욱.”
“뱀뱀아!”
리하르트 콜린이 손에 있는 걸 내동댕이치며 나를 끌어안았다.
‘……숨 막혀.’
내 몸이 제 손바닥만 하다는 걸 부디 리하르트 콜린이 한시라도 빨리 눈치채 주길 바랄 뿐이다.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뒤를 돌았는데 없어서…… 널 찾으러 다시 돌아갔는데 네 울음소리가 들렸어.”
그건 다른 도마뱀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보니까 마차의 바퀴가 지나간 곳에 네가 있어서…….”
그러니까 그거 나 아니라고.
“다행이다. 언데드 마법은 아직 공부하지 못했거든.”
그거 금기된 흑마법 아니었던가.
“내가 살렸으니까 멋대로 죽지 마.”
나는 떨떠름하게 리하르트 콜린을 보았다.
리하르트가 나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기라도 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소년은 말문이 막힌 듯 한참이나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나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를 따라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