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Being Rais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28
‘아, 이 위화감 뭐지?’
이 눈만 봐도 아름다울 것이 분명한 외모가 위험신호를 발했다.
작가는 결코 엑스트라에게 대단한 외모 묘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솔직히 나만 해도 묘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외모라면, 분명히 주연 혹은 비중 있는 조연급이다.
‘간다.’
이것만 주고 떠난다.
나는 솔직히 더는 엮이고 싶지 않다.
주·조연급이라면 모두 여주인공과 얽히게 될 텐데, 그러면 어떻게든 내 정보가 들어갈지도 몰랐다.
‘이름은 둘째치고 외모만 알려 줘도…….’
분명히 에탐 가문의 정보력은 나를 금방 찾아낼 것이다.
그는 내가 준 스콘을 조심스럽게 받아 눈치를 살피더니 크게 베어 물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슬쩍 몸을 돌렸다.
‘……아, 온 김에 이것도 주고 와야지.’
나는 돈을 넣어 둔 주머니 안쪽에서 푸른색의 작은 파편을 꺼냈다.
일전에 리하르트의 보물상자에서 받은 파편이었다. 그리고 이건 ‘균형의 파편’의 일부였다.
사실 ‘균형의 파편’은 한 조각이 아니었다.
본래는 ‘균형의 돌’이라는 이름의 진주처럼 둥근 푸른 보석이었는데, 초대 에탐 가문의 가주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균형의 돌’을 쪼개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파편은 총 일곱 조각으로 가장 큰 파편은 세 개가 모인 에르노 에탐의 파편이었다.
그리고 이건 그 파편의 한 조각이다.
‘소설 속에서도 리하르트가 소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지…….’
그래서 이후에 여주인공이 요구했을 때 리하르트는 군말 없이 그녀에게 조각을 넘겨주었다.
나는 그걸 이번에 리하르트에게 받았고.
“하아…….”
물론 내가 훔친 건 아니지만, 사실 미리 말했으면 에르노 에탐이 잃어버릴 일도 없었을 거다.
아마도 보호 장치라도 더 걸어 놨겠지. 미약한 죄책감은 있었다.
‘세 개를 다 돌려 주진 못하겠네.’
에르노 에탐 것과 내가 리하르트에게서 받은 걸 제외하면 흩어진 파편이 세 개가 더 있긴 하겠지만, 두 개는 미래의 대신관이 가지고 있을 테고…….
‘한 개는 어디에 있더라?’
기억이 잘 나질 않았다.
타박타박-
저벅저벅-
타박타박-
저벅저벅-
그리고 왜 나 혼자 걷는 거 같지가 않은 걸까?
내가 우뚝 걸음을 멈추자 뒤따라오던 그림자도 우뚝 멈춰 섰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지?’
혹시 나를 알아본 사람이라도 생긴 걸까?
바짝 긴장한 채 나는 일단 인파가 많은 곳으로 걸어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너.”
나를 쫓아오던 것은 아까 그 로브를 뒤집어쓴 아이였다.
“왜……? 나 먹을 거 더 업써.”
“너… 따라가도 돼?”
앳된 미성에 눈이 절로 커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게 무슨 말이야.
“머? 그게 무슨 소리야…….”
“갈 곳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널 주인으로 삼을게……, 아니, 삼게 해 주세요.”
그가 거리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내 말문은 당연히 막혔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조리 몰리기 시작했다.
“미, 미쳐써? 얼른 이러나!”
나는 급히 소년의 어깨를 붙잡았다.
“따라가게 해 주세요, 주인님.”
무릎을 꿇고 애절하게 말해 오는 목소리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뭐지……?”
“뭔가 잘못한 것 같은데? 귀족이 암행을 나왔나…….”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리다니…….”
아냐아아!
내가 아니라고!
나는 당황해서 눈치를 살피다가 급히 소년의 어깨를 붙들었다. 로브 아래로 보이는 푸른 눈동자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었다.
“가, 가자……. 일단 가자…….”
“정말 따라가도 되나요……?”
왜 이렇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화악-
로브 아래로 비치는 소년의 얼굴이 환해졌다. 나는 멍하니 그 얼굴을 보다가 급히 몸을 돌렸다.
‘이건…….’
분명히 주·조연급이야!
아무리 봐도 그렇다. 조연이라면 아주아주 비중이 있는 조연일 확률이 높았다.
내가 몸을 돌리자 소년이 쪼르르 옆에 따라붙었다.
“그거 저도 있어요.”
“응?”
“손에 들고 계신 거 저도 있어요, 주인님.”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균형의 파편’을 쥔 내 손이 보였다.
“이게 있따구……?”
“네.”
그가 로브 안쪽을 뒤적이더니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균형의 파편’이었다.
그것도 내 것보다 더 큰 두 조각 짜리다.
‘……두 조각?’
어?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왜냐면 에르노 에탐이 잃어버린 것을 제외하면 세상에 남은 ‘균형의 파편’은 네 조각이다.
개중에 한 조각은 내가 가지고 있고 다른 한 조각은 행방을 모르고 두 조각을 가지고 있는 건….
‘미래의 대신관……인데…….’
에르노 에탐의 세 조각짜리가 땅바닥에 굴러다닐 일은 없으니까…….
“어…….”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주인님……?”
아니겠지.
왜 미래의 대신관이 여기에 있겠어. 본래 신전에 있는 게 정상이잖아?
나는 애써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부정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주인님, 어디 가요?”
“콜린 공작가!”
“아……, 그 가문이라면 이쪽이에요.”
소년이 내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으며 앞서 걸었다.
“이짜나, 왜 나 따라와……?”
“말했다시피 갈 곳이 없어서요.”
거짓말.
신전에서 찾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가 정말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쯤 그는 신관 후보생으로 신전에 있어야 한다.
“너 요기 이써.”
저택에 도착한 나는 거대한 정문 근처 그늘진 나무 밑에 그를 두었다.
“……왜요?”
“금방 오께.”
“오지 않으면요? 전 주인님 이름도 모르는데.”
도대체 왜 내가 주인님인데…….
“에이링이야. 나 거진말은 안 해.”
물론 나와서 왜 따라오냐고 싸울 순 있겠지만.
‘그리고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리하르트에겐 가족이 필요했다. 어느 어린아이에게나 가족은 필요하다.
‘돌아갈 곳이 있다면 돌아가는 편이 좋아.’
특히 그곳이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안뇽하세여, 혹시 공작님을 만날 수 있나여?”
나는 배시시 웃으며 문 앞을 지키는 병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뭐?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작님은 함부로 만날 수가 없단다.”
“어…… 공쟉님의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라여! 그러케 전해 주실 수 이써여……?”
“얘야, 헛소리하지 말고…….”
“이봐.”
옆에 있던 다른 병사가 나를 상대하던 병사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병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무조건이라고? 얘는 아직 아이잖나. 분명히 부모가 시켰거나…….”
“명령 불복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하아. 알겠네. 잠시만 기다려. 다녀올 테니.”
병사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급히 저택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리니 로브를 쓴 소년이 나무 밑에 서서 같은 자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콜린 공작가…….’
콜린 공작가는 에탐 공작가와 비슷한 정도의 규모의 가문이었다.
물론 당연히 에탐 공작가가 조금 더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곳은 뛰어난 마법사를 배출하는 오랜 혈통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
제 아내와 그 배에서 태어난 자식을 제외하면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했다.
제 가족의 일이 되면 수천억의 이익조차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헌신적인 사람.
‘믿어 주겠지?’
분명히 뭔가 사례를 한다고 할 텐데 뭘 받을지 정하지 못했다.
‘돈을 받겠다고 하면…….’
분명히 은행 계좌에 기록이 남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에르노 에탐이 계좌 기록 정도는 확인할 것 같다.
‘그럼……, 뭘 달라고 하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병사가 돌아왔다.
“공작 각하께서 들어오시라고 한다.”
“네!”
“……하, 이제 좀 거짓말하는 놈들이 없어졌다 했더니 또 들쑤시는군. 또 송장 치르게 생겼어.”
……송장?
그러고 보니 이쪽 성격도 장난 아니었지…….
특히 거짓말을 혐오하는 수준이라서 거짓말을 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간다고도 들었다.
꿀꺽.
침을 삼킨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당장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이쪽이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바로 사과하는 게 좋을 거다.”
병사가 나직하게 속삭이곤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이 열리자 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가 느껴졌다.
안에는 머리를 뒤로 넘긴 깔끔한 인상의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살짝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와 시선에서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느껴졌다.
“말해 봐라.”
그는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네……?”
“내 아들을 안다고 하지 않았나? 인상착의, 생김새, 특징, 이름, 뭐든 좋으니 아는 대로 말해 보라고 했다.”
서늘하고 차가운 목소리다.
겉보기에라도 다정하고 부드러웠던 에르노 에탐의 목소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긴 시간 지친 듯 감정이 결여된 듯한 보랏빛 눈동자가 기이하게 빛나며 내게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