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Being Raised by Villains RAW novel - Chapter 86
중학교, 고등학교 나는 분명히 따돌림당하고 비웃음을 샀으며,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누구도 내게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맞는 순간, 그야말로 미친개가 됐으니까.
머리채가 쥐어 잡히면 그놈의 머리채는 탈모가 온 것처럼 둥글게 뽑혀 나갔다.
“예…? 무슨 말씀을….”
나는 천진하게 다가가 그의 다리 밑에서 그대로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퍼억-!
“끄헉……!”
아야, 머리 아파.
놈의 다리 사이에 있는 소중이를 머리로 힘껏 때려 준 나는 채찍도 놓치고 제 다리 사이를 움켜쥐는 신관을 보며 웃었다.
“아담, 이오나!”
“네, 아가씨.”
아담이 호칭을 달리했다. 아직 내가 가주라는 사실이 공표되지 않은 탓이 분명했다.
나는 딱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신관을 가리키며 해맑게 입을 열었다.
“쟤가 나한테 치근덕거렸어.”
“예?”
이오나가 반문하는 사이 아담은 느리게 검을 뽑았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응, 이오나는 저 사람 좀 봐 줘.”
사람 하나를 두 명이서 괴롭히는 건 모양새가 조금 그래서 나는 바닥에서 벌벌 떠는 수인을 가리켰다.
“정말로 죽이진 마.”
아담의 검에 살기가 넘실거려 말을 덧붙이자 그가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정말 죽일 셈이었나.’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내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사이 수인은 어느새 내 발밑까지 기어와 있었다.
“와, 왕이십니까?”
“네…?”
“왕, 저희를 구원하실 왕이시지요…? 계, 계시가 있었습니다. 저희를 구원하실, 수인의 왕이 깨어나셨다고…….”
무슨 계시를 받은 거야.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말문이 막혀서 수인의 말에 잠시 침묵했다.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보자 남자는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었다.
“부디….”
그가 머리를 숙여 이마를 땅에 박았다.
“저, 저주스러운 인간들로부터… 저희를 해방해 주십시오.”
나는 입을 꾹 다물곤 인상을 찌푸렸다. 루실리온이 대신관이 되면 수인은 자유가 된다.
루실리온은 수인이 신전에 있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전부 해방했다.
“부디 자비를….”
나는 한참을 수인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력할게.”
루실리온이 대신관이 되면 벌어질 일이긴 하지만, 조금 더 앞당길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에겐 그저 희망이 필요할 뿐일 테니까.
“응.”
나는 대답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미 신관을 깔끔하게 정리한 아담이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내 앞으로 다가와 부복했다.
“명을 받들었습니다.”
“눠, 눠어…! 대, 대체 모야!”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퉁퉁 부어 이까지 빠졌는지 줄줄 새는 발음으로 그가 물었다.
“나?”
뭐라고 말하지?
아무래도 내가 전부 뒤집어쓰기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에탐 가문의 문제라고 할 수도 없고.
짧게 고민한 나는 이내 만족스러운 결론을 냈다.
“난 크루노 추기경의 조카다!”
내가 당당히 선언했다.
“히이이익!”
“흐아악!”
그와 동시에 신관과 수인이 발작하듯 거의 동시에 기어서 내게서 멀어졌다.
“어…?”
이게 아닌데.
신관은 그렇다 쳐도 수인은 왜 저렇게 도망간 걸까? 그는 경악이 서린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크, 크루노 추기경 각하의 조, 조카님…?”
그리고 신관은 과하게 겁에 질려 있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반응에 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리자 두 사람이 기겁하며 엉덩이로 기어 뒤로 더 물러났다.
“삼촌 어딨어요?”
“그, 그분… 그분은 지금쯤이면 아마 대신관님과 함께 고행을 행하시는 중이실 건데….”
“고행?”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딨는데?”
“그게, 아마 세 번째 빛의 방에 계실 겁니다.”
퉁퉁 불어 터진 입술로 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 답답한 대답에 조금 짜증이 일었다.
“그렇게 말해도 모르는데….”
내가 난감한 기색으로 고개를 숙이자 아담이 칼자루를 붙잡았다. 그러자 신관이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여기서 쭉 가시면 온통 새하얀 길이 있습니다! 그 길에 들어서셔서 걷다가 보면 나타나는 방 중에 세 번째 방입니다악! 제발때리지마세요!”
마지막엔 얼마나 급한지 눈을 질끈 감고 랩을 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그 이중적인 면모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본인은 수인을 그렇게 때려놓고선 남에겐 맞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게 웃겼다.
“저 사람 때리지 말고 돌려보내.”
“네, 네, 알겠습니다. 너 당장 우리로 돌아가!”
“네, 네….”
수인이 절뚝거리며 일어나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더니 몸을 돌려 멀어졌다.
절뚝거리는 다리 상태가 멀쩡하게 보이진 않았다.
‘우리….’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수인은 해방시키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일단….’
강경파의 수장이나 마찬가지인 셋째 삼촌을 어떻게든 설득해야겠지.
“아담.”
“네, 아가씨.”
“쟤가 방금 나 노려봤어.”
“네?! 네?! 제, 제가 언제요? 안 그랬습니다! 허어엉 안 그랬습니다아!”
신관이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내 발밑으로 기어 왔다. 한 3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내 발치를 붙잡았다. 아무래도 정말로 맞기 싫은 모양이었다.
“그럼 삼촌 있는 데로 안내해 줘.”
내 말에 그가 허겁지겁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정말 토가 나올 정도로 새하얀 건물이었다.
모든 장식부터 시작해 기둥, 길까지 전부 새하얘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짜악, 짜악!
그리고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걸어갈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한 방 앞에 신관이 멈춰 섰다.
‘설마…….’
내가 신관을 보자 신관이 발발 떨며 입을 열었다.
“이, 이곳입니다. 다만, 고행 중이실 땐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게 원칙인지라….”
이 안에 그 꼿꼿하고 부러지지 않을 것 같은 남자가 있다는 건가?
믿기지 않는 사실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안에서는 규칙적으로 같은 소리가 나고 있었다.
“이거 아저씨도 하는 거야?”
“고행 말입니까? 아뇨, 이건 대신관님께서 특별히 지정하신 분이나 스스로 원할 때 하는 것입니다.”
“아.”
“크루노 추기경님은 늘 속죄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대신관님께서 직접 고행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그 말에는 조금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거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소리가 새어 나오는 방 앞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아담과 이오나에게 눈짓하자 두 사람이 짧게 망설였다.
“아가씨, 저희가 처리하고 불러드리겠다고 하면 안 되겠지요?”
이오나는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 차례 물었다.
“응.”
내 대답에 두 사람이 고개를 숙이더니 문손잡이를 잡았다.
“여, 여긴 여시면 안 됩니다! 크게 혼이 나실 겁니다.”
나는 신관의 말을 모른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두 사람이 나 대신 문을 벌컥 열었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피비린내와 함께 톡 쏘는 듯한 약초 냄새가 훅 끼쳤다.
정중앙에는 상체를 탈의한 크루노 에탐이 무릎을 꿇고 앉아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그의 등에 있는 긴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고 잎이 가득 달린 갈대처럼 유연한 줄기를 가득 뭉친 것이 쉴새 없이 그의 등을 내려치고 있었다.
식물에는 다양한 것이 있었다. 때론 어떤 식물은 상처에 닿으면 끔찍한 고통을 수반하기도 했다.
문이 열리자 그의 등에 연신 잎과 가시가 가득 달린 나뭇가지를 내리치던 남자가 느리게 몸을 돌렸다.
중년의 남자는 내 기사들을 한 차례 보더니 낮게 혀를 찼다.
그는 뱀처럼 가느다란 눈을 가진 사내였다. 신관이라기보단 차라리 간신배라고 하면 딱 어울릴 첫인상이었다.
“고행 중인 신관의 방에는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을 텐데요.”
“셋째 삼초오오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달려가 그의 팔을 확 끌어안았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않기에 냉큼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목을 감싸며 매달렸다.
그제야 끔찍한 통증에 동공이 풀려 있던 그는 내 온기와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들었다.
“…너.”
그의 얼굴이 온통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이게 고행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냥 이건 고문이잖아.
“누가 멋대로 오랬지?”
그가 날 밀어내며 말했다.
물론 난 필사적으로 그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삼촌 보러 왔어요!”
사실은 루실리온을 보러 온 것뿐이지만, 여기선 그렇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삼촌?”
아마도 대신관으로 보이는 뱀 같은 남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꺼져라, 네가 함부로 올 곳이 아니다.”
그는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꾸역꾸역 그렇게 말했다.
나는 살짝 고소한 아몬드 향과 톡 쏘는 레몬 향이 섞인 듯한 약초의 냄새에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상처를 낫게 하는 약초가 아니라 상처를 오래도록 남게 하는 독초에 가까웠다.
통증이 오래 지속되고 그 상처가 긴 시간 남아 있도록 하는 질 나쁜 것이다.
갈대처럼 자라는 그 약초는 길게 자라면 1m까지 자라고 상처에 닿으면 따끔하고 전기가 오르는 듯한 고통을 선사한다.
이 세계에선 고문할 때 사용하거나 잘 희석하고 배합해서 소독약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생으로 사용하게 되면 통증 유발 외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왜 우리 삼촌 때려요?”
“네가 그 에탐 가문의 입양아구나.”
대신관은 퍽 흥미로운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목에 매달려 있으니 크루노 에탐의 몸이 얼마나 뜨끈뜨끈한지 알 수 있었다.
“돌아가라, 네가 올 곳이 아니다.”
“싫어요.”
“네 처지를 생각해라.”
“응, 생각했어요.”
크루노 에탐은 내게 가주로서의 처지를 생각하라고 한 모양이지만, 이미 모두 생각한 뒤였다.
“모두가 나를 지켜 주니까 나는 모두를 지켜야 해요. 여긴 그런 자리잖아요.”
내 말에 크루노 에탐의 동공이 미미하게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