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estined for Greatness! RAW novel - Chapter 1044
§ 나는 될놈이다 1043화
무언가 이상한 걸 깨달은 케인이었지만 따질 수가 없었다.
출연자란 출연자는 전부 다 태현한테 말 한마디 붙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김태현 선수! 저번 경기에서 보여줬던 전략에 대해….”
“김태현 선수. 지금 퀘스트 혹시….”
“김태현 선수, 판온에서 같이 가고 싶은 곳이나….”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
열렬한 반응을 보며 케인은 생각했다.
너희 나 때랑 반응이 좀 다르지 않냐?!
태현한테는 관심이 있는데 케인한테는 무관심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태도!
‘그래! 태도가 달라!’
케인을 대할 때는 약간 개그맨 대하듯이 대했다. ‘언제 또 웃겨줄까?’ 두근두근하며 기다리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그런데 태현을 대할 때는 다들 각을 딱 잡고서 매우 존경하는 눈빛을 보내며 물어봤다.
…나도 저런 반응 받고 싶다!
‘나, 나도 탱커로 나름 잘하지 않나!? 난 왜…!’
인기와 존경은 살짝 달랐다.
케인은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이상하게 존경받는 것과는 거리가 먼 기분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너무 당연하지만!
“케인. 힘내. 난 네 팬이야.”
“하연아…!”
“…그런데 혹시 김태현 사인 좀 받아줄 수 있어? 나는 필요 없는데 우리 그룹 애들이 꼭 받아와 달라고 해서….”
“하연아!”
방금과는 다른 의미의 외침!
다들 태현 이름만 부르면서 자기 할 말만 해대자 진행이 되지 않았다.
MC는 모두를 말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자자. 모두 김태현 선수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긴 당연한 거겠죠. 모두가 한동안 뺏겨왔던 E스포츠 종주국 타이틀을 따올 거란 기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통적으로 한국은 E스포츠 강국이었지만, 최근만 놓고 보면 꼭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었다.
로 대표되는 유성 게임단의 몰락부터 시작해서, 다른 한국 게임단들도 우승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낸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게임단도 결국 자본 싸움.
많은 자본을 투자받아 각종 시설을 운영하고 뛰어난 코치진을 운영할 수 있는 게임단이 유리한 게 당연한 것이다.
덕분에 종주국의 타이틀을 뺏어간 건 중국과 미국이었다.
가장 압도적인 자본의 두 국가!
이쪽 게임단들은 다른 나라 게임단들과 굴리는 자금 단위가 달랐다.
두 국가의 게임단들이 치고받고, 그 뒤를 쫓는 게 유럽이나 한국이었는데….
판온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 투자도 없이 선수들끼리 팀을 만들어서 굴린다는, 아마추어 리그에서나 통할 법한 기적적인 운영의 게임단 팀 KL!
회장이 미쳤다는 소문이 들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을 받는 유성 게임단!
이 두 게임단이 미친 기세를 보이며 판온이라는 최대 게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게임에서 잘나가면 뭐하나. 판온이 가장 압도적인 게임인데.
여기서 얻는 명예가 가장 커다란 명예다!
ST 파이브나 KG 위자드 같은 한국 게임단도 1부 리그에는 있었지만 우승권 전력은 아니었다.
유성 게임단도 지금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긴 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팀 KL의 손을 들어줬다.
왜냐?
팀 KL의 경기에는 상대방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다.
그냥 서로 치고받다가 실력 좋은 쪽이 먼저 차이를 벌리고, 이걸 운영해서 점점 더 유리하게 굴리는….
그런 일반적인 전략과는 거리가 먼 격렬한 싸움!
그런 전략 때문인지 팀 KL의 경기에서는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아우라가 풍겨 나왔다.
“맞아요!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기회를 엿보고 있던 레시아가 손을 들고 외쳤다.
“바로 전에 있었던 베이징 파이터즈 경기! 정말 대단했어요!”
* * *
화산의 저주가 터졌어도 리그는 굴러간다!
태현 일행이 얼마나 까다로운 퀘스트를 하고 있는지는 상관없이, 다음 경기 일정은 찾아왔다.
게다가 상대는 우승권 팀으로 뽑히는 강팀, 베이징 파이터즈!
이제까지 태현 팀이 상대해 왔던 상대들 중 가장 강한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국 선수들만 고집하는 다른 중국 게임단과 달리 전 세계에서 끌어모은 선수단.
유명한 선수들을 모아놓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충돌을 잘 해결하고 팀에 녹여낸 감독.
거기에 어마어마한 자금력까지!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안정적인 강팀이었다.
“…이, 이길 수 있지? 이길 수 있다고 말해줘.”
케인이 무심코 그렇게 말할 정도!
“으음. 뭐 최선을 다하자. 1패 한다고 리그 탈락하는 것도 아니고.”
“…!”
태현이 저렇게 말하자 다른 팀원들은 깜짝 놀랐다.
그 정도란 말인가?
‘태현 님 싸우는 걸 보면 절대 밀릴 만한 수준이 아닌데…. 나 때문에…!’
‘크윽… 선배님은 저쪽 선수들보다 몇 배나 더 대단하신 분이신데…. 나 때문에…!’
‘젠장. 솔직히 태현이만 놓고 보면 저쪽에서 따라올 상대 없는데. 내가 조금만 더 강했으면…! 나 때문에…!’
‘자폭해야 하나? 에이. 모르겠다. 김태현이 알아서 잘하겠지.’
한 명 빼고 전부 다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태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혼자서 게임을 뒤집지는 못하더라도 방해는 하지 않겠다!
“!”
태현은 베이징 파이터즈의 선수들을 보고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태현 님. 왜 그러세요?”
“…말, 말도 안 되는데?”
남들이 전력분석팀 굴려가며 상대 팀을 낱낱이 해부할 때 태현은 혼자 머릿속으로 상대 팀을 파악했다.
그런데도 거의 빗나간 적이 없었으니, 다른 게임단 단장들이 들으면 ‘아니, 진짜 저거 양심 없네. 너 혼자 겜하냐?? 우린 비싼 돈 주고 굴리는데…!’ 소리가 나올 법한 능력!
그런데 지금 베이징 파이터즈의 선수단은 태현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저게 대체 뭔 해괴한 조합이냐?’
안정적인 정석 조합이나, 베이징 파이터즈의 이름 높은 암살형 딜러들을 활용한 역습 조합. 혹은 알래스카 폴라베어즈가 유행시킨 5인 탱커 조합 등등.
전부 다 각오를 하고 있었다.
베이징 파이터즈는 선수단 풀이 워낙 넓어서 다양한 전략이 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일단 5인 탱커 조합… 이라고 봐야 하나?’
주장 캡틴 차이나.
은신과 돌진에 능한 암살형 딜러로 상대방의 힐러를 끊는 데 능했다.
그런데 오늘 입고 있는 장비들은 다 묵직한 중갑옷들!
아무리 봐도 탱커용 장비들이었다. 장비 성능이야 당연히 랭커들 사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좋았긴 하지만….
딜러한테 탱커 장비 입히는 게 장점이 있나? 태현이 모르는 숨겨진 무언가가 있나??
‘아무리 봐도 단점만 더 커 보이는데?’
주장의 리더십이 필요해서인가? 혹시 저 팀 주장도 태현처럼 숨겨진 직업이라 탱커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인가?
일단 그건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다음 선수가 보였다.
주장과 같이 암살을 들어가는 딜러 차우차우였다.
역습 조합의 투탑 중 하나!
…그런데 얘도 탱커용 장비를 입고 있었다.
이쯤 되자 태현은 정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왜??’
탱커 둘은 평소 보던 놈들이었다. 상위권 팀답게 괜찮은 탱커들.
태현은 안심했다.
‘휴. 상식이 아직 살아 있군.’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아예 처음 보는 선수였다.
얘도 탱커용 장비를 잘 입고 있긴 했는데, 잔뜩 긴장한 게 아무리 봐도 강해 보이지가 않았다.
‘비밀병기인가?!’
도저히 태현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조합!
딜러가 탱커 장비 입은 것부터 시작해서 처음 보는 선수를 꺼낸 것까지.
상대방은 그렇게 자신이 있단 말인가!
‘…내가 너무 방심했나?’
* * *
“감독님. 곧 경기가 시작….”
“XX XX XX XX….”
“…….”
세상을 저주하듯이 욕설을 읊조리는 베이징 파이터즈의 감독, 사베트!
직원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왔던 길로 돌아갔다.
‘못 들은 척해야겠다!’
“…내가 그냥 유럽에 있을 걸 뭘 말년에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런 팀에 와가지고 XX….”
사베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푹 쉬었다.
지금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 사이에서는 이 기묘한 조합에 다들 ‘????’를 하고 있었다.
-5… 5탱 조합…? 5탱 조합인가?
-5탱 조합할 거면 탱커를 넣어야 하는 거 아님??
-쟤 누구냐? 처음 보는 탱커인데? 후보였어?
-감독 미쳤냐?! 머리에 총 맞았어?!
-이래서 외국인 감독을 쓰는 게 아니었는데….
-그, 그래도 감독이 무슨 생각이 있겠지. 그치?
-맞아. 감독이 누군데!
사베트는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더 이상 봤다가는 스트레스로 위장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경기 전날.
-다 준비됐나?
-예. 최대한 안정적으로 끌어가되 불안정한 팀 KL의 뒷문을 노려 볼 생각입니다. 김태현을 잠깐만 묶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상대 팀을 잘라….
-무슨 소린가? 내가 전술을 쓰라고 하지 않았나?
-아… 아니. 단장님. 그건 정말… 갑작스럽게 할 수 없는 전술입니다!
-거참 사람하고는! 내가 그러면 쓰지 못할 전술을 억지로 강요하고 있다 이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사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전술을 안 쓰면 누가 깨지겠나? 내가 깨지네. 자네, 내가 깨지는 걸 보고 싶은 건가?
-…아닙니다.
-월급 받으면 눈치가 있어야지. 이게 자네 팀인가? 5인 탱커로 전술을 바꾸게.
-…예. 알겠습니다….
사베트는 속으로 뒤지라고 욕을 하면서 로스터를 바꿨다.
5인 탱커도 고민했던 조합이라 그나마 서로 시너지가 좋은 탱커 다섯 명이….
-잠깐. 주장을 빼면 어떡하나. 그 돈 주고 사 왔는데.
-아, 아니. 주장은 딜러입니다만?
-랭커면 한 역할뿐만 아니라 다른 역할도 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미친놈아 그건 평소 이야기고!’
김태현 상대하는데 평소 안 하던 역할을 시키면 어쩌라는 거냐!
-주장을 빼면 체면이 뭐가 되겠나. 주장은 넣게.
-…예….
4탱 1딜… 최악은 아니었다.
주장이 탱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좀 수비적으로 싸우게 될 테니, 어중간한 감이 있었지만 아직 해볼 만한….
-아. 그리고 차우차우 선수도 넣게.
-얘는 진짜 딜러입니다만?! 주장도 아니잖습니까!
-지금 출전하는 선수 중에 중국인이 너무 없잖나. 중국인이 너무 없으면 팬들이 무슨 재미로 보겠나? 이기고 욕먹고 싶나?
-…….
사베트는 그때 깨달았다.
아…!
높은 연봉이 함정이었구나…!
-…그러면 3탱 2딜로 가겠….
-아니지. 5탱이라니까?
-예…? 딜러 2명 넣으셨잖습니까.
-탱커용 장비를 주고 스위칭을 하면 되잖나. 아예 탱커 역할을 맡게 하라고. 어중간하게 그게 뭔가?
세상에 이런 참신하게 미친놈이…!
‘이 자식 판온을 안 보나?!’
-그만한 연봉 받는 선수들인데 설마 그것도 못 하진 않겠지. 아. 그리고 이 선수를 넣게. 괜찮은 탱커야.
-엇. 정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사장님 조카지.
-…와우….
-그럼 믿고 있겠네!
툭툭-
단장은 신이 나서 가버렸다.
사베트는 혼이 빠진 얼굴로 출전 선수들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바로 이 결과!
‘…이제 믿을 건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기적!
김태현 같은 초일류선수는 너무 완벽하게 상황을 읽으려고 하니, 이런 식으로 괴상한 조합이 나오면 순간 당황해서 움츠러들지도 몰랐다.
김태현만 흔들리면 해볼 만한 경기다!
* * *
물론 어림도 없었다.
-김태현 선수! 올킬! 올킬!! 베이징 파이터즈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뭘 하질 못해요! 완전히 미쳤습니다! 김태현 선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왕자의 모습을 증명합니다!
‘내가 미쳤지…. 그딴 망상을….’
1, 2라운드 동안 학살당하는 선수들을 보며 사베트는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김태현은 당황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시작하자마자 합이 안 맞는 탱커들 사이에 뛰어들어서 한 놈 조진 다음에도 여전히 당황하고 의심하는 얼굴로 조지고 조지고 또 조지고….
베이징 파이터즈는 1킬도 못하고 죽어 나가는데도 태현은 여전히 당황하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마치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숨겨진 수가 분명 있겠지! 어디 한번 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