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estined for Greatness! RAW novel - Chapter 1045
§ 나는 될놈이다 1044화
물론 그런 건 없었다.
태현은 잡고 잡고 또 잡았다.
처음에는 신이 나서 태현을 응원하던 해설자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저, 저 정도면 좀 템포 늦춰서 해도 되지 않나? 이미 라운드는 끝난 것 같은데?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하긴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과 예전에 판온에서 트러블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그건 그냥 김태현 선수가 이기지 않았습니까? 후보 선수들이 다 갈려 나갔다고 들었는데.’
이겨놓고 원한 품는 놈이 있나?
-김태현 선수, 무섭습니다! 다른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기세를 풍겼던 선수였지만, 오늘은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절대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적을 쫓습니다!
-이건 김태현 선수의 선언이라고 봅니다.
-예?
-알다시피 베이징 파이터즈는 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 아니었습니까? 기사들만 봐도 강력한 경쟁자로 놓았었죠. 거기에 김태현 선수가 선언하고 있는 겁니다. 우승할 자격은 팀 KL에 있다고 말입니다!
강팀끼리의 자존심 싸움은 언제나 치열한 법이었다.
단순히 1승이 걸린 문제가 아닌, 누가 더 최고인지를 가늠하는 싸움!
그런 싸움에서는 평범한 승리로 만족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승리!
-팀 KL! 판온 리그의 왕좌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듯이 몰아붙입니다!
해설자들과 팬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는 동안, 태현은 더욱더 몰아붙였다.
하도 킬 버프가 많이 쌓여서 이제는 다섯 명이 동시에 때려도 뒤집을 수 없을 수준!
그러나 태현은 끝까지 경계하며 적들을 리스폰 포인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조져댔다.
-입구막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이런 경기가…!
-충격! 상대 선수한테 입구킬 당하는 프로 팀이 있다?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 다 어디 갔냐?
-베이징 파이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지 떠들던 놈들 나와 봐라. 뭐라고??
경기가 끝나자,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인터뷰 신청이 들어왔다.
서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갖고 있는 팀이다 보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몇몇 중국 기자들은 완전히 혼이 빠진 얼굴이었다.
세상에 뭐 저런 경기가!
“김태현 선수! 이번 경기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베이징 파이터즈와 붙은 기분이 어땠습니까?”
“서로 좋은 경기를 해서 기뻤습니다.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전부 다 강한 선수들이라 하는 내내 긴장했는데, 이기게 되어 기쁩니다.”
‘쳇. 재미없게.’
‘진짜 바늘 들어갈 틈도 없다니까.’
전 세계에서 접속한 기자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기자들 사이에서 태현은 철벽으로 통했다.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
보통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이기든 지든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면서 이런저런 재밌는 인터뷰가 나오게 마련이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실언이라도 하면 부끄럽거나 곤란하겠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이 너무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번 베이징 파이터즈의 졸전에 대한 몇 마디 정도는 듣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인터뷰를 안 하거나, 도발적인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김태현을 인터뷰 안 하면 누구를 한단 말인가!
일류 중의 일류, 판온의 간판이나 마찬가지인 선수인데 말이다.
거기에 초일류답게 기억력도 좋아서, 한 번 도발적인 질문을 하면 철저하게 보복을 했다.
저번에 기자 한 명이 ‘솔직히 팀 KL의 이다비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상인 직업인데 팀의 자격이 없는 거 아닙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질문을 받은 태현은 멈칫하더니 기자의 회사를 확인하고, 나라를 확인한 다음, 인터뷰를 끝내버렸다.
-저 사람 있는 한 앞으로 인터뷰 안 합니다. 알아서 잘들 하시죠.
-…?!?!
다른 기자들은 기겁해서 그 기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미쳤냐??
-깃발 꽂을까? 당장 가서 안 데려와?
-아니, 인터뷰에 이 정도 질문은….
-미친 자식아. 너 때문에 우리까지 잘려야겠냐? 당장 안 가? 너 이 자식 어디서 묻히고 싶냐??
…이런 일을 겪은 이상, 기자들은 함부로 굴 수가 없었다.
정말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선수!
…하지만 세상일은 언제나 빈틈이 있었다. 기자들은 뒤에서 지나가는 케인을 보고 눈빛을 반짝였다.
“케인 선수! 베이징 파이터즈와의 경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앗. 잠ㄲ….”
“어, 잘 모르겠는데요.”
“잘 모르겠다는 게 어떤 뜻이죠?!”
“그러니까 베이징 파이터즈가 대체 뭔 전략을 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알쏭달쏭한….”
케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기자들은 알아서 살을 붙여줬다.
“대체 베이징 파이터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별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1부 리그에 참가하는 팀으로서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감독이 미친 것 같다?”
“아, 아니.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는데?!”
기자들이 안티인가?!
* * *
.
경기 결과는 아주 화끈했다.
해설자들은 말을 아꼈고, 팀 KL 팬들은 승리에 기뻐하기만 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아니었다.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은 눈이 뒤집혀서 ‘감독 새끼 돈 받았냐?? 이래서 외국인 놈들은!’로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었고….
베이징 파이터즈한테 진 팬들은 ‘아니 왜 우리한테 할 때는 안 저렇게 해줌??’ 같은 반응을 보여줬다.
-우리 팀하고 할 때는 두들겨 패던 놈들이 미쳤나?
-주전들이 설마 로그아웃당한 거 아냐?
-팀 KL이 너무 강해서 그렇게 보였던 거 아닐까?
-…아니 그걸 감안해도 너무 개떡같이 못하잖아!
그리고 유 회장과 이세연은 동시에 뒷목을 잡았다.
-저, 저 미친놈들이 뒷돈을 받은 게 분명하다!
-쟤네들은 최선을 다해서 싸워도 모자랄 판에 왜 발목도 못 잡고 그냥 지는 건데?!
베이징 파이터즈와 태현이 싸우는 걸 보고 정보를 좀 얻으려고 했는데, 저렇게 무참히 지니 뭐 얻을 게 없었던 것이다.
* * *
‘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상대팀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방송에 나온 사람들은 베이징 파이터즈 경기를 극찬했지만, 사실 태현은 그 경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싸우면서 계속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가 없어 긴장했던 것이다.
‘대형 게임단이면 안에서 조직 문제도 있을 테니까.’
베이징 파이터즈는 각종 투자로 성공을 거뒀고, 초반 분위기도 좋았으니 잘 굴러가야 하겠지만….
세상일은 원래 이성적으로만 되는 게 아니었다.
투자자들 눈치도 봐야 하고 모기업 눈치도 봐야 하고 내려온 사장 눈치도 봐야 하고….
김태산: 태현아. 솔직하게 말해봐라. 감독이 매수당한 거 아니냐?
정윤희: …그러니까 지금 태현이가 상대 팀 감독을 매수했다…?
김태산: 아,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윤희야! 그런 뜻이 아니야! 그, 거기 감독 외국인 감독이잖아!
정윤희: 오늘 저녁 먹고 싶으면 좀 더 그럴듯하게 말해봐요.
김태산: 원래 그런 기업은 안에서 자리싸움도 장난이 아니잖아?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이 성적을 내면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많을걸.
정윤희: 그렇다고 황금 알을 낳는 거위 배를 짼다는 게 말이 되나요?
김태산: 그렇지? 너무 말이 안 되니까 내가 매수설을….
[김태산 님이 채팅방에서 강제 퇴장 당하셨습니다.]
-태현아, 태현아?? 너희 엄마한테 말 좀 잘 해다오!
“역시 김태현 선수가 그렇게 열심히 경기를 뛰었던 건, 한국의 자존심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국가대항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
응?
레시아의 말에 태현은 멈칫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했었나?
솔직히 판온 리그에서 가장 자존심 생각하면서 뛸 경기는 유성게임단과의 경기일 것 같은데….
그러나 케인은 그 말에 살짝 감동을 받았다.
‘멋… 멋있잖아!’
게임으로 국격 상승!
케인 기준으로는 매우 멋진 말이었다.
방송에서 어떻게 사는지 말했다가 팬들한테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 ‘김태현 약점 잡힘??’ 같은 소리를 들었던 케인은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바로 그거입니다! 그래서 김태현이 전력을 다한 거죠!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나 잘 했지?’
물론 태현은 즉각 반응했다.
-케인아. 미쳤냐? 뭔 하지도 않은 생각을??
-아, 아니… 좋은 말이잖아?
-좋은 말이고 아닌 말이고 하지도 않은 생각인데 미쳤냐? 너 내가 ‘케인 선수는 이번 리그에서 얻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려고 합니다’라고 해줘?
-아, 아니… 미안해….
케인을 구박해봤자 이미 사람들은 감동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만 믿고 있습니다! 한국 팀이 우승하는 걸 보여주세요!”
“아. 예….”
태현은 대답하면서 말을 꺼낸 플레이어를 쳐다보았다.
레시아는 그 시선에 속으로 주먹을 쥐었다.
‘눈도장 찍은 거 같아! 내 질문을 받고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머릿속으로는 벌써 결혼식 끝내고 화목한 가족까지 그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케인처럼 사람을 빡치게 할 타입 같으니 피해야지.’
* * *
갈라진 지 얼마나 됐다고 유지수의 얼굴이 핼쑥해진 기분이었다.
“선… 선배… 승리 축하드려요….”
“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타이럼 사냥꾼들이… 사람을… 너무… 빡치게 해요….”
“몇 케인 정도?”
“0, 0.5 케인 정도….”
“세상에…!”
태현은 경악했다. 그 정도나 심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 게 너무 아까워서요….”
“저기. 나 옆에 있는데….”
케인은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는 사이 타이럼 사냥꾼 몇 명이 야영지로 돌아왔다.
“앗. 폐하! 이렇게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타이럼 사냥꾼들의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타이럼…]
[……]
“?”
태현은 갑작스러운 환영에 의아해했다.
태현이 NPC 상대할 때 여러모로 추가 보너스를 받는 사람이긴 했지만, 타이럼 사냥꾼들은 기본적으로 속이 좁고 원한을 잊지 않는 이들이었다.
저렇게 화기애애하게 환영해 줄 사람들이 아닌 것!
“폐하께서 잘츠 왕국을 위해 나서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타이럼 출신…!”
짝짝짝짝!
타이럼에서 시작한 플레이어가 타이럼을 떠나면 배신자 취급을 했지만, 그 플레이어가 너무 잘나가니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꾸는 사냥꾼들!
“내가 뭘 해줬지?”
“폐하. 겸손하시기까지…! 저희를 위해 광산을 찾아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깨달았다.
하늘성 수리에 들어가는 재료를 구하기 위해,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 쪽이 보유하고 있는 광산을 약탈… 아니, 공략했던 것!
그때 썼던 핑계가 ‘아니 잘츠 왕국 땅인데 왜 남의 왕국 놈들이 점령하고 있음??’이었다.
태현이 휩쓸고 지나간 덕분에 두 길드가 배치해 놓은 병사들은 싹 사라졌고….
잘츠 왕국 쪽 귀족들은 ‘어? 아탈리 국왕이 우리를 위해? 그렇게 친절을 베풀어주다니… 감동이다!’ 하면서 재빨리 광산을 재점령한 것이다.
졸지에 뺨 맞은 셈이었지만 두 길드는 서로 싸우기 바빠 잘츠 왕국 귀족들까지 건드릴 여유가 전혀 없었고!
[잘츠 왕국 내 공적치 포인트가…]
[……]
[……]
[잘츠 왕국 귀족들을 만날 경우 추가로 감사를 받을 수 있…]
‘와. 정말 만나기 싫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