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estined for Greatness! RAW novel - Chapter 1046
§ 나는 될놈이다 1045화
[카르바노그가 왜 그러냐며 의아해합니다.]
태현은 보통 귀족 NPC를 만나는 걸 좋아했다.
일반 NPC=뜯어낼 게 많지 않음.
귀족 NPC=뜯어낼 게 매우 많음.
아키서스는 더 뜯어낼 게 많은 자들을 사랑하지 않았던가?
‘뭐, 그거야 그런데….’
태현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츠 왕국 귀족 NPC들은 다른 왕국 귀족 NPC들과는 좀 많이 달랐다.
일반적인 귀족 NPC들은 품위 따지고, 핏줄 따지고, 거만하고, 자부심 넘쳤다면….
잘츠 왕국 귀족 NPC들은 정확히 그 반대였다.
전통적으로 거칠고, 호전적이고, 평생 전장에서 싸움을 즐기던 전사들!
태현은 타이럼을 다스리는 백작을 만난 적이 있었다. 영지 주변의 토끼들을 싹 쓸어버린 업적 덕분이었다.
그 대가로 받은 게 !
백작이 젊은 시절에 오크 좀 잡고 다니던 사람답게 직접 쓰던 도끼를 준 것이다.
그것만 봐도 잘츠 왕국 분위기가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 있었다.
‘왕국보다는 그냥 야만전사들 아닌가?’
태현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잘츠 왕국의 시초는 떠돌아다니던 야만전사 부족들이 몬스터들과 오크들을 때려잡고 자리 잡은 것이라고!
그때는 별생각 없이 ‘그럴듯하군’ 하고 넘겼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괜히 그 생각이 났다.
[카르바노그가 힘내라고 합니다. 화신 정도라면 야만전사들도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아키서 부족을 떠올려보라고 말합니다!]
아키서 부족 전사들.
아스비안 제국의 야만전사 부족들이었지만 아키서스의 신앙으로 포병대에 들어온 전사들!
‘근데 그건 걔네들이 아키서스를 믿는 이상한 놈들이라 가능한 거였고.’
[…….]
자기 믿는 신도들을 그렇게 말하기야?
‘하긴. 내가 편견을 가지긴 했군. 만나서 나쁠 게 없는 상황이긴 하지….’
선입견 때문에 무작정 만나기 싫어했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 보면 무조건 좋은 상황이었다.
일단 상대가 태현에게 고마워하는 상황 아닌가!
“한 번 저희 백작님을 뵈러 와주십시오!”
거친 전사들과 사냥꾼들의 먼 후예인 잘츠 왕국의 귀족들은 언제나 옛 전통을 부활시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왕국들은 잘츠 왕국을 철저하게 응징했고, 잘츠 왕국은 산악 지대로 들어가서 힘을 길러야 했다.
이제 잘츠 왕국의 때가 왔다!
잘츠 왕국의 이름으로 들고 일어나 오스턴 왕국에게 뺏긴 땅을 되찾아라!
보상: ?, ???, ???
‘?????’
아니, 왜 갑자기 전쟁을?
‘하긴 오스턴 왕국 상황이 만만해 보이긴 한데….’
내전을 반복하고 아직도 싸우고 있으니 탐날 만도 하겠지!
“이다비. 그런데 오스턴 왕국이 잘츠 왕국한테 땅을 뺏어간 적이 있었나?”
“네? 아니요. 설마 예전에 잘츠 왕국이 공격해서 잠깐 점령했다가 다시 뺏긴 땅 같은 거 말하시는 건 아니죠?”
“…….”
그거잖아!
‘아니 뭐 이런 뻔뻔한 놈들이…?’
지들이 점령하려다 실패한 걸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다니!
아키서스도 감탄할 뻔뻔함이었다.
“음. 지금은 일이 바쁘니 나중에 생각해 보도록 하지.”
태현은 말을 돌렸다. 그리고 일행한테 이런 퀘스트가 떴다는 걸 알렸다.
-이거 곧 전쟁 퀘스트 뜨는 거죠?
-…내가 끼면 진짜 뜰지도 모르겠는데.
퀘스트가 시작되려면 시작 조건들이 있었다.
그런 시작 조건들이 일정 개수 이상 만족되면 퀘스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잘츠 왕국은 전쟁 퀘스트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 태현한테 제안이 온다는 건?
‘…내가 들어가는 순간 전쟁 퀘스트가 시작될지도….’
오스턴 왕국 상태도 안 좋겠다, 화산의 저주 때문에 왕국들이 다 허둥대겠다, 아무리 봐도 딱 지금이었다.
태현 같은 사람이 돕기만 하면 시작된다!
-하실 건가요?
-아니. 지금 전쟁 퀘스트 시작하기에는 너무 할 게 많아서.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인 일!
태현도 벌여 놓은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각종 건물 건설들은 물론이고 왕국 남쪽에서는 내전도 벌어지고 있었다.
남들이 정신없을 때 최대한 퀘스트를 많이 깨고 왕국을 멀쩡하게 안정시켜야 한다!
* * *
“아, 아니… 왜 잘 버티지?”
우드스탁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태현의 플레이를 보면서 매우 감동했고, 배워야 할 것들을 정리해 놨었다.
-공성전을 벌일 때는 아군의 숫자를 늘려라!
-적의 영지를 그냥 공격하지 말고 안에서 내분을 일으켜라!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의 빈틈을!
-멍청한 놈을 폭탄으로 만들어서 자폭시키자!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자신감이 차올랐다.
아, 이제 김태현한테 영지만 구입하면 도시 하나는 그냥 점령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은 벌써 제갈공명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
…그러나 대규모 공성전은 현실과 달랐다.
[틸라우 기사단이 을 시작합니다!]
[공성 병기가 파괴되었습니다!]
[공성 측 전체에 사기 저하 페널티가 들어갑니다!]
[남문을 다시 빼앗겼습니다! 사기 저하 페널티가 들어갑니다!]
콰콰콰콰콰!
-저 무도한 모험가 무리를 찢어 죽여라!
-기사들, 돌격!
“으아아! 돌격한다! 피해!”
“기사단 돌격이야! 맞으면 그냥 끝난다!”
“피하면 어떡해! 막아야지!”
틸라우 백작은 분명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플레이어들을 고용하지도 않아서 도시 안에서 배신 때리게 만들고, 자존심 때문에 다른 귀족들과의 지원 협상을 결렬시켜 버리고, 태현한테 무릎 꿇어서 지원 요청은 생각지도 않고….
그 결과 공성 측 플레이어들 숫자는 어마어마한데, 수성 측은 틸라우 백작 쪽 기사들과 병사들이 전부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누가 봐도 공성 쪽이 이긴 상황!
“서쪽 성문이 약하다! 뚫고 들어가자!”
“기사들 몇 명밖에 없어! 가자!”
[1:1 결투에서 패배…]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아군 플레이어들이 전사했습니다! 페널티를…]
[……]
“…!??!”
“뭐, 뭐야. 왜 이렇게 세?!”
그랬다.
판온은 숫자 많다고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틸라우 백작이 성격 더러운 폭군이긴 해도, 갖고 있는 기사단과 병사들의 강력함은 진짜였다.
태현이니까 레벨 400, 500 넘는 기사 NPC들을 맞상대할 수 있었던 거였지, 그 정도 되는 기사들은 원래 랭커들도 상대를 피했다.
아무리 플레이어가 NPC보다 유리하다지만 레벨 차이가 저렇게 나는데…!
그 결과, 숫자로 밀어붙여서 어떻게든 도시 안으로 들어간 공격대는 모조리 다 격퇴당했다.
기껏 준비해 온 공성 병기를 걸치면 기사들이 와서 부수고, 성벽을 넘어 들어가면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이 기습하고,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불을 지르려고 하면 병사들이 달려와서 잡아버리고….
만만치 않다!
이렇게 공격이란 공격은 모조리 막아버리자, 오히려 초조해지는 건 공격 쪽이었다.
“길마님! 명령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8공격대 쪽이 피해가 너무 커서 이탈하겠다고 합니다!”
“6공격대도 8공격대 이탈하면 이탈하겠다고….”
“지금 3공격대가 자기들만 너무 피해가 크다고 불만입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연락!
우드스탁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꼈다.
“길마님!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왜 안 뚫리는 거냐! 김태현은 이렇게 하면 잘 됐는데!”
“…….”
‘이런 인간을 길마라고….’
길드원들은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 길마인데 응원해 줘야지!
‘그건 김태현이라서 가능한 거죠.’
“그러니까 주제 파악을 하셨어야죠.”
“야!”
“헉. 생각이랑 말이 뒤바뀌어서 나왔다.”
“그렇게 말하면 길마님이 뭐가 되냐?!”
“길마 우는 것 같은데….”
“안… 안 울었어…!”
그리고 그런 대화를 옆에서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듣고 있었다.
‘이거 좀 망해가는 것 같은데….’
아직 공성 쪽 플레이어들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 하나둘씩 질려서 이탈하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보고해야겠다!’
길드원은 재빨리 이다비한테 연락했고, 이다비는 태현한테 말을 전했다.
* * *
“아니 얘네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태현은 황당해했다.
하도 자신만만해하길래 ‘오 뭔가 있나 본데?’ 했는데 딱히 별로 없었던 것!
“그러면 그냥 빠지라고 할까요?”
“아니… 그러기에는 아깝지.”
태현은 왕국 남부 귀족들에게 원한이 있었다.
사디크 교단 때부터 하나도 안 도와준 놈들이 태현이 기껏 온갖 반란을 제압하고 왕위에 올랐더니 ‘너 같은 놈은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배짱이나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전쟁 걸고 싶었지만 사방이 적인 데다가 해야 할 퀘스트가 수두룩한 상황 때문에 참고 있었다.
게다가 남부 귀족들은 먼저 쳐들어오지는 않고 자기 영역에 콕 뭉쳐서 버티기만 하는 이들이라, 재수 없기는 해도 태현한테 직접적으로 피해는 주지 않는 놈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어그로 끈 것만으로도 죽을 가치가 충분한 놈들이다.’
[카르바노그도 매우 동의합니다!]
괘씸죄만 놓고 봐도 사형 수준!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전력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들키면 문제 생기지 않을까요?”
“흠… 솔직히 들켜도 뭐 지들이 어쩔건데 싶긴 해.”
“…….”
태현은 여유가 있었다.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위쪽 오스턴 왕국은 싸울 여유가 없고, 태현의 영지는 각종 수입들과 건물로 빠르게 성장 중이고….
전면전 벌어진다 하더라도 막아낼 자신이 있다!
“그리고 전면전까지 안 가고 끝내면 되니까.”
태현은 리스트를 켜서 보낼 수 있는 전력들을 훑어보았다.
‘새삼 참 많이도 모아놨군.’
가장 흉악한 전력인 아키서스 포병대, 에랑스 왕국에서 뜯어낸 은빛 검 기사단,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단과 사제단, 그리고 화염 전문 마탑이 생겨나서 동원 가능해진 화염단….
왕국 전체로 보면 뱀파이어들이 보내는 핏빛 군도 기사단, 마르체티 백작 기사단,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 등등.
거기에 파워 워리어 쪽에서 동원 가능한 전력과 태현이 따로 플레이어들을 선동… 아니, 모집해서 모을 수 있는 건 별개였다.
그러나 화려한 리스트에도 태현은 떨떠름했다.
‘군대 많아서 좋은 거 없는데. 안 그래도 건축 때문에 돈이 줄줄 새는 마당에….’
대부분의 길드들은 군대를 키우는 걸 매우 좋아했다.
고렙 NPC들로 구성된 군대!
이런 막대한 군대는 일반 플레이어들이나 파티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길드의 위엄 그 자체였다.
그러나 태현이 보기에 이런 NPC 군대는 돈 먹는 하마였다.
-어차피 혼자 싸워도 되는데 왜 군대를 키우지?
길드 동맹이 왜 그렇게 쪼개졌었는가?
확장 전쟁 하겠다고 병사들 미친듯이 고용했다가 파산 직전까지 가서 아닌가!
오죽하면 절박해진 쑤닝이 ‘따서 갚으면 돼!’를 했겠는가.
[카르바노그가 더 늘릴 생각을 하자고 말합니다! 왕답게 더 많은 군대로 더 많은 영토를!]
카르바노그는 야심 차게 외쳤다.
중앙 대륙에 아키서스 제국을 세우자!
그러는 와중에 토끼 동상도 덤으로!
‘됐어. 지금 수준으로도 충분해. 돈 없어 죽겠는데.’
남들이 하면 개소리로 들렸겠지만, 태현이 하니 설득력이 가득했다.
혼자서 군대를 와해시킬 수 있는 플레이어 아닌가!
그래서 카르바노그는 설득 대신 감정으로 대답했다.
[카르바노그가 재수없다고 중얼거립니다.]
‘…….’
태현은 못 들은 척 하고 보낼 전력을 골랐다.
“어?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은 뭐지? 백작 죽지 않았나?”
저번에 북부 점령하면서 점령한 영지 중 하나가 에르네스토 백작령이었을 텐데?
분명 거길 점령한 게….
“아. 그거… 갈락파드가 이끄는 아키서스 십자군이 이름을 바꿨을 거예요.”
“…얘네를 보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