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one Being a Hero, Unless It’s Retirement RAW novel - Chapter (199)
영웅은 됐어요, 은퇴라면 몰라도-199화(199/204)
특별 외전 3화
대신관은 황태자 부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의원들이 알아차리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황태자비 전하께서 오러와 신력을 동시에 쓰시는 분이다 보니 몸속의 기운도 그만큼 복잡하시거든요.”
거대한 폭풍우 속에서 피어나는 새싹의 호흡을 알아차리기 힘들듯이.
대신관의 말에 아델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니까, 정말. 정말 임신, ……이 맞다는 거지요?”
네? 대신관님? 아델리아는 카르세스의 손을 꼭 붙들고 조마조마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 옆으로 카르세스의 표정 역시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황태자 부부가 동시에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아, 대신관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한 달이 조금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것은 진료를 제대로 다시 받아야 알겠지요.”
그러자 황태자 부부가 그제야 안도한 듯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대신관은 음, 짧게 침음한 뒤 신관 한 명을 불러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일단 저희 신전의 의원에게 진료받아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카르세스는 아델리아와 눈을 마주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보통 의원보다 오러와 신력 같은 이능에 괜한 지식이 더 많겠군요.”
“맞습니다, 전하. 황궁의 의원보다 비 전하의 몸속 이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관은 아델리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비 전하. 지금부터라도 몸을 아끼셔야 합니다. 지금 비 전하께서 품고 계시는 아기님들은 평범한 아기님들이 아닙니다.”
인자한 대신관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델리아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잠깐, 잠깐만요. 아기님‘들’이라고요?”
대신관이 이제야 그걸 알아차렸냐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예, 비 전하. ……느껴지는 기운이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
“…….”
아델리아와 카르세스의 표정에 놀라움이 번져 나갔다.
“전하! 둘이래요! 둘!”
아델리아가 아이처럼 기뻐하자 카르세스가 아델리아를 끌어안고서 달래듯이 등을 토닥였다.
“그래, 그대의 그 꿈이 태몽이 맞았던 거야.”
아델리아 역시 그의 등을 힘껏 끌어안았다.
“전하!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된대요! 우리가 말이에요!”
“아델.”
“그것도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거라고요!”
카르세스는 울먹거리는 아델리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고생했어, 아델. 정말, ……고생이 많았어.”
“전하…….”
“이제는 정말 날 떠날 수 없게 되었네? 후회하지 않아?”
그러자 아델리아가 카르세스의 품에서 잠시 물러나 그를 올려다보았다.
“후회라뇨.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데요. 전하께서는 후회하세요?”
카르세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나 역시 이 순간을 기다렸어. ……고마워, 아델.”
카르세스가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다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축하해, 아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카르세스…….”
훌쩍, 아델리아가 카르세스의 품에 다시 얼굴을 묻으며 작게 흐느꼈다.
큼큼,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대신관은 대강당 입구에 서서 일찍 도착한 신전의 의원들을 막아 내고 있었다.
“조금만 있다가 들어가자, 조금만.”
“아, 예…….”
아직은 둘만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기에.
***
[그래, 어쩐지.]“응?”
침실로 돌아온 아델리아는 푸딩을 먹었다. 푸딩만으로도 모자라 제철 과일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리그하르트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말을 이어 갔다.
[근래 괜히 짜증도 늘고 눈물도 많아지셨죠?]“…….”
[그래. 맞네, 맞아. 식사량도 부쩍 늘어나시고 단것만 찾더니……. 그게 다 신호였네요.]“큼.”
아델리아가 포도 한 알을 톡, 떼어 내면서 새침하게 말했다.
“쇳덩이라서 인체의 신비 같은 건 모른다더니?”
[제가 어디 보통 쇳덩이입니까? 무려 성검이죠, 성검.]에헴 에헴, 리그하르트가 우쭐해하며 들썩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델리아가 피식, 웃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 창밖으로 들리는 작은 소음에 소파에서 일어선 아델리아가 창가로 걸어갔다.
황태자궁 입구로 웅장한 위엄을 뿜어내는 마차 한 대가 서는 게 보였다.
‘어?’
아델리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금색 테두리를 두른 남청색의 마차에는 에스테르 공작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오빠가 왔나 봐, 릭!”
[오! 소식을 전해 들었나 봐요!]커다란 마차의 문이 열리자 기품 넘치는 데릭이 내렸다.
‘와……. 우리 오빠지만 진짜 잘생겼네.’
그 뒤를 따라 데릭의 손을 잡고 카를리나가 내렸다.
데릭과 카를리나가 나란히 선 모습을 보고 있자니 코끝이 시큰했다.
‘그림이네, 그림이야.’
아델리아는 아름다운 데릭 부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마도 제국에서 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우리 오빠일 거야.”
[……아아, 네, 네에.]리그하르트가 또 시작이냐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럼에도 아델리아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나도 그랬거든. 알잖아, 릭?”
[……언제요?]“기억 안 나? 전생에 나도 제복 쫙 빼입고 나타나면 모두가 쳐다보고 그랬다고.”
수도 광장에 내가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의 환호가 메아리치듯 들렸던 거 기억 안 나냐고, 아델리아가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리그하르트가 헹, 하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거야! 전장에서 돌아와 옷도 갈아입지 않고 피 칠갑을 한 채 나타나서 그런 거잖아요!]환호는 무슨 환호! 그건 비명이었다면서 리그하르트는 아델리아의 미화된 기억을 정정해 주었다.
그러자 아델리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뭐라고? 상자에 벌써 들어가고 싶다고?”
[……예? 아, 아니요? 그런 말 한 적 없—.]“아, 잠이 온다고? 상자에 빨리 넣어 달라고?”
[죄, 죄송합니다, 누님.]“……흥.”
아델리아는 다시 데릭 부부를 바라보았다.
아빠도 오시면 좋았을 텐데…….
테오스는 오늘 함께하지 못했다. 대귀족 회의가 열리는 바람에 그 귀족 회의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치고 오신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애써 달랬다. 잠시 후, 데릭과 카를리나가 침실에 도착했다.
“아델!”
아델리아는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빠, 카를리나. 두 사람 모두 어서 와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비 전하.”
“얼른 앉아요, 카를리나.”
아델리아가 자신의 옆자리에 카를리나를 앉히며 웃었다.
평소보다 더 침착한 모습의 아델리아를 보며 데릭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
“몸은? 역시 어디 아픈 건가? 식사는 했어? 누가 괴롭히지는 않아?”
“오빠도 참.”
“먹고 싶은 거 있어? 입덧은 아직이야? 혹시 배가 아프다든가, 머리가 아프다든가.”
“오빠…….”
“그만 좀 해, 데릭.”
참다못한 카를리나가 데릭의 호들갑을 나무랐다.
“황태자 전하께서 어련히 알아서 챙겨 주시겠지.”
카를리나는 아델리아에게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건넸다.
“비 전하, 정말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카를리나.”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지요……. 이제는 마음을 편히 가지고 태교에만 전념하셔요.”
카를리나가 아델리아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
아델리아는 또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죠?”
“제가 한 게 뭐가 있다고요.”
아델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매일 보낸 편지 속에 칭얼대는 소리만 적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내 편지 읽느라 힘들었을 거야.”
푸흐흐, 카를리나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비 전하. 저는 비 전하의 편지를 받고 답장 쓰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다고요.”
“카를리나…….”
“이제는 안심했어요. 비 전하의 가장 큰 걱정 하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제가 더 행복했답니다.”
“힝.”
아델리아가 눈물을 글썽이자, 카를리나가 아델리아의 어깨를 조심스레 안아 주었다.
“즐겁고 행복한 생각만 하세요. 아름답고 멋진 것만 보시고요.”
그러자 아델리아가 고개를 빼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카를리나랑 오빠만 쳐다보고 살아야 할지도 몰라요.”
“네?”
어머, 카를리나가 놀란 눈을 뜨다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그 두 여자를 바라보던 데릭이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아이는 저 두 사람이 가졌는데 형님이 왜 그러세요.]“그러게……. 이게 눈물이 날 일이 아닌데…….”
[…….]사람들의 감정 기복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리그하르트였다.
그때 데릭이 아델리아의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발견했다.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아.”
아델리아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던 은반지에는 중간에 새빨간 루비가 박혀 있었다.
아델리아가 반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화려하고 큼직한 건 내 취향이 아니어서.”
그러자 데릭이 씁쓸하게 웃었다.
“……용케도 안 뺏겼네?”
그러자 아델리아가 웃었다.
“그러게. 이건 두고 갔더라. 유품이야, 뭐야.”
“…….”
이 반지는 한때 마탑주였던 휴시안이 준 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