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158
157화. 성장 검증 (4)
시간이 흐를수록 마왕의 검은 점차 빨라졌다.
가속에 가속이 더해지는 것인지 검의 형상은 보이지 않고 허공에 붉은 잔상만이 남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대로 목이 달아날 아찔한 상황.
하지만 어째서인지 유리는 이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즐거웠다.
슉-!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드는 저 붉은 궤적이.
스각-.
살기 등등한 공격을 피해 내는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지난 몇 달간의 노력을 검증하는 순간 같았기 때문이다.
파측-.
유리의 육신이 뇌전에 휩싸여 붉은 궤적을 따돌렸다.
‘이걸로… 몇 번째 뇌익이지?’
어림잡아도 족히 일곱 번은 사용한 듯싶었다.
‘그런데 아직도 여유가 있어.’
처음 뇌익을 익혔을 때 고작 2~3번을 쓰고 녹초가 되었던 것에 비하면.
그리고 가죽 모으기 퀘스트에서 그레타를 상대하며 최대 다섯 번을 사용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7번이나 뇌익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몸이 가뿐했다.
현 상태라면 앞으로 족히 7~8번은 더 뇌익을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육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반복적인 훈련.
아득바득 모은 포인트로 구한 비약.
그로 인해 이뤄 낸 육신의 성장과 마나의 증가는 뇌익의 사용 횟수를 비약적으로 늘려 주었다.
이는 그간 유리가 해 온 모든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었다.
슈룩-.
허공을 미끄러져 마치 뱀처럼 다가오는 거검.
그것이 유리를 베어 내려는 찰나.
유리의 육신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거검의 공격에서 벗어났다.
붉은 궤적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이에 맞서는 유리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었다.
거검의 가속도.
기관 돌파 퀘스트 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단련한 운보.
두 가지의 절기는 마치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듯 아찔한 움직임을 보여 줬다.
슥-.
그렇게 붉은 궤적을 따돌린 유리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내 방식이 통한다.’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간 해 온 훈련 방식이 과연 자신을 얼마나 성장시켰을지.
현재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마왕을 상대해 보니 이제 조금은 알 거 같았다.
‘호랑이 아줌마를 상대로 고작 10번 남짓한 공격을 받아 내면서 죽을 뻔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그랬던 자신이.
비록 그레타보다는 약하다지만, 무려 공인 5단급을 상대로.
이렇게나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즐겁다!’
유리를 흥겹게 만들었다.
스각- 캉!
붉은 궤적과 어우러진 유리의 신바람 나는 칼춤은 계속되었다.
* * *
흐릿한 잔상으로 변한 유리를 보며 테레시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더… 빨라졌어.’
막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자신 역시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을 속도였다.
그러나 점차 유리의 속도는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2 대 1의 싸움이, 어느새 유리와 마왕의 대결로 양상으로 변해 있었다.
자신은 그저 간간이 마왕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을 찔러 넣는 게 전부.
문제는 그것만으로도 체력과 정신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거였다.
으득-.
테레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유리…….’
처음 시작의 숲에서 만난 유리는 그때도 분명 강하긴 했지만, 자신과 큰 차이는 없었다.
비등비등했던 수준.
그러다가 자신과의 대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유리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 갔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과 유리의 실력 차는 점점 커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후욱- 후욱-.
가팔라 오는 숨.
하지만 테레시아는 쉴 수가 없었다.
아니, 쉬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쉬게 된다면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유리를 영영 놓쳐 버릴 거 같았기에.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창을 내질렀다.
윈체스터가(家) 비전 마체술.
취성(就星).
테레시아의 창이 마왕의 검을 거슬러 그 틈을 헤집었다.
이에 유리만을 신경 쓰고 있던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가 놀랄 일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이후 벌어진 일은 마왕뿐 아니라 테레시아까지 놀라게 만들었다.
스르륵-.
마왕의 빈틈을 파고드는 유리의 검.
그 움직임은 테레시아의 창술과 비슷해 보였다.
‘…취성?’
마치 자신의 취성과 비슷한 유리의 공격에 테레시아의 얼굴이 굳어진 것은 당연지사.
그 놀람으로 인해 그녀의 움직임은 일순간 경직됐고.
마왕은 그 틈을 노려 테레시아의 공격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테레시아의 취성을 신경 쓰던 탓에 그는 유리의 ‘가짜 취성’에서 벗어나는 게 늦어지고 말았다.
프슥-.
피륙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핏방울이 튀었다.
그와 동시에 유리와 테레시아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한 마왕.
어깨에 난 긴 자상에서 흐른 핏물이 손등까지 타고 흘렀다.
뚝뚝-.
마왕은 살짝 고개를 숙여 제 손끝에 맺힌 붉은 선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곧 그의 두 눈에 여러 감정이 깃들었다.
처음에는 놀람.
이후에는 흥미로움.
그리고 마지막에는 흥분이.
“…….”
마왕은 피 묻은 왼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그의 입꼬리가 들썩였다.
“큭… 크크큭.”
곧 그는 대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기쁜지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마왕.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지며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이 젖내 나는 애새끼가!”
까득-.
섬뜩한 살기를 머금은 마왕의 시선이 유리에게 꽂혀 들었다.
저릿저릿.
마치 지금까지의 살기는 그저 맛보기였다는 듯,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농도 짙은 살기에 유리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거… 같은 사람 맞아?’
아무래도 자신이 무언가 잘못 건드린 모양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침착하기 이를 데 없던 이가 저토록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기를 내뿜다니.
이에 유리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이쪽이 진짜인 거 같네?”
어쩌면 지금까지의 마왕은 안전장치가 걸린 상태였을 거다.
물론 그 안전장치는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이번 퀘스트에 참여한 49기를 위한 것.
그러다가 조금 전 유리가 일격을 성공시킴으로써 마왕에게 걸려 있던 안전장치를 벗겨 낸 것이리라.
고오오오-.
공중으로 치솟아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긴 적발과.
잔뜩 살기를 머금고 등 뒤로 일렁이는 붉은 기운.
그리고 악마의 얼굴을 한 사내.
그건 어째서 저자가 이번 퀘스트에서 마왕 역할을 맡게 된 건지 단번에 깨닫게 해 주는 장면이었다.
단언컨대 저자만큼 동화 속 마왕의 모습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에 유리는 긴장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마른침을 삼킨 유리가 소리쳤다.
“텟샤! 집중해!”
그 외침에 가짜 취성에 놀라 굳었던 테레시아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마왕이 날아들었다.
‘이제야 먼저 달려드는구나!’
도발을 해도 절대 먼저 달려들지 않던 마왕이 이제는 알아서 들러붙었다.
그것도 눈깔이 훼까닥 뒤집혀서 말이다.
훙-.
테레시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유리만을 노리고 날아든 거검.
콰그그그극- 팡!
공기를 찢으면서 날아온 검을 피하는 유리의 이마로 땀이 맺혔다.
‘이, 이건… 판단 오류인데?’
마왕이 이성을 잃고 먼저 달려든다면 틈을 노리기 쉬울 것으로 판단했던 유리.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정형화되어 차분한 느낌이던 연계 공격들이 삽시간에 거칠어졌고.
거칠어진 만큼 불규칙해졌기에 오히려 수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마왕의 공격은 미친놈의 막무가내 칼질이란 소리였다.
문제는 이 미친 칼질이 점점 더 빨라지고, 더 변칙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거다.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지금까지 마왕의 빈틈에 창을 꽂아 넣던 테레시아마저 틈을 찾지 못해 넋을 놓아 버릴 수준이었다.
그러니 그 공격에 집중적으로 노출된 유리는 어떻겠는가.
‘이거… 오래 못 버텨!’
점차 가속도가 붙는 마왕의 공격 특성상, 여기서 더 시간을 주면 언젠가는 결국 회피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한 방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으리라.
그러니…….
‘더 가속이 붙기 전에… 끊어 낸다.’
운보를 펼친 유리의 눈이 반짝이고.
맑은 황금안이 마왕이 펼치는 난격(亂擊)의 흐름을 읽었다.
마왕의 미친 칼질이 만들어 내는 흐름은 주인을 닮아 덩달아 미쳐 있었다.
정신 나간 듯이 꿀렁이는 마나의 너울.
초당 수십 번씩 변화하는 흐름의 위상.
그건 제법 흐름을 읽어 왔다는 유리도 처음 보는 형태의 불규칙한 움직임이었다.
‘이걸… 흘려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유리는 이내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흘려 내는 거로는 모자라!’
단순히 공격을 흘려 내는 것만으로는 그저 현재 상황을 똑같이 되풀이하게 될 뿐.
이 상황을 끝내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흘려 내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
자신 역시 저 미친 마왕에게 제대로 타격을 줘야 한다.
‘될까?’
공인 5단급이라 여겨졌던 마왕.
하지만 눈깔이 돌아간 그는 유리가 예상했던 실력 그 이상의 존재였다.
어쩌면 공인 6단급일지도 몰랐다.
원래라면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칭찬받기 마땅한 상황.
그런데 유리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
‘…할 수 있다.’
지난 몇 달간 자신이 이룩한 성장이라면.
과거 그레타에게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되받아치기가 가능할 것이다.
‘나는 성장했고, 상대는 그레타보다 약하다. 그럼 된다!’
누군가 유리의 생각을 들었으면 미친 소리라 했을 것이다.
유리는 이제 막 연검을 완성한 공인 2단급.
그런데 상대는 어쩌면 공인 6단급일지 모를 강자였다.
애초에 상대조차 안 될 정도의 실력 차이가 둘 사이에 있었다.
하지만 유리에게는 그 격차를 메꿀 수단이 있지 않은가.
레드너가(家) 비전 마체술.
마류(魔流).
감당하기 힘든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절기가 발휘되며 대기를 울렸다.
우웅-.
동시에 유리의 검이 앞으로 나아갔다.
곧 새하얀 검신이 마왕의 난격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흐름을 휘저었고.
그럴 때마다 유리의 검이 지휘봉이라도 된 듯 그에 맞춰 공명음이 들려왔다.
웅- 우웅- 웅!
그렇게 한껏 난격의 흐름을 긁어모은 유리.
“합!”
짧은 기합성과 함께 그의 검이 사선으로 마왕의 검을 올려 벴다.
190㎝의 양손 대검과 고작 110㎝ 정도 길이의 외날검의 충돌.
그건 누가 봐도 순식간에 외날검이 부러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결과는 상상 밖이었다.
쿠와아아아아앙-!
지이이이잉-!
푸황!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발생한 힘의 파동이 돌풍을 일으키며 지켜보는 이들을 덮쳤다.
엄청난 풍압에도 좌중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
당장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얇디얇은 외날검이 거검의 공격을 견딘 것도 모자라 오히려 서서히 밀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흐아아압!”
우득-.
유리가 긁어모은 힘의 흐름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데 성공했고.
쾅-!
2차 폭음이 울리며 마왕이 뒤로 튕겨 나갔다.
우직- 우지지직-.
마치 포탄이 된 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마왕은 그대로 나무 두어 그루를 분지르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 * *
상황을 지켜보던 좌중은 경악했다.
‘맙소사…….’
‘저, 저게 뭐야?!’
유리가 마왕을 날려 버린 건 지켜보는 이들의 상식선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놀람을 넘어 사고가 마비됐다.
이는 율리아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유리가 그러했듯 율리아 역시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마왕의 진짜 실력에 식은땀을 흘렸다.
동시에 그녀는 확신했다.
‘저들이 마왕을 이기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어.’
율리아가 계산한 유리와 테레시아의 승률은 0%.
그저 지금까지 저리 버틴 것만으로도 실력 차이를 넘어선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정도로 본색을 드러낸 마왕은 강했다.
그런데 절대 패할 리 없으리라 여긴 마왕이 유리에게 일격에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마왕을 날려 버린 그 일격은 누가 보아도 심상치 않은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체… 그건 뭐였지?’
유리를 향한 율리아의 눈이 과하게 반짝거렸다.
* * *
유리는 검을 쥔 오른팔을 부여잡았다.
“큭!”
욱신거리는 통증.
그 원인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뼈에 금 갔네.’
마왕의 공격 흐름을 역으로 되돌리고.
자신의 육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흘려 분산시키는.
과거 무치의 냉벽 쪼개기를 되흘렸듯이, 난잡하게 퍼진 난격의 힘을 끌어모아 그 방향을 마왕 쪽으로 되흘리는 데 성공한 유리.
하지만 무치의 냉벽 쪼개기보다 수십 배나 강한 힘을 되받아치기에는 유리의 근력이 그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힘이 모자랐어.’
그럼에도 이를 억지로 되받아치다 보니 무리가 갔고, 결국 뼈와 근육이 다치고 만 것이다.
욱씬욱씬-.
치밀어 오르는 강한 통증에 인상을 쓴 유리.
그의 옆으로 테레시아가 다가왔다.
“괜찮아?”
“그럭저럭?”
“어디 봐.”
테레시아는 유리의 상태를 보고자 그의 팔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유리가 그녀의 손을 피해 냈다.
그러고는 재빨리 다시 검을 말아 쥐는 게 아닌가.
이에 놀란 테레시아가 고개를 드니 유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을 본 테레시아도 곧 낯빛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유리와 테레시아의 시선이 향한 곳.
부러진 나무둥치 옆에 산발한 머리의 마왕이 붉게 물든 눈으로 서 있었다.
크르르르-.
이성을 잃은 듯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마왕.
하지만 그보다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붉은 보석으로 만든 듯 영롱한 빛을 내는 대검이었다.
이를 본 테레시아가 신음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성검.”
과거 그레타가 선보인 것보다는 탁해 보이나 그렇다고 해도 저것 역시 성의 경지임은 틀림없었다.
이에 유리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텟샤, 저 사람한테 항복한다고 하면 받아 줄까?”
“저 눈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살짝 정신 줄 놓은 거 같지?”
“살짝이 아니고 완전히.”
테레시아의 냉철한 분석에 유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음 공격… 막을 수 있을까?’
저 눈깔 돌아간 마왕에게 자비를 기대할 수는 없을 테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팔은 반쯤 고장이 난 상태.
아니, 팔이 멀쩡했더라도 과연 저 성검으로 펼치는 난격을 되받아칠 수 있었을까?
그 질문에 관한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조금 전의 난격을 받아치는 것도 힘이 모자랐기에 팔이 고장 난 게 아닌가.
팔이 멀쩡했더라도 다음에 이어질 난격을 쳐 낼 힘은…….
‘…가만? 힘이 모자라?’
그 순간 유리의 뇌리에 번개가 쳤다.
깨달음을 얻은 그가 테레시아를 향해 속삭였다.
“텟샤, 30초… 아니, 10초만 버텨.”
“…뭐?”
테레시아의 되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유리의 신형이 뇌전에 휩싸였다.
파측-.
뇌익을 펼친 유리가 움직인 순간.
크허허헝!
마왕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
테레시아는 유리가 10초를 버티라고 한 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고 사색이 되었다.
“유, 유리!”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것과는 달리 테레시아는 물러서지 않고 마왕의 앞을 막아섰다.
한편, 그 시각 유리는.
츠팟!
처음 싸움이 시작된 곳에 나타났다.
그러기 무섭게 그는 싸움 전 놓아두었던 물건을 발로 걷어차 올렸다.
하늘로 둥둥 떠오른 물건.
그러자 돌돌 싸맨 상의가 풀리며 붉은 결정이 담긴 램프가 허공에 드러났으니.
그걸 본 49기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거봐! 내가 힘의 결정이라고 했잖아!”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라는 듯, 억울함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란 힘의 결정이 등장하자 좌중의 시선이 거기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순간.
슉- 슈륵-.
카캉!
유리의 칼질에 새하얀 빛이 번쩍이며 램프가 박살이 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램프의 파편 속에 힘의 결정만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제자리에 떠 있었다.
그리고.
폴짝-.
가볍게 공중으로 솟구친 유리가…….
“냠!”
입으로 힘의 결정을 낚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