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here to end this fight RAW novel - Chapter 183
182화. 5×5의 싸움 (4)
“응?”
괴츠의 상념은 기다리던 손님들이 찾아오며 끝을 고했다.
“아아, 어서들 오게나. 혼자 심심했었는데 이제야 찾아 주었군.”
괴츠가 눈웃음을 흘리며 살랑살랑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런 그의 정면.
저벅-.
무리 지어 나타난 청군 6인이 일정 거리를 두고 더는 접근하지 않은 채 괴츠를 노려보았다.
그중 녹색 견장의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할지.”
“그러게 하필 우리가 당첨이라니.”
그들은 약속하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를 본 괴츠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호오?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권터가 나에 대해 따로 무어라 언질을 준 모양이군, 안 그런가?”
“뭐, 그렇지.”
“백군에서 신경 쓸 만한 놈은 너 하나뿐이니까. 아니, 정확히는… 너만 신경 쓰면 되니까.”
괴츠를 바라보는 두 동기의 눈에 경계의 빛이 깃들었다.
괴츠는 기행으로 48기는 물론 요람 전체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자였다.
오죽했으면 이제 9개월 차에 접어든 50기가 권터보다 괴츠를 더 먼저 알았겠는가.
48기의 그 변태 자식, 혹은 난봉꾼.
거기에 만년 이인자란 칭호까지.
그런 불명예 가득한 유명세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었지만, 적어도 48기 내에서만큼은 괴츠를 무시하는 이가 없었다.
괴츠 뢰턴.
대륙에서 손꼽히는 검가의 후손이자.
1년 차 때까지만 해도 그 권터 라이더와 자웅을 겨루던 인물.
만약 권터 라이더가 없었다면 현 요람 최고의 천재는 괴츠가 되었을 것이라고, 그를 아는 이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심지어 권터조차 괴츠를 무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퀘스트에 ‘괴츠 대응책’이란 것을 만들어 48기에게 알려 준 것이었다.
“그래… 권터가 뭐라고 하던가?”
괴츠의 호기심 가득한 물음에 48기들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그걸 우리가 알려 줄 필요가 있나?”
그들의 이야기에 괴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신이 질문을 던지기는 했지만, 저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안 들어도 답을 알 거 같았기 때문이다.
괴츠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 권터라면 이리 말했겠지. 점령지 하나를 포기해도 좋으니 최대한 내 발을 묶어 두라고.”
그건 백군에서 괴츠만 잡아 두면 청군을 방해할 사람이 없으리란 확신이 있기에 내린 작전이리라.
그리고 그런 괴츠의 이야기에 48기 두 사람이 검을 뽑아 들며 후배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지금부터 우리는 저 작전대로 나간다. 억지로 공격할 필요 없어. 방어와 회피에 중점을 두고 하며 간간이 훼방만 해. 그게 우리 목적이니까.”
“적이 혼자 있다고 다들 긴장 놓지 마라, 상대는 괴츠 뢰턴이다. 공인 3단급이라고 여겨.”
“아니, 무조건 공인 3단이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는 순간 우리가 당한다는 걸 명심해라!”
48기 선배들의 압박, 그리고 확신 가득한 목소리에 49기, 50기가 마른침을 삼켰다.
‘맙소사 공인 3단이라고?!’
‘48기 서열 2위라더니… 장난 아니잖아?!’
공인 3단급이면 4년 차에서도 상위권에 들 실력이자, 당장 5년 차 하위권으로 수료도 할 수 있는 경지였다.
권터 라이더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
괴츠도 이미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기수였다.
고오오-.
청군 소속 6명의 기수가 긴장한 얼굴로 거세게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를 마주한 괴츠가 웃으며 말했다.
“흠… 정녕 그대들로 나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에 두 48기가 괴츠를 노려보았다.
“못 할 거 같냐?”
“네 실력은 잘 알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무시받을 정도는 아니지. 하물며 혼자인 너 정도라면.”
각각 48기 서열 12위와 19위인 두 사람.
둘 다 연검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진짜배기 공인 2단급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괴츠와 만난 게 운이 나쁘면서도 좋다고 한 것이다.
자신들처럼 상위 서열끼리 짝을 이룬 조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아닌 자신들이 괴츠와 만났기 때문이다.
자신들이라면 정면 대결은 조금 버거울지 몰라도 치고 빠지는 식이라면 충분히 괴츠를 붙잡아 둘 수 있을 테니까.
더욱이 지금 그들의 뒤에는 49기와 50기도 있었다.
“괴츠와 맞부딪치는 건 우리가 한다.”
“너희는 보조만 해!”
후배들의 도움이라면 단순히 괴츠를 붙잡아 두는 건 일도 아니다.
“예!”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배들의 당찬 대답을 듣자마자 조금씩 괴츠와 거리를 좁혀 드는 48기.
바로 그때였다.
“이런이런.”
괴츠가 그들을 향해 묘한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
후황-.
그의 검에서 거센 불길이 치솟았으니.
‘화검!’
이를 확인한 청군의 긴장이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그때 괴츠가 나직이 말했다.
“자네들… 뭔가 착각하고 있군.”
붉디붉은 마나의 불꽃을 머금은 장미 장식의 검이 상대를 겨눴다.
동시에 그가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대체 뭐 때문에 내가 혼자라고 단정 지은 겐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가가 허공을 가르고 나타나 어마어마한 속도로 청군 측 선두를 향해 날아들었다.
‘화살?!’
그건 묘한 빛을 머금은 화살 2대였다.
자신들을 노리는 화살에 48기 둘은 코웃음을 쳤다.
‘고작 화살 따위!’
요람에서 이런 원거리 무기를 주무기로 삼는 이는 극소수였다.
특히 상위 연차로 갈수록 그런 사실이 두드러졌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약하니까.
점점 더 경지가 높아지며 초인이 되어 가는 기수들.
3년 차만 되어도 날아오는 화살 정도는 눈을 감고 잡아낼 정도였고.
궁술에 특화된 마체술을 익힌 이라 할지라도 기수들의 견고한 방어를 뚫고 화살을 맞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무시하고 있던 48기들.
그들은 화살을 쳐 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볍게 몸을 틀어 이를 피해 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안타깝게도 2대의 화살은 결코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옅은 상아색 빛을 머금고 있던 화살들.
48기들이 이를 가볍게 피했다고 여긴 순간.
취륵-.
허공을 날아가던 화살들이 갑자기 U자를 그리며 방향을 꺾었다.
일반적인 물리현상을 아득히 초월한 움직임.
삽시간에 방향을 꺾은 화살들은 방심하고 있던 48기들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측-.
“큭?!”
“윽?!”
일순간 48기들의 움직임이 흐트러졌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괴츠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훙-.
순식간에 6명 사이로 몸을 날린 그가 하늘하늘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검이 허공을 노닐 때마다 붉은 궤적이 주변 공간을 채워 갔고.
그러다 마침내 무언가를 피워 냈으니.
사르륵-.
허공에 만개한 무언가.
그건 다름 아닌 붉디붉은 장미였다.
“아…….”
강렬함을 품은 적색의 장미가 시야를 가득 채운 순간, 6명의 청군은 상황조차 잊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뢰턴 가의 환검…….’
뢰턴가를 대륙 최고의 검가 중 하나로 손꼽히게 만든 환검(幻劍)의 극치.
그 정수를 엿본 순간.
붉은 장미가 그들을 덮쳐들었다.
파파팟!
그리고.
털썩-!
여섯 사람이 동시에 쓰러졌다.
미동조차 없이 완전히 의식을 잃은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괴츠는 천천히 검을 집어넣었다.
그사이, 높은 나무에서 한 사람이 떨어져 괴츠에게 다가왔으니.
“흠…….”
기절한 여섯 사람을 살피던 아린은 괴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정도 실력이면서 왜 나를 붙여 날라고 한 거예요? 혼자서도 충분했겠는데?”
자신에게 날아든 뚱한 목소리에 괴츠는 되레 아린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게 다 나의 여신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닌 거 같은데?”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 그보다 보셨습니까? 제가 피워 낸 붉은 장미를?”
“봤죠.”
“후후… 후후후. 붉은 장미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열렬한 사랑입니다. 바로 그대를 향한 저의 마음처럼! 이 마음… 아낌없이 그대를 향해 바치겠습니다. 받아 주시겠습니까?”
뜨거움 가득한 그의 눈빛으로 손을 내뻗은 괴츠.
그를 바라보는 아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딴 걸 보여 주려고 나 데려온 거였구나?”
확신에 찬 그 목소리에 괴츠의 미소가 경직됐다.
파르르 떨리는 그의 입꼬리를 본 아린이 피식, 조소를 날렸다.
“아까 한 그 대사, 지금까지 몇 명의 여자한테 써먹었어요?”
“…….”
“제법 쏠쏠하게 먹혔었나 봐? 와, 그런데 이 와중에 여자 꼬시려고 수작을 부릴 줄이야… 선배도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반말과 존대가 섞인 묘한 말투.
그리고 한심함 가득한 눈초리에 괴츠는 등 뒤로 식은땀을 흘렸다.
“오, 오해십니다.”
괴츠가 손을 내저어 봤지만, 아린의 눈초리는 풀릴 줄을 몰랐다.
“그 실력을 가지고 왜 그러고 사는 건데요?”
아린이 질책에 아무래도 글렀다는 것을 확신한 괴츠는 해명을 포기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그,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러고 사는 걸까요?”
“사춘기를 잘못 보내서 삐뚤어졌어요?”
“사… 사춘기? 삐, 삐뚤어져?”
살면서 난생처음 들어 본 소리에 눈을 끔뻑이던 괴츠.
그가 돌연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핫, 그럴지도… 이미 진즉 조기 수료를 하고도 남았을 인간이 제 앞에 떡 버티고 서서 괴롭히니, 어쩌면 좀… 삐뚤어지고 싶었나 봅니다.”
“진즉 조기 수료하고도 남았을 인간이 괴롭힌다라…….”
그거 우연이네? 나도 그런 사람 한 명 알고 있는데.
팔짱을 낀 아린의 시선이 저 멀리 어딘가 있을 누군가를 좇았다.
그 덕분에 괴츠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 그녀가 팔을 뻗었다.
턱턱-.
“포기해요, 그럼 편하니까.”
“…예?”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아린의 손길에 놀란 눈이 된 괴츠.
‘…뭘 포기하라는 거지?’
그가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아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보여 준 장미, 고작 여자나 꼬시는 수작질에 쓰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예뻤어요.”
그리 말하며 아린은 괴츠를 향해 배시시 미소 지어 줬다.
그리고 그 미소가.
‘아…….’
괴츠의 보라색 동공에 한가득 들어찼다.
두근-.
마치 각인된 듯한 그 맑은 미소에 괴츠의 심장이 살짝 뛴 바로 그 순간.
바스락-.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아린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괴츠 역시 검을 들고 매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경계를 늦췄다.
그들이 경계하는 곳에서 나타나 숨을 할딱이는 소녀.
그녀가 백색의 완장을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나타난 그녀는 노란색의 견장을 찬 49기였다.
또한, 정탐꾼의 임무를 맡은 이이기도 했다.
“무슨 일인가?”
숨을 할딱거리며 걸어온 그녀를 향해 괴츠가 안쓰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에 정탐꾼은 침을 한 번 꿀떡 삼키고 말했다.
“궈, 권터 라이더가…….”
권터가 언급되자마자 괴츠의 안색이 딱딱히 굳어졌다.
“그가 왜?”
“삼… 삼행 오열 점령지에 나타났습니다.”
괴츠는 눈을 빛냈다.
‘드디어 그가 움직였나 보군.”
3행 5열.
다른 표현으로는 3-5 구역.
5열의 허리 구간인 그곳은 바로 율리아가 담당하고 있는 점령지였다.
“거기 상황은 어찌 되었나?”
“모, 모릅니다. 저와 한 조였던 애가 당하는 것을 보자마자 이리로 뛰어왔던지라…….”
정탐꾼의 역할은 권터 라이더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원하거나, 혹은 지원이 가능한 여력이 있는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
그건 정탐꾼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일이었다.
하여 이 정탐꾼은 그 지원이 가능한 이로 괴츠를 떠올리고 곧장 이리로 온 것이다.
‘3-5에서 여기 5-4까지 전력으로 뛰었다면 채 5분이 안 걸렸을 거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율리아라면 아무리 상대가 권터라고 하여도 쉽사리 당하지는 않았을 거다.
이에 괴츠가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럼 아직 늦지 않았다. 가야 한다.’
백군의 승리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권터는 누군가가 반드시 붙들어 둬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나와 백장미 율리아뿐이다.’
혼자서는 힘들지 몰라도, 자신과 율리아가 힘을 합친다면 권터를 붙잡아 둘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판단을 내린 괴츠.
고민은 길었지만, 이어진 행동은 신속했다.
“푸른 장미여, 제가 가 볼 터이니 그대는 이곳에서 점령지를 지켜 주시오.”
그 말을 남긴 괴츠는 아린의 답을 듣지도 않고 그대로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빠르게 멀어지는 괴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린이 입을 열었다.
“정탐꾼 선배님.”
“어… 응?”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정탐꾼 소녀는 배시시 웃고 있는 아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린은 정탐꾼 소녀의 손을 가져가 가볍게 자신의 손바닥과 맞부딪혔다.
그러고는 시원한 목소리로 외치니.
“교대!”
“교… 교대?”
난데없는 소리에 정탐꾼 소녀가 눈을 끔뻑였다.
이에 아린이 다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제가 정탐꾼 할게요. 선배님은 여기서 점령지를 지켜 주시면 됩니다!”
“그, 그게 무슨?!”
정탐꾼 소녀가 놀라 소리치건 말건.
아린은 이미 놀라운 속도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지금쯤 한창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그를 만나기 위해.
* * *
소리 없는 벼락을 본 적 있는가?
유령처럼 조용히 다가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흉포한 벼락을.
소리 없는 벼락이란 말 자체가 모순이지만, 그 모순이 실재했다.
파츠측-.
푸른 전류가 잠시 번쩍이고, 거대한 빛이 잠시 시야를 가린 순간.
츠륵-!
소리 없이 땅에서 치솟은 굵은 뇌전 줄기가 사람을 집어삼켰다.
“컥?!”
바로 옆에서 들려온 소리에.
그리고 조금 전까지 서로 의지하며 주변을 경계하던 동료가 내지른 짧은 비명에.
이제 세 사람만 남게 된 이들은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후욱- 후욱-.
가팔라진 서로의 호흡이 느껴지고.
등 뒤로 흐른 식은땀이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등을 맞댄 이들.
축축하게 젖어 든 등짝에 불쾌감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세 사람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이게… 이게 뭐야?!’
갑작스럽게 찾아온 미친 벼락.
그것에 가장 먼저 당한 건 48기 둘이었다.
[커헉?!] [큭?!]순식간에 가장 강한 두 사람이 집어삼켜져 사라졌다.
그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 청군 소속 49기와 50기는 빠르게 등을 맞대고 주변을 경계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너무도 무력하게 세 번째 사람이 잡혀갔으며.
번쩍-!
다시 섬광이 번뜩이자.
“컵?!”
또 한 사람이 벼락 유령에 붙잡혀 갔다.
그리고.
번쩍-!
“……?!”
연달아 일어난 섬광에 다섯 번째 사람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잡혀갔다.
이를 옆에서 생생히 지켜본 마지막 생존자, 50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휙- 휙-!
“으… 으으으!”
울상이 된 그는 사방으로 검을 휘휘 내저었다.
그건 검술도 뭣도 아닌 그저 무의미한 행동일 뿐.
심지어 그의 검 끝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뭐, 뭐, 뭐냐고… 이, 이게 대체… 뭐냐고오오!’
미지의 공포에 휩싸여 입조차 열지 못하게 된 최후의 생존자.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려움 가득한 소리 없는 절규를 내지르는 것뿐이었다.